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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평양 아파트 붕괴, 북 속도전 민심동요”
입력 2014.05.24 (08:04) 수정 2014.05.24 (08:32)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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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7일, 북한 당국은 평양시내 고층 아파트의 붕괴 사실을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7일) : "13일 평양시 평천 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대로 하 고 그에 대한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서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또한 건설관계자와 당 간부들이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7일) : "17일 구조전투가 결속된 사고 현장에서 관계 부문 책임일꾼들이 피해자 유가족들과 평천 구역 주민들을 비롯한 수도 시민들을 만나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하고 사과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인 사상자 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23층 아파트의 완공을 앞두고, 92세대가 미리 입주한 상태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녹취> 박 철(평양 주민 일반 주민들) : "아파트 세대여서 다 돈 벌러 나간 사람도 있고, 학교에 나간 애들도 있고, 실제로 는 집에 있는 사람들만 (숨졌다고 합니다)."

사고지역은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으로 주로 북한의 중.상층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붕괴된 아파트는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에 맞춰 건설된 평양의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의 다른 고층 아파트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새로 지은 아파트들, 그리고 특별히 속도를 높인 아파트들, 이런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한쪽으로 걱정을 하죠. 그런데 삶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지 ‘죽을 때 죽지, 뭐.’ 집이 너무 귀하니까. 잘 이해 안 되실 수도 있는데 건설 중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요. 유리도 없어서 방막을 치면서까지 들어가서 살아요, 살 곳이 없으니까. 자기가 이 집을 맡아놨는데 좀 더 권력자가 힘 있는 사람한테 그 집을 뺏길 수도 있어. 어쨌든 빨리 가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태로운 거예요."

<녹취> 1월 8일 수산사업소 조업식(지난 5월) : "3년이 걸려야 한다는 바다 구조물 공사를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에 끝내고……."

<녹취>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준공식(지난해 10월) : "아홉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처럼 훌륭한 살림집(주택)이 일떠설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마식령 속도전’을 앞세워 마식령 스키장을 비롯한 대형 건축물들을 단기간에 완공했고, 올해 들어선 ‘조선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천리마 속도’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희천 속도’ 등 북한은 시대에 따라 속도전을 강조해왔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에서 이제 속도전의 역사 자체는 굉장히 오래됐죠. 전후복구시절, 50년대부터 해서 천리마 운동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주로 부족한 자재라던가 여러 가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중동원방식의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빠르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칭송되는 분위기, 그것을 통해서 빠르게 하여튼 자본주의국가들을 따라잡고자 하는 시도들을 해왔던 거고, 이런 것들이 이제 속도전의 역사로 나오지 않았는가……."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건축물엔 양질의 자재가 아낌없이 투입되는 반면,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건축물엔 자재가 턱없이 부족해 불량 자재가 쓰이고, 간부들이 자재를 빼돌린다고 한다.

<인터뷰> 장인숙(前 평양도시계획설계사업소 설계원) : " 만일 자재를 남용해서 질 나쁜 자재를 쓴다거나 그리고 공사할 때 제대로 모든 콘크리트 배합이 잘 되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잘못 배합 하다 보면 모래나, 자갈이나, 시멘트가 부족하고 그럴 땐 딱 (시멘트가) 굳어야 되겠는데 이게 푸실푸실하면 (부실하면) 넘어질 수 있거든요. 설계 에서 요구되는 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재가 없을 땐, 대용자재로 비슷한 걸 갖다 써서 (완공) 날짜를 맞추다 보니까 결국 그렇지 않겠 나."

또 군인이나 돌격대, 대학생 등 비전문 인력들이 건설현장에 대거 동원되는 것도 부실공사의 주요 원인이자, 북한 주민들에겐 큰 고충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권력승계 과정에서 주도한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엔 대학생까지 동원됐고,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힘겨운 건설현장에 동원되지 않으려 건설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등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임산부도 나가요, 임산부도.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그게 하나도 쓰잘데기 없는, 자기 인생에 하나도 도움 안 되는 그런 동원들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런 동원에 나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뇌물을 고이고, 무슨 병원 진단서를 만들고, 위조하고. 제가 평양에 있을 때 백두산 선군 청년 발전소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돈을 지원했어요. 돈을 지원하니까 동원 안 내보내더라고. 그때 당시 200만원 지원했거든요."

김정은은 아파트 붕괴 사고가 난지 일주일 만에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현장에 나타나 뒤늦게 안전성을 강조했다.

<녹취>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건설 현장 시찰(지난 21일) : "건설에서 공법의 요구를 철저히 지키며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는 것은 조선인민군 제 267군부대 군인 건설자들의 일 본새(일의 자세) 라고 하시면서……."

이번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무리한 속도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까지 완공을 강조하며 여전히 속도전을 강조했다.

2004년 4월 22일, 1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천역 폭발사고.

북한 당국이 최초로 공식 발표한 대형 사고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4년) : "룡천역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고로 인한 비후과(큰 피해)가 하루 빨리 가시고 주민들의 안정된 생 활을 보장해주는데 필요한 대책을 다 세워주신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이들에 대한 보고 를 받으시고 환자들을 비행기로 긴급 수송해서 중앙 병원에서 치료……."

70년대 고려항공 여객기 추락과 80년대 함경남도 정평열차 추락사고, 그리고 90년대 통일거리 아파트 붕괴와 지난해 평성시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보도 조차 없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대형 사고는 외부로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비공개가 원칙처럼 여겨져 왔지만 북한 주민 대부분은 입소문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평소에 체감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저희 집이 대동강을 끼고 아파트가 건설되어 있거든요. 집에서 이렇게 내다보면 대동강이 흘러요. 장롱, 아니면 플라스틱 무슨 물통, 어쨌든 집 재산들이 비 올 때마다 떠내려가요. 그걸 보면 어디선가 계속 사고가 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대동강으로 합쳐져서 떠내려 온다는 소리지."

김정은이 당 차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와는 차이가 있고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휴대전화 200만대 이상의 보급과 같은 통신의 발달과 주민들의 외부 접촉이 늘면서 정보 전달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민심이나 여론이 정보확산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 자체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거나 막을 수 없는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다르게 보여주는 그런 사례가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정권의 입장에서 민심을 고려해야 될 필요성이 커진 것이고, 그만큼 이제 주민들의 이해관계, 요구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도로 북한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 않나."

유일영도체제를 유지하곤 있지만, 민심을 크게 고려해야 할 만큼 북한 사회가 변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녹취> 세월호 관련 시사대담(지난 13일) : "정말 그 뻔뻔스럽습니다. 박근혜의 이런 파렴치한 책임 회피 놀음이 결국에 가서는 분노한 민심에 달아오른 화약 보따리를 통째로 던진 셈이 되지 않았습니까?"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공사관계자의 사과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지 며칠 뒤, 김정은이 축구관람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밤잠을 자지 못했다는 말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사고 이후 연일 ‘인민중시’와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부인 리설주와 함께 대성산종합병원을 방문해 북한 주민을 걱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인자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8일) : "군인들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고 상처자리도 보아 주시며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몸 상태는 어떤가를 물어주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상자를 낸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고, 자재가 부족하고 부정이 만연하기 때문에 북한의 건설현장에서는 위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장인숙(前 평양도시계획설계사업소 설계원) : "김정은이 자기가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얼마나 통이 크고, 얼마나 인민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가 나타나는 것이 건축물이거든요. 이렇게 하다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모퉁이(사고)가 또 튀어나올지 몰라서 우리 건설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심히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확대되는 등 북한 민심도 달라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속도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속도전으로 건설된 아파트들의 안전성 점검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 [클로즈업 북한] “평양 아파트 붕괴, 북 속도전 민심동요”
    • 입력 2014-05-24 08:16:11
    • 수정2014-05-24 08:32:28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지난 17일, 북한 당국은 평양시내 고층 아파트의 붕괴 사실을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7일) : "13일 평양시 평천 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대로 하 고 그에 대한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서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또한 건설관계자와 당 간부들이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7일) : "17일 구조전투가 결속된 사고 현장에서 관계 부문 책임일꾼들이 피해자 유가족들과 평천 구역 주민들을 비롯한 수도 시민들을 만나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하고 사과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인 사상자 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23층 아파트의 완공을 앞두고, 92세대가 미리 입주한 상태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녹취> 박 철(평양 주민 일반 주민들) : "아파트 세대여서 다 돈 벌러 나간 사람도 있고, 학교에 나간 애들도 있고, 실제로 는 집에 있는 사람들만 (숨졌다고 합니다)."

사고지역은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으로 주로 북한의 중.상층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붕괴된 아파트는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에 맞춰 건설된 평양의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의 다른 고층 아파트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새로 지은 아파트들, 그리고 특별히 속도를 높인 아파트들, 이런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한쪽으로 걱정을 하죠. 그런데 삶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지 ‘죽을 때 죽지, 뭐.’ 집이 너무 귀하니까. 잘 이해 안 되실 수도 있는데 건설 중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요. 유리도 없어서 방막을 치면서까지 들어가서 살아요, 살 곳이 없으니까. 자기가 이 집을 맡아놨는데 좀 더 권력자가 힘 있는 사람한테 그 집을 뺏길 수도 있어. 어쨌든 빨리 가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태로운 거예요."

<녹취> 1월 8일 수산사업소 조업식(지난 5월) : "3년이 걸려야 한다는 바다 구조물 공사를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에 끝내고……."

<녹취>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준공식(지난해 10월) : "아홉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처럼 훌륭한 살림집(주택)이 일떠설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마식령 속도전’을 앞세워 마식령 스키장을 비롯한 대형 건축물들을 단기간에 완공했고, 올해 들어선 ‘조선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천리마 속도’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희천 속도’ 등 북한은 시대에 따라 속도전을 강조해왔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에서 이제 속도전의 역사 자체는 굉장히 오래됐죠. 전후복구시절, 50년대부터 해서 천리마 운동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주로 부족한 자재라던가 여러 가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중동원방식의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빠르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칭송되는 분위기, 그것을 통해서 빠르게 하여튼 자본주의국가들을 따라잡고자 하는 시도들을 해왔던 거고, 이런 것들이 이제 속도전의 역사로 나오지 않았는가……."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건축물엔 양질의 자재가 아낌없이 투입되는 반면,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건축물엔 자재가 턱없이 부족해 불량 자재가 쓰이고, 간부들이 자재를 빼돌린다고 한다.

<인터뷰> 장인숙(前 평양도시계획설계사업소 설계원) : " 만일 자재를 남용해서 질 나쁜 자재를 쓴다거나 그리고 공사할 때 제대로 모든 콘크리트 배합이 잘 되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잘못 배합 하다 보면 모래나, 자갈이나, 시멘트가 부족하고 그럴 땐 딱 (시멘트가) 굳어야 되겠는데 이게 푸실푸실하면 (부실하면) 넘어질 수 있거든요. 설계 에서 요구되는 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재가 없을 땐, 대용자재로 비슷한 걸 갖다 써서 (완공) 날짜를 맞추다 보니까 결국 그렇지 않겠 나."

또 군인이나 돌격대, 대학생 등 비전문 인력들이 건설현장에 대거 동원되는 것도 부실공사의 주요 원인이자, 북한 주민들에겐 큰 고충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권력승계 과정에서 주도한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엔 대학생까지 동원됐고,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힘겨운 건설현장에 동원되지 않으려 건설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등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임산부도 나가요, 임산부도.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그게 하나도 쓰잘데기 없는, 자기 인생에 하나도 도움 안 되는 그런 동원들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런 동원에 나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뇌물을 고이고, 무슨 병원 진단서를 만들고, 위조하고. 제가 평양에 있을 때 백두산 선군 청년 발전소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돈을 지원했어요. 돈을 지원하니까 동원 안 내보내더라고. 그때 당시 200만원 지원했거든요."

김정은은 아파트 붕괴 사고가 난지 일주일 만에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현장에 나타나 뒤늦게 안전성을 강조했다.

<녹취>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건설 현장 시찰(지난 21일) : "건설에서 공법의 요구를 철저히 지키며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는 것은 조선인민군 제 267군부대 군인 건설자들의 일 본새(일의 자세) 라고 하시면서……."

이번 평양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이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무리한 속도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까지 완공을 강조하며 여전히 속도전을 강조했다.

2004년 4월 22일, 1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천역 폭발사고.

북한 당국이 최초로 공식 발표한 대형 사고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4년) : "룡천역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고로 인한 비후과(큰 피해)가 하루 빨리 가시고 주민들의 안정된 생 활을 보장해주는데 필요한 대책을 다 세워주신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이들에 대한 보고 를 받으시고 환자들을 비행기로 긴급 수송해서 중앙 병원에서 치료……."

70년대 고려항공 여객기 추락과 80년대 함경남도 정평열차 추락사고, 그리고 90년대 통일거리 아파트 붕괴와 지난해 평성시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보도 조차 없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대형 사고는 외부로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비공개가 원칙처럼 여겨져 왔지만 북한 주민 대부분은 입소문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평소에 체감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성국(평양출신 탈북자(2011년 탈북) : "저희 집이 대동강을 끼고 아파트가 건설되어 있거든요. 집에서 이렇게 내다보면 대동강이 흘러요. 장롱, 아니면 플라스틱 무슨 물통, 어쨌든 집 재산들이 비 올 때마다 떠내려가요. 그걸 보면 어디선가 계속 사고가 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대동강으로 합쳐져서 떠내려 온다는 소리지."

김정은이 당 차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와는 차이가 있고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는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휴대전화 200만대 이상의 보급과 같은 통신의 발달과 주민들의 외부 접촉이 늘면서 정보 전달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민심이나 여론이 정보확산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 자체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거나 막을 수 없는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다르게 보여주는 그런 사례가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정권의 입장에서 민심을 고려해야 될 필요성이 커진 것이고, 그만큼 이제 주민들의 이해관계, 요구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도로 북한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 않나."

유일영도체제를 유지하곤 있지만, 민심을 크게 고려해야 할 만큼 북한 사회가 변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녹취> 세월호 관련 시사대담(지난 13일) : "정말 그 뻔뻔스럽습니다. 박근혜의 이런 파렴치한 책임 회피 놀음이 결국에 가서는 분노한 민심에 달아오른 화약 보따리를 통째로 던진 셈이 되지 않았습니까?"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공사관계자의 사과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지 며칠 뒤, 김정은이 축구관람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밤잠을 자지 못했다는 말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사고 이후 연일 ‘인민중시’와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부인 리설주와 함께 대성산종합병원을 방문해 북한 주민을 걱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인자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8일) : "군인들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고 상처자리도 보아 주시며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몸 상태는 어떤가를 물어주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상자를 낸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고, 자재가 부족하고 부정이 만연하기 때문에 북한의 건설현장에서는 위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장인숙(前 평양도시계획설계사업소 설계원) : "김정은이 자기가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얼마나 통이 크고, 얼마나 인민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가 나타나는 것이 건축물이거든요. 이렇게 하다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모퉁이(사고)가 또 튀어나올지 몰라서 우리 건설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심히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확대되는 등 북한 민심도 달라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속도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속도전으로 건설된 아파트들의 안전성 점검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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