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짝사랑한 여교사 살해…이유는?

입력 2014.01.24 (08:37) 수정 2014.01.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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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달 중순에 2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알고보니 피해 여성은 피의자가다니던 고등학교의 선생님,그러니까 두 사람은사제지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김기흥 기자가 이 사건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피의자가 피해여성을 스토킹 해왔다고요?

<기자 멘트>

고등학교 시절에 젊은 여자 선생님에게 좋은 감정을 갖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 남성은 그런 행동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여교사가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얘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쫓아다녔는데요.

욕설을 기본이고 폭행에 심지어 성폭행까지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데요.

4년 내내 이어져온 한 남성의 스토킹.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8일 저녁...

이 건물에서 한 남성이 다급하게 뛰쳐나왔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그 남자 한명이 탁 나온 거예요. 맨발 벗고. 손에 뭘 감싸고... 와서 그러더래요. ‘얼굴에 뭐 묻었냐’고. ‘안 묻었다’ 그러니까 쑥 갔다가 다시 도망간 거예요.”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그 친구 나이가 어떻게 보였어요?) 어렸어요. 22살? 23살? 눈은 쌍꺼풀이 진했고, 스포츠에 갈색 머리...”

남성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지만,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그런데... 몇 시간 뒤 이 건물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계단과 계단을 이어주는 그런 공간 있잖아요. 그쪽에서 발견됐죠. 이삿짐용, 종이 상자가 아니고 플라스틱 재질로 된 (상자 속에...)”

그리고 경찰서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어렵게 입을 뗀 여성은 아들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고 흐느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유 씨가) 범행을 저지른 다음에 그 여자 휴대전화로 목사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분이 피의자 어머님한테 이러한 상황이다 해서 그 어머님이 신고를 했죠.”

사건발생 15시간 만에 21살 유모 씨는 인근의 주차장에 숨어있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알고 보니, 유 씨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4년 전 유 씨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상담교사 한모 씨로 밝혀졌는데요, 유 씨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유 씨는 왜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선생님을 무참히 살해한 걸까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유 씨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찾아가봤습니다.

지난 2009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유 씨는 진학 상담교사인 한 씨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그 학생을 맡았던 선생님이 (있나요?)) 그 맡았던 선생님이 (피해자) 000 선생님이에요.”

그런데 유 씨의 호감은 점점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씨에게 연락을 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하고, 숙소까지 찾아가기도 했다는데요...

견디다 못한 한 씨가 ‘선생과 제자’라며 선을 그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한 씨는 학교 측과 상의해 유 씨의 부모님께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는데요,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학교 측에서 가족에게 이 학생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자퇴한 것이고요. 그 학생 부모님이 다 압니다.”

그런데, 학교를 그만둔 유 씨는 자신과 한 씨가 애인 사이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를 알게 된 한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유 씨는 한 씨를 찾아가, 성폭행까지 시도하다 미수에 그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지만, 한 씨는 제자의 미래를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원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합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선생님 자체 성향이 학생들을 (위해서) 어떻게든 장래를 위해서 본인이 희생하다가 그렇게 되었는데요. (제자가) 불쌍하니까...”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유 씨.

‘망상장애’ 진단을 받게 됩니다.

<녹취> 이호분 (정신과전문의) :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 ‘망상’이라고 하죠.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자기 사고 체계 내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있는 거예요. 자기 믿음 체계에 위반되는 행동을 상대가 했을 때는 굉장히 공격적이거나 강한 집착을 오히려 보이거나 그럴 수 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망상 장애' 성향의 사람에게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더 강한 집착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입니다.

<리포트>

망상장애 진단을 받고, 얼마간 치료를 받은 유씨는 201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한 씨에 대한 집착도 끝날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녹취> 故 한00 유족 (음성변조) :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유학 가서도 메일로 계속 그런 협박을 했더라고요. (유 씨가) 떠났으니까 별 그런 것이 없겠지 했는데, 수백 통의 메일로 협박하고, 계속 그렇게 했더라고요.”

한 씨가 이메일과 SNS를 아예 폐쇄해 버리자, 유 씨는 한 씨의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한 씨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한 씨가 지난해 7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자, 유 씨는 한 씨가 결혼한다는 소문을 기정사실처럼 믿어버리고 맙니다.

그 뒤... 유 씨는 한 씨의 미니홈페이지에 심한 욕설과 협박 글을 쏟아내며, 한 씨를 반드시 찾아내, 해코지하겠다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녹취> 故 한00 유족 (음성변조) : “그렇게 고통 받는지는 몰랐어요. 조카도 보니까 신경(정신과)치료를 받았더라고요. 조카가 워낙 말이 없는 아이라서 이 정도로 힘들었는지는...”

한 씨는 결혼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성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씨가 결혼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 지난해 12월 귀국한 유씨.

결국, 집요하게 알아낸 한 씨의 새 직장을 찾아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유 씨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오히려 한 씨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결국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망상적인 스토커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본인은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즉, 부모가 우리의 사랑을 끊어놓고 있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더 애착을 갖게 되거든요. 더 집착하고... 그런 사람이 배신했으니까 (피의자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죠.”

검찰은 살해 혐의로 유 씨를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함께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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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짝사랑한 여교사 살해…이유는?
    • 입력 2014-01-24 08:40:17
    • 수정2014-01-24 0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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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달 중순에 2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알고보니 피해 여성은 피의자가다니던 고등학교의 선생님,그러니까 두 사람은사제지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김기흥 기자가 이 사건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피의자가 피해여성을 스토킹 해왔다고요?

<기자 멘트>

고등학교 시절에 젊은 여자 선생님에게 좋은 감정을 갖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 남성은 그런 행동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여교사가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얘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쫓아다녔는데요.

욕설을 기본이고 폭행에 심지어 성폭행까지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데요.

4년 내내 이어져온 한 남성의 스토킹.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8일 저녁...

이 건물에서 한 남성이 다급하게 뛰쳐나왔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그 남자 한명이 탁 나온 거예요. 맨발 벗고. 손에 뭘 감싸고... 와서 그러더래요. ‘얼굴에 뭐 묻었냐’고. ‘안 묻었다’ 그러니까 쑥 갔다가 다시 도망간 거예요.”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그 친구 나이가 어떻게 보였어요?) 어렸어요. 22살? 23살? 눈은 쌍꺼풀이 진했고, 스포츠에 갈색 머리...”

남성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지만,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그런데... 몇 시간 뒤 이 건물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계단과 계단을 이어주는 그런 공간 있잖아요. 그쪽에서 발견됐죠. 이삿짐용, 종이 상자가 아니고 플라스틱 재질로 된 (상자 속에...)”

그리고 경찰서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어렵게 입을 뗀 여성은 아들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고 흐느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유 씨가) 범행을 저지른 다음에 그 여자 휴대전화로 목사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분이 피의자 어머님한테 이러한 상황이다 해서 그 어머님이 신고를 했죠.”

사건발생 15시간 만에 21살 유모 씨는 인근의 주차장에 숨어있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알고 보니, 유 씨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4년 전 유 씨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상담교사 한모 씨로 밝혀졌는데요, 유 씨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유 씨는 왜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선생님을 무참히 살해한 걸까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유 씨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찾아가봤습니다.

지난 2009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유 씨는 진학 상담교사인 한 씨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그 학생을 맡았던 선생님이 (있나요?)) 그 맡았던 선생님이 (피해자) 000 선생님이에요.”

그런데 유 씨의 호감은 점점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씨에게 연락을 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하고, 숙소까지 찾아가기도 했다는데요...

견디다 못한 한 씨가 ‘선생과 제자’라며 선을 그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한 씨는 학교 측과 상의해 유 씨의 부모님께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는데요,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학교 측에서 가족에게 이 학생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자퇴한 것이고요. 그 학생 부모님이 다 압니다.”

그런데, 학교를 그만둔 유 씨는 자신과 한 씨가 애인 사이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를 알게 된 한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유 씨는 한 씨를 찾아가, 성폭행까지 시도하다 미수에 그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지만, 한 씨는 제자의 미래를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원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합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선생님 자체 성향이 학생들을 (위해서) 어떻게든 장래를 위해서 본인이 희생하다가 그렇게 되었는데요. (제자가) 불쌍하니까...”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유 씨.

‘망상장애’ 진단을 받게 됩니다.

<녹취> 이호분 (정신과전문의) :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 ‘망상’이라고 하죠.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자기 사고 체계 내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있는 거예요. 자기 믿음 체계에 위반되는 행동을 상대가 했을 때는 굉장히 공격적이거나 강한 집착을 오히려 보이거나 그럴 수 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망상 장애' 성향의 사람에게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더 강한 집착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입니다.

<리포트>

망상장애 진단을 받고, 얼마간 치료를 받은 유씨는 201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한 씨에 대한 집착도 끝날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녹취> 故 한00 유족 (음성변조) :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유학 가서도 메일로 계속 그런 협박을 했더라고요. (유 씨가) 떠났으니까 별 그런 것이 없겠지 했는데, 수백 통의 메일로 협박하고, 계속 그렇게 했더라고요.”

한 씨가 이메일과 SNS를 아예 폐쇄해 버리자, 유 씨는 한 씨의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한 씨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한 씨가 지난해 7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자, 유 씨는 한 씨가 결혼한다는 소문을 기정사실처럼 믿어버리고 맙니다.

그 뒤... 유 씨는 한 씨의 미니홈페이지에 심한 욕설과 협박 글을 쏟아내며, 한 씨를 반드시 찾아내, 해코지하겠다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녹취> 故 한00 유족 (음성변조) : “그렇게 고통 받는지는 몰랐어요. 조카도 보니까 신경(정신과)치료를 받았더라고요. 조카가 워낙 말이 없는 아이라서 이 정도로 힘들었는지는...”

한 씨는 결혼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성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씨가 결혼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 지난해 12월 귀국한 유씨.

결국, 집요하게 알아낸 한 씨의 새 직장을 찾아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유 씨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오히려 한 씨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결국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망상적인 스토커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본인은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즉, 부모가 우리의 사랑을 끊어놓고 있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더 애착을 갖게 되거든요. 더 집착하고... 그런 사람이 배신했으니까 (피의자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죠.”

검찰은 살해 혐의로 유 씨를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함께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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