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스키 대부’ 김남제, 댄스황제로 변신

입력 2014.03.13 (11:13) 수정 2014.03.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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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차례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좌식스키에 출전한 개척자.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한상민, 세 차례 패럴림픽 출전자 박종석을 포함한 국내의 거의 모든 장애인 스키 선수들의 스승.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키 실업팀 창단을 주도한 희망 전도사… '

 2006년 토리노 동계 패럴림픽이 끝난 뒤 홀연히 사라진 '한국 장애인 스키의 대부' 김남제(52) 씨의 이력이다.

 13일(한국시간) 동계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에 나타난 김 씨는 예술가 같은 풍모를 자랑했다.

 특히 짧게 깎은 옆머리와 뒤로 말총처럼 묶은 윗머리가 인상적이었다.

 김 씨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그런 외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력이 비슷할 때 외모가 독특한 선수가 심판의 눈도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는 휠체어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2008년부터 이 종목에서 활동한 그는 벌써 세계 정상급 경지를 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작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프리라틴 3위, 라틴 5종목 4위를 차지했다.

 휠체어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아시아인은 김 씨가 처음이었다.

 김 씨는 "완전히 새로운 것,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찾다가 우연히 접한 휠체어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의 인생은 이 같은 새로운 도전, 극복, 성취의 연속이었다.

 김 씨는 눈이 많은 고장인 강원 횡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스키를 즐겼다.

 탁원한 운동신경 덕분에 강릉상고 3학년 때부터 단국대 4학년 때까지 비장애인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특전사로 군 복무를 마치고 1989년 무주스키장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임원까지 승진해보겠다는 꿈을 지닌 청년의 운명은 1992년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두고 완전히 바뀌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행사를 연습하다가 추락해 척추가 산산조각난 것이다.

 골반, 갈비뼈를 떼어 척추에 이식하는 큰 수술을 받아 허리는 겨우 세울 수 있었으나 두 다리는 마비됐다.

 김 씨는 바뀐 환경과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무작정 서양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1996년 대한민국미술전에 입선한 뒤 개인전을 4차례 개최하고 100여차례 그룹전에 참여한 화가로 거듭났다.

 김 씨는 미술과 이별을 고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타는 좌식스키였다.

 그는 1998년 나가노 동계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좌식스키에 출전하는 역사를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세 차례 연속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특히 2002년부터는 감독 겸 선수로 출전해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한상민의 은메달을 조련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제자에게 졌다"며 "감독을 맡아 내 선수 생활에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돌아보면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장애인 스키의 거장으로서 실업팀 하이원의 창단을 돕고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마치자 스키계에서 사라졌다.

 그는 "다른 감독, 코치들에게 길도 열어주고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을 하고 싶어 그냥 떠났다"고 말했다.

 한국 좌식스키를 취미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엘리트 스포츠로 격상시켰다는 성취감만 마음 속에 곱게 간직했다.

 휠체어 댄스스포츠에 새로 도전하는 김 씨의 목표는 올해 10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으로 설정됐다.

 장애인 남성과 비장애인 여성이 펼치는 휠체어 댄스스포츠는 인천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 씨는 "일단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며 "댄스스포츠에서는 다음 아시안게임까지도 꾸준하게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서 패럴림픽 베테랑이자 역경을 극복하는 도전자로서 멋진 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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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식스키 대부’ 김남제, 댄스황제로 변신
    • 입력 2014-03-13 11:13:05
    • 수정2014-03-13 16:26:45
    연합뉴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 차례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좌식스키에 출전한 개척자.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한상민, 세 차례 패럴림픽 출전자 박종석을 포함한 국내의 거의 모든 장애인 스키 선수들의 스승.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키 실업팀 창단을 주도한 희망 전도사… '

 2006년 토리노 동계 패럴림픽이 끝난 뒤 홀연히 사라진 '한국 장애인 스키의 대부' 김남제(52) 씨의 이력이다.

 13일(한국시간) 동계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에 나타난 김 씨는 예술가 같은 풍모를 자랑했다.

 특히 짧게 깎은 옆머리와 뒤로 말총처럼 묶은 윗머리가 인상적이었다.

 김 씨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그런 외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력이 비슷할 때 외모가 독특한 선수가 심판의 눈도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는 휠체어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2008년부터 이 종목에서 활동한 그는 벌써 세계 정상급 경지를 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작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프리라틴 3위, 라틴 5종목 4위를 차지했다.

 휠체어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아시아인은 김 씨가 처음이었다.

 김 씨는 "완전히 새로운 것,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찾다가 우연히 접한 휠체어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의 인생은 이 같은 새로운 도전, 극복, 성취의 연속이었다.

 김 씨는 눈이 많은 고장인 강원 횡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스키를 즐겼다.

 탁원한 운동신경 덕분에 강릉상고 3학년 때부터 단국대 4학년 때까지 비장애인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특전사로 군 복무를 마치고 1989년 무주스키장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임원까지 승진해보겠다는 꿈을 지닌 청년의 운명은 1992년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두고 완전히 바뀌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행사를 연습하다가 추락해 척추가 산산조각난 것이다.

 골반, 갈비뼈를 떼어 척추에 이식하는 큰 수술을 받아 허리는 겨우 세울 수 있었으나 두 다리는 마비됐다.

 김 씨는 바뀐 환경과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무작정 서양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1996년 대한민국미술전에 입선한 뒤 개인전을 4차례 개최하고 100여차례 그룹전에 참여한 화가로 거듭났다.

 김 씨는 미술과 이별을 고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타는 좌식스키였다.

 그는 1998년 나가노 동계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좌식스키에 출전하는 역사를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세 차례 연속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특히 2002년부터는 감독 겸 선수로 출전해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한상민의 은메달을 조련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제자에게 졌다"며 "감독을 맡아 내 선수 생활에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돌아보면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장애인 스키의 거장으로서 실업팀 하이원의 창단을 돕고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마치자 스키계에서 사라졌다.

 그는 "다른 감독, 코치들에게 길도 열어주고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을 하고 싶어 그냥 떠났다"고 말했다.

 한국 좌식스키를 취미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엘리트 스포츠로 격상시켰다는 성취감만 마음 속에 곱게 간직했다.

 휠체어 댄스스포츠에 새로 도전하는 김 씨의 목표는 올해 10월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으로 설정됐다.

 장애인 남성과 비장애인 여성이 펼치는 휠체어 댄스스포츠는 인천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 씨는 "일단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며 "댄스스포츠에서는 다음 아시안게임까지도 꾸준하게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에서 패럴림픽 베테랑이자 역경을 극복하는 도전자로서 멋진 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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