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빅토르 안, 누가 그의 등을 밀었나?

입력 2014.02.21 (22:49) 수정 2014.02.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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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폐막이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쇼트트랙 여자 단체전에서 보여준 대역전의 드라마에 감동하기도 했지만, 예상보다는 좀 부진한 성적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오늘 새벽, 멋진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친 김연아 선수의 경우도 그랬죠.

그런데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을 딴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선전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무엇이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 소치에 있게 했는지,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은 없는 걸까요?

오늘 취재파일 K의 이슈입니다.

<녹취> 이준호(감독) : "꼭 현수가 나가면 앞에 있는 선수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죠. 레벨 자체가 아예 한두 수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들이"

<인터뷰> 이준호(감독) : "흉내 낼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어떤 안정감이 있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겠죠. 한마디로 얘기하면 결승에서 타는 모습을 보면 그 경기의 지배자입니다."

<인터뷰> 이철화(서울 관악구) :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희진(경기도 군포) : "한국체육계의 문제이지 않나 꼭 빙상연맹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경기를 지켜본 우리의 마음속에선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따지 못한 금메달을 따내서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왜 안 선수가 가슴에 러시아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서야만 했는지 안타까움을 느끼셨을 겁니다.

서영민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서기자, 이번 대회 빅토르 안 선수 성적이 놀랍습니다.

<답변>
네, 남자 10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고요.

그에 앞서 1500미터에선 동메달을 따냈죠.

내일 새벽 열리는 남자 500미터와 5000미터 계주 결승전에도 출전하니까 최대 2개의 금메달을 더 딸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6년 토리노 때 3관왕에 이어 이번에 금 하나를 추가하면서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최초의 남자 쇼트트랙선수가 됐거든요,

내일 금을 하나라도 더 추가한다면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역사적인 선수로 등극합니다.

<질문>
안 선수의 선전이 이어지니까 국내 빙상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외국에선 올림픽에 나오기 위해서 국적을 바꾸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안현수는 워낙에 쇼트트랙의 전설과도 같은 선수여서 귀화 소식에 외국 언론들마저 깜짝 놀랐으니 우리 국민들은 그 충격이 더 컸던 거죠.

당장 한국을 떠나게 등을 떠민 게 누구냐는 비난이 폭주했지요.

<질문>
그게 바로 2주 전 이 시간에 전해드린 것처럼 빙상계의 파벌, 줄세우기 문화 이런 것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문제가 된 파벌 다툼은 2천 년대 초반에 본격화됩니다.

시작은 빙상연맹 고위임원 사이의 알력 다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한국체육대학교, 한체대와 비 한체대 출신을 매개로 한 편 가르기로 번졌고 코치는 물론 선수까지 모두 파벌싸움에 휩쓸립니다.

<리포트>

안현수 선수의 불행은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이 파벌의 병폐가 극심했던 시기와 겹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안 선수가 올림픽 3관왕에 오르고 세계선수권을 5년 동안 제패한 영광의 시기에도 선수들은 파벌이 다르면 함께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훈련도 따로 했고,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습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직후.

공항에서 주먹다툼이 벌어지면서 서로 적대시할 정도로 곪아 터진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납니다.

<인터뷰> 안현수(부친) : "1500m에서도 오세종 시켜서 막았지, 3000m에서도 게임 하는 거 다 보세요. 그러고 호석이도 막고 현수 막아라. 1등 시켜주지 마라."

<녹취> 송호근(반대파벌 코치) : "분명하게 손으로 엉덩이 미는 게 확연하게 화면에 잡혀있었고, 엉덩이를 밀지 않고서는 엉덩이를 찧으면서 직선주로에서 넘어지지 않아요."

얽히고 설킨 파벌 싸움에 코치진은 물론 선수와 선수의 부모까지 끌려들어 간 겁니다.

<인터뷰> 빙상계 관계자 : "파벌이라는 것 자체가 힘있는 분들의 힘겨루기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되다 보니까 그 밑쪽으로 코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세력들이 전부 확장되다 보니까, 그것이 진짜 피 터지는 싸움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연맹에서 파벌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또 다른 병폐가 생겨납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쇼트트랙 지도자 이준호 감독은 최근 빙상연맹으로부터 경고성 공문을 받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겁니다.

메달 전망이 밝지 않다는 개인 의견을 밝힌 수준이었지만 연맹은 민감하게 대응했습니다.

<인터뷰> 이준호('92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 "여기 나와있는 내용이 제가 예측을 했던 거거든요. 이렇게 될 것 같다, 안타깝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예측을 했던 것들이 거의 다 맞았어요."

이 감독은 건전한 비판마저 징계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지도부의 독단적 운영은 더 심각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파벌이 없어지고 나니까 그냥 일방통행이 돼버린 거죠. 어떤 힘있는 분의 눈밖에 벗어나면 우리나라 빙상계에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이런 얘기가 지도자들 사이에서 농담식으로 나오는 얘깁니다."

대표 선발전 방식은 물론 코치나 임원진 구성과 같은 협회 의사결정이 특정 인물의 뜻에 의해 좌우되고, 연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곧바로 불이익이 돼서 돌아온다는 지적은 빙상계 곳곳에서 터져나옵니다.

<녹취> 선수출신 빙상지도자 :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가자 그러면 가는 거예요. 토를 달 수 가 없는 거예요. 얼마 되지도 않는 빙상인구가 어둡고 투명하지 않은 행정 때문에 낙후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안현수 선수 역시 연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2007년 대학 졸업 뒤 진로를 결정할 때, 실업팀을 선택하자 연맹의 고위 관계자가 가로막았습니다.

<녹취> 안현수 아버지 : "(0 교수가) 성남시청 가지 말라고 그런 거예요 현수한테요. (그 사람이) 연맹의 모든 걸 다 주무르고 있었죠. 그렇게 못하겠다, 성남시청 가겠다(고 했더니) '그쪽에 가시면 현수의 운동생명은 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부터 이 사람이 완전히 돌아선 거죠."

2008년 대표선수 훈련을 하다 무릎부상으로 인한 선수 생명의 위기가 찾아왔는데, 기나긴 재활 과정에서 지원은 커녕 나몰라라 하는 연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깊어졌다고 말합니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인터뷰> "(선수 선발) 방법들에 변화를 줬어요. 1년에 한 번씩... 시기를 늦췄다가 한번에 뽑았다가, 인원수도 조정했다가... 느끼기에 따라 틀려지는 거예요.부상치유하는 데 조급해졌죠. 조급해지다 보니까 치료도 급하게 했고 초반 재활상황이 안 좋았고..."

연맹은 안 선수의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주지는 못했지만 모든 절차는 공정했다고 반박합니다.

<녹취> "(안 선수는) 국내 선발전에서 2008년부터 계속 탈락을 해왔어요. 형평성과 기준, 원칙을 똑같이 적용하다 보면 경쟁에서 실력이 없으면 탈락이 되는 거고... 형평성 있게 해야 하잖아요. 어떤 특정한 선수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잖아요."

결국 2010년 소속팀까지 해체되자 안 선수는 소속팀도, 연맹의 지원도, 함께할 동료도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의 귀화를 선택합니다.

<인터뷰> 이준호 : "이것이 문제겠죠. '안현수 너 아니더라도 더 잘 타는 애들 많아' 라는 쪽의 생각을 갖고 좀 싸늘하게 대했던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러시아 출국 직전 안 선수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줄 긋기 때문에 죄없는 선수들만 희생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약자인 선수입장에선 경기에 뛰기 위해서, 또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선 따를 수밖에 없었단 얘기도 했죠.

이제는 빅토르 안이 되어버린 안 선수의 말을 되새겨봐야 합니다.

<앵커 멘트>

네, 참 안타깝네요.

빅토르 안, 그리고 빙상연맹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많은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졌죠?

<답변>
네, 안현수 신드롬은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부조리가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내용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세 번째!~그리고 빅토르 안이 1위로 들어왔습니다."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마비됐습니다.

나흘 가까이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녹취>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 : "다운이 접속량이 많아서 저희가 서버의 할당량이 초과돼서 다운이 된 건데, 저희 홈페이지 관리 업체에 말씀드려서 다시 (복구했습니다.)"

빙상연맹을 성토하려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급증한 겁니다.

<인터뷰> 이철화(서울 관악구) : "온라인 오프라인 통해서 빙상연맹의 어떤 문제점들을 많이 들어왔던 바가 있고 그런 문제들이 이번 결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이런 시기에 계기가 되어서 자정활동이 많이 이뤄져서 앞으로는 제2의 안현수 선수 같은 이런 일들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안현수 선수에 대한 국내 팬들의 성원은 국적이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희진(경기도 군) : "(이번에 안현수 선수 금메달 땄잖아요. 따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솔직히 굉장히 보기 좋았고요. 우리 선수들 응원하는 마음같이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기하는 내내 응원하는 마음이었고요."

한국갤럽이 전국의 성인남녀 611명을 휴대전화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이번 올림픽에서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기쁜 일이라고 답했습다.

기쁘지 않다는 답변은 22%에 머물렀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서도 61%가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은 25%였습니다.

SNS 공간에서도 안현수 선수는 단연 화제였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에 안현수 선수가 언급된 글은 모두 만388 건.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보다 2배 이상 많이 언급됐고,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이번엔 안현수 선수가 언급된 글에 어떤 단어들이 사용됐는지 분석했습니다.

'귀화'와 함께 '복수', '억울한', '비난' 등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정한진(KBS 데이터분석 담당) : "귀화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어떻게 안현수 선수가 귀화를 하게됐느냐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이 트윗으로 올라왔었고요, 그 트윗들이 다시 책임소재로 확산이 되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안현수 선수의 귀화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하겠습니다."

지난 17일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계 파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녹취> 유진룡 : "체육계의 고질적인 부분이 파벌주의하고 조직의 사유화입니다. 그런 것들은 개선하지 않으면 체육계가 정상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빙상연맹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도 대한체육회에 산하단체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현황과 지원금 내역 등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대한체육회 관계자 : "(어떤 자료를 요청했던 거죠?) 일반적인 현황이죠. (지원금 내역도 얘기하던데요?) 예산 쪽도 있을 거고요... 몇 가지 사항은 있습니다."

과거 성추행과 선수 폭행, 승부 짬짜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빙상연맹.

뿌리 깊은 파벌과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체육행정으로 다시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앵커 멘트>
안현수 선수 문제가 따져보면 빙상계의 파벌 갈등에서 비롯한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 비난 여론이 뜨겁군요.

<답변>
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건 제2, 제3의 빅토르 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빙상계에서는 다른 나라로 귀화할 준비를 하거나 생각하는 선수가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
심각하군요.

그런데 이런 파벌 문제가 쇼트트랙, 빙상계 내부에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답변>
네, 다른 종목들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체육계 전반에 퍼져있는 뿌리깊은 파벌의 문제를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서울올림픽 유도 결승전 : "금메달! 네 김재엽 선수! 서울올림픽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땄습니다. 추석 한가위 명절에 큰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시기에 한국마사회 코치였습니다.

당시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서 마사회의 윤동식 선수가 용인대 소속 조인철 선수에게 판정패했습니다.

김재엽 코치는 심판 판정에 불복해 윤 선수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인터뷰> 김재엽(동서울대 교수) : "누가 봐도 이기는 시합을 판정을 뒤집으니까 제가 좀 시위를 많이 했죠. 000558 심판에 의해서 조작을 해버리니까."

그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도 특정 대학 출신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재엽 : "이 심판들은 거의 충성하는, 과대 충성하는 심판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가 중앙 무대의 심판을 보려면 이 특정한 대학을 내가 맘 속에 두고 들어가야 다음에 나를 불러주니까."

결국, 그는 유도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연금도 일시적으로 받지 못했고 코치직에서도 해임됐습니다.

현재 유도계에도 파벌이 만연해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재엽 : "유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직까지도 변화된 건 그렇게 많지 않다. 001417 많은 유도인들이 돌을 던져보고 계란을 던져보고 해도 그 큰 바위는 안 부서진다는 거죠. "

국기원 이사장을 뽑는 회의장.

태권도 시민단체 회원 2명이 회의장에 들어섭니다.

<녹취> "쓰레기 이사 선발대회와 더러운 이사를 잡기 위해서 이 오물을 준비했습니다."

쓰레기를 뿌리고...

오물 통을 내던집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습니다.

태권도인이 아닌 외부 인사가 국기원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상황.

이들은 태권도 경험이 없는 인물이 이사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팀은 당시 오물을 던졌던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김덕근(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 : "이 태권도 조직 파벌 조성과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서는 그런 물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그날 그렇게..."

이 사건으로 특정인의 이사장 선출은 막았지만...

지금의 국기원도 파벌에 휘둘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덕근(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 : "재신임을 이사들끼리 서로 받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서로 이사들끼리 이사를 뽑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건 무슨 제가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이건 무슨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을 정도로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태권도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녹취> 前 태권도 선수 (음성변조) : "학교가 어디 출신인지. 만약 그 출신이 아니면 조금 힘들게 운동을 하는 거고. 높은 직위를 맡고 계신 분들이 같은 학교 출신이면 좀 편하게 운동하는 거고."

고등학교가 신생팀이어서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이 선수.

10여 년 동안 해온 태권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전 태권도 선수 (음성변조) : "다른 나라 가서 운동을 하면 이런 파벌도 없고 공정하게 할 텐데. 내가 왜 대한민국의 선수를 하고 있지 이런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탁구계도 지난 2007년, 심각한 내부 갈등으로 간판선수들이 전지훈련을 거부했습니다.

유승민과 김경아 선수 등은 탁구협회의 독선적인 행정과 파벌 싸움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인터뷰> 유승민(전 탁구 국가대표) : "중국을 이길까 말까인데 협회와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열심히 하겠습니까."

이렇듯 체육계의 파벌 문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불거져왔습니다.

<인터뷰> 정윤수(스포츠평론가) : "경기 성적에만 올인하면서 자기를 이끌어 줄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라인에 있느냐 이걸로 인생 전체가 좌우되다 보니까 다른 판단, 다른 능력, 다른 성취감, 또 삶에 다른 기회 이런 걸 생각도 못하고 상상도 못하는..."

체육계의 낡은 관행인 파벌.

그러나 모든 종목에서 파벌에 따른 부조리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이 바로 그렇습니다.

선수들 활 쏘고...

올해 열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양궁 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입니다.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기 위해선 세 차례의 선발전을 더 치러야 합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오진혁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기보배(양궁 국가대표) :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내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게 가장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선발전을 길게 치르고요. 아무래도 저희 양궁은 다른 종목보다는 점수로 확연하게 오픈이 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저는 공정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양궁 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은 까다롭고 매우 촘촘합니다.

128명이 겨루는 1차 선발전에서 절반인 64명을 뽑고, 2차 선발전에서 다시 절반인 32명, 3차에서 16명, 4차에서 8명을 뽑습니다.

이 8명에다 떨어진 선수들 가운데 뽑은 8명을 더한 16명이 5차 선발전을 치러 8명을 다시 뽑습니다.

그리고 최종 1, 2차 선발전에서 뽑힌 4명이 아시안게임에 나갑니다.

이런 선발 방식은 각 팀 감독이나 선수들로부터 의견을 반영해 매번 바뀝니다.

양궁은 기록경기인데다 실력을 최우선으로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실제로 잡음도 적고 올림픽 성적도 좋습니다.

<인터뷰> 윤병선(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 : "특정 선수가 이익을 보는 그런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다시. 그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뽑아내고 새로운 방법을 추가시켜서 또 만들어내는 거죠. 계속. 그 과정을 20년 동안 반복을 해온 거죠."

파벌에서 자유로운 투명한 단체 운영과 선수 선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앵커 멘트>

파벌 문제 없이 선수를 잘 육성하고 지원하는 종목도 다행히 없진 않군요.

그런데 파벌 문제가 앞서 지적된 것처럼 몇몇 힘 있는 스포츠 인사들만의 잘못 때문인가요?

<답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스포츠를 대하는 그릇된 태도 탓도 있죠.

스포츠 하면 우리 관심은 온통 올림픽 금메달, 승리하는 감동적인 장면, 그 순간에 그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체육단체 입장에서 보면 금메달만 많이 딸 수 있게 하면 된다, 라고 여길 수 있겠죠.

그러니 내부 투명성이나 합리적 의사결정, 선수인권 같은 가치들은 외면해온 거고요.

그게 고질적인 체육계 파벌의 근본 이유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뭔가 좀 바뀔 수 있을까요?

<답변>
취재과정에서 만난 체육계 인사들이 한결같이 두려워하는 게 있습니다.

이번처럼 문제가 생기면 일부 인사가 물러나지만 잠잠해지면 그 사람들이 그대로 그 자리로 돌아오는 사탭니다.

반대로 문제 지적했던 사람들은 곧바로 불이익을 받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된 악순환입니다.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는 문화, 그릇된 사고방식이 체육계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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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빅토르 안, 누가 그의 등을 밀었나?
    • 입력 2014-02-21 20:40:07
    • 수정2014-02-23 23:31:0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폐막이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쇼트트랙 여자 단체전에서 보여준 대역전의 드라마에 감동하기도 했지만, 예상보다는 좀 부진한 성적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오늘 새벽, 멋진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친 김연아 선수의 경우도 그랬죠.

그런데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을 딴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선전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무엇이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 소치에 있게 했는지,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은 없는 걸까요?

오늘 취재파일 K의 이슈입니다.

<녹취> 이준호(감독) : "꼭 현수가 나가면 앞에 있는 선수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죠. 레벨 자체가 아예 한두 수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들이"

<인터뷰> 이준호(감독) : "흉내 낼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어떤 안정감이 있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겠죠. 한마디로 얘기하면 결승에서 타는 모습을 보면 그 경기의 지배자입니다."

<인터뷰> 이철화(서울 관악구) :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희진(경기도 군포) : "한국체육계의 문제이지 않나 꼭 빙상연맹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경기를 지켜본 우리의 마음속에선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따지 못한 금메달을 따내서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왜 안 선수가 가슴에 러시아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서야만 했는지 안타까움을 느끼셨을 겁니다.

서영민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서기자, 이번 대회 빅토르 안 선수 성적이 놀랍습니다.

<답변>
네, 남자 10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고요.

그에 앞서 1500미터에선 동메달을 따냈죠.

내일 새벽 열리는 남자 500미터와 5000미터 계주 결승전에도 출전하니까 최대 2개의 금메달을 더 딸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6년 토리노 때 3관왕에 이어 이번에 금 하나를 추가하면서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최초의 남자 쇼트트랙선수가 됐거든요,

내일 금을 하나라도 더 추가한다면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역사적인 선수로 등극합니다.

<질문>
안 선수의 선전이 이어지니까 국내 빙상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외국에선 올림픽에 나오기 위해서 국적을 바꾸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안현수는 워낙에 쇼트트랙의 전설과도 같은 선수여서 귀화 소식에 외국 언론들마저 깜짝 놀랐으니 우리 국민들은 그 충격이 더 컸던 거죠.

당장 한국을 떠나게 등을 떠민 게 누구냐는 비난이 폭주했지요.

<질문>
그게 바로 2주 전 이 시간에 전해드린 것처럼 빙상계의 파벌, 줄세우기 문화 이런 것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문제가 된 파벌 다툼은 2천 년대 초반에 본격화됩니다.

시작은 빙상연맹 고위임원 사이의 알력 다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한국체육대학교, 한체대와 비 한체대 출신을 매개로 한 편 가르기로 번졌고 코치는 물론 선수까지 모두 파벌싸움에 휩쓸립니다.

<리포트>

안현수 선수의 불행은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이 파벌의 병폐가 극심했던 시기와 겹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안 선수가 올림픽 3관왕에 오르고 세계선수권을 5년 동안 제패한 영광의 시기에도 선수들은 파벌이 다르면 함께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훈련도 따로 했고,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습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직후.

공항에서 주먹다툼이 벌어지면서 서로 적대시할 정도로 곪아 터진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납니다.

<인터뷰> 안현수(부친) : "1500m에서도 오세종 시켜서 막았지, 3000m에서도 게임 하는 거 다 보세요. 그러고 호석이도 막고 현수 막아라. 1등 시켜주지 마라."

<녹취> 송호근(반대파벌 코치) : "분명하게 손으로 엉덩이 미는 게 확연하게 화면에 잡혀있었고, 엉덩이를 밀지 않고서는 엉덩이를 찧으면서 직선주로에서 넘어지지 않아요."

얽히고 설킨 파벌 싸움에 코치진은 물론 선수와 선수의 부모까지 끌려들어 간 겁니다.

<인터뷰> 빙상계 관계자 : "파벌이라는 것 자체가 힘있는 분들의 힘겨루기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되다 보니까 그 밑쪽으로 코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세력들이 전부 확장되다 보니까, 그것이 진짜 피 터지는 싸움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연맹에서 파벌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또 다른 병폐가 생겨납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쇼트트랙 지도자 이준호 감독은 최근 빙상연맹으로부터 경고성 공문을 받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겁니다.

메달 전망이 밝지 않다는 개인 의견을 밝힌 수준이었지만 연맹은 민감하게 대응했습니다.

<인터뷰> 이준호('92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 "여기 나와있는 내용이 제가 예측을 했던 거거든요. 이렇게 될 것 같다, 안타깝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예측을 했던 것들이 거의 다 맞았어요."

이 감독은 건전한 비판마저 징계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지도부의 독단적 운영은 더 심각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파벌이 없어지고 나니까 그냥 일방통행이 돼버린 거죠. 어떤 힘있는 분의 눈밖에 벗어나면 우리나라 빙상계에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이런 얘기가 지도자들 사이에서 농담식으로 나오는 얘깁니다."

대표 선발전 방식은 물론 코치나 임원진 구성과 같은 협회 의사결정이 특정 인물의 뜻에 의해 좌우되고, 연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곧바로 불이익이 돼서 돌아온다는 지적은 빙상계 곳곳에서 터져나옵니다.

<녹취> 선수출신 빙상지도자 :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가자 그러면 가는 거예요. 토를 달 수 가 없는 거예요. 얼마 되지도 않는 빙상인구가 어둡고 투명하지 않은 행정 때문에 낙후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안현수 선수 역시 연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2007년 대학 졸업 뒤 진로를 결정할 때, 실업팀을 선택하자 연맹의 고위 관계자가 가로막았습니다.

<녹취> 안현수 아버지 : "(0 교수가) 성남시청 가지 말라고 그런 거예요 현수한테요. (그 사람이) 연맹의 모든 걸 다 주무르고 있었죠. 그렇게 못하겠다, 성남시청 가겠다(고 했더니) '그쪽에 가시면 현수의 운동생명은 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부터 이 사람이 완전히 돌아선 거죠."

2008년 대표선수 훈련을 하다 무릎부상으로 인한 선수 생명의 위기가 찾아왔는데, 기나긴 재활 과정에서 지원은 커녕 나몰라라 하는 연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깊어졌다고 말합니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인터뷰> "(선수 선발) 방법들에 변화를 줬어요. 1년에 한 번씩... 시기를 늦췄다가 한번에 뽑았다가, 인원수도 조정했다가... 느끼기에 따라 틀려지는 거예요.부상치유하는 데 조급해졌죠. 조급해지다 보니까 치료도 급하게 했고 초반 재활상황이 안 좋았고..."

연맹은 안 선수의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주지는 못했지만 모든 절차는 공정했다고 반박합니다.

<녹취> "(안 선수는) 국내 선발전에서 2008년부터 계속 탈락을 해왔어요. 형평성과 기준, 원칙을 똑같이 적용하다 보면 경쟁에서 실력이 없으면 탈락이 되는 거고... 형평성 있게 해야 하잖아요. 어떤 특정한 선수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잖아요."

결국 2010년 소속팀까지 해체되자 안 선수는 소속팀도, 연맹의 지원도, 함께할 동료도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의 귀화를 선택합니다.

<인터뷰> 이준호 : "이것이 문제겠죠. '안현수 너 아니더라도 더 잘 타는 애들 많아' 라는 쪽의 생각을 갖고 좀 싸늘하게 대했던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러시아 출국 직전 안 선수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줄 긋기 때문에 죄없는 선수들만 희생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약자인 선수입장에선 경기에 뛰기 위해서, 또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선 따를 수밖에 없었단 얘기도 했죠.

이제는 빅토르 안이 되어버린 안 선수의 말을 되새겨봐야 합니다.

<앵커 멘트>

네, 참 안타깝네요.

빅토르 안, 그리고 빙상연맹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많은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졌죠?

<답변>
네, 안현수 신드롬은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부조리가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내용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세 번째!~그리고 빅토르 안이 1위로 들어왔습니다."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마비됐습니다.

나흘 가까이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녹취>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 : "다운이 접속량이 많아서 저희가 서버의 할당량이 초과돼서 다운이 된 건데, 저희 홈페이지 관리 업체에 말씀드려서 다시 (복구했습니다.)"

빙상연맹을 성토하려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급증한 겁니다.

<인터뷰> 이철화(서울 관악구) : "온라인 오프라인 통해서 빙상연맹의 어떤 문제점들을 많이 들어왔던 바가 있고 그런 문제들이 이번 결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이런 시기에 계기가 되어서 자정활동이 많이 이뤄져서 앞으로는 제2의 안현수 선수 같은 이런 일들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안현수 선수에 대한 국내 팬들의 성원은 국적이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희진(경기도 군) : "(이번에 안현수 선수 금메달 땄잖아요. 따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솔직히 굉장히 보기 좋았고요. 우리 선수들 응원하는 마음같이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기하는 내내 응원하는 마음이었고요."

한국갤럽이 전국의 성인남녀 611명을 휴대전화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이번 올림픽에서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기쁜 일이라고 답했습다.

기쁘지 않다는 답변은 22%에 머물렀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서도 61%가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은 25%였습니다.

SNS 공간에서도 안현수 선수는 단연 화제였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에 안현수 선수가 언급된 글은 모두 만388 건.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보다 2배 이상 많이 언급됐고,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이번엔 안현수 선수가 언급된 글에 어떤 단어들이 사용됐는지 분석했습니다.

'귀화'와 함께 '복수', '억울한', '비난' 등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정한진(KBS 데이터분석 담당) : "귀화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어떻게 안현수 선수가 귀화를 하게됐느냐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이 트윗으로 올라왔었고요, 그 트윗들이 다시 책임소재로 확산이 되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안현수 선수의 귀화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하겠습니다."

지난 17일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계 파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녹취> 유진룡 : "체육계의 고질적인 부분이 파벌주의하고 조직의 사유화입니다. 그런 것들은 개선하지 않으면 체육계가 정상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빙상연맹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도 대한체육회에 산하단체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현황과 지원금 내역 등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대한체육회 관계자 : "(어떤 자료를 요청했던 거죠?) 일반적인 현황이죠. (지원금 내역도 얘기하던데요?) 예산 쪽도 있을 거고요... 몇 가지 사항은 있습니다."

과거 성추행과 선수 폭행, 승부 짬짜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빙상연맹.

뿌리 깊은 파벌과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체육행정으로 다시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앵커 멘트>
안현수 선수 문제가 따져보면 빙상계의 파벌 갈등에서 비롯한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 비난 여론이 뜨겁군요.

<답변>
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건 제2, 제3의 빅토르 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빙상계에서는 다른 나라로 귀화할 준비를 하거나 생각하는 선수가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
심각하군요.

그런데 이런 파벌 문제가 쇼트트랙, 빙상계 내부에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답변>
네, 다른 종목들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체육계 전반에 퍼져있는 뿌리깊은 파벌의 문제를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서울올림픽 유도 결승전 : "금메달! 네 김재엽 선수! 서울올림픽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땄습니다. 추석 한가위 명절에 큰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시기에 한국마사회 코치였습니다.

당시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서 마사회의 윤동식 선수가 용인대 소속 조인철 선수에게 판정패했습니다.

김재엽 코치는 심판 판정에 불복해 윤 선수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인터뷰> 김재엽(동서울대 교수) : "누가 봐도 이기는 시합을 판정을 뒤집으니까 제가 좀 시위를 많이 했죠. 000558 심판에 의해서 조작을 해버리니까."

그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도 특정 대학 출신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재엽 : "이 심판들은 거의 충성하는, 과대 충성하는 심판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가 중앙 무대의 심판을 보려면 이 특정한 대학을 내가 맘 속에 두고 들어가야 다음에 나를 불러주니까."

결국, 그는 유도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연금도 일시적으로 받지 못했고 코치직에서도 해임됐습니다.

현재 유도계에도 파벌이 만연해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재엽 : "유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직까지도 변화된 건 그렇게 많지 않다. 001417 많은 유도인들이 돌을 던져보고 계란을 던져보고 해도 그 큰 바위는 안 부서진다는 거죠. "

국기원 이사장을 뽑는 회의장.

태권도 시민단체 회원 2명이 회의장에 들어섭니다.

<녹취> "쓰레기 이사 선발대회와 더러운 이사를 잡기 위해서 이 오물을 준비했습니다."

쓰레기를 뿌리고...

오물 통을 내던집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습니다.

태권도인이 아닌 외부 인사가 국기원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상황.

이들은 태권도 경험이 없는 인물이 이사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팀은 당시 오물을 던졌던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김덕근(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 : "이 태권도 조직 파벌 조성과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서는 그런 물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그날 그렇게..."

이 사건으로 특정인의 이사장 선출은 막았지만...

지금의 국기원도 파벌에 휘둘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덕근(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 : "재신임을 이사들끼리 서로 받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서로 이사들끼리 이사를 뽑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건 무슨 제가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이건 무슨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을 정도로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태권도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녹취> 前 태권도 선수 (음성변조) : "학교가 어디 출신인지. 만약 그 출신이 아니면 조금 힘들게 운동을 하는 거고. 높은 직위를 맡고 계신 분들이 같은 학교 출신이면 좀 편하게 운동하는 거고."

고등학교가 신생팀이어서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이 선수.

10여 년 동안 해온 태권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전 태권도 선수 (음성변조) : "다른 나라 가서 운동을 하면 이런 파벌도 없고 공정하게 할 텐데. 내가 왜 대한민국의 선수를 하고 있지 이런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탁구계도 지난 2007년, 심각한 내부 갈등으로 간판선수들이 전지훈련을 거부했습니다.

유승민과 김경아 선수 등은 탁구협회의 독선적인 행정과 파벌 싸움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인터뷰> 유승민(전 탁구 국가대표) : "중국을 이길까 말까인데 협회와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열심히 하겠습니까."

이렇듯 체육계의 파벌 문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불거져왔습니다.

<인터뷰> 정윤수(스포츠평론가) : "경기 성적에만 올인하면서 자기를 이끌어 줄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라인에 있느냐 이걸로 인생 전체가 좌우되다 보니까 다른 판단, 다른 능력, 다른 성취감, 또 삶에 다른 기회 이런 걸 생각도 못하고 상상도 못하는..."

체육계의 낡은 관행인 파벌.

그러나 모든 종목에서 파벌에 따른 부조리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이 바로 그렇습니다.

선수들 활 쏘고...

올해 열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양궁 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입니다.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기 위해선 세 차례의 선발전을 더 치러야 합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오진혁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기보배(양궁 국가대표) :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내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게 가장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선발전을 길게 치르고요. 아무래도 저희 양궁은 다른 종목보다는 점수로 확연하게 오픈이 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저는 공정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양궁 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은 까다롭고 매우 촘촘합니다.

128명이 겨루는 1차 선발전에서 절반인 64명을 뽑고, 2차 선발전에서 다시 절반인 32명, 3차에서 16명, 4차에서 8명을 뽑습니다.

이 8명에다 떨어진 선수들 가운데 뽑은 8명을 더한 16명이 5차 선발전을 치러 8명을 다시 뽑습니다.

그리고 최종 1, 2차 선발전에서 뽑힌 4명이 아시안게임에 나갑니다.

이런 선발 방식은 각 팀 감독이나 선수들로부터 의견을 반영해 매번 바뀝니다.

양궁은 기록경기인데다 실력을 최우선으로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실제로 잡음도 적고 올림픽 성적도 좋습니다.

<인터뷰> 윤병선(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 : "특정 선수가 이익을 보는 그런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다시. 그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뽑아내고 새로운 방법을 추가시켜서 또 만들어내는 거죠. 계속. 그 과정을 20년 동안 반복을 해온 거죠."

파벌에서 자유로운 투명한 단체 운영과 선수 선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앵커 멘트>

파벌 문제 없이 선수를 잘 육성하고 지원하는 종목도 다행히 없진 않군요.

그런데 파벌 문제가 앞서 지적된 것처럼 몇몇 힘 있는 스포츠 인사들만의 잘못 때문인가요?

<답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스포츠를 대하는 그릇된 태도 탓도 있죠.

스포츠 하면 우리 관심은 온통 올림픽 금메달, 승리하는 감동적인 장면, 그 순간에 그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체육단체 입장에서 보면 금메달만 많이 딸 수 있게 하면 된다, 라고 여길 수 있겠죠.

그러니 내부 투명성이나 합리적 의사결정, 선수인권 같은 가치들은 외면해온 거고요.

그게 고질적인 체육계 파벌의 근본 이유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뭔가 좀 바뀔 수 있을까요?

<답변>
취재과정에서 만난 체육계 인사들이 한결같이 두려워하는 게 있습니다.

이번처럼 문제가 생기면 일부 인사가 물러나지만 잠잠해지면 그 사람들이 그대로 그 자리로 돌아오는 사탭니다.

반대로 문제 지적했던 사람들은 곧바로 불이익을 받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된 악순환입니다.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는 문화, 그릇된 사고방식이 체육계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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