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낳은 정보다 더 큰 기른 정

입력 2013.12.20 (08:17) 수정 2013.12.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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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의 마음 속 온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이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맡아 키우는 위탁모도 있는데요.

노태영 기자가 만나보셨죠?

<기자 멘트>

위탁모라는 말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버려진 아이들이 입양이 되기까지 마치 친자식처럼 아이를 맡아 키우는 분들을 말합니다.

흔히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고들 하시는데요.

이분들도 아이를 맡아 키우다가 입양을 시키고 나면 그 허전함 때문에 또다시 아이를 데려오곤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낳은 정 못지않은 이들의 특별한 사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치 신생아실 같아 보이는 이곳.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들이 잠시 머물고 있는 영아임시보호소입니다.

연간 이곳을 찾는 아기들은 약 3백 여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권은진(대한사회복지회 보모장) : “대부분 미혼모들이 낳은 아기들이에요.<인터뷰> 미혼모 시설을 통해서나 외부 산부인과 시설을 통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대부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다행히 운이 좋으면 이곳을 떠나 입양되기 전까지 위탁모의 품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희(대한사회복지회 입양부):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평생을 두고 손실이에요. 위탁 가정이 영구 가정은 아니지만 입양 가기 전까지라도 충분히 이 아이를 보살펴 주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면 입양을 가서도 아이들이 아주 안정적으로 금방 잘 적응하거든요."

태어나 마땅히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을 새 가정을 기다리는 입양아들에게 대신 나눠주고 있는 위탁모 성정순씨!

그녀는 그 특별한 사랑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는데요.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위탁모를 하면) 사회봉사가 될 것이고 하다가 보면 보람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시작했어요. 근데 정말로 보람도 있고 (아기가) 집안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돌이 지난 수미와는 지난 1월에 가족이 됐지만, 조만간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일단은 스웨덴으로 입양이 정해졌거든요. 양부모 측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데리러 올 거예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일 년이 넘게 보살핀 아이들이 지금까지 무려 60명이나 되지만 성 씨는 아직까지 그 아이 한 명 한 명을 모두 가슴속에 담고 산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양부모한테 이렇게 넘겨줄 때, 우리 아기들이 가는 것을 다 아는 것 같아요. (집을) 떠나는 날, 데리고 가면 갈 때부터 한숨을 쉬어요. (아기가) 한숨을 쉬어요. 안됐죠. 마음이 아프죠."

그동안 60명의 아이의 엄마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석(아들) :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위탁모를 하셔서 저도 아이 때부터 아기를 봤어요."

<인터뷰> 김경진(딸) : “(어머니가) 힘든 것을 겪어 내면서 사명감 같은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은 들어요.“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다는 성정순씨.

먼 훗날에도 아이를 잊지 않기 위한 엄마의 마음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이곳을 떠날 수미를 위해 한 가지 소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사랑 많이 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훌륭한 사람이 돼서, 정말 대한민국이잖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도...“

또 다른 한 위탁 가정!

10년 째 현철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위탁모 송순향 씨.

태어난 지 12개월 만에 송 씨의 품에 온 현철이는 친부모가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되지 않아 송 씨의 가정에 일정 기간 위탁한 경우입니다.

어느새 아빠와 서슴없이 장난을 칠 정도로 다정하고 의젓해진 현철이지만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젖병을 수없이 물고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아기의) 마음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욕조에 들어가서 하루에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아기를 배 위에 얹어놓고 잠을 잘 때도 가슴에 얹어 놓고 재웠어요. (정서 불안 증세가) 조금씩 조금씩 완화되어서 거의 완치까지는 일 년이 걸린 것 같아요.“

사실 다른 가정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위탁모의 삶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한 송순향 씨.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비행기 안에 입양 가는 아이들과 같이 탔어요. 피부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니까 두려웠는지는 모르겠는데 (아기들이) 너무 울고 하니까 승객들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안게 됐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있는데 그 눈빛을 보니 나를 보내지 말고 나를 좀 봐달라는 식으로...“

그 덕에 남들은 누리기 힘든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친자식들마저도 현철이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합니다.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아이를 내 배로 낳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구성원으로 가족을 만들었잖아요. 그게 친 아이들한테도 무척 좋은 것 같아요. 가족 안에서 우애도 배우고, 사랑도 배우고 배려도 배우고, 양보도 배우고 이러는 것 같아요.“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동이 무려 7천 명.

게다가 전국에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도 6천 명이나 되는 요즘..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들에게 보다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는 위탁모들이 더욱 값지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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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낳은 정보다 더 큰 기른 정
    • 입력 2013-12-20 08:21:04
    • 수정2013-12-20 09: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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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의 마음 속 온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이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맡아 키우는 위탁모도 있는데요.

노태영 기자가 만나보셨죠?

<기자 멘트>

위탁모라는 말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버려진 아이들이 입양이 되기까지 마치 친자식처럼 아이를 맡아 키우는 분들을 말합니다.

흔히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고들 하시는데요.

이분들도 아이를 맡아 키우다가 입양을 시키고 나면 그 허전함 때문에 또다시 아이를 데려오곤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낳은 정 못지않은 이들의 특별한 사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치 신생아실 같아 보이는 이곳.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들이 잠시 머물고 있는 영아임시보호소입니다.

연간 이곳을 찾는 아기들은 약 3백 여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권은진(대한사회복지회 보모장) : “대부분 미혼모들이 낳은 아기들이에요.<인터뷰> 미혼모 시설을 통해서나 외부 산부인과 시설을 통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대부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다행히 운이 좋으면 이곳을 떠나 입양되기 전까지 위탁모의 품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희(대한사회복지회 입양부):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평생을 두고 손실이에요. 위탁 가정이 영구 가정은 아니지만 입양 가기 전까지라도 충분히 이 아이를 보살펴 주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면 입양을 가서도 아이들이 아주 안정적으로 금방 잘 적응하거든요."

태어나 마땅히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을 새 가정을 기다리는 입양아들에게 대신 나눠주고 있는 위탁모 성정순씨!

그녀는 그 특별한 사랑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는데요.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위탁모를 하면) 사회봉사가 될 것이고 하다가 보면 보람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시작했어요. 근데 정말로 보람도 있고 (아기가) 집안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돌이 지난 수미와는 지난 1월에 가족이 됐지만, 조만간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일단은 스웨덴으로 입양이 정해졌거든요. 양부모 측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데리러 올 거예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일 년이 넘게 보살핀 아이들이 지금까지 무려 60명이나 되지만 성 씨는 아직까지 그 아이 한 명 한 명을 모두 가슴속에 담고 산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양부모한테 이렇게 넘겨줄 때, 우리 아기들이 가는 것을 다 아는 것 같아요. (집을) 떠나는 날, 데리고 가면 갈 때부터 한숨을 쉬어요. (아기가) 한숨을 쉬어요. 안됐죠. 마음이 아프죠."

그동안 60명의 아이의 엄마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석(아들) :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위탁모를 하셔서 저도 아이 때부터 아기를 봤어요."

<인터뷰> 김경진(딸) : “(어머니가) 힘든 것을 겪어 내면서 사명감 같은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은 들어요.“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다는 성정순씨.

먼 훗날에도 아이를 잊지 않기 위한 엄마의 마음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이곳을 떠날 수미를 위해 한 가지 소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뷰> 성정순(위탁모) : “사랑 많이 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훌륭한 사람이 돼서, 정말 대한민국이잖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도...“

또 다른 한 위탁 가정!

10년 째 현철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위탁모 송순향 씨.

태어난 지 12개월 만에 송 씨의 품에 온 현철이는 친부모가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되지 않아 송 씨의 가정에 일정 기간 위탁한 경우입니다.

어느새 아빠와 서슴없이 장난을 칠 정도로 다정하고 의젓해진 현철이지만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젖병을 수없이 물고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아기의) 마음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욕조에 들어가서 하루에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아기를 배 위에 얹어놓고 잠을 잘 때도 가슴에 얹어 놓고 재웠어요. (정서 불안 증세가) 조금씩 조금씩 완화되어서 거의 완치까지는 일 년이 걸린 것 같아요.“

사실 다른 가정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위탁모의 삶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한 송순향 씨.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비행기 안에 입양 가는 아이들과 같이 탔어요. 피부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니까 두려웠는지는 모르겠는데 (아기들이) 너무 울고 하니까 승객들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안게 됐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있는데 그 눈빛을 보니 나를 보내지 말고 나를 좀 봐달라는 식으로...“

그 덕에 남들은 누리기 힘든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친자식들마저도 현철이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합니다.

<인터뷰> 송순향(위탁모) : “아이를 내 배로 낳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구성원으로 가족을 만들었잖아요. 그게 친 아이들한테도 무척 좋은 것 같아요. 가족 안에서 우애도 배우고, 사랑도 배우고 배려도 배우고, 양보도 배우고 이러는 것 같아요.“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동이 무려 7천 명.

게다가 전국에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도 6천 명이나 되는 요즘..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들에게 보다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는 위탁모들이 더욱 값지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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