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2병’ 앓는 교실…멍드는 교사들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공교육이 위기란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으로 학생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고, 정작 학교 수업시간엔 자습을 하거나 아예 잠을 자기 일쑤라고 하지요.
사제지간의 정과 법도도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마음의 병까지 앓는 교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이 시대 무너진 교실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고통과 혼란, 오늘 취재파일 K의 이슈입니다.
<녹취> "(중2병'에 대해서 들어봤어요? 심해서 북한이 못 쳐들어올 정도라고...) 맞아요. '중2병' 걸리면 무섭다고 그런 말들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나랑 비슷한 존재구나, 혹은 나보다 못한 존재구나,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면 선생님을 깔보고 반항하고 놀리고"
<녹취> "왜요? 틀린 말 한 것 없죠? 근데 뭘 잘못했기에 나가야 돼요?"
<녹취> "나와! 나와! (제가 잘못한 게 뭔데요) 가서 얘기해!"
<인터뷰> "심하게 얘기하면 기계 부속품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소모되고 소진되는..."
<질문>
오늘의 이슈, 최정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 기자, 방금 봤지만 학교 현장의 문제, 학생들의 일탈을 얘기할 때 '중2병'이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중2병'이 정확히 뭘 가리키는 말인지 먼저, 정의해볼까요?
<답변>
네, '중2병'이란 말은 중학교 2학년 또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우월하다, 이런 착각으로 허세를 부리는 걸 얕잡아 일컫는 말인데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속어입니다.
<질문>
그러니까, 의학적인 질병이나 정신 질환은 아닌 거죠?
<답변>
네, 물론 치료가 필요한 병은 아니고요,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질문>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답변>
이 '중2병'을 자연스럽게 넘기고 이기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중2병'이 지목되는 거죠.
어떤 상황인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밤늦은 시각,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
한 남성이 불쑥 버스 안으로 들어오더니, 버스를 몰고 도로 위를 달립니다.
비틀비틀, 중앙선을 넘나드는 위험천만한 주행이 한 시간가량이나 이어졌습니다.
버스를 몰았던 건 놀랍게도 15살, 중학생 강모 군.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강 군은 단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버스를 몰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모 군(중학생) : "애들이 알려줬어요. 뭐 누르면 된다고. 'N'이라고 써져 있는 걸 누르라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운전) 했어요."
<인터뷰> 현주(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이 시기에는 부모의 열 마디보다 친구의 한 마다가 너무 중요한 시기예요//남들 못 해도 난 할 수 있다. 과도하게 그래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다치기도 하고"
책걸상을 쌓은 뒤 그 위에 올라가고, 지하철 선로 위에 뛰어드는 학생들.
위태로워 보이는 이런 장난이 때로는 비행이나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그냥 허세부리고 애들끼리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나는 뭘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니까요!"
허세와 과대망상, 반항과 현실기피.
흔히 이런 청소년들의 행태를 가리켜 '중2병'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최명기(청소년 심리 전문가) : "'중2병'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의 시선을 갖다가 본인이 그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그게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게 나타난 것이거든요."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안녕하세요!"
실제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중2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 "나는 '중2병'을 겪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녹취> "내가 '중2병'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학생이 사춘기에 나타나는 변화와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승모(중학교 2학년) : "자기만의 세상을 갖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그런 것 같아요. 엄마한테 많이 반항도 하는 것 같고, 제 뜻대로 잘 안되면 화도 많이 내는 것 같고"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중학생 학부모 : "딱히 언제부터 시작이 됐다고는 할 수 없는데 최근 한 1년 정도부터 심해진 것 같아요. 대화를 안 하려고 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만 봐요. 연예인에 빠져있고 짜증이 아주 심해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심하네요."
<인터뷰> 이한배(중학교 교사) : "동료들을 만나보면 중학교 학생들 다루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일단 언어소통에 문제도 있고 또 어른에 대한 존재감도 아이들이 정확하게, 확고하게 맺어져 있지 않고 여러 가지가 부족한 상태죠"
지난해 한 대학이 전국의 중학생 2천여 명을 상대로 인성 실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정직, 배려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인데요.
조사 결과 정직, 법 준수, 배려, 자기조절, 협동 등 6개 항목은 70점 미만으로 낙제점이었습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친구들이 결과만 좋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예전에는 화나도 5분 정도면 풀려가지고 다시 헤헤거리고 그랬는데 요즘은 화나면 한 2~3시간 정도 오래가고 그래요."
반면, 정의, 책임감, 공감, 소통 등 4개 항목은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친구들이랑 핸드폰으로 카카오톡이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그런 소통을..."
인터넷과 SNS의 즉각적인 반응에 길들어 있어 친구들 간 소통 능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눈에 띄게 뒤떨어진다는 평갑니다.
<인터뷰> 김중백(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돼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 스스로 평가한 점수가 100점 만점에 약 70점 정도로 평가가 돼 있고요. 더욱 안타까운 점은 부모나 교사들이 평가하고 있는 점수는 70보다도 훨씬 낮은 50점에서 60점대로 나와있습니다."
최근 초중고교 학생 4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인성 수준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가장 높았던 인성 수준이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급락했다가 다시 고등학교에 가면 작게나마 회복되는 'V'자 유형을 보인 겁니다.
<인터뷰> 현주(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 "이건 법이니까 지켜야 된다, 이렇게 배웠으니까 지켜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초등학교에선 많았지만 중학교 정도 가면 세상 살아보니까 그런 거 아니다.사회인식 능력이 초등학교에 비해서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생기는 그런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는 거죠."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중2병'처럼 유독 감성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우울증에 걸린 듯한 사춘기 10대들을 '이모키드'라는 신조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아이들.
적절한 인성교육의 부재와 입시위주 교육의 압박 속에 '중2병'이라는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질문>
짐작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그런데 이 '중2병' 청소년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 사춘기 청소년들이 거쳐가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거니까, '중2병'이라는 단어로 모두를 규정짓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중2병'의 시기에서 심리적으로 좌절을 한 상태가 됐을 때 분노를 하게 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거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볼까요?
<리포트>
<인터뷰> 김중백(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낙인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실제로 어떤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그 사람이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행을 저지른다고 우리가 개념 짓기 때문에 그 비행을 실제로 저지르게 된다는. 어찌 보면 원인과 결과가 거꾸로 됐다는 그런 이론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중2병'도 그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장근영(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 :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이유는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을 못 해봤기 때문이에요. 분노가 언제 생기냐면 좌절했을 때 생기거든요. 해보니까 난 안된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좌절을 겪어요. 그리고 회의를 하게 되요. 환멸을 느끼는 거죠. 그러면 훨씬 더 극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질문>
그리고 꼭 중학교 2학년, 그 나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겠네요?
<답변>
물론입니다.
고등학생, 때론 성인들한테서까지 비슷한 심리적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요즘엔 초등학생들한테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요즘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이 매우 빨라졌잖아요?
자연히 사춘기도 빨라지고, '중2병'이라고 불리는 상태, 그에 따른 문제도 더 일찍 나타납니다.
몇 년 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책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6학년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었습니다.
30년 넘게 교단에 있다가 지금은 퇴직한 김영화 선생님의 증언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영화(전 초등학교 교사) :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장난하고, 조용히 해 라고 했을 때 말을 안 듣는 거죠. 조용히 하라 그러면 딱 쳐다보고 킬킬대고 웃으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거죠. 너무 화가 나요. 참아야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참지 못하면 이제 선생님 얼굴이 막 빨개져서 거의 다툼하는 지경까지 가면, 또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어떤 잘못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고 킬킬대고 웃는 거예요."
<질문>
어리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초등학생 때부터도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겠네요?
그런데 오히려 교사들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학교에선 선생님이 청소년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감정적인 교류를 해야만 바람직한 교육이 가능할 텐데, 그러질 못 하는 상황입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고 가르치기는커녕 학생, 학부모 관계에서 도리어 고통을 호소하는 형편입니다.
그 실태는 서영민 기자의 취재를 통해 확인하시죠.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지난달 이 학교 교사 이모씨가 체육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교사는 가족을 외국에 떠나보내고 6년간 기러기 아빠로 지내왔는데 최근 생활지도부장에 체육부 감독으로 일하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녹취> "되게 착한 분이셨어요. 애들을 정말 좋아하시고 정말 아껴주시고... 평소엔 되게 자주 잘 웃는 선생님이셨는데 많이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봐요.. 생지부 선생님이셨으니까 애들 옷 잡고 이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으시니까...지난 2011년에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담임을 맡은 반에서 학생을 나무라다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생긴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사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7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31명이나 됐습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휴직을 하거나 교직을 떠난 교사도 2009년 61명에서 2012년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늘어가고 있단 얘깁니다.
<인터뷰> 우종민(정신과 의사) :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까지 고려하며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생님 자신의 감정을 사용해야 하는 사용 부담 늘었다고 볼 수 있죠.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부담이 되어서 선생님들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상당히 감정적인 무게를 부담을 갖게 되고 이런 것이 스트레스라든지 우울이라든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선생님이 수업중인 교실에서 학생들이 떠들며 소란을 피웁니다.
<녹취>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 자연분만.. 인공분만.. 무슨 분만 하셨어요?"
정상적인 수업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
<녹취> "선생님 첫사랑은 누구? 첫 키스는 언제? 첫사랑! 첫사랑!"
학생들의 무례한 말은 성희롱으로까지 이어지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녹취> "수업하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첫 경험! 첫 경험!) 선생님 생리 시작한 때가 언제예요?"
<녹취> "어디서 감히 나서. 어디다 대고..."
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학부모가 여교사를 폭행하고 중학생이 반말로 선생님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녹취> "말을 듣고 얘기하라고요, 싫은데 어쩌라고?"
<녹취> 교권 침해 경험 교사 : "아들보다 더한 학생들한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굉장히 충격으로 느꼈습니다. 교사로서의 자괴감 같은 것이 심하다 보니까..."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신고된 교권침해 사례는 지난 2009년 1500건 정도였지만 4년 만에 8천 건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교육현장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른바 교실 붕괴입니다.
<인터뷰> 김중훈(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현직 교사) : "어떤 학부모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에요."
근데 실제 학교의 수업공개가 있어서 학교에 가봤더니 서로 짜고 수업공개 때 선생님을 욕보이게 하려고 다 엎드려있었습니다.
자버렸습니다.
수업 선생님은 어쩔 줄 몰라 하고 뒤에 있는 학부모도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보통의 아이들이 적응을 못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요...
질서가 무너진 교실에서 교사는 학생을 만나기가 두렵습니다.
<인터뷰> 000(현직교사) :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그랬더니 저를 슥 보더니 치, 이러면서 뒷문으로 나가더라고요, 제가 그 순간 이제 돈 거에요.너 지금 당장 안 서!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렀거든요. 기 싸움에서 내가 지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복도가 한순간에 조용해졌어요. 애들이 이제 다 구경하고 있는 거예요. 선생님이 이길지 명호(가명)가 이길지. 너무 흥미진진한 기 싸움 현장에 아이들이 있는 거죠. 교실 문을 내가 문 열고 들어가는 것도 너무 두렵다. 애들이 날 어떻게 쳐다보는지 정말 내가 교사로서 지금 존재하는 건지"
직업적 안정성과 사회적 평판만 놓고 보면 교사는 선호도가 높은 직업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가한 주요 21개국을 대상으로 '교사 위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조차 전체의 11퍼센트 만이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인터뷰> 현직 교사 : "지나치게 이상주의자이고 사명감에 사는 사람이라 이게 돈벌이 수단이라면 난 이걸 못할 것 같은 거예요. (동영상 강의 선생님처럼 그냥 이 아이가 이걸 어떻게 해석하든 어떻게 받아들이든 나 혼자 떠들고 와야 하는 거야? 이게 우울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교류를 하고싶은 거잖아요. 내가 이렇게 공을 탁구를 쳤는데 공이 안 와요. 저 혼자 계속 보내요. 할까요? 계속?"
질서가 무너진 교실은 이제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뷰> 김중훈 : "상처를 많이 받고 학교에서 오히려 부적응하고 내가 학교가 무섭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예전엔 신규교사였는데 이제는 중견교사,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됩니다. 어떤 분이냐면 우리가 생각하기엔 대부분 착하고 성실한, 온순한 분들입니다."
권위를 앞세운 과거의 지도 방식을 고집하기도 어렵습니다.
학생 인권을 중시하는 요즘, 체벌에 대한 시비와 반감으로 부작용만 키울 뿐입니다.
<인터뷰> 박숙영(현직 교사) : "지금 생활지도 면에서 겪는 어려움이 권위적인 힘에 의한 질서나 통제, 이것이 한계에 왔고 그것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거거든요, /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협력과 존중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권위에 저항하는 학생들이 배움 자체를 거부하는 사이, 학교가 두려운 교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보고 나니 교사들의 심리적 상황이 '감정노동자', '감정근로자'와 비슷한 것 같군요?
<답변>
네, 잘 보셨습니다.
'감정노동'이란 게 주로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슬프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밝게 손님을 대해야 하는 일, 그러면서 갖가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일, 그런 거잖아요?
최근 한 기관이 교사 50명을 심리 상담했는데 그 결과 이런 '감정노동'의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주의 단계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우울한 감정 지표와 비관적 사고 지표도 일반 직장인보다 더 높게 분석됐습니다.
심리분석을 한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질문>
교사분들의 일 하시는 근무형태도 감정노동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교사들이 절규를 하듯이 우리도 감정노동자다 이런 표현들을 여러 사람들이 많이 하던데요. 감정노동의 부류에 넣을 수 있다고 느껴요."
<질문>
학교에서는 당연히 학생들이 주인이어야 하고 학생들의 인권이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해소하고 이런 과정이 학생들의 인권보호 이것과 충돌하는 일은 없겠습니까?
<인터뷰>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선생님 개인이 충분히 도움을 받으면 사실은 그게 아이들한테 갑니다. 선생님이 안정적으로 되고 선생님이 충분히 존중받고 주목 받고,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그걸 도움을 받아서 훨씬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그로 인한 수혜는 아이들이 거의 저는 받는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아이들이 도움을 받습니다."
<질문>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심리적 불안과 고통이 당장 관리와 치료까지 필요할 만큼 심하군요.
<답변>
네, 지금 학교는 망가진 공교육 현장이 교사들을 '감정노동'에 내몰아 고통을 주고 또 그런 교사들이 학교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니까 공교육이 더 망가지는 악순환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네, 감정노동에 따른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공교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교사와 학생이 같이 행복한 공교육의 복원을 위해 중요한 열쇠임에는 분명해 보이는군요.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 ‘중2병’ 앓는 교실…멍드는 교사들
-
- 입력 2014-03-28 20:37:57
- 수정2014-03-29 00:21:23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공교육이 위기란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으로 학생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고, 정작 학교 수업시간엔 자습을 하거나 아예 잠을 자기 일쑤라고 하지요.
사제지간의 정과 법도도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마음의 병까지 앓는 교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이 시대 무너진 교실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고통과 혼란, 오늘 취재파일 K의 이슈입니다.
<녹취> "(중2병'에 대해서 들어봤어요? 심해서 북한이 못 쳐들어올 정도라고...) 맞아요. '중2병' 걸리면 무섭다고 그런 말들도 하고 그래요."
<인터뷰>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나랑 비슷한 존재구나, 혹은 나보다 못한 존재구나,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면 선생님을 깔보고 반항하고 놀리고"
<녹취> "왜요? 틀린 말 한 것 없죠? 근데 뭘 잘못했기에 나가야 돼요?"
<녹취> "나와! 나와! (제가 잘못한 게 뭔데요) 가서 얘기해!"
<인터뷰> "심하게 얘기하면 기계 부속품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소모되고 소진되는..."
<질문>
오늘의 이슈, 최정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 기자, 방금 봤지만 학교 현장의 문제, 학생들의 일탈을 얘기할 때 '중2병'이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중2병'이 정확히 뭘 가리키는 말인지 먼저, 정의해볼까요?
<답변>
네, '중2병'이란 말은 중학교 2학년 또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우월하다, 이런 착각으로 허세를 부리는 걸 얕잡아 일컫는 말인데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속어입니다.
<질문>
그러니까, 의학적인 질병이나 정신 질환은 아닌 거죠?
<답변>
네, 물론 치료가 필요한 병은 아니고요,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질문>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답변>
이 '중2병'을 자연스럽게 넘기고 이기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중2병'이 지목되는 거죠.
어떤 상황인지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밤늦은 시각,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
한 남성이 불쑥 버스 안으로 들어오더니, 버스를 몰고 도로 위를 달립니다.
비틀비틀, 중앙선을 넘나드는 위험천만한 주행이 한 시간가량이나 이어졌습니다.
버스를 몰았던 건 놀랍게도 15살, 중학생 강모 군.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강 군은 단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버스를 몰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모 군(중학생) : "애들이 알려줬어요. 뭐 누르면 된다고. 'N'이라고 써져 있는 걸 누르라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운전) 했어요."
<인터뷰> 현주(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이 시기에는 부모의 열 마디보다 친구의 한 마다가 너무 중요한 시기예요//남들 못 해도 난 할 수 있다. 과도하게 그래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다치기도 하고"
책걸상을 쌓은 뒤 그 위에 올라가고, 지하철 선로 위에 뛰어드는 학생들.
위태로워 보이는 이런 장난이 때로는 비행이나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그냥 허세부리고 애들끼리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나는 뭘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니까요!"
허세와 과대망상, 반항과 현실기피.
흔히 이런 청소년들의 행태를 가리켜 '중2병'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최명기(청소년 심리 전문가) : "'중2병'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의 시선을 갖다가 본인이 그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그게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게 나타난 것이거든요."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안녕하세요!"
실제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중2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 "나는 '중2병'을 겪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녹취> "내가 '중2병'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학생이 사춘기에 나타나는 변화와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승모(중학교 2학년) : "자기만의 세상을 갖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그런 것 같아요. 엄마한테 많이 반항도 하는 것 같고, 제 뜻대로 잘 안되면 화도 많이 내는 것 같고"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중학생 학부모 : "딱히 언제부터 시작이 됐다고는 할 수 없는데 최근 한 1년 정도부터 심해진 것 같아요. 대화를 안 하려고 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만 봐요. 연예인에 빠져있고 짜증이 아주 심해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심하네요."
<인터뷰> 이한배(중학교 교사) : "동료들을 만나보면 중학교 학생들 다루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일단 언어소통에 문제도 있고 또 어른에 대한 존재감도 아이들이 정확하게, 확고하게 맺어져 있지 않고 여러 가지가 부족한 상태죠"
지난해 한 대학이 전국의 중학생 2천여 명을 상대로 인성 실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정직, 배려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인데요.
조사 결과 정직, 법 준수, 배려, 자기조절, 협동 등 6개 항목은 70점 미만으로 낙제점이었습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친구들이 결과만 좋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예전에는 화나도 5분 정도면 풀려가지고 다시 헤헤거리고 그랬는데 요즘은 화나면 한 2~3시간 정도 오래가고 그래요."
반면, 정의, 책임감, 공감, 소통 등 4개 항목은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 (음성변조) : "친구들이랑 핸드폰으로 카카오톡이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그런 소통을..."
인터넷과 SNS의 즉각적인 반응에 길들어 있어 친구들 간 소통 능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눈에 띄게 뒤떨어진다는 평갑니다.
<인터뷰> 김중백(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돼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 스스로 평가한 점수가 100점 만점에 약 70점 정도로 평가가 돼 있고요. 더욱 안타까운 점은 부모나 교사들이 평가하고 있는 점수는 70보다도 훨씬 낮은 50점에서 60점대로 나와있습니다."
최근 초중고교 학생 4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인성 수준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가장 높았던 인성 수준이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급락했다가 다시 고등학교에 가면 작게나마 회복되는 'V'자 유형을 보인 겁니다.
<인터뷰> 현주(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 "이건 법이니까 지켜야 된다, 이렇게 배웠으니까 지켜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초등학교에선 많았지만 중학교 정도 가면 세상 살아보니까 그런 거 아니다.사회인식 능력이 초등학교에 비해서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생기는 그런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는 거죠."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중2병'처럼 유독 감성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우울증에 걸린 듯한 사춘기 10대들을 '이모키드'라는 신조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아이들.
적절한 인성교육의 부재와 입시위주 교육의 압박 속에 '중2병'이라는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질문>
짐작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그런데 이 '중2병' 청소년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 사춘기 청소년들이 거쳐가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거니까, '중2병'이라는 단어로 모두를 규정짓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중2병'의 시기에서 심리적으로 좌절을 한 상태가 됐을 때 분노를 하게 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거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볼까요?
<리포트>
<인터뷰> 김중백(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낙인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실제로 어떤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그 사람이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행을 저지른다고 우리가 개념 짓기 때문에 그 비행을 실제로 저지르게 된다는. 어찌 보면 원인과 결과가 거꾸로 됐다는 그런 이론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중2병'도 그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장근영(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 :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이유는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을 못 해봤기 때문이에요. 분노가 언제 생기냐면 좌절했을 때 생기거든요. 해보니까 난 안된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좌절을 겪어요. 그리고 회의를 하게 되요. 환멸을 느끼는 거죠. 그러면 훨씬 더 극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질문>
그리고 꼭 중학교 2학년, 그 나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겠네요?
<답변>
물론입니다.
고등학생, 때론 성인들한테서까지 비슷한 심리적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요즘엔 초등학생들한테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요즘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이 매우 빨라졌잖아요?
자연히 사춘기도 빨라지고, '중2병'이라고 불리는 상태, 그에 따른 문제도 더 일찍 나타납니다.
몇 년 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책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6학년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었습니다.
30년 넘게 교단에 있다가 지금은 퇴직한 김영화 선생님의 증언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영화(전 초등학교 교사) :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장난하고, 조용히 해 라고 했을 때 말을 안 듣는 거죠. 조용히 하라 그러면 딱 쳐다보고 킬킬대고 웃으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거죠. 너무 화가 나요. 참아야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참지 못하면 이제 선생님 얼굴이 막 빨개져서 거의 다툼하는 지경까지 가면, 또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어떤 잘못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고 킬킬대고 웃는 거예요."
<질문>
어리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초등학생 때부터도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겠네요?
그런데 오히려 교사들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학교에선 선생님이 청소년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감정적인 교류를 해야만 바람직한 교육이 가능할 텐데, 그러질 못 하는 상황입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고 가르치기는커녕 학생, 학부모 관계에서 도리어 고통을 호소하는 형편입니다.
그 실태는 서영민 기자의 취재를 통해 확인하시죠.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지난달 이 학교 교사 이모씨가 체육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교사는 가족을 외국에 떠나보내고 6년간 기러기 아빠로 지내왔는데 최근 생활지도부장에 체육부 감독으로 일하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녹취> "되게 착한 분이셨어요. 애들을 정말 좋아하시고 정말 아껴주시고... 평소엔 되게 자주 잘 웃는 선생님이셨는데 많이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봐요.. 생지부 선생님이셨으니까 애들 옷 잡고 이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으시니까...지난 2011년에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담임을 맡은 반에서 학생을 나무라다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생긴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사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7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31명이나 됐습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휴직을 하거나 교직을 떠난 교사도 2009년 61명에서 2012년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늘어가고 있단 얘깁니다.
<인터뷰> 우종민(정신과 의사) :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까지 고려하며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생님 자신의 감정을 사용해야 하는 사용 부담 늘었다고 볼 수 있죠.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부담이 되어서 선생님들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상당히 감정적인 무게를 부담을 갖게 되고 이런 것이 스트레스라든지 우울이라든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선생님이 수업중인 교실에서 학생들이 떠들며 소란을 피웁니다.
<녹취>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 자연분만.. 인공분만.. 무슨 분만 하셨어요?"
정상적인 수업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
<녹취> "선생님 첫사랑은 누구? 첫 키스는 언제? 첫사랑! 첫사랑!"
학생들의 무례한 말은 성희롱으로까지 이어지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녹취> "수업하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첫 경험! 첫 경험!) 선생님 생리 시작한 때가 언제예요?"
<녹취> "어디서 감히 나서. 어디다 대고..."
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학부모가 여교사를 폭행하고 중학생이 반말로 선생님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녹취> "말을 듣고 얘기하라고요, 싫은데 어쩌라고?"
<녹취> 교권 침해 경험 교사 : "아들보다 더한 학생들한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굉장히 충격으로 느꼈습니다. 교사로서의 자괴감 같은 것이 심하다 보니까..."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신고된 교권침해 사례는 지난 2009년 1500건 정도였지만 4년 만에 8천 건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교육현장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른바 교실 붕괴입니다.
<인터뷰> 김중훈(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현직 교사) : "어떤 학부모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에요."
근데 실제 학교의 수업공개가 있어서 학교에 가봤더니 서로 짜고 수업공개 때 선생님을 욕보이게 하려고 다 엎드려있었습니다.
자버렸습니다.
수업 선생님은 어쩔 줄 몰라 하고 뒤에 있는 학부모도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보통의 아이들이 적응을 못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요...
질서가 무너진 교실에서 교사는 학생을 만나기가 두렵습니다.
<인터뷰> 000(현직교사) :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그랬더니 저를 슥 보더니 치, 이러면서 뒷문으로 나가더라고요, 제가 그 순간 이제 돈 거에요.너 지금 당장 안 서!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렀거든요. 기 싸움에서 내가 지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복도가 한순간에 조용해졌어요. 애들이 이제 다 구경하고 있는 거예요. 선생님이 이길지 명호(가명)가 이길지. 너무 흥미진진한 기 싸움 현장에 아이들이 있는 거죠. 교실 문을 내가 문 열고 들어가는 것도 너무 두렵다. 애들이 날 어떻게 쳐다보는지 정말 내가 교사로서 지금 존재하는 건지"
직업적 안정성과 사회적 평판만 놓고 보면 교사는 선호도가 높은 직업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가한 주요 21개국을 대상으로 '교사 위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조차 전체의 11퍼센트 만이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인터뷰> 현직 교사 : "지나치게 이상주의자이고 사명감에 사는 사람이라 이게 돈벌이 수단이라면 난 이걸 못할 것 같은 거예요. (동영상 강의 선생님처럼 그냥 이 아이가 이걸 어떻게 해석하든 어떻게 받아들이든 나 혼자 떠들고 와야 하는 거야? 이게 우울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교류를 하고싶은 거잖아요. 내가 이렇게 공을 탁구를 쳤는데 공이 안 와요. 저 혼자 계속 보내요. 할까요? 계속?"
질서가 무너진 교실은 이제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뷰> 김중훈 : "상처를 많이 받고 학교에서 오히려 부적응하고 내가 학교가 무섭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예전엔 신규교사였는데 이제는 중견교사,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됩니다. 어떤 분이냐면 우리가 생각하기엔 대부분 착하고 성실한, 온순한 분들입니다."
권위를 앞세운 과거의 지도 방식을 고집하기도 어렵습니다.
학생 인권을 중시하는 요즘, 체벌에 대한 시비와 반감으로 부작용만 키울 뿐입니다.
<인터뷰> 박숙영(현직 교사) : "지금 생활지도 면에서 겪는 어려움이 권위적인 힘에 의한 질서나 통제, 이것이 한계에 왔고 그것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거거든요, /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협력과 존중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권위에 저항하는 학생들이 배움 자체를 거부하는 사이, 학교가 두려운 교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보고 나니 교사들의 심리적 상황이 '감정노동자', '감정근로자'와 비슷한 것 같군요?
<답변>
네, 잘 보셨습니다.
'감정노동'이란 게 주로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슬프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밝게 손님을 대해야 하는 일, 그러면서 갖가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일, 그런 거잖아요?
최근 한 기관이 교사 50명을 심리 상담했는데 그 결과 이런 '감정노동'의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주의 단계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우울한 감정 지표와 비관적 사고 지표도 일반 직장인보다 더 높게 분석됐습니다.
심리분석을 한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질문>
교사분들의 일 하시는 근무형태도 감정노동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교사들이 절규를 하듯이 우리도 감정노동자다 이런 표현들을 여러 사람들이 많이 하던데요. 감정노동의 부류에 넣을 수 있다고 느껴요."
<질문>
학교에서는 당연히 학생들이 주인이어야 하고 학생들의 인권이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해소하고 이런 과정이 학생들의 인권보호 이것과 충돌하는 일은 없겠습니까?
<인터뷰>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선생님 개인이 충분히 도움을 받으면 사실은 그게 아이들한테 갑니다. 선생님이 안정적으로 되고 선생님이 충분히 존중받고 주목 받고,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그걸 도움을 받아서 훨씬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그로 인한 수혜는 아이들이 거의 저는 받는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아이들이 도움을 받습니다."
<질문>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심리적 불안과 고통이 당장 관리와 치료까지 필요할 만큼 심하군요.
<답변>
네, 지금 학교는 망가진 공교육 현장이 교사들을 '감정노동'에 내몰아 고통을 주고 또 그런 교사들이 학교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니까 공교육이 더 망가지는 악순환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네, 감정노동에 따른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공교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교사와 학생이 같이 행복한 공교육의 복원을 위해 중요한 열쇠임에는 분명해 보이는군요.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
-
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최정근 기자의 기사 모음 -
양성모 기자 maria615@kbs.co.kr
양성모 기자의 기사 모음 -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서영민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