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각박한 세상’에 잇단 청년 고독사

입력 2014.02.12 (08:35) 수정 2014.02.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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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흔히 말하는 고독사에 해당될 텐데요.

고독사라는 것이 노년층의 문제만은 아니군요?

<기자 멘트>

네. 흔히들 고독사 하면, 소외된 독거노인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혈기 왕성한 청년층의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취업난과 각박한 주변환경, 그리고 어려운 경제상황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30대 청년들의 안타까운 고독사 그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오후, 부산의 한 파출소에 시신을 발견했다는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112 신고받고 현장에 갔는데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까 사람이 운명해서 누워있다고….”

신고를 한 사람은 연립주택 2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

숨진 사람은 1층에 세 들어 살던 30대 남성 김 모씨였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총각, 총각 부르고 들어갔어요. 입구에 하필 딱 누워있더라고요. 그래서 겁이 나서 뛰어나와 버렸어요.”

경찰이 들어간 방 안에는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시신이 누워 있었습니다.

이미 숨진 지 두 달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그제서야 집주인도 김 씨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한 달에 매일은 못 만나도 열 번은 봐 지거든요. 3개월 넘었을 거예요. 안 보인지.”

검안의가 밝힌 김 씨의 사인은 뜻밖에도 영양결핍과 급성 심장마비.

경찰은 검안의의 소견을 토대로 홀로 살던 김 씨가 영양결핍 등에 시달리다 심장마비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법의의 소견입니다. 영양 결핍증세가 병행되었다. (지인들 말이) 항시 배달음식만 먹더라. 그런 것으로 봐서는 제대로 밥을 먹었겠나 혼자 살면서…”

지난 2011년부터 이 집에 홀로 세 들어 살았던 김 씨.

일용직 근로를 하며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집안에 남긴 살림살이라고는 냄비 하나에 밥그릇 하나.

안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낡은 옷장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누구 손님 오면 여기서 잘 보면 보이거든요. 저 집에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아무도 안 찾아오더라고요.”

경찰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 씨가 취업 문제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하나뿐인 동생에게도 짐이 될까봐 연락을 피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웃 중에서도 김 씨의 사망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이 없어 홀로 숨진 김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지 두 달이 지난 뒤에서야 발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옛날에 (토박이가) 많이 살았을 때는 터놓고 왕래도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누가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지 몰라요, 실제로.”

<기자 멘트>

김 씨처럼 홀로 쓸쓸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한 해 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독사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 부산의 한 원룸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숨진 남성의 나이는 34살.

이 남성 역시 몇 개월 동안 월세를 받지 못한 집주인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양익수(경위/부산 동래경찰서 온천지구대) : “술병과 여러 가지 옷가지 같은 게 어지럽게 있고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에 목을 매고 자살(했습니다).”

숨진 남성의 방에서 발견된 건 유서가 아니라 졸업한 대학과 취득한 자격증 등이 꼼꼼히 적힌 입사 이력서였습니다.

취업난에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집은 그 사람이 여기는 아니고 서울인가 경기도였는데 자기 집에는 취직하러 내려왔다고 해서 취직이 안 되서 자기가 비관을 했나 그래서 숨졌다고….”

서울에 사는 가족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2년여.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누구도 이 청년의 사망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양익수 (경위/부산동래경찰서 온천지구대) : “계단에 다리 올리는 순간부터 냄새가 나더라고요.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그 내용을 모르더라고요. 바로 옆방에 사는 사람이. 그러니까 그만큼 사회가 각박하다는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 30대 여성은 영양결핍으로 숨진 지 7개월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잇따르는 청년 고독사의 배경으로 ‘빈곤’과 ‘경쟁’을 꼽습니다.

<인터뷰> 최항섭(교수/국민대 사회학과) : “더 악화된 경제 상황, 더 치열해진 생존 조건 이런 것들로 인해서 가족 성원들이 자기 혼자 살기에도 바빠서 다른 성원들을 보살필 수 없는 그러한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죠. ”

젊은층의 고독사까지 늘자 최근 1인가구의 고독사를 막아보자는 시민단체까지 생겨났습니다.

사회가 나서서 최소한의 인간관계와 정을 복원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송영신(대표/한국1인가구연합) : “과거의 지역 공동체를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이상 제2의 가족인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서 관계망을 형성한다면 단절된 인간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거죠.”

치열해진 생존경쟁과 각박해진 인정 속에서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청년들.

이들의 안타까운 비극을 막을 사회적 관심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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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각박한 세상’에 잇단 청년 고독사
    • 입력 2014-02-12 08:41:21
    • 수정2014-02-12 09: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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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흔히 말하는 고독사에 해당될 텐데요.

고독사라는 것이 노년층의 문제만은 아니군요?

<기자 멘트>

네. 흔히들 고독사 하면, 소외된 독거노인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혈기 왕성한 청년층의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취업난과 각박한 주변환경, 그리고 어려운 경제상황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30대 청년들의 안타까운 고독사 그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오후, 부산의 한 파출소에 시신을 발견했다는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112 신고받고 현장에 갔는데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까 사람이 운명해서 누워있다고….”

신고를 한 사람은 연립주택 2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

숨진 사람은 1층에 세 들어 살던 30대 남성 김 모씨였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총각, 총각 부르고 들어갔어요. 입구에 하필 딱 누워있더라고요. 그래서 겁이 나서 뛰어나와 버렸어요.”

경찰이 들어간 방 안에는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시신이 누워 있었습니다.

이미 숨진 지 두 달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그제서야 집주인도 김 씨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한 달에 매일은 못 만나도 열 번은 봐 지거든요. 3개월 넘었을 거예요. 안 보인지.”

검안의가 밝힌 김 씨의 사인은 뜻밖에도 영양결핍과 급성 심장마비.

경찰은 검안의의 소견을 토대로 홀로 살던 김 씨가 영양결핍 등에 시달리다 심장마비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법의의 소견입니다. 영양 결핍증세가 병행되었다. (지인들 말이) 항시 배달음식만 먹더라. 그런 것으로 봐서는 제대로 밥을 먹었겠나 혼자 살면서…”

지난 2011년부터 이 집에 홀로 세 들어 살았던 김 씨.

일용직 근로를 하며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집안에 남긴 살림살이라고는 냄비 하나에 밥그릇 하나.

안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낡은 옷장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녹취> 집주인 (음성변조) :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누구 손님 오면 여기서 잘 보면 보이거든요. 저 집에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아무도 안 찾아오더라고요.”

경찰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 씨가 취업 문제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하나뿐인 동생에게도 짐이 될까봐 연락을 피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웃 중에서도 김 씨의 사망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이 없어 홀로 숨진 김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지 두 달이 지난 뒤에서야 발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옛날에 (토박이가) 많이 살았을 때는 터놓고 왕래도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누가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지 몰라요, 실제로.”

<기자 멘트>

김 씨처럼 홀로 쓸쓸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한 해 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독사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 부산의 한 원룸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숨진 남성의 나이는 34살.

이 남성 역시 몇 개월 동안 월세를 받지 못한 집주인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양익수(경위/부산 동래경찰서 온천지구대) : “술병과 여러 가지 옷가지 같은 게 어지럽게 있고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에 목을 매고 자살(했습니다).”

숨진 남성의 방에서 발견된 건 유서가 아니라 졸업한 대학과 취득한 자격증 등이 꼼꼼히 적힌 입사 이력서였습니다.

취업난에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집은 그 사람이 여기는 아니고 서울인가 경기도였는데 자기 집에는 취직하러 내려왔다고 해서 취직이 안 되서 자기가 비관을 했나 그래서 숨졌다고….”

서울에 사는 가족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2년여.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누구도 이 청년의 사망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양익수 (경위/부산동래경찰서 온천지구대) : “계단에 다리 올리는 순간부터 냄새가 나더라고요.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그 내용을 모르더라고요. 바로 옆방에 사는 사람이. 그러니까 그만큼 사회가 각박하다는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 30대 여성은 영양결핍으로 숨진 지 7개월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잇따르는 청년 고독사의 배경으로 ‘빈곤’과 ‘경쟁’을 꼽습니다.

<인터뷰> 최항섭(교수/국민대 사회학과) : “더 악화된 경제 상황, 더 치열해진 생존 조건 이런 것들로 인해서 가족 성원들이 자기 혼자 살기에도 바빠서 다른 성원들을 보살필 수 없는 그러한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죠. ”

젊은층의 고독사까지 늘자 최근 1인가구의 고독사를 막아보자는 시민단체까지 생겨났습니다.

사회가 나서서 최소한의 인간관계와 정을 복원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송영신(대표/한국1인가구연합) : “과거의 지역 공동체를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이상 제2의 가족인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서 관계망을 형성한다면 단절된 인간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거죠.”

치열해진 생존경쟁과 각박해진 인정 속에서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청년들.

이들의 안타까운 비극을 막을 사회적 관심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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