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설움’ 딛고 소치로! 한국 썰매의 기적

입력 2014.01.09 (13:14) 수정 2014.01.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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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변방의 설움'을 겪던 한국 썰매 종목이 연달아 낭보를 전하고 있다.

9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2인승 금·은메달을 휩쓴 데 이어 한국 루지 대표팀은 최초로 전 종목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종목이 낭보를 전한 것은 이날 하루만이 아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카컵 정상에 오른 여세를 몰아 올 시즌에만 4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원윤종이 파일럿을 맡은 A팀은 이날까지 금메달 3개를 휩쓸어 남은 8차 대회 결과에 따라 아시아 팀 가운데 최초로 아메리카컵 종합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스켈레톤에서는 썰매를 탄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신예 윤성빈이 아메리칸컵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대륙간컵에서 올 시즌 메달 행진을 벌인 끝에 7일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루지에서는 지난해 12월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인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팀 계주 8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어 참가한 아시안컵에서는 최은주가 최초로 시니어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썰매 세 종목에서 달성한 '사상 최초'의 쾌거만 나열해도 이 정도다.

열악한 국내 현실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한 성과다.

'개척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1세대 선수로 뛰며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썰매 종목의 씨앗을 뿌린 지 아직 20년도 지나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듯 국내에는 선수들이 마음껏 경험을 쌓을 썰매 트랙조차 없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100m 정도 길이의 스타트 훈련장이 생긴 것이 전부다.

아직도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여명에 불과하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등록한 선수는 이보다 많지만, 실제로 활동 중인 선수는 30명 내외다.

이나마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기량을 닦은 선수가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 전향하거나 아예 백지에서 처음 엘리트 체육의 길로 들어선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밤에는 선수들이 직접 썰매 날을 닦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등 열악한 현실에서 이들이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현실을 근성으로 이겨낸 선수들이 속속 소치로 향하고 있다.

루지 대표팀 4명이 모두 출전권을 획득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에서 출전권 획득이 사실상 확정적이고, 남자부 두 종목에서 한 장씩 더 출전권을 따내겠다며 막바지 대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만약 남자 4인승과 2인승에서 모두 두 장씩의 출전권을 따낸다면 봅슬레이 세 종목에서만 최대 11명의 선수가 올림픽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여의치 않아 1장씩밖에 얻지 못하
더라도 최소 7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여기에 스켈레톤에서도 윤성빈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 유력하고, 상황에 따라 두 명까지도 출전이 가능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짠다면 썰매 세 종목에서 최대 16명이 소치로 향할 수 있다.

한 명의 올림피언도 배출하기 어렵던 10여 년 전의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다.

물론, 썰매 선수단은 소치올림픽에서 여전히 메달 후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뒤 평창에 들어설 썰매 트랙에서 미리 공략 노하우를 개발한다면 평창올림픽에서는 유망 종목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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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방 설움’ 딛고 소치로! 한국 썰매의 기적
    • 입력 2014-01-09 13:14:54
    • 수정2014-01-09 13:35:23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변방의 설움'을 겪던 한국 썰매 종목이 연달아 낭보를 전하고 있다.

9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2인승 금·은메달을 휩쓴 데 이어 한국 루지 대표팀은 최초로 전 종목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종목이 낭보를 전한 것은 이날 하루만이 아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카컵 정상에 오른 여세를 몰아 올 시즌에만 4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원윤종이 파일럿을 맡은 A팀은 이날까지 금메달 3개를 휩쓸어 남은 8차 대회 결과에 따라 아시아 팀 가운데 최초로 아메리카컵 종합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스켈레톤에서는 썰매를 탄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신예 윤성빈이 아메리칸컵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대륙간컵에서 올 시즌 메달 행진을 벌인 끝에 7일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루지에서는 지난해 12월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인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팀 계주 8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어 참가한 아시안컵에서는 최은주가 최초로 시니어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썰매 세 종목에서 달성한 '사상 최초'의 쾌거만 나열해도 이 정도다.

열악한 국내 현실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한 성과다.

'개척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1세대 선수로 뛰며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썰매 종목의 씨앗을 뿌린 지 아직 20년도 지나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듯 국내에는 선수들이 마음껏 경험을 쌓을 썰매 트랙조차 없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100m 정도 길이의 스타트 훈련장이 생긴 것이 전부다.

아직도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여명에 불과하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등록한 선수는 이보다 많지만, 실제로 활동 중인 선수는 30명 내외다.

이나마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기량을 닦은 선수가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 전향하거나 아예 백지에서 처음 엘리트 체육의 길로 들어선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밤에는 선수들이 직접 썰매 날을 닦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등 열악한 현실에서 이들이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현실을 근성으로 이겨낸 선수들이 속속 소치로 향하고 있다.

루지 대표팀 4명이 모두 출전권을 획득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에서 출전권 획득이 사실상 확정적이고, 남자부 두 종목에서 한 장씩 더 출전권을 따내겠다며 막바지 대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만약 남자 4인승과 2인승에서 모두 두 장씩의 출전권을 따낸다면 봅슬레이 세 종목에서만 최대 11명의 선수가 올림픽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여의치 않아 1장씩밖에 얻지 못하
더라도 최소 7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여기에 스켈레톤에서도 윤성빈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 유력하고, 상황에 따라 두 명까지도 출전이 가능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짠다면 썰매 세 종목에서 최대 16명이 소치로 향할 수 있다.

한 명의 올림피언도 배출하기 어렵던 10여 년 전의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다.

물론, 썰매 선수단은 소치올림픽에서 여전히 메달 후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뒤 평창에 들어설 썰매 트랙에서 미리 공략 노하우를 개발한다면 평창올림픽에서는 유망 종목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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