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식스 형제 ‘라트비아의 터미네이터’

안드리스 식스(29·라트비아)는 소치 올림픽 루지 2인승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형 유리스 식스(31)를 '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실제로 유리스의 몸 안에는 '철심'이 여러 개 있다.

미국 야후는 13일(한국시간) "식스 형제가 의미있는 메달을 따냈다"며 두 형제의 사연을 소개했다.

식스 형제는 1분39초790을 기록해 토비아스 벤들·토비아스 아를트(독일), 안드레아스 링거·볼프강 링거(오스트리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수술과 재활을 견뎌낸 형의 인내와, 형의 재기를 도운 동생의 정성이 빚은 값진 결과였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동생 안드리스와 함께 루지 2인승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유리스는 2011년 5월 큰 사고를 당했다.

비오는 밤, 훈련을 마치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던 그는 빗길에 미끄러져 나무를 들이받았다.

엉치뼈와 다리뼈, 쇄골이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는 중상이었다.

비보를 들은 안드리스는 곧바로 형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마침 그날은 안드리스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었다.

안드리스는 "아내에게 '조금만 버텨달라'고 말한 뒤 바로 달려갔다"고 떠올렸다.

유리스는 5시간 동안 대수술을 했고, 몸 곳곳에 철심을 박았다.

담당 의사는 "정상적으로 걷기도 어려울 것이다"라며 "루지는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리스에게 희망을 안긴 건, 아이였다.

유리스가 사고를 당한 후 2주 뒤인 6월 5일, 안드리스의 아들이자 유리스의 조카가 태어났다.

유리스는 조카를 안으며 "목표가 생겼다. 나도 아이를 얻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히 1년 뒤인 2012년 6월 5일, 유리스도 아들을 얻었다.

유리스는 재활 속도를 높였고, 2012년 말부터 루지 훈련을 시작했다.

유리스는 "담당의사가 '라트비아 의학계에 남을만한 '기적'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짝'을 잃을 뻔했던 안드리스도 힘을 얻었고, 형제는 2013년 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재기를 알렸다.

안드리스는 "형은 다리가 짧고 상체가 긴데, 나는 다리가 길고 상체가 짧다"며 "루지 2인승을 위한 완벽한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식스 형제는 러시아에서 열린 올림픽 시상식에 라트비아 국기를 올린 것도 자랑스러워했다.

유리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형제는 라트비아의 자유를 원한다"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했고,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 야후는 "독일이 1위를 차지해 라트비아 국가가 울리지 않았지만, 식스 형제는 라트비아로 돌아가는 길에 자랑스럽게 그들의 국가를 부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