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달리던 루지, 소치 무대 서다

입력 2014.01.09 (10:54) 수정 2014.01.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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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루지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킨 것은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기적'에 가깝다.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현재 대표팀 선수들 외에는 활동하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대표팀 선수들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 처음 루지를 접했다.

여자 싱글의 최은주와 남자 2인승의 박진용이 2010년에 호기심 반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대표가 됐고, 여자 싱글의 성은령과 남자 싱글의 김동현은 이듬해 합류했다.

남자 2인승의 조정명은 올 시즌 직전에야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은령은 "밴쿠버올림픽 때 루지 경기를 보긴 했지만 그것이 루지인지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종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초보들이었다.

광고나 보도 등을 여러 차례 소개됐듯이, 이들은 변변한 트랙 하나 없는 국내 여건 탓에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며 경기 감각을 익혔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던 대표팀 소집 초창기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려면 차를 타고 30분을 달려야 하는 시골에서 레슬링, 유도 등 다른 종목의 훈련 방식을 무작정 따라하며 체력을
쌓았다.

아스팔트 위에서 타는 썰매와 실제 빙판 위를 달리는 썰매는 그 느낌부터 다르다. 더군다나 루지는 위험성이 높고, 미세한 조작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10년 전에 선배가 사용하던 헬멧을 쓰고, 외국 유스 스쿨에서 사용하던 썰매를 빌려 가며 처음 나선 실전에서는 연거푸 전복 사고를 경험하며 부상을 달고 살았다.

하도 사고를 많이 내자 국제루지경기연맹(FIL)에서 대회 참가를 반려하던 것이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대표 선수들은 트랙을 미끄러질 기회가 올 때마다 외국 선수들의 2배 가까운 훈련량을 소화하는 근성으로 조금씩 실력을 키웠다.

2011년 말 김동현과 성은령이 아시안컵에서 각각 남녀 싱글 주니어 금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계주 10위에 오르고 12월에는 월드컵에서 팀 계주 8위에 올랐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는 최은주가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니어 정상을 밟기도 했다.

점차 후원 규모가 커지고 훈련 환경이 그나마 나아지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선수들은 특히 지난해 여름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가 부임한 것을 결정적인 계기로 꼽는다.

그 전까지 기초적인 장비 관리법조차 모르던 선수들은 자르토르 코치의 지도 덕에 국제무대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받는 신예가 됐다.

물론, 여전히 대표팀 선수들은 실수가 많아 무수히 담금질을 거쳐야 할 초보 선수들이다.

하지만 썰매를 시작한 지 고작 3∼4년 만에 올림픽 출전까지 이뤄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치에서도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표팀의 목표는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팀 계주에서 13곳의 출전 팀 가운데 '톱10'에 진입하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8위까지 올라 본 만큼 내심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도 있다.

대한루지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외국 선수들은 팀 계주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선수들은 개인전 때보다 팀 계주에서 실수가 적다"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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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팔트 달리던 루지, 소치 무대 서다
    • 입력 2014-01-09 10:54:39
    • 수정2014-01-09 13:26:54
    연합뉴스
한국 루지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킨 것은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기적'에 가깝다.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현재 대표팀 선수들 외에는 활동하는 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대표팀 선수들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에 처음 루지를 접했다.

여자 싱글의 최은주와 남자 2인승의 박진용이 2010년에 호기심 반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대표가 됐고, 여자 싱글의 성은령과 남자 싱글의 김동현은 이듬해 합류했다.

남자 2인승의 조정명은 올 시즌 직전에야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은령은 "밴쿠버올림픽 때 루지 경기를 보긴 했지만 그것이 루지인지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종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초보들이었다.

광고나 보도 등을 여러 차례 소개됐듯이, 이들은 변변한 트랙 하나 없는 국내 여건 탓에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며 경기 감각을 익혔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던 대표팀 소집 초창기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려면 차를 타고 30분을 달려야 하는 시골에서 레슬링, 유도 등 다른 종목의 훈련 방식을 무작정 따라하며 체력을
쌓았다.

아스팔트 위에서 타는 썰매와 실제 빙판 위를 달리는 썰매는 그 느낌부터 다르다. 더군다나 루지는 위험성이 높고, 미세한 조작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10년 전에 선배가 사용하던 헬멧을 쓰고, 외국 유스 스쿨에서 사용하던 썰매를 빌려 가며 처음 나선 실전에서는 연거푸 전복 사고를 경험하며 부상을 달고 살았다.

하도 사고를 많이 내자 국제루지경기연맹(FIL)에서 대회 참가를 반려하던 것이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대표 선수들은 트랙을 미끄러질 기회가 올 때마다 외국 선수들의 2배 가까운 훈련량을 소화하는 근성으로 조금씩 실력을 키웠다.

2011년 말 김동현과 성은령이 아시안컵에서 각각 남녀 싱글 주니어 금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계주 10위에 오르고 12월에는 월드컵에서 팀 계주 8위에 올랐다.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는 최은주가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니어 정상을 밟기도 했다.

점차 후원 규모가 커지고 훈련 환경이 그나마 나아지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선수들은 특히 지난해 여름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가 부임한 것을 결정적인 계기로 꼽는다.

그 전까지 기초적인 장비 관리법조차 모르던 선수들은 자르토르 코치의 지도 덕에 국제무대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받는 신예가 됐다.

물론, 여전히 대표팀 선수들은 실수가 많아 무수히 담금질을 거쳐야 할 초보 선수들이다.

하지만 썰매를 시작한 지 고작 3∼4년 만에 올림픽 출전까지 이뤄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치에서도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표팀의 목표는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팀 계주에서 13곳의 출전 팀 가운데 '톱10'에 진입하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8위까지 올라 본 만큼 내심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도 있다.

대한루지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외국 선수들은 팀 계주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선수들은 개인전 때보다 팀 계주에서 실수가 적다"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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