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낚시하다 실종’ 알고보니 보험사기

<앵커 멘트>

앞서 갓난아기를 입양해 보험금을 타낸 계모에 대한 소식도 전해드렸지만, 최근 보험사기의 수법도 다양해지고 치밀해지는 것 같습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이번에는 허위로 실종신고를 하고 실종자 역할을 맡은 사람은 이름도 바꾼 채 다른 지역에서 숨어 지내다 붙잡힌 겁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는데요.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노린 보험금이 12억 원에 달한다면서요?

<기자 멘트>

사망보험금으로 12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3개를 들었는데요.

현행법상 일반적으로 실종자는 실종신고 뒤 5년이 지나야 법원에서 사망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5년은 꼭꼭 숨어 지내야 한다는 얘긴데요.

돈을 위해서라면 신분 세탁에 심지어 사망자가 돼도 좋다는 허위 실종 보험사기,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라북도 군산시의 작은 섬...

지난 2010년 6월 10일 저녁 8시가 다 될 무렵 이 섬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50대 남성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같이 온 사람이 그렇게 증언을 한 것이죠. 물에 빠져 죽었다...”

실종자는 58살 김모 씨.

함께 낚시를 온 45살 오모 씨는 김 씨를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구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다음날부터 6일 동안 이 일대엔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동원된 경찰 등 수색인력만 100여 명.

헬기와 경비함정 40여 척도 투입됐는데요.

<녹취> 마을주민 (음성변조) : “(시신 찾느라) 그 다음날 잠수부도 들어가고, UDT 인가 그 사람들도 들어가고 다 들어갔죠.”

하지만... 바다 속에서 발견된 건 실종된 김 씨의 휴대전화뿐, 시신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섬마을 주민들에겐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김 씨가 빠진 곳은 물살이 빠르지도 않고, 조류가 마을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시신을 못 찾는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겁니다.

<녹취>마을주민 (음성변조) : “미끄러지는 돌도 아니고, 물살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치에 안 맞아요. 시신이 안 뜬다는 것이. 거기 물살도 없거든요.”

김 씨가 실종된 지 4개월 뒤 김 씨의 아들은 보험사에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김 씨의 사망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는데요,

지난해 3월에는 김 씨 아들이 보험금 청구소송까지 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송경호(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일반 실종이라서 실종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야지 법원에서 ‘실종선고’가 내려지고, 선고가 내려짐으로써 그 사람이 사망한 것처럼 모든 행정적인 서류가 되고, 그 후에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김 씨가 들어놓은 보험은 모두 3개.

김 씨가 사망할 경우, 모두 12억 7천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가입 시점이 문제였는데요.

김 씨가 실종되기 7개월 전부터 두 달 사이, 거액의 보험금을 탈수 있는 3개 보험에 잇따라 가입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녹취> 김승주 (00해상 보험조사부) : “2009년도 11월에 사망 시 담보금액을 5억 원으로 측정해서 가입을 한 건데, 보험가입하고 나서 기간이 오래되지 않고, (7개월 만에) 근접으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의심되는 점은 또 있었습니다.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상을 하던 김 씨가 중국여성과 무려 3번이나 국제결혼을 한 사실이 밝혀진 건데요.

<녹취> 김승주 (00해상 보험조사부) : “중국인하고 국제결혼을 한 전력이 여러 번 나온 것으로 봐서 중국에 연고가 있어, 혹시 중국으로 밀항하고, 허위로 실종신고를 한 것 아닌가...”

최초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 3년 반.

그리고 재수사에 착수한 지 1년 8개월 만에 경찰은 결정적 단서 하나를 포착하는데요,

바로 천안의 한 공중전화에서 김 씨의 지인에게 걸려온 전화...

그 지역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은 마침내 김 씨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집 주인 (음성변조) : “이 집, 이 방에 살던 사람인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두 사람이 와서 잡아 갔는데... (김 씨는) 9개월 살았나, 10개월 살았나...(이름은 뭐라고 했나요?) 석00”

김 씨는 석모 씨로, 이름까지 바꿔 사용하며, 3년 반 동안 도피생활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 씨를 주축으로 한 공범 6명은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하고, 완전 범죄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송경호(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범행) 전에 미리 답사를 해 가지고 ‘여기가 좋겠다’라는 지역을 자기네들이 선택을 했었죠. 보험금 12억 원을 탈 수 있는 아들, 같이 바다낚시를 했던 후배 등 (공범 6명이) 다들 각자 역할을 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 등에게 보험사기 혐의만 적용한 게 아닙니다.

허위 실종 신고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6일 동안이나 이뤄진 만큼 공무집행 방해 혐의까지 적용했는데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둔갑시킨 또 다른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0년에 적발된 허위실종자 55살 이모 씨.

이 씨가 실종됐다는 곳은 중국으로 가는 여객선이었습니다.

<녹취> 박찬열(경위/전남지방경찰청 수사2계) : “(2004년 11월) 동행자가 중국 가는 길에 (이 씨가) 없어졌다, 아마도 (여객선에서) 실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해서 (중국) 그쪽 공안에다가 실종신고를 해 가지고...”

그런데 이 씨는 실종되기 7개월 전 쯤.

한두 달 사이에 4개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중국 공안의 ‘실종신고서’와 현지 한국영사관의 ‘실종사실 확인서’만 가지고는 구체적인 실종 수사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찬열(경위/전남지방경찰청 수사2계) : “중국 공안에서 낸 (실종) 신고 출동 확인서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저희 (중국) 주재관을 통해서 진위를 확인했는데요, 단순히 그냥 (여객선) 여긴 없었다고 하니까 (이 씨의 실종) 확인서만 해준 상태였거든요. 실제 (실종)위치라든지 잘 안 나와 있으니까.. 그 쪽 수사상황을 전혀 모르니까...”

알고보니... 이 사건은 중국 현지 브로커까지 낀 조직적인 허위실종 보험사기였습니다.

중국 공안에 신고하면, 국내 경찰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악용한 건데요.

브로커들은 실종서류가 나오자, 이 씨의 국내 밀입국까지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억에 달하는 보험금을 노리고, 5년 동안 다른 사랑 행세를 하며 숨어 지낸 이 씨...

결국 경찰의 통신수사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점점 조직화, 지능화돼 가는 허위실종 보험사기.

보험업계에서는 해외 현지에도 조사팀을 파견하는 등 보험사기 근절에 힘쓰고 있는데요.

<녹취> 김 성(팀장/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 : “특히 해외에서 발생되고 있는 실종사건이라든지, 고액보험금이 관련된 (사기가)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심층적인 조사를 벌이고, 수사기관과 함께 공조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연간 3조 4천억 원의 보험금이 새나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국민 한 사람당 7만 원의 보험료를 더 내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