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부상’ 김연아, 값진 은메달 투혼

입력 2014.02.21 (04:21) 수정 2014.02.2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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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실수 없는 연기로 값진 은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화려한 연기 뒤에는 늘 그림자처럼 부상이라는 악령이 달라붙어 있었다.

각종 기록을 새로 쓰며 피겨 역사의 신기원을 연 김연아의 발걸음은 한편으로 기나긴 부상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양쪽 스케이트날에 의지해 빙판을 달리고, 뛰어올라야 하는 김연아는 무릎, 허리, 꼬리뼈, 고관절에, 발까지 곳곳에 부상을 달고 살았다.

주니어 때부터 허리가 아파 고생한 김연아는 2006년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그랑프리 금메달을 딴 직후 정밀검사 결과 초기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2007년에는 허리와 꼬리뼈 부상으로 힘들어했다.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1.95점의 당시 역대 최고점 기록을 세웠지만 부상으로 체력이 떨어져 프리스케이팅에서 3위로 밀려난 바 있다.

2008년에는 고관절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시작돼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뛰는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부츠 문제도 늘 김연아가 힘겨워한 부분이다.

과거 김연아는 한 달에 한 켤레씩 부츠를 갈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했지만, 새 부츠를 신을 때마다 적응에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2005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는 대회 2주 전에야 새 부츠를 받아 고생하기도 했고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 직전에는 새벽까지 구두를 신고 중심을 잡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김연아는 2007년부터 이탈리아의 리스포르트(RISPORT)사에서 후원받으면서 발에 맞는 부츠를 찾아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부츠가 좋아졌다고 해서 몸에 가하는 충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상과의 마지막 싸움이 자신의 은퇴 무대로 공언하던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됐다.

2013-2014시즌 개막을 준비하던 도중 오른발 중족골(발등뼈)에 미세 골절을 발견해 예정된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재활에 나서야 했다.

부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일정이 엉켜 제대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방 부상을 털고 일어난 김연아는 소규모 국제 대회와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로 컨디션을 조율한 뒤 소치에서 다시 한 번 최고의 무대를 펼쳤다.

부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김연아는 "선수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은 달고 산다"며 "감내하고 이겨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런 태도로 선수 생활 내내 따라붙은 부상과의 싸움을 버텨낸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도 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고 시상대에 섬으로써 '부상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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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질적 부상’ 김연아, 값진 은메달 투혼
    • 입력 2014-02-21 04:21:21
    • 수정2014-02-21 04:34:42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실수 없는 연기로 값진 은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화려한 연기 뒤에는 늘 그림자처럼 부상이라는 악령이 달라붙어 있었다.

각종 기록을 새로 쓰며 피겨 역사의 신기원을 연 김연아의 발걸음은 한편으로 기나긴 부상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양쪽 스케이트날에 의지해 빙판을 달리고, 뛰어올라야 하는 김연아는 무릎, 허리, 꼬리뼈, 고관절에, 발까지 곳곳에 부상을 달고 살았다.

주니어 때부터 허리가 아파 고생한 김연아는 2006년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그랑프리 금메달을 딴 직후 정밀검사 결과 초기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2007년에는 허리와 꼬리뼈 부상으로 힘들어했다.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1.95점의 당시 역대 최고점 기록을 세웠지만 부상으로 체력이 떨어져 프리스케이팅에서 3위로 밀려난 바 있다.

2008년에는 고관절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시작돼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뛰는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부츠 문제도 늘 김연아가 힘겨워한 부분이다.

과거 김연아는 한 달에 한 켤레씩 부츠를 갈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했지만, 새 부츠를 신을 때마다 적응에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2005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는 대회 2주 전에야 새 부츠를 받아 고생하기도 했고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 직전에는 새벽까지 구두를 신고 중심을 잡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김연아는 2007년부터 이탈리아의 리스포르트(RISPORT)사에서 후원받으면서 발에 맞는 부츠를 찾아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부츠가 좋아졌다고 해서 몸에 가하는 충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상과의 마지막 싸움이 자신의 은퇴 무대로 공언하던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됐다.

2013-2014시즌 개막을 준비하던 도중 오른발 중족골(발등뼈)에 미세 골절을 발견해 예정된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재활에 나서야 했다.

부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일정이 엉켜 제대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방 부상을 털고 일어난 김연아는 소규모 국제 대회와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로 컨디션을 조율한 뒤 소치에서 다시 한 번 최고의 무대를 펼쳤다.

부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김연아는 "선수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은 달고 산다"며 "감내하고 이겨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런 태도로 선수 생활 내내 따라붙은 부상과의 싸움을 버텨낸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도 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고 시상대에 섬으로써 '부상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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