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석촌호수’ 살인범, 중국서 검거

입력 2013.12.31 (08:35) 수정 2013.12.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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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서울 석촌호수 근처에서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발생 얼마 후 공범 두 명은 붙잡혔는데 최근에 이 사건의 주범을 검거했다고 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기흥 기자,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건가요?

<기자 멘트>

공범들과 달리 주범인 이모 씨는 범행 다음날 바로 중국으로 출국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중국을 오가는 일명 보따리상이었는데요.

중국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이 씨는 가명을 사용하며 한국 식당 등지에서 일하면서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달 중국 공안에 검거됐는데요.

범행 10년 만에 종결된 석촌호수 살인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범행 10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 된 37살 이 씨.

긴 도피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서 그런지 이 씨는 범행 사실을 묵묵히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공항에서 인수받을 때 당시 첫마디가 홀가분하다. 한국에 와서 처벌받겠다. 죗값을 치르겠다. 마음을 놓는 편이었습니다."

사건은 2004년 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밤 11시 20분, 119 센터에 한 남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서울의 석촌 호수 옆 길가에 주차된 차량 안에 다친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송파 지역 차량에 사람이 많이 다쳐있다. 한번 가 봐라, 이래서 변사체가 최초 발견됐던 부분이죠."

신고자의 말대로 호숫가 주변에 주차된 차량에는 40대 여성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온몸이 끈으로 묶인 채 숨져있었고 차량 안에는 핸드백과 지갑 등이 널려있었습니다.

숨진 여성은 경기도 성남의 한 운수업체 사장 40대 전 모씨로 밝혀졌는데요.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이건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다. 그래서 현장에 출동했던 119 대원들이 112 신고를 해서 현장을 인지하게 된 거였죠."

그때부터 용의자 추적에 들어간 경찰은 맨 처음 119 센터에 걸려온 신고전화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어떤 사람이 많이 다쳐있다 이런 내용으로 신고를 했었는데 일반 사람이 다친 형식과 다른 방식이잖아요. 피해자가 양손이 다 결박되어있고 하니까…."

게다가 신고전화를 한 곳은 석촌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교대 지하철역의 공중전화였는데요.

시신이 있던 차량의 위치는 물론 차량 번호까지 정확하게 가르쳐 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단순 신고자로 보기에는 미심쩍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지갑에서 사라진 수표가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용의자 검거에 가장 큰 실마리가 된 것은 전 씨의 지갑에서 사라진 수표였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수표 추적을 통해서 용의자 특정이 된 거죠. 백만 원짜리 수표 석 장인가 그랬을 거예요."

경찰은 사라진 수표가 쓰인 경기도 평택의 유흥가를 돌며 사라진 용의자 세 사람의 몽타주를 작성했고 결국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유 모씨 등 공범 2명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2004년 1월 29일 <뉴스7> 방송 : "운수업체 여사장 살해용의자 3명 가운데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예상대로 공범 가운데 한 사람이 최초 신고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자 멘트>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신고까지 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던 그 급박한 상황에서 굳이 지하철 역의 공중전화까지 찾아가면서 신고 전화를 한 이유는 뭘까요?

경찰에 붙잡힌 유 씨 등 두 사람은 달아난 이 씨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요.

그리고 범행을 주도한 것은 바로 이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중국에서 일명 보따리상을 했어요.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금이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두 명은 그런 목적으로 범행을 했고 한 명은 한국에서 채무 관계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지만 자금 확보가 막막했던 이 씨의 눈에 운수업체 여사장인 전 씨가 들어온 것입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기존에 자기가 유통업을 하면서 운수업체 회사 운영하는 여사장님이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다른 공범 두 명을 범행에 가담시켰죠."

새로운 사업 시작과 빚 탕감이라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세 사람은 범행 하루 전날 모여 사전답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인 2004년 1월 2일 저녁, 전 씨의 회사 주차장에 몸을 숨긴 채 전 씨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 "피해자가 차량에 승차하는 것을 뒤따라가서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하고 그 다음에 피해자 차량을 이용해서 납치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범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피해자가) 몸부림을 치니까 피의자들이 흉기로 위협한다는 게 여사장을 찔러버렸기 때문에…."

흉기에 찔린 여사장을 상대로 신용카드 비밀번호 알아내지 못하면서 현금 인출에 실패한 겁니다.

결국 세 사람은 제3의 장소인 석촌 호수까지 이동한 뒤 전 씨를 태운 차를 버리고 지갑 안에 있는 수표 3장만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공범 가운데 유 씨는 휘두른 흉기에 피해자가 잘못될까 덜컥 겁이 났고 급한 마음에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석촌 호수에 많이 아픈 사람이 있다, 가 봐라. 그렇게 응급실에 전화했더니 그건 우리한테 하지 마라, 119에 신고하라 했죠."

그리고 유 씨는 병원 관계자의 말대로 119 센터에 신고전화까지 하게 됐는데요.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그냥 뒀다가는 자기네들이 큰 처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도주하는 과정에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신고했죠."

그리고 주범인 이 씨는 범행 바로 다음날인 3일, 중국으로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그때 아마 출국 사실은 안 나타난 것으로 봐서 형제 여권으로 나갔던지 위조 여권으로 나갔던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이 씨는 가명을 사용하며 한국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피 생활을 이어갔는데요.

하지만 완전 범죄는 없었습니다.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으로 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에 올라있던 이 씨는 지난달 8일 중국 공안에 검거돼 지난 24일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범인을 완전히 특정하고도 중국으로 도피해서 우리가 직접 잡아올 수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는데 다행이네요."

10년 만에 주범이 붙잡히며 종결된 석촌호수 살인사건.

강도살인혐의로 구속된 이 씨는 뒤늦게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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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석촌호수’ 살인범, 중국서 검거
    • 입력 2013-12-31 08:37:18
    • 수정2013-12-31 0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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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서울 석촌호수 근처에서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발생 얼마 후 공범 두 명은 붙잡혔는데 최근에 이 사건의 주범을 검거했다고 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기흥 기자,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건가요?

<기자 멘트>

공범들과 달리 주범인 이모 씨는 범행 다음날 바로 중국으로 출국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중국을 오가는 일명 보따리상이었는데요.

중국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이 씨는 가명을 사용하며 한국 식당 등지에서 일하면서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달 중국 공안에 검거됐는데요.

범행 10년 만에 종결된 석촌호수 살인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범행 10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 된 37살 이 씨.

긴 도피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서 그런지 이 씨는 범행 사실을 묵묵히 시인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공항에서 인수받을 때 당시 첫마디가 홀가분하다. 한국에 와서 처벌받겠다. 죗값을 치르겠다. 마음을 놓는 편이었습니다."

사건은 2004년 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밤 11시 20분, 119 센터에 한 남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서울의 석촌 호수 옆 길가에 주차된 차량 안에 다친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송파 지역 차량에 사람이 많이 다쳐있다. 한번 가 봐라, 이래서 변사체가 최초 발견됐던 부분이죠."

신고자의 말대로 호숫가 주변에 주차된 차량에는 40대 여성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온몸이 끈으로 묶인 채 숨져있었고 차량 안에는 핸드백과 지갑 등이 널려있었습니다.

숨진 여성은 경기도 성남의 한 운수업체 사장 40대 전 모씨로 밝혀졌는데요.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이건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다. 그래서 현장에 출동했던 119 대원들이 112 신고를 해서 현장을 인지하게 된 거였죠."

그때부터 용의자 추적에 들어간 경찰은 맨 처음 119 센터에 걸려온 신고전화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어떤 사람이 많이 다쳐있다 이런 내용으로 신고를 했었는데 일반 사람이 다친 형식과 다른 방식이잖아요. 피해자가 양손이 다 결박되어있고 하니까…."

게다가 신고전화를 한 곳은 석촌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교대 지하철역의 공중전화였는데요.

시신이 있던 차량의 위치는 물론 차량 번호까지 정확하게 가르쳐 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단순 신고자로 보기에는 미심쩍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지갑에서 사라진 수표가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용의자 검거에 가장 큰 실마리가 된 것은 전 씨의 지갑에서 사라진 수표였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수표 추적을 통해서 용의자 특정이 된 거죠. 백만 원짜리 수표 석 장인가 그랬을 거예요."

경찰은 사라진 수표가 쓰인 경기도 평택의 유흥가를 돌며 사라진 용의자 세 사람의 몽타주를 작성했고 결국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유 모씨 등 공범 2명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2004년 1월 29일 <뉴스7> 방송 : "운수업체 여사장 살해용의자 3명 가운데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예상대로 공범 가운데 한 사람이 최초 신고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자 멘트>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신고까지 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던 그 급박한 상황에서 굳이 지하철 역의 공중전화까지 찾아가면서 신고 전화를 한 이유는 뭘까요?

경찰에 붙잡힌 유 씨 등 두 사람은 달아난 이 씨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요.

그리고 범행을 주도한 것은 바로 이 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중국에서 일명 보따리상을 했어요.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금이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두 명은 그런 목적으로 범행을 했고 한 명은 한국에서 채무 관계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지만 자금 확보가 막막했던 이 씨의 눈에 운수업체 여사장인 전 씨가 들어온 것입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기존에 자기가 유통업을 하면서 운수업체 회사 운영하는 여사장님이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다른 공범 두 명을 범행에 가담시켰죠."

새로운 사업 시작과 빚 탕감이라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세 사람은 범행 하루 전날 모여 사전답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인 2004년 1월 2일 저녁, 전 씨의 회사 주차장에 몸을 숨긴 채 전 씨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 "피해자가 차량에 승차하는 것을 뒤따라가서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하고 그 다음에 피해자 차량을 이용해서 납치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범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피해자가) 몸부림을 치니까 피의자들이 흉기로 위협한다는 게 여사장을 찔러버렸기 때문에…."

흉기에 찔린 여사장을 상대로 신용카드 비밀번호 알아내지 못하면서 현금 인출에 실패한 겁니다.

결국 세 사람은 제3의 장소인 석촌 호수까지 이동한 뒤 전 씨를 태운 차를 버리고 지갑 안에 있는 수표 3장만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공범 가운데 유 씨는 휘두른 흉기에 피해자가 잘못될까 덜컥 겁이 났고 급한 마음에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석촌 호수에 많이 아픈 사람이 있다, 가 봐라. 그렇게 응급실에 전화했더니 그건 우리한테 하지 마라, 119에 신고하라 했죠."

그리고 유 씨는 병원 관계자의 말대로 119 센터에 신고전화까지 하게 됐는데요.

<인터뷰> 김상수(경사/수서경찰서 강력3팀) : "그냥 뒀다가는 자기네들이 큰 처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도주하는 과정에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신고했죠."

그리고 주범인 이 씨는 범행 바로 다음날인 3일, 중국으로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그때 아마 출국 사실은 안 나타난 것으로 봐서 형제 여권으로 나갔던지 위조 여권으로 나갔던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이 씨는 가명을 사용하며 한국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피 생활을 이어갔는데요.

하지만 완전 범죄는 없었습니다.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으로 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에 올라있던 이 씨는 지난달 8일 중국 공안에 검거돼 지난 24일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인터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음성변조) : "범인을 완전히 특정하고도 중국으로 도피해서 우리가 직접 잡아올 수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는데 다행이네요."

10년 만에 주범이 붙잡히며 종결된 석촌호수 살인사건.

강도살인혐의로 구속된 이 씨는 뒤늦게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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