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가습기 피해자 절반 이하 인정 ‘후폭풍’

입력 2014.04.01 (23:52) 수정 2014.04.0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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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최근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의심환자 36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제품과 폐질환의 연관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는 결과를 내놨는데요.

폐 질환 환자라 해도 피해 판정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또 다른 장기가 손상됐거나 다른 질병을 앓았던 경우엔 피해 판정에서 배제했는데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원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정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에 대해 정부가 어떤 결과를 내놨죠?

<답변>
네.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만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백여명 수준인데요.

사건 발생 2년 7개월만이죠.

지난달 중순... 정부가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가 손상된 게 거의 확실한 사람은 127명.

가능성이 높은 건 41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는 판정은 전체의 51.5%에 이릅니다.

36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6명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 중엔 사망자도 27명 포함돼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폐손상으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절반이 넘는데요.

그건 왜 그런거죠?

<답변>
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폐 손상에만 국한해 진행했습니다.

조사위원들 사이에 기준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폐의 특이증세가 없거나 폐질환 아닌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판정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과거 진행된 동물실험에선 다른 장기 손상이 확인된 적이 있었는데요.

물고기 실험에선 심혈관 질환이이 나타났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다른 물질은 쥐에서 간암을 유발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장기에 이상이 있는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폐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결핵 같은 다른 질환을 앓다가,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폐가 손상된 환자들은 과거 병력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 가운데에는 산모들도 있는데요.

엄마 뱃 속에 있는 아이에게 가습기 살균제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가 없다며, 태아들은 판정 자체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질문>
가족 전체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런 분들은 어떤 판정을 받았나요?

<답변>
네. 한 공간에서 가습기를 사용하다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살균제에도 함께 노출된 경우 많은데요.

경기도 파주에 사는 황 모 씨 가족의 경우 판정 결과가 각각 달랐습니다.

6살 난 둘째 딸은 태어난 직후부터 2년 동안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는데요.

3년 전, 급성간질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 아이는 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년 넘게 살균제를 사용한 10살 첫째 딸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황 씨는 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폐손상을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크다는 건데요.

<녹취> 황OO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큰 애는 더 많이 썼었고 그 전부터. 크게 확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아픈 폐를 가지고 평생 살아야 되잖아요."

이 가족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시민단체나 피해자들은 가족의 건강 상태나 증상에 따라 판정이 다를 순 있겠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내린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한 건 아닌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 범위를 정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죠?

<답변>
네. 내일 열릴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지원 범위가 결정되는데요.

폐손상 피해자로 인정되면 의료비나 장례비가 지원됩니다.

의료비는 실제 지출한 의료비가 지원되는데요.

약제비나 호흡 보조기 임대비, 선택진료비 등의 일부 비급여 항목도 포함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의료비를 받으려면 과거 지출 내역을 증빙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병원이 5년 정도의 기록 밖에는 갖고 있지 않아 피해자들이 이 서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중증 환자의 경우 간병인이 꼭 필요한데요.

간병비는 지원항목에서 빠져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는 건데요.

오랜 치료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있고, 정신적인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녹취> 권미애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언제까지 엄마 품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먼저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나중에 혼자가 됐을 때 혼자 살아갈 능력이 될 수 있게끔 저는 나라에서 그걸 도와주길 바라는 거거든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법률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은 물론,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가습기 살균제피해센터와 같은 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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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가습기 피해자 절반 이하 인정 ‘후폭풍’
    • 입력 2014-04-01 23:58:33
    • 수정2014-04-02 00: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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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최근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의심환자 36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제품과 폐질환의 연관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는 결과를 내놨는데요.

폐 질환 환자라 해도 피해 판정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또 다른 장기가 손상됐거나 다른 질병을 앓았던 경우엔 피해 판정에서 배제했는데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원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정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에 대해 정부가 어떤 결과를 내놨죠?

<답변>
네.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만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백여명 수준인데요.

사건 발생 2년 7개월만이죠.

지난달 중순... 정부가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가 손상된 게 거의 확실한 사람은 127명.

가능성이 높은 건 41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는 판정은 전체의 51.5%에 이릅니다.

36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6명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 중엔 사망자도 27명 포함돼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폐손상으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절반이 넘는데요.

그건 왜 그런거죠?

<답변>
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폐 손상에만 국한해 진행했습니다.

조사위원들 사이에 기준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폐의 특이증세가 없거나 폐질환 아닌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판정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과거 진행된 동물실험에선 다른 장기 손상이 확인된 적이 있었는데요.

물고기 실험에선 심혈관 질환이이 나타났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다른 물질은 쥐에서 간암을 유발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장기에 이상이 있는 피해자들은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된 겁니다.

폐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결핵 같은 다른 질환을 앓다가,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폐가 손상된 환자들은 과거 병력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 가운데에는 산모들도 있는데요.

엄마 뱃 속에 있는 아이에게 가습기 살균제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가 없다며, 태아들은 판정 자체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질문>
가족 전체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런 분들은 어떤 판정을 받았나요?

<답변>
네. 한 공간에서 가습기를 사용하다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살균제에도 함께 노출된 경우 많은데요.

경기도 파주에 사는 황 모 씨 가족의 경우 판정 결과가 각각 달랐습니다.

6살 난 둘째 딸은 태어난 직후부터 2년 동안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는데요.

3년 전, 급성간질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 아이는 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년 넘게 살균제를 사용한 10살 첫째 딸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황 씨는 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폐손상을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크다는 건데요.

<녹취> 황OO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큰 애는 더 많이 썼었고 그 전부터. 크게 확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아픈 폐를 가지고 평생 살아야 되잖아요."

이 가족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시민단체나 피해자들은 가족의 건강 상태나 증상에 따라 판정이 다를 순 있겠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내린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한 건 아닌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 범위를 정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죠?

<답변>
네. 내일 열릴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지원 범위가 결정되는데요.

폐손상 피해자로 인정되면 의료비나 장례비가 지원됩니다.

의료비는 실제 지출한 의료비가 지원되는데요.

약제비나 호흡 보조기 임대비, 선택진료비 등의 일부 비급여 항목도 포함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의료비를 받으려면 과거 지출 내역을 증빙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병원이 5년 정도의 기록 밖에는 갖고 있지 않아 피해자들이 이 서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중증 환자의 경우 간병인이 꼭 필요한데요.

간병비는 지원항목에서 빠져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는 건데요.

오랜 치료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있고, 정신적인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녹취> 권미애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언제까지 엄마 품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먼저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나중에 혼자가 됐을 때 혼자 살아갈 능력이 될 수 있게끔 저는 나라에서 그걸 도와주길 바라는 거거든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법률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은 물론,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가습기 살균제피해센터와 같은 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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