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피살…‘빗나간 애정’이 비극으로

입력 2014.03.13 (08:38) 수정 2014.03.13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해오다 결국 살해한 혐의로 한 명문대생이 구속됐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후에는 자살로 위장하려고 했다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보도 내용을 보니까 처음에 국과수에서도 타살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나요?

<기자 멘트>

네, 숨진 여학생도 피의자인 남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학과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과로사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피해자 사망 석 달 만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다니던 여대생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해 12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학교 주변 원룸촌에서 “옆 방 학생이 숨진 것 같다”는 한 학생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신화철(소방장/종로소방서 숭인 119 안전센터) : “20대 여자 분이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로 사망했는데 이미 돌아가셔서 사후경직까지 있었고요. 얼굴, 입에서 출혈과 핑크빛 거품이 있었고….”

발견 당시 목 주변이 휴대전화 충전기 선에 감긴 채 누워 있었던 김 씨.

겉보기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였는데요, 국과수의 감식에서도 뚜렷한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자살이나 타살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를 해서 규명하라고 부검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방 어디에서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 친구 (음성변조) : “공부 잘하고 예쁘고 그런 아이.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과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성실했다는 김 씨.

주변에서는 김 씨가 기말고사 기간에 너무 무리해 공부를 하다, 과로로 숨진 게 아니냐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 친구 (음성변조) : “과로로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처음에는. 그때가 시험 기간이라서 과로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렇게 사건이 미궁에 빠진 지 두 달여 뒤. 국과수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경찰의 수사가 활기를 띄게 됩니다.

숨진 여학생의 손톱 밑에서 한 남성의 DNA가 발견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2월 14일 DNA 결과가 회신됐어요. 맨 처음에 남성형으로 나왔기 때문에 DNA를 다시 채취해야 하거든요. (용의자의) 구강 상피 세포를.”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자살이나 과로사가 아닌 타살로 결론 내고, 주변 남성들을 상대로 DNA를 대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보름 정도가 지난 3월 2일.

숨진 김 씨의 전 남자 친구였던 대학생 이모 씨의 DNA가 김 씨의 손톱 밑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수사는 급진전됩니다.

<기자 멘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전 남자친구 이 씨.

하지만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합니다.

여학생의 몸에서 발견된 DNA도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포트>

급물살을 탄 경찰의 수사는 이 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다시 한 번 난항에 빠지게 됩니다.

유력한 증거였던 손톱 밑 DNA에 대해서도 전 여자친구인 김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따귀를 맞으면서 생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낮에 학생회관 앞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전 여자친구인 김씨에게) 뺨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사건 당일 어디에 있었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 씨는 부산에 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증거로 부산 광안대교에서 혼자 찍은 사진까지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직후에 갔어요. 바로 사건 후에. 도주 개념이었겠죠. 알리바이 만들기 위해서. 본인 말로는 그냥 여행 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 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이 사진.

경찰은 이 사진에서 또 다른 유력한 증거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이 씨의 목에 여성의 손톱에 긁힌 듯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던 겁니다.

시신의 손톱에서 발견된 이 씨의 DNA와 이 씨의 목에서 발견된 손톱 상처.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결국 이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마지막에는 자백하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본인 진술이 있었고….”

피의자 이 씨는 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게 된 걸까?

캠퍼스 커플이었던 둘 사이를 같은 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의 선배 (음성변조) : “학교 내에서 사귄 거라서 선배들도 알고 있고 그랬습니다. 숨졌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는 그 남학생이랑 사귀고 있는 걸로 알아서….”

재작년부터 교제를 시작해 1년여를 만난 뒤, 지난해 10월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데요.

하지만 이 씨는 이후에도 김 씨 주변을 맴돌며,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지난해)10월 정도에 헤어졌는데 두 달 동안 계속 만나자고 나타나고 그랬습니다. 계속 갑자기 집에 가는데 불쑥불쑥 나타나고 그랬어요.”

그러던 지난해 12월.

김 씨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안 이 씨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돌아오는 김 씨를 기다렸다 자취방까지 따라갔다는데요.

방까지 따라온 이 씨를 향해 김 씨가 소리를 지르겠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하자, 이에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는 김 씨의 목에 휴대전화 충전선을 감아 자살로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무래도 자살로 수사 혼선을 주기 위해서 목에 묶어놨잖아요. 목에 휴대전화 충전기 줄을.”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두 사람을 알던 주변 학생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녹취> 같은 과 친구 (음성변조) : “그냥 다들 놀랐죠.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사이인데 살해했다고….”

<녹취> 같은 과 친구 (음성변조) : “처음 기사 봤을 때는 그 아이인지도 몰랐어요. 오래 전 사건이었으니까 이제와서 기사로 터졌다고 생각도 못했고요.”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학생.

빗나간 사랑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여대생 피살…‘빗나간 애정’이 비극으로
    • 입력 2014-03-13 08:40:33
    • 수정2014-03-13 09:10:54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해오다 결국 살해한 혐의로 한 명문대생이 구속됐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후에는 자살로 위장하려고 했다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보도 내용을 보니까 처음에 국과수에서도 타살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나요?

<기자 멘트>

네, 숨진 여학생도 피의자인 남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학과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과로사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피해자 사망 석 달 만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다니던 여대생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해 12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학교 주변 원룸촌에서 “옆 방 학생이 숨진 것 같다”는 한 학생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신화철(소방장/종로소방서 숭인 119 안전센터) : “20대 여자 분이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로 사망했는데 이미 돌아가셔서 사후경직까지 있었고요. 얼굴, 입에서 출혈과 핑크빛 거품이 있었고….”

발견 당시 목 주변이 휴대전화 충전기 선에 감긴 채 누워 있었던 김 씨.

겉보기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였는데요, 국과수의 감식에서도 뚜렷한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자살이나 타살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를 해서 규명하라고 부검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방 어디에서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 친구 (음성변조) : “공부 잘하고 예쁘고 그런 아이.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과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성실했다는 김 씨.

주변에서는 김 씨가 기말고사 기간에 너무 무리해 공부를 하다, 과로로 숨진 게 아니냐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 친구 (음성변조) : “과로로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처음에는. 그때가 시험 기간이라서 과로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렇게 사건이 미궁에 빠진 지 두 달여 뒤. 국과수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경찰의 수사가 활기를 띄게 됩니다.

숨진 여학생의 손톱 밑에서 한 남성의 DNA가 발견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2월 14일 DNA 결과가 회신됐어요. 맨 처음에 남성형으로 나왔기 때문에 DNA를 다시 채취해야 하거든요. (용의자의) 구강 상피 세포를.”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자살이나 과로사가 아닌 타살로 결론 내고, 주변 남성들을 상대로 DNA를 대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보름 정도가 지난 3월 2일.

숨진 김 씨의 전 남자 친구였던 대학생 이모 씨의 DNA가 김 씨의 손톱 밑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수사는 급진전됩니다.

<기자 멘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전 남자친구 이 씨.

하지만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합니다.

여학생의 몸에서 발견된 DNA도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포트>

급물살을 탄 경찰의 수사는 이 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다시 한 번 난항에 빠지게 됩니다.

유력한 증거였던 손톱 밑 DNA에 대해서도 전 여자친구인 김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따귀를 맞으면서 생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낮에 학생회관 앞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전 여자친구인 김씨에게) 뺨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사건 당일 어디에 있었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 씨는 부산에 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증거로 부산 광안대교에서 혼자 찍은 사진까지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직후에 갔어요. 바로 사건 후에. 도주 개념이었겠죠. 알리바이 만들기 위해서. 본인 말로는 그냥 여행 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 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이 사진.

경찰은 이 사진에서 또 다른 유력한 증거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이 씨의 목에 여성의 손톱에 긁힌 듯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던 겁니다.

시신의 손톱에서 발견된 이 씨의 DNA와 이 씨의 목에서 발견된 손톱 상처.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결국 이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마지막에는 자백하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본인 진술이 있었고….”

피의자 이 씨는 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게 된 걸까?

캠퍼스 커플이었던 둘 사이를 같은 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여학생의 선배 (음성변조) : “학교 내에서 사귄 거라서 선배들도 알고 있고 그랬습니다. 숨졌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는 그 남학생이랑 사귀고 있는 걸로 알아서….”

재작년부터 교제를 시작해 1년여를 만난 뒤, 지난해 10월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데요.

하지만 이 씨는 이후에도 김 씨 주변을 맴돌며,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지난해)10월 정도에 헤어졌는데 두 달 동안 계속 만나자고 나타나고 그랬습니다. 계속 갑자기 집에 가는데 불쑥불쑥 나타나고 그랬어요.”

그러던 지난해 12월.

김 씨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안 이 씨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돌아오는 김 씨를 기다렸다 자취방까지 따라갔다는데요.

방까지 따라온 이 씨를 향해 김 씨가 소리를 지르겠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하자, 이에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는 김 씨의 목에 휴대전화 충전선을 감아 자살로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무래도 자살로 수사 혼선을 주기 위해서 목에 묶어놨잖아요. 목에 휴대전화 충전기 줄을.”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두 사람을 알던 주변 학생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녹취> 같은 과 친구 (음성변조) : “그냥 다들 놀랐죠.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사이인데 살해했다고….”

<녹취> 같은 과 친구 (음성변조) : “처음 기사 봤을 때는 그 아이인지도 몰랐어요. 오래 전 사건이었으니까 이제와서 기사로 터졌다고 생각도 못했고요.”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학생.

빗나간 사랑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