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아세안 시장을 잡아라

입력 2014.03.22 (08:23) 수정 2014.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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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즉 아세안에 속한 나라들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신흥 개발 국가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지만 이들 아세안 국가들은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게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장기간 아세안 시장에 공을 들여온 일본이 최근 엔 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가진 아세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주력 수출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떤 장단기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까요?

박진영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 위치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높이 451m의 88층 쌍둥이 건물로,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입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이 초고층 건물처럼, 최근 말레이시아 경제도 순조롭습니다.

5년 뒤면 국민소득 만 5천 달러를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동반 저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곳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튼튼한 내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소비를 주도한 쪽은 15살에서 29살 사이의 젊은 층입니다.

전체 인구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이른바 '아세안 Y세대'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핸슨(말레이시아 Y세대) : "예전 세대에서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면, 지금 젊은 세대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돈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젊은 층의 주도로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2년 연속 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클 여(아세안 전략&리더십협회장) : "아세안 시장 안에서 서로 소비를 활발히 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아세안은 6%에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신흥 경제 유망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경쟁력은 어떨까요?

먼저, 한국 하면 아세안 시민들은 매달 10% 정도 수출이 늘고 있는 휴대전화 등 IT 제품을 꼽았습니다.

<인터뷰> 하피자(말레이시아 시민) : "기술력이 앞서 있고, 특히 삼성 제품 같은 경우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사용하기가 더 편리해서 많이 쓰고 있어요."

동남아 한류 열풍 속에 화장품 업계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품질 모두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갑니다.

실제로 지난해 태국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의 화장품 수출은 60%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클라라 순(한국 화장품 구매자) : "전에 이 제품을 써 봤는데 품질이 뛰어난 것 같아서 다시 이번에 구입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열풍, 음식 한류 열기까지 일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좋아지고 있는 분위깁니다.

<인터뷰> 굴파딥 싱(아시아태평양대학교 부총장) : "한국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아세안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제품 품질에 대한 이견은 이곳에서 없는 상탭니다."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아세안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일본입니다.

40년 동안의 경협 관계를 기반으로 소비시장을 이미 장악했고 생산기지를 세우는 등 현지화 전략도 성공했습니다.

일본의 대 아세안의 무역액수는 19조 8천억 엔으로 세계 2위, 직접투자 액수는 아시아 1위, 원조 액수는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엔저를 무기로 한 아베 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습니다.

자연히 시장점유율도 늘어 일본차의 점유율이 인도네시아 95%, 태국 9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인터뷰> 이사벨 호(닛산 자동차 직원) : "말레이시아 차에 비해 품질이 좋은데다 가격도 최근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매우 경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가전업체들의 공격적인 저가 공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60인치 스마트 TV의 경우 한국산은 16000 링깃, 우리 돈 520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일본은 3분의 1 가격에 제품을 내놨습니다.

3D 등 아직 잘 쓰지 않는 TV 기능을 과감히 줄인데다 최근 엔저 효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도 생겼기 때문입니다.

코트라 집계 결과 최근 아세안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20% 정도 가격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일본 업체들의 공세 속에 한국기업들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 사업 파트너라는 믿음을 먼저 심어준 뒤 값싸고 창의성 높은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겁니다.

맥도널드가 아세안 주요 소비계층인 무슬림을 겨냥해 돼지고기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할랄 정책'을 통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좋은 예입니다.

<인터뷰> 굴파딥 싱(아시아태평양대학교 부총장) : "한국기업들은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입니다. 휴대전화 이후의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아세안 시장이 아직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유의해야 합니다.

아세안 시장이 떠오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곧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고질적인 정치 불안, 그리고 달러 공급을 줄이기로 한 미국 금융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안에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6억 명이 넘는 인구, 그리고 젊은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일본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이 아세안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윱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살리고 창의적인 제품 출시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아세안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버금가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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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아세안 시장을 잡아라
    • 입력 2014-03-22 09:01:28
    • 수정2014-03-22 09:10:1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즉 아세안에 속한 나라들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신흥 개발 국가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지만 이들 아세안 국가들은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게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장기간 아세안 시장에 공을 들여온 일본이 최근 엔 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가진 아세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주력 수출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어떤 장단기 전략으로 무장해야 할까요?

박진영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 위치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높이 451m의 88층 쌍둥이 건물로,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입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이 초고층 건물처럼, 최근 말레이시아 경제도 순조롭습니다.

5년 뒤면 국민소득 만 5천 달러를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동반 저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곳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튼튼한 내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소비를 주도한 쪽은 15살에서 29살 사이의 젊은 층입니다.

전체 인구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이른바 '아세안 Y세대'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핸슨(말레이시아 Y세대) : "예전 세대에서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면, 지금 젊은 세대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돈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젊은 층의 주도로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2년 연속 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클 여(아세안 전략&리더십협회장) : "아세안 시장 안에서 서로 소비를 활발히 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아세안은 6%에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신흥 경제 유망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경쟁력은 어떨까요?

먼저, 한국 하면 아세안 시민들은 매달 10% 정도 수출이 늘고 있는 휴대전화 등 IT 제품을 꼽았습니다.

<인터뷰> 하피자(말레이시아 시민) : "기술력이 앞서 있고, 특히 삼성 제품 같은 경우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사용하기가 더 편리해서 많이 쓰고 있어요."

동남아 한류 열풍 속에 화장품 업계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품질 모두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갑니다.

실제로 지난해 태국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의 화장품 수출은 60%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클라라 순(한국 화장품 구매자) : "전에 이 제품을 써 봤는데 품질이 뛰어난 것 같아서 다시 이번에 구입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열풍, 음식 한류 열기까지 일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좋아지고 있는 분위깁니다.

<인터뷰> 굴파딥 싱(아시아태평양대학교 부총장) : "한국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아세안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제품 품질에 대한 이견은 이곳에서 없는 상탭니다."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아세안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일본입니다.

40년 동안의 경협 관계를 기반으로 소비시장을 이미 장악했고 생산기지를 세우는 등 현지화 전략도 성공했습니다.

일본의 대 아세안의 무역액수는 19조 8천억 엔으로 세계 2위, 직접투자 액수는 아시아 1위, 원조 액수는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엔저를 무기로 한 아베 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습니다.

자연히 시장점유율도 늘어 일본차의 점유율이 인도네시아 95%, 태국 9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인터뷰> 이사벨 호(닛산 자동차 직원) : "말레이시아 차에 비해 품질이 좋은데다 가격도 최근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매우 경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가전업체들의 공격적인 저가 공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60인치 스마트 TV의 경우 한국산은 16000 링깃, 우리 돈 520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일본은 3분의 1 가격에 제품을 내놨습니다.

3D 등 아직 잘 쓰지 않는 TV 기능을 과감히 줄인데다 최근 엔저 효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도 생겼기 때문입니다.

코트라 집계 결과 최근 아세안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20% 정도 가격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일본 업체들의 공세 속에 한국기업들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 사업 파트너라는 믿음을 먼저 심어준 뒤 값싸고 창의성 높은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겁니다.

맥도널드가 아세안 주요 소비계층인 무슬림을 겨냥해 돼지고기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할랄 정책'을 통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좋은 예입니다.

<인터뷰> 굴파딥 싱(아시아태평양대학교 부총장) : "한국기업들은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입니다. 휴대전화 이후의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아세안 시장이 아직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유의해야 합니다.

아세안 시장이 떠오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곧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고질적인 정치 불안, 그리고 달러 공급을 줄이기로 한 미국 금융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안에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6억 명이 넘는 인구, 그리고 젊은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일본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이 아세안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윱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살리고 창의적인 제품 출시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아세안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버금가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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