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퇴직 공직자 삼성으로…공생의 그늘

입력 2013.12.19 (15:05) 수정 2013.12.22 (07: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가 무려 1200건이 넘습니다.

KBS 탐사보도팀이 대기업으로 옮겨간 퇴직 고위 공직자들과 이들을 모셔간 대기업의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담당 기자와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공아영 기자 상당히 방대한 내용의 데이터를 분석했던데요?

어떻게 작업이 이뤄졌나?

<답변> 이번 프로그램에서 분석한 데이터가 모두 1203건이었다.

대상은 고위공직자, 그러니까 4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했다.

처음 기본자료를 입수한 건 지난 9월말이었다.

여기엔 퇴직전 소속기관과 퇴직연도, 퇴직당시 직위, 재취업한 업체 등만 나와 있었다.

이것만 가지곤 취재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달 정도는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찾는 작업을 했다.

그래야 당사자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인터넷 서핑도 하고, 등기부등본도 떼고 물론 전화도 돌리고...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나갔다.

각각의 부처 중, 국정원과 국방부 출신인사들을 알아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국정원은 정보 노출이 거의 안돼있고 국방부는 폐쇄적이면서도 워낙 재취업한 건수가 많았다.

<질문>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니, 삼성에 재취업을 신청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답변> 예상대로 역시 삼성이 압도적인 1위였다.

1203건 중 106건이 삼성이었다.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윤영선 전 관세청장 등이다.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다음으론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삼성 뒤를 이었다.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권택기, 김해진 전 특임장관실 차관 등이 재취업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각각 29건으로 공동 3위에 올랐습니다.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권오룡 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김남수 전 국정원 3차장,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 등이 SK그룹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오지철 전 문광부 차관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 최익봉 전 특전사령관 등이 한화그룹에 취업하겠다고 신고했다.

최근 계열사 빵집 부당지원 등으로 검찰과 공정위의 수사를 받은 신세계그룹 같은 경우는 고위 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집중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17명 중 88%가 관료 출신으로 30대 그룹 평균의 2배를 넘었는데 손영래 전 국세청장,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대부분 권력기관 출신이었습니다.

지난달 1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 정용진 부회장 증인출석.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신세계에 보니까 다른 업체들보다 퇴직한 고위관료들이 굉장히 많이 가 있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그 부분 못 챙겨 봤는데, 제가 한번 챙겨봐야 될 것 같아요.) 일종의 로비스트? (당장 로비스트가 아니라,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그렇게 쭉 해온 것 같아요.)"

<질문> 말씀하신대로 기업에서는 아무래도 권력 기관 출신 공직자들을 선호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권력기관 말 그대로 힘있는 기관.

아무래도 좋지 않겠냐.

우리가 만난 기업등의 관계자들도 이런 증언들.

<녹취> "연봉은 한 2억에서 3억 정도. 에쿠스나 제네시스는 기본이죠. 그랜저는 받지도 않으시고.. 5억 정도 금액을 받고 왔을 때는 통상 70억에서 100억 정도 수주를 해 줘야지만.."

또, 어떤 중소감리업체 직원은... (입찰할 때) 오비가 있느냐, 해당기관의 퇴직자가 있느냐고 먼저 묻습니다....

없으면 먼저 영입을 하고 나서 대화를 할 수 있게끔 하라 말그대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이른바 '공생' 관계라 할 수 있을텐데요.

이번엔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봤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최근 재취업한 노동부 출신 인사 7명 가운데 5명이 삼성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이 지난 2011년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전후해서 노동부 출신 퇴직자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70%와 59%가 30대 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검찰과 국정원 역시 재취업 비율이 높았다.

둘 다 55%로 절반 이상이 30대 그룹으로 향했다.

청와대 출신은 38%로 국세청과 검찰 등 권력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청와대 퇴직자들은 행정관 등 비교적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취재한 한무쇼핑이란 곳은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산데 현재 상임감사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다보니 이상한 법칙이 보이더라.

전 감사도 그 전 감사도 모두...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 아는분들의 도움으로 갔다고 하더라.

<질문>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한 해 2,300명꼴로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셈인데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답변>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

사실상 무사통과인 셈인데, 심사는 차관급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7명이 하고 있다.

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이번에 취재진이 단독으로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살펴보니, 통과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직 심사위원이 윤리위 규정을 어기고 무단취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의 경우가 그런 사례인데요.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을 지낸 이 전 장관은 퇴임 후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적발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취재진에 규정을 잘 몰라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이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듯 봐주기식 심사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송통신대 윤태범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윤태범(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 "당연히 공직에 있었던 분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런 위원회 위원들은 공직 경험이 없는 분들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질문> 재취업 심사 제도 자체에는 문제나 허점이 없나요

<답변> 현행법상 재취업 심사 대상자는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하려는 퇴직자들인데요.

문제는 고위퇴직자가 서류상으로만 소규모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돼 있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한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최 전 부사장이 친정을 상대로 한 로비스트로 영입됐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처럼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투자네트워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두 회사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최 씨는 출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취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서 위장 취업으로 이를 피해간 걸로 보입니다.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지원관실 김민재 과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민재(안행부 공직윤리관실 과장) : "(심사대상이 아닌 작은) 계열사로 뽑아놓고 우회적으로 활용하면 현재 저희 인력으로는 적발 방식으로 잡아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변칙 취업으로 퇴직 공직자들을 데려가고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저를 포함해 기자 3명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요.

방송분량 때문에 취재를 하고도 편집한 경우들이 꽤 많았습니다.

코스콤과 거래소의 낙하산 사장들 또, 그 과정에서 온갖 외압에 시달리다 결국 자리를 빼앗긴 어느 분의 이야기...

다음 기회에 후속 보도를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늘의 현장] 퇴직 공직자 삼성으로…공생의 그늘
    • 입력 2013-12-19 15:07:21
    • 수정2013-12-22 07:41:24
    뉴스토크
<앵커 멘트>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가 무려 1200건이 넘습니다.

KBS 탐사보도팀이 대기업으로 옮겨간 퇴직 고위 공직자들과 이들을 모셔간 대기업의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담당 기자와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공아영 기자 상당히 방대한 내용의 데이터를 분석했던데요?

어떻게 작업이 이뤄졌나?

<답변> 이번 프로그램에서 분석한 데이터가 모두 1203건이었다.

대상은 고위공직자, 그러니까 4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했다.

처음 기본자료를 입수한 건 지난 9월말이었다.

여기엔 퇴직전 소속기관과 퇴직연도, 퇴직당시 직위, 재취업한 업체 등만 나와 있었다.

이것만 가지곤 취재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달 정도는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찾는 작업을 했다.

그래야 당사자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인터넷 서핑도 하고, 등기부등본도 떼고 물론 전화도 돌리고...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나갔다.

각각의 부처 중, 국정원과 국방부 출신인사들을 알아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국정원은 정보 노출이 거의 안돼있고 국방부는 폐쇄적이면서도 워낙 재취업한 건수가 많았다.

<질문>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니, 삼성에 재취업을 신청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답변> 예상대로 역시 삼성이 압도적인 1위였다.

1203건 중 106건이 삼성이었다.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윤영선 전 관세청장 등이다.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다음으론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삼성 뒤를 이었다.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권택기, 김해진 전 특임장관실 차관 등이 재취업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각각 29건으로 공동 3위에 올랐습니다.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권오룡 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김남수 전 국정원 3차장,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 등이 SK그룹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오지철 전 문광부 차관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 최익봉 전 특전사령관 등이 한화그룹에 취업하겠다고 신고했다.

최근 계열사 빵집 부당지원 등으로 검찰과 공정위의 수사를 받은 신세계그룹 같은 경우는 고위 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집중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17명 중 88%가 관료 출신으로 30대 그룹 평균의 2배를 넘었는데 손영래 전 국세청장,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대부분 권력기관 출신이었습니다.

지난달 1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 정용진 부회장 증인출석.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신세계에 보니까 다른 업체들보다 퇴직한 고위관료들이 굉장히 많이 가 있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그 부분 못 챙겨 봤는데, 제가 한번 챙겨봐야 될 것 같아요.) 일종의 로비스트? (당장 로비스트가 아니라,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그렇게 쭉 해온 것 같아요.)"

<질문> 말씀하신대로 기업에서는 아무래도 권력 기관 출신 공직자들을 선호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권력기관 말 그대로 힘있는 기관.

아무래도 좋지 않겠냐.

우리가 만난 기업등의 관계자들도 이런 증언들.

<녹취> "연봉은 한 2억에서 3억 정도. 에쿠스나 제네시스는 기본이죠. 그랜저는 받지도 않으시고.. 5억 정도 금액을 받고 왔을 때는 통상 70억에서 100억 정도 수주를 해 줘야지만.."

또, 어떤 중소감리업체 직원은... (입찰할 때) 오비가 있느냐, 해당기관의 퇴직자가 있느냐고 먼저 묻습니다....

없으면 먼저 영입을 하고 나서 대화를 할 수 있게끔 하라 말그대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이른바 '공생' 관계라 할 수 있을텐데요.

이번엔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봤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최근 재취업한 노동부 출신 인사 7명 가운데 5명이 삼성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이 지난 2011년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전후해서 노동부 출신 퇴직자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70%와 59%가 30대 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검찰과 국정원 역시 재취업 비율이 높았다.

둘 다 55%로 절반 이상이 30대 그룹으로 향했다.

청와대 출신은 38%로 국세청과 검찰 등 권력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청와대 퇴직자들은 행정관 등 비교적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취재한 한무쇼핑이란 곳은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산데 현재 상임감사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다보니 이상한 법칙이 보이더라.

전 감사도 그 전 감사도 모두...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 아는분들의 도움으로 갔다고 하더라.

<질문>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한 해 2,300명꼴로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셈인데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답변>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

사실상 무사통과인 셈인데, 심사는 차관급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7명이 하고 있다.

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이번에 취재진이 단독으로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살펴보니, 통과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직 심사위원이 윤리위 규정을 어기고 무단취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의 경우가 그런 사례인데요.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을 지낸 이 전 장관은 퇴임 후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적발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취재진에 규정을 잘 몰라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이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듯 봐주기식 심사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송통신대 윤태범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윤태범(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 "당연히 공직에 있었던 분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런 위원회 위원들은 공직 경험이 없는 분들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질문> 재취업 심사 제도 자체에는 문제나 허점이 없나요

<답변> 현행법상 재취업 심사 대상자는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하려는 퇴직자들인데요.

문제는 고위퇴직자가 서류상으로만 소규모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돼 있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한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최 전 부사장이 친정을 상대로 한 로비스트로 영입됐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처럼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투자네트워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두 회사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최 씨는 출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취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서 위장 취업으로 이를 피해간 걸로 보입니다.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지원관실 김민재 과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민재(안행부 공직윤리관실 과장) : "(심사대상이 아닌 작은) 계열사로 뽑아놓고 우회적으로 활용하면 현재 저희 인력으로는 적발 방식으로 잡아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변칙 취업으로 퇴직 공직자들을 데려가고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저를 포함해 기자 3명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요.

방송분량 때문에 취재를 하고도 편집한 경우들이 꽤 많았습니다.

코스콤과 거래소의 낙하산 사장들 또, 그 과정에서 온갖 외압에 시달리다 결국 자리를 빼앗긴 어느 분의 이야기...

다음 기회에 후속 보도를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