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납품비리 이 정도라니…

입력 2014.01.10 (07:34) 수정 2014.01.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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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해설위원]

기업들의 납품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화승그룹의 전현직 임직원 수십명이 협력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간부들이 이 같은 비리를 주도했습니다.

검찰에 적발된 수법을 보면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현대중공업의 한 간부는 마치 협력업체에 돈을 빌려준 것처럼 28억 원 상당의 차용증을 만들어 공증까지 한 뒤에 매달 1200만 원씩을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임원은 골프회원권을 받아 사용하다가 이를 되팔아서 현금을 챙겼습니다. 세계 정상급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화승그룹의 납품비리도 광범위하고 구조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억대 연봉의 임원들이 무려 5년에 걸쳐 매달 수백만 원씩을 받아왔습니다. 엘지전자는 건설업체에 가전제품을 납품하면서 영업점에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리다 적발됐습니다. 연대보증 요구를 거부하면 거래를 끊는 등 불이익을 줬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로 이들 기업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왜곡된 윤리의식과 소홀한 내부감시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격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기업 윤리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한 셈입니다. 특히 납품과정의 뇌물은 생산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서 국제경쟁력의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이들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뿌리 깊은 부패 구조는 다른 기업에도 얼마든지 잠복돼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현대중공업 등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패 고리를 없애고 원청업체의 횡포를 근절하는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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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납품비리 이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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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1-10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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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해설위원]

기업들의 납품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화승그룹의 전현직 임직원 수십명이 협력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간부들이 이 같은 비리를 주도했습니다.

검찰에 적발된 수법을 보면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현대중공업의 한 간부는 마치 협력업체에 돈을 빌려준 것처럼 28억 원 상당의 차용증을 만들어 공증까지 한 뒤에 매달 1200만 원씩을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임원은 골프회원권을 받아 사용하다가 이를 되팔아서 현금을 챙겼습니다. 세계 정상급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화승그룹의 납품비리도 광범위하고 구조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억대 연봉의 임원들이 무려 5년에 걸쳐 매달 수백만 원씩을 받아왔습니다. 엘지전자는 건설업체에 가전제품을 납품하면서 영업점에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리다 적발됐습니다. 연대보증 요구를 거부하면 거래를 끊는 등 불이익을 줬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로 이들 기업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왜곡된 윤리의식과 소홀한 내부감시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격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기업 윤리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한 셈입니다. 특히 납품과정의 뇌물은 생산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서 국제경쟁력의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이들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뿌리 깊은 부패 구조는 다른 기업에도 얼마든지 잠복돼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현대중공업 등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패 고리를 없애고 원청업체의 횡포를 근절하는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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