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카드 덜 쓰면 신용 하락”…선진국은 어떻게?

입력 2014.03.28 (21:31) 수정 2014.03.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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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과 가산금리를 더한 건데요.

가산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카드 발급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심한 경우 취업도 어려워집니다.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신용등급, 그런데도 개인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곳은 없습니다.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개인 신용등급 기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집을 담보로 1억 5천만 원을 대출받은 이수호 씨.

만기를 연장하려고 은행에 갔다가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 금리가 오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수호(서울 일원동) : "신용평가회사에서 등급이 종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2단계 떨어진 관계로 이자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연체 한 번 하지 않았던 이 씨의 대출 금리는 연 3.75%에서 3.99%로 뛰었습니다.

연간 36만 원의 이자를 더 물게 됐습니다.

신용평가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진 건 두 달 전, 이유는 신용카드를 적게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신숙(나이스평가정보 사업지원실 팀장) : "신용카드 실적부분이 이번에 마이너스가 되면서 38점이 하락하신 상태입니다. 이 점수 하락폭은 개개인의 정보에 따라서..."

카드 사용액이 6개월 이상 월 30만 원에 못 미치면 점수가 깎이도록 신용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평가방식을 알 리 없는 이 씨는 대출금을 성실히 갚으려고 카드 사용액을 줄였다 낭패를 본 겁니다.

<인터뷰> 이수호 씨 : "(정부가) 현금 결제로 자꾸 유도하고 체크카드 써라 하는 판국에 어떻게 신용카드 사용 실적 가지고 평가기준을 삼을 수 있나.."

신용카드를 덜 써 카드빚이 줄었는데 신용등급이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진다는 것은 신용평가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기자 멘트>

현대인의 '경제 신분증'이나 다름없는 신용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들여다볼까요.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회사는 현재 3곳인데요.

이들 회사는 은행과 대부업체, 공공기관 등 대략 6백 곳에서 개개인의 신용과 관련된 정보를 건네받습니다.

이 때, 빚을 얼마나 졌는지, 연체한 적은 없는지, 세금이 밀리지는 않았는지, 이런 정보들이 특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신용평가사가 자체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개개인에게 1에서 10까지의 등급을 매기는데요,

이렇게 정해진 등급은 계약을 맺은 금융회사로 넘어갑니다.

금융회사들은 이 신용등급에다 자사와의 거래 실적과 기여도 등을 더해서 자체적인 최종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이 최종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금리나 한도가 결정되는 겁니다.

신용평가사마다, 또 개별 금융회사에 따라 평가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평가를 당하는 개개인이 세부적인 항목을 알 수 없다 보니 불합리하게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항의조차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이 되기 위해선 뭐가 달라져야하는지,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납득하기 힘든 신용등급 산정 방식은 신용등급 관리까지 어렵게 만듭니다.

한 치킨집 사장의 경우 전화번호부 회사와 광고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계약대로 광고를 안 해줘 광고비 26만 원을 내지 않았는데 전화번호부 회사가 신용정보회사에 '연체 고객정보'를 등록하면서 신용등급이 다섯 등급이나 떨어졌습니다.

<녹취> 이점봉(치킨집 사장) : "이제 정말 악성채무인지 확인을 해야죠, 이의신청해도 받아주지도 않고..."

신용등급 평가기준이 제멋대로인데다 개인에게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금융소비자연맹 : "신용등급의 평가기준하고 평점방법을 사전 고지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불합리하게 피해볼 수 있고, 그 피해보는 것만큼 금융사들은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신용평가 기준에 없어도 개인이 유리한 정보를 제출하면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개인이 전기나 가스요금,임대료 등을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을 신용정보회사에 알리면 바로 신용등급에 반영해 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신용평가 기준은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서둘러 고쳐 소비자가 신용등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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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28 21:35:38
    • 수정2014-03-28 22: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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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과 가산금리를 더한 건데요.

가산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카드 발급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심한 경우 취업도 어려워집니다.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신용등급, 그런데도 개인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곳은 없습니다.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개인 신용등급 기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집을 담보로 1억 5천만 원을 대출받은 이수호 씨.

만기를 연장하려고 은행에 갔다가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 금리가 오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수호(서울 일원동) : "신용평가회사에서 등급이 종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2단계 떨어진 관계로 이자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연체 한 번 하지 않았던 이 씨의 대출 금리는 연 3.75%에서 3.99%로 뛰었습니다.

연간 36만 원의 이자를 더 물게 됐습니다.

신용평가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진 건 두 달 전, 이유는 신용카드를 적게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신숙(나이스평가정보 사업지원실 팀장) : "신용카드 실적부분이 이번에 마이너스가 되면서 38점이 하락하신 상태입니다. 이 점수 하락폭은 개개인의 정보에 따라서..."

카드 사용액이 6개월 이상 월 30만 원에 못 미치면 점수가 깎이도록 신용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평가방식을 알 리 없는 이 씨는 대출금을 성실히 갚으려고 카드 사용액을 줄였다 낭패를 본 겁니다.

<인터뷰> 이수호 씨 : "(정부가) 현금 결제로 자꾸 유도하고 체크카드 써라 하는 판국에 어떻게 신용카드 사용 실적 가지고 평가기준을 삼을 수 있나.."

신용카드를 덜 써 카드빚이 줄었는데 신용등급이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진다는 것은 신용평가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기자 멘트>

현대인의 '경제 신분증'이나 다름없는 신용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들여다볼까요.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회사는 현재 3곳인데요.

이들 회사는 은행과 대부업체, 공공기관 등 대략 6백 곳에서 개개인의 신용과 관련된 정보를 건네받습니다.

이 때, 빚을 얼마나 졌는지, 연체한 적은 없는지, 세금이 밀리지는 않았는지, 이런 정보들이 특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신용평가사가 자체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개개인에게 1에서 10까지의 등급을 매기는데요,

이렇게 정해진 등급은 계약을 맺은 금융회사로 넘어갑니다.

금융회사들은 이 신용등급에다 자사와의 거래 실적과 기여도 등을 더해서 자체적인 최종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이 최종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금리나 한도가 결정되는 겁니다.

신용평가사마다, 또 개별 금융회사에 따라 평가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평가를 당하는 개개인이 세부적인 항목을 알 수 없다 보니 불합리하게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항의조차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이 되기 위해선 뭐가 달라져야하는지,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납득하기 힘든 신용등급 산정 방식은 신용등급 관리까지 어렵게 만듭니다.

한 치킨집 사장의 경우 전화번호부 회사와 광고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계약대로 광고를 안 해줘 광고비 26만 원을 내지 않았는데 전화번호부 회사가 신용정보회사에 '연체 고객정보'를 등록하면서 신용등급이 다섯 등급이나 떨어졌습니다.

<녹취> 이점봉(치킨집 사장) : "이제 정말 악성채무인지 확인을 해야죠, 이의신청해도 받아주지도 않고..."

신용등급 평가기준이 제멋대로인데다 개인에게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금융소비자연맹 : "신용등급의 평가기준하고 평점방법을 사전 고지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불합리하게 피해볼 수 있고, 그 피해보는 것만큼 금융사들은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신용평가 기준에 없어도 개인이 유리한 정보를 제출하면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개인이 전기나 가스요금,임대료 등을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을 신용정보회사에 알리면 바로 신용등급에 반영해 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신용평가 기준은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서둘러 고쳐 소비자가 신용등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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