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빈손…남 쇼트 역대 ‘최악 참패’

입력 2014.02.22 (04:47) 수정 2014.02.2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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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위기론'에 시달리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끝내 빈손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쳤다.

남자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박세영(21·단국대)과 이한빈(26·성남시청)이 나란히 준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의 충격적인 사건이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김동성이 억울하게 실격 판정을 받는 등 실력 탓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에서는 이렇게 억울한 일도 없었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라고 할 만하다.

물론, 불운이 겹치는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종목이던 남자 1,500m에서는 준결승 선두를 달리던 신다운(21·서울시청)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함께 선두를 형성하던 이한빈(26·성남시청)까지 휩쓸려 미끄러지는 사고가 생겼다.

전지훈련을 통해 한창 기량을 끌어올리고 소치에 도착한 신다운은 이 실수 한 번으로 자신감을 잃으면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베테랑 이호석(28·고양시청)까지 레이스 막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러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연달아 충돌도 없이 선수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여기에 선수들의 언행이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연일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자 그를 한국에 잡아두지 못한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분위기는 완전히 수렁에 빠져들었다.

애초에 남자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약체'라는 우려를 씻지 못하는 상태였다.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노진규(한국체대)와 이한빈이 한 차례씩 1,500m 정상에 서고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얻은 것이 개인전 성적의 전부였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할 정도의 참담한 성적은 이런 우려를 넘어선 충격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곽윤기 등 쟁쟁한 멤버로 구성돼 '안현수 없이도 역대 최강을 다툴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던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그러나 성시백이 은퇴하고 곽윤기와 이정수 등이 부상 여파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데다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던 노진규마저 병마와 싸우는 상황이 되자 화려한 명성은 온데간데없어 졌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수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수 육성과 관리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하는 반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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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만에 빈손…남 쇼트 역대 ‘최악 참패’
    • 입력 2014-02-22 04:47:44
    • 수정2014-02-22 04:54:08
    연합뉴스
끝없이 '위기론'에 시달리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끝내 빈손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쳤다.

남자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박세영(21·단국대)과 이한빈(26·성남시청)이 나란히 준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의 충격적인 사건이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김동성이 억울하게 실격 판정을 받는 등 실력 탓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소치올림픽에서는 이렇게 억울한 일도 없었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라고 할 만하다.

물론, 불운이 겹치는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종목이던 남자 1,500m에서는 준결승 선두를 달리던 신다운(21·서울시청)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함께 선두를 형성하던 이한빈(26·성남시청)까지 휩쓸려 미끄러지는 사고가 생겼다.

전지훈련을 통해 한창 기량을 끌어올리고 소치에 도착한 신다운은 이 실수 한 번으로 자신감을 잃으면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베테랑 이호석(28·고양시청)까지 레이스 막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러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연달아 충돌도 없이 선수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여기에 선수들의 언행이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연일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자 그를 한국에 잡아두지 못한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분위기는 완전히 수렁에 빠져들었다.

애초에 남자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약체'라는 우려를 씻지 못하는 상태였다.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노진규(한국체대)와 이한빈이 한 차례씩 1,500m 정상에 서고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얻은 것이 개인전 성적의 전부였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할 정도의 참담한 성적은 이런 우려를 넘어선 충격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곽윤기 등 쟁쟁한 멤버로 구성돼 '안현수 없이도 역대 최강을 다툴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던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그러나 성시백이 은퇴하고 곽윤기와 이정수 등이 부상 여파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데다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던 노진규마저 병마와 싸우는 상황이 되자 화려한 명성은 온데간데없어 졌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수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수 육성과 관리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하는 반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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