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일본 17년만의 소비세 인상…시장 영향은?

입력 2014.04.01 (18:00) 수정 2014.04.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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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새벽 0시를 기해 일본의 소비세가 기존 5%에서 8%로, 17년만에 3% 포인트 올랐습니다.

세금을 더 거둬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줄여 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건데요.

소비세가 오르기 전 날인 어젯밤까지 일본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녹취> 시민 : "조금이라도 싼 때가 (물건을 사두기엔) 좋죠. 오른다는 걸 알고 난 다음에 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런 아베정권의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인상돼 소비만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홍수진 특파원!

<질문>
어제까지는 사재기까지 있었다는데 오늘은 어떤가요?

<답변>
네, 지금 보시는 장면은 소비세 인상 첫날, 도쿄 내 한 백화점의 모습인데요.

어제까지 막판에 수요가 몰려 매상이 전달보다 27% 가량 올랐습니다만 이번달엔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종업원들에게 분발을 격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질문>
일본이 국민들의 적잖은 반발에 불구하고 소비세를 올린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답변>
네. 일본 정부는 1997년 4월 각종 상품에 붙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2% 포인트 올렸었는데요.

오늘 다시 5%에서 8%로, 3%포인트 더 올렸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부족해진 연금과 의료비 등 급증하는 사회보장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요.

아베 정권으로서는 이번 소비세 인상이 장기 집권의 향방을 가늠할 하나의 '도박'인 셈입니다.

철도를 비롯한 교통 운임도 올랐습니다.

일본정부는 경기 악화를 막고자 5조 5천엑 규모의 추경에산을 편성했습니다만 자칫하면 매출이 오히려 줄어 세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소비세 인상 후 65.7%, 즉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가계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고 76.5%는 소비세 인상 이후의 일본경제에 불안감을 느낀다, 이렇게 답을 했는데요.

일본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마츠모토 도쿄 시민 : "이제부터는 물건 사는 것을 점점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
실제 지난 1997년 하시모토 정권 시절 소비세를 올린 후 일본의 소비가 13%까지 급감했던 적이 있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17년 전 일본 시민들에게는 소비세 인상 후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이 소비세 인상을 단행하자마자 공교롭게도 2년간 플러스 성장을 했던 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이듬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대패로 이어졌고, 결국 순항하던 하시모토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성장전략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이르면 오는 6월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소비가 줄어들수록 수출이라도 경기를 지탱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이 계속 부진할 경우 경기를 견인하는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질문>
일본 정부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 경기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나요?

<답변>
네. 현재 일본은행은 이달부터 6월까진 소비세 인상 전의 조기 선착 수요, 즉 미리 물건을 사두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비가 줄어 경기가 위축되겠지만, 7월부터 9월까지는 다시 성장 궤도로 돌아갈 것으로 비교적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가 위축돼, 물가상승률 2% 목표가 어려워지면 일본은행의 시나리오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올여름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을 관철하기 위해 높은 지지율과 경기 선순환을 통한 디플레 탈출이라는 구체적 성과가 필요한 아베 총리로서는 어떻게든 장기화되고 있는 시장의 불황을 탈출해야 하는 만큼 소비세 인상 후의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엔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려고 할텐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어요?

<답변>
지난해 한일 수출경합도는 0.50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수출품목 구조가 50% 이상 유사하다는 의미죠.

이렇게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수출품이 겨의 겹치는 일본 기업들이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으로서는 또하나의 복병을 만나게 됐습니다.

일본이 지난해 엔저로 쌓아 놓은 수익을 바탕으로 저가공세를 펼친다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년간 침체였던 일본 경제를 일으켜 보겠다는 아베정권의 경제 정책, 시행 1년을 맞은 아베노믹스는 이번 소비세 인상으로 그 명운이 갈리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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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일본 17년만의 소비세 인상…시장 영향은?
    • 입력 2014-04-01 17:49:04
    • 수정2014-04-01 19:17:53
    글로벌24
<앵커 멘트>

오늘 새벽 0시를 기해 일본의 소비세가 기존 5%에서 8%로, 17년만에 3% 포인트 올랐습니다.

세금을 더 거둬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줄여 불황에서 벗어나겠다는 건데요.

소비세가 오르기 전 날인 어젯밤까지 일본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녹취> 시민 : "조금이라도 싼 때가 (물건을 사두기엔) 좋죠. 오른다는 걸 알고 난 다음에 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런 아베정권의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인상돼 소비만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홍수진 특파원!

<질문>
어제까지는 사재기까지 있었다는데 오늘은 어떤가요?

<답변>
네, 지금 보시는 장면은 소비세 인상 첫날, 도쿄 내 한 백화점의 모습인데요.

어제까지 막판에 수요가 몰려 매상이 전달보다 27% 가량 올랐습니다만 이번달엔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종업원들에게 분발을 격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질문>
일본이 국민들의 적잖은 반발에 불구하고 소비세를 올린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답변>
네. 일본 정부는 1997년 4월 각종 상품에 붙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2% 포인트 올렸었는데요.

오늘 다시 5%에서 8%로, 3%포인트 더 올렸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부족해진 연금과 의료비 등 급증하는 사회보장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요.

아베 정권으로서는 이번 소비세 인상이 장기 집권의 향방을 가늠할 하나의 '도박'인 셈입니다.

철도를 비롯한 교통 운임도 올랐습니다.

일본정부는 경기 악화를 막고자 5조 5천엑 규모의 추경에산을 편성했습니다만 자칫하면 매출이 오히려 줄어 세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소비세 인상 후 65.7%, 즉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가계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고 76.5%는 소비세 인상 이후의 일본경제에 불안감을 느낀다, 이렇게 답을 했는데요.

일본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마츠모토 도쿄 시민 : "이제부터는 물건 사는 것을 점점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
실제 지난 1997년 하시모토 정권 시절 소비세를 올린 후 일본의 소비가 13%까지 급감했던 적이 있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17년 전 일본 시민들에게는 소비세 인상 후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이 소비세 인상을 단행하자마자 공교롭게도 2년간 플러스 성장을 했던 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이듬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대패로 이어졌고, 결국 순항하던 하시모토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성장전략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이르면 오는 6월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소비가 줄어들수록 수출이라도 경기를 지탱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이 계속 부진할 경우 경기를 견인하는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질문>
일본 정부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 경기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나요?

<답변>
네. 현재 일본은행은 이달부터 6월까진 소비세 인상 전의 조기 선착 수요, 즉 미리 물건을 사두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비가 줄어 경기가 위축되겠지만, 7월부터 9월까지는 다시 성장 궤도로 돌아갈 것으로 비교적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가 위축돼, 물가상승률 2% 목표가 어려워지면 일본은행의 시나리오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올여름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을 관철하기 위해 높은 지지율과 경기 선순환을 통한 디플레 탈출이라는 구체적 성과가 필요한 아베 총리로서는 어떻게든 장기화되고 있는 시장의 불황을 탈출해야 하는 만큼 소비세 인상 후의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엔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려고 할텐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어요?

<답변>
지난해 한일 수출경합도는 0.50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수출품목 구조가 50% 이상 유사하다는 의미죠.

이렇게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수출품이 겨의 겹치는 일본 기업들이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으로서는 또하나의 복병을 만나게 됐습니다.

일본이 지난해 엔저로 쌓아 놓은 수익을 바탕으로 저가공세를 펼친다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년간 침체였던 일본 경제를 일으켜 보겠다는 아베정권의 경제 정책, 시행 1년을 맞은 아베노믹스는 이번 소비세 인상으로 그 명운이 갈리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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