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숨 쉬면서 배우는 ‘숲 유치원’
입력 2013.12.14 (08:31) 수정 2013.12.14 (15:04) 특파원 현장보고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멘트>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우리 아이들 참 바쁘죠?

학교에 가면 하루종일 갑갑한 교실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도 해야 하는데요,

갇힌 교실에서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교육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최근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배우는 이른바 '숲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덴마크 등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한 숲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튼튼히 뿌리 내렸다고 하는데요,

우리보다 앞서 숲 교육을 시작한 유럽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화연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 도시인 괴를리츠.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가 적어 고즈넉한 풍경과 자연 환경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로 문을 연지 9년 째인 한 숲 유치원.

3살부터 7살까지 20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이 유치원은 숲이 교실입니다.

숲속을 걸으며 관찰하고 뛰어노는 것 모두가 정규 교육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해가 뜨면 뛰어놀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자연의 변화를 이해합니다.

현재 아침 9시인 이 곳 숲 속의 기온은 9도 가량으로 쌀쌀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쌀쌀한 날씨뿐만 아니라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사계절 내내 숲 유치원 아이들은 숲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무엇을 하고 놀지는 아이들 스스로 정합니다.

<녹취> "위를 잘 잡아봐. 바로 그거야 잘했어. 밑에 발 올려봐, 자~ 출발. 잘했어."

선생님은 격려와 칭찬으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낼 뿐입니다.

<인터뷰> 가브리엘 안더(6살) : "여기는 밤이 아주 많고요 저 아래에서는 겨울이 되면 썰매 탈 수도 있어서 정말 좋아요"

몇몇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려고 시작한 숲유치원.

숲의 나라 독일은 20년 전 이 교육을 시작해 지금은 천 곳 넘는 숲이 말 그대로 자연의 교실이 됐습니다.

20년에 걸쳐 숲 교육이 튼튼히 뿌리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 유치원과 숲 유치원 졸업생을 비교한 독일의 한 연구 결과는 숲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인내심과 집중력,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숲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인터뷰> 로랜드 고르게스(독일 다름슈타트 대학 前 교육학과 교수) : "숲유치원 졸업생들이 학교에 적응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있었지만 학교에 갈 준비가 잘 되어있었고 적응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숲 유치원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었고,독일 정부는 지난 93년 숲 유치원을 정규 과정으로 승인했습니다.

운영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숲 유치원의 또 다른 성공 요인입니다.

1년에 두 번 음식과 시설의 위생 검사만 받으면 됩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 샤데(독일 괴를리츠 숲유치원장) : "유치원 설립 후에는 한국처럼 해마다 평가하는 제도는 없고 평가기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적습니다.

지방 정부가 유치원비의 70%를 부담하고 학부모는 한 달에 15만원만 내면 됩니다.

<인터뷰> 안드레아 젤케(숲유치원 학부모) : " 방수가 잘 되고 바람을 잘 막을 수 있는 옷과 튼튼한 신발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반유치원보다 옷은 더 비쌀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전혀 부담이 없어요"

유치원부터 시작된 독일의 숲교육은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집니다.

바흐를 비롯한 슈만, 멘델스존 등 수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 라이프찌히.

이 곳에선 예술 못지 않게 생태와 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녹색이 학교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한 중학교.

<녹취> 나이테를 통해서 나무가 몇 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곳 학교 숲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 자연물을 활용한 발표와 토론 수업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세바스찬 발터(2학년) : "일반 수업은 책상에 앉아만 있는데 여기(학교 숲)에서는 자연도 느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워요"

독일 학교 숲에서는 단순히 관람하는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심고 가꾸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학교 숲 프로젝트는 지방 정부가 주도해서 지난 9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재 라이프찌히시에는 130개 공립학교 가운데 1/3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시에서는 각 학교에 해마다 최대 2천 유로까지 지원합니다.

<인터뷰> 울리케 뮐러(독일 라이프찌히시 아동교육국) : "시에서는 많은 학교가 녹색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금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국토의 20%를 정원으로 사용하는 나라 영국에서도 숲 교육은 활성화돼있습니다.

런던에서 1시간 떨어진 도시 레딩의 한 초등학교.

이 곳 학생들은 매일 특별한 교실로 나섭니다.

바로 학교 안에 있는 숲입니다.

<녹취> "우리가 어제 계단 아래로 내려갔어요? 언덕 아래로 내려갔어요? 언덕 아래로요"

숲 속 구석구석 숨겨진 곰인형을 찾으며 아이들은 관찰력과 발견의 즐거움을 알아갑니다.

<녹취> "와, 앉아있는 테디곰이네"

학교 숲은 무게와 숫자의 개념을 익히는 수학 교실이 되기도 합니다.

<녹취> "(여기 있는 게 몇 개라고 생각해?)열 개요.(두 개 더 하면 몇 개지?)열 하나요"

숲에서 배우는 수학은 어렵고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게임처럼 재미있고 친근합니다.

<인터뷰> 안나 챔버레인(교사) : " 밖에 나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배우는 것을 정말 좋아하게 됩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이들의 배우고 싶은 마음을 끄집어 내는 것이죠"

정규 수업 시간에 이뤄지는 모든 숲 교육 프로그램은 이 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학부모 역시 수시로 학교에 와서 숲을 가꿉니다.

<인터뷰> 수잔 험프리(쿰스 초등학교 前교장) : "태양과 맑은 공기, 그 안에서 에너지를 얻고 성장하는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가장 큰 교실을 만들어 주는 셈이죠. 자연은 가장 가치있는 세상에서 제일 큰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숲을 활용해 지혜를 키우는 영국식 숲교육.

그 성공의 배경엔 체계적인 숲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인정한 자격증을 받은 숲 교육 전문가가 한해 2천 명 가량 학교에 파견돼 체계적인 숲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존 크리(영국 우스터셔주 지방 공무원) : "숲 교육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정부 소속 코디네이터가 숲학교를 조율해주고 학교와 유아들을 위한 환경조성, 놀이 세팅을 도와줍니다."

재정 지원과 전문 교사 육성을 통해 숲의 혜택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있는 유럽 숲 교육.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의 숲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 숨 쉬면서 배우는 ‘숲 유치원’
    • 입력 2013-12-14 09:47:39
    • 수정2013-12-14 15:04:0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우리 아이들 참 바쁘죠?

학교에 가면 하루종일 갑갑한 교실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도 해야 하는데요,

갇힌 교실에서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교육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최근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배우는 이른바 '숲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덴마크 등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한 숲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튼튼히 뿌리 내렸다고 하는데요,

우리보다 앞서 숲 교육을 시작한 유럽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화연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 도시인 괴를리츠.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가 적어 고즈넉한 풍경과 자연 환경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로 문을 연지 9년 째인 한 숲 유치원.

3살부터 7살까지 20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이 유치원은 숲이 교실입니다.

숲속을 걸으며 관찰하고 뛰어노는 것 모두가 정규 교육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해가 뜨면 뛰어놀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자연의 변화를 이해합니다.

현재 아침 9시인 이 곳 숲 속의 기온은 9도 가량으로 쌀쌀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쌀쌀한 날씨뿐만 아니라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사계절 내내 숲 유치원 아이들은 숲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무엇을 하고 놀지는 아이들 스스로 정합니다.

<녹취> "위를 잘 잡아봐. 바로 그거야 잘했어. 밑에 발 올려봐, 자~ 출발. 잘했어."

선생님은 격려와 칭찬으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낼 뿐입니다.

<인터뷰> 가브리엘 안더(6살) : "여기는 밤이 아주 많고요 저 아래에서는 겨울이 되면 썰매 탈 수도 있어서 정말 좋아요"

몇몇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려고 시작한 숲유치원.

숲의 나라 독일은 20년 전 이 교육을 시작해 지금은 천 곳 넘는 숲이 말 그대로 자연의 교실이 됐습니다.

20년에 걸쳐 숲 교육이 튼튼히 뿌리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 유치원과 숲 유치원 졸업생을 비교한 독일의 한 연구 결과는 숲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인내심과 집중력,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숲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인터뷰> 로랜드 고르게스(독일 다름슈타트 대학 前 교육학과 교수) : "숲유치원 졸업생들이 학교에 적응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있었지만 학교에 갈 준비가 잘 되어있었고 적응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숲 유치원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었고,독일 정부는 지난 93년 숲 유치원을 정규 과정으로 승인했습니다.

운영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숲 유치원의 또 다른 성공 요인입니다.

1년에 두 번 음식과 시설의 위생 검사만 받으면 됩니다.

<인터뷰> 안드레아스 샤데(독일 괴를리츠 숲유치원장) : "유치원 설립 후에는 한국처럼 해마다 평가하는 제도는 없고 평가기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적습니다.

지방 정부가 유치원비의 70%를 부담하고 학부모는 한 달에 15만원만 내면 됩니다.

<인터뷰> 안드레아 젤케(숲유치원 학부모) : " 방수가 잘 되고 바람을 잘 막을 수 있는 옷과 튼튼한 신발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반유치원보다 옷은 더 비쌀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전혀 부담이 없어요"

유치원부터 시작된 독일의 숲교육은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집니다.

바흐를 비롯한 슈만, 멘델스존 등 수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 라이프찌히.

이 곳에선 예술 못지 않게 생태와 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녹색이 학교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한 중학교.

<녹취> 나이테를 통해서 나무가 몇 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곳 학교 숲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 자연물을 활용한 발표와 토론 수업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세바스찬 발터(2학년) : "일반 수업은 책상에 앉아만 있는데 여기(학교 숲)에서는 자연도 느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워요"

독일 학교 숲에서는 단순히 관람하는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심고 가꾸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학교 숲 프로젝트는 지방 정부가 주도해서 지난 9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재 라이프찌히시에는 130개 공립학교 가운데 1/3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시에서는 각 학교에 해마다 최대 2천 유로까지 지원합니다.

<인터뷰> 울리케 뮐러(독일 라이프찌히시 아동교육국) : "시에서는 많은 학교가 녹색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금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국토의 20%를 정원으로 사용하는 나라 영국에서도 숲 교육은 활성화돼있습니다.

런던에서 1시간 떨어진 도시 레딩의 한 초등학교.

이 곳 학생들은 매일 특별한 교실로 나섭니다.

바로 학교 안에 있는 숲입니다.

<녹취> "우리가 어제 계단 아래로 내려갔어요? 언덕 아래로 내려갔어요? 언덕 아래로요"

숲 속 구석구석 숨겨진 곰인형을 찾으며 아이들은 관찰력과 발견의 즐거움을 알아갑니다.

<녹취> "와, 앉아있는 테디곰이네"

학교 숲은 무게와 숫자의 개념을 익히는 수학 교실이 되기도 합니다.

<녹취> "(여기 있는 게 몇 개라고 생각해?)열 개요.(두 개 더 하면 몇 개지?)열 하나요"

숲에서 배우는 수학은 어렵고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게임처럼 재미있고 친근합니다.

<인터뷰> 안나 챔버레인(교사) : " 밖에 나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배우는 것을 정말 좋아하게 됩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이들의 배우고 싶은 마음을 끄집어 내는 것이죠"

정규 수업 시간에 이뤄지는 모든 숲 교육 프로그램은 이 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학부모 역시 수시로 학교에 와서 숲을 가꿉니다.

<인터뷰> 수잔 험프리(쿰스 초등학교 前교장) : "태양과 맑은 공기, 그 안에서 에너지를 얻고 성장하는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가장 큰 교실을 만들어 주는 셈이죠. 자연은 가장 가치있는 세상에서 제일 큰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숲을 활용해 지혜를 키우는 영국식 숲교육.

그 성공의 배경엔 체계적인 숲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인정한 자격증을 받은 숲 교육 전문가가 한해 2천 명 가량 학교에 파견돼 체계적인 숲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존 크리(영국 우스터셔주 지방 공무원) : "숲 교육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정부 소속 코디네이터가 숲학교를 조율해주고 학교와 유아들을 위한 환경조성, 놀이 세팅을 도와줍니다."

재정 지원과 전문 교사 육성을 통해 숲의 혜택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있는 유럽 숲 교육.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의 숲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특파원 현장보고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