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보험 규모 세계 8위…소비자 만족도는 ‘꼴찌’

입력 2014.07.07 (21:19) 수정 2014.07.0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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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렇게 다양한 보험,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1건 이상의 보험에 들고 있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보험엔 만족하십니까.

주변에서 권해서, 남들이 하니까, 마지 못해 가입하신 건 아닌가요.

해외 컨설팅업체가 매년 내놓는 '세계 보험 보고서' 입니다.

30개국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보험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15%에 불과했습니다.

금융 후진국인 러시아, 중국보다도 낮은 꼴찌였습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먼저, 공아영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신모 씨는 10년 전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의료비 실비 보장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3년 동안 천 만원의 보험금을 납부하다 중도해지했지만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신모 씨 : "'불완전판매' 피해자 감기로만 가도 병원비를 다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혜택받는 부분만 설명해서 가입을 하게 된 거죠."

전형적인 '불완전 판매'.

보험상품의 장점만 부각시키고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건 알리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불완전판매도 2만 건이 넘었습니다.

보험금을 받을 사유가 생겨도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거나 미루는 것도 민원 발생이 많은 이윱니다.

이 주부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보험사는 깨알 같은 글씨의 약관을 들이밀며 과거 병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김모씨('고지의무 위반' 피해자) : "(갑상선)결절 문제를 숨겼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제가 되물었죠. 물어보지 않았는데...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몰랐고..."

물어보지도 않고 소비자에게 '고지 의무' 위반이라고 덮어씌우는 겁니다.

이런 보험약관은 웬만하면 100쪽이 넘기 때문에 다 읽고 설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도 많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약관도 보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이런 3대 원인 때문에 보험은 '민원 발전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 금융감독원 민원실엔 한해 8~9만 건 정도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는데, 매년 절반은 보험에 관한 겁니다.

보험이 다른 모든 금융업보다도 후진적이란 얘기입니다.

단적으로 보험 영업 구조를 볼까요.

소비자를 최일선에서 상대하는 한때 '보험 아줌마'라고 불렸던 설계사는 40만 명인데,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입니다.

10명 중 6명은 1년도 안 돼 보험사를 옮깁니다.

가입자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가 안되겠죠.

보험은 '가입만 하면 땡'이냐는 불만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 보험 산업의 규모는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국내 43개 보험사가 매년 거둬들이는 보험료는 180조 원에 가깝고, 해마다 9% 정도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덩치로만 보면, 세계 8위의 '보험 대국'입니다.

결국, 내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단 얘긴데, 보험 민원을 줄이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뭔지, 황동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운용수익이 날 경우에만 배당금을 주는 보험 상품이지만 광고는 '평생 배당받는다'고 과장했습니다.

이 보험사는 또, 보험 해약시 돌려주는 환급금을 천 3백 명에게 덜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험사가 받은 징계는 기관주의와 17명 경징계뿐.

<녹취> 김상택(NH농협생명 부장) "고의성이 없다보니까 나름대로 제재심에서의 판단은 경징계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다른 손해보험사는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140명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탔지만 직원 몇 명이 경징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올들어, 금융감독원이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내린 징계는 기관주의 2건에, 경징계 56명.

중징계인 감봉 이상은 단 1명뿐입니다.

<녹취> 조연행(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금피아들이 금융사 여기저기에 있기 때문에 서로 봐주기식 경징계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되구요. 이런 중복민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해서 일벌백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사들이 잦은 전직도 보험민원이 많은 이유인 만큼 자주 보험사를 옮기는 설계사의 이력을 공개해야 합니다.

또,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판매수수료를 몇해에 걸쳐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꿔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정책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황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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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보험 규모 세계 8위…소비자 만족도는 ‘꼴찌’
    • 입력 2014-07-07 21:21:18
    • 수정2014-07-07 22: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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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보험,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1건 이상의 보험에 들고 있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보험엔 만족하십니까.

주변에서 권해서, 남들이 하니까, 마지 못해 가입하신 건 아닌가요.

해외 컨설팅업체가 매년 내놓는 '세계 보험 보고서' 입니다.

30개국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보험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15%에 불과했습니다.

금융 후진국인 러시아, 중국보다도 낮은 꼴찌였습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먼저, 공아영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신모 씨는 10년 전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의료비 실비 보장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3년 동안 천 만원의 보험금을 납부하다 중도해지했지만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신모 씨 : "'불완전판매' 피해자 감기로만 가도 병원비를 다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혜택받는 부분만 설명해서 가입을 하게 된 거죠."

전형적인 '불완전 판매'.

보험상품의 장점만 부각시키고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건 알리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불완전판매도 2만 건이 넘었습니다.

보험금을 받을 사유가 생겨도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거나 미루는 것도 민원 발생이 많은 이윱니다.

이 주부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보험사는 깨알 같은 글씨의 약관을 들이밀며 과거 병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김모씨('고지의무 위반' 피해자) : "(갑상선)결절 문제를 숨겼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제가 되물었죠. 물어보지 않았는데...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몰랐고..."

물어보지도 않고 소비자에게 '고지 의무' 위반이라고 덮어씌우는 겁니다.

이런 보험약관은 웬만하면 100쪽이 넘기 때문에 다 읽고 설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도 많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약관도 보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이런 3대 원인 때문에 보험은 '민원 발전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 금융감독원 민원실엔 한해 8~9만 건 정도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는데, 매년 절반은 보험에 관한 겁니다.

보험이 다른 모든 금융업보다도 후진적이란 얘기입니다.

단적으로 보험 영업 구조를 볼까요.

소비자를 최일선에서 상대하는 한때 '보험 아줌마'라고 불렸던 설계사는 40만 명인데,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입니다.

10명 중 6명은 1년도 안 돼 보험사를 옮깁니다.

가입자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가 안되겠죠.

보험은 '가입만 하면 땡'이냐는 불만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 보험 산업의 규모는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국내 43개 보험사가 매년 거둬들이는 보험료는 180조 원에 가깝고, 해마다 9% 정도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덩치로만 보면, 세계 8위의 '보험 대국'입니다.

결국, 내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단 얘긴데, 보험 민원을 줄이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뭔지, 황동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운용수익이 날 경우에만 배당금을 주는 보험 상품이지만 광고는 '평생 배당받는다'고 과장했습니다.

이 보험사는 또, 보험 해약시 돌려주는 환급금을 천 3백 명에게 덜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험사가 받은 징계는 기관주의와 17명 경징계뿐.

<녹취> 김상택(NH농협생명 부장) "고의성이 없다보니까 나름대로 제재심에서의 판단은 경징계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다른 손해보험사는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140명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탔지만 직원 몇 명이 경징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올들어, 금융감독원이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내린 징계는 기관주의 2건에, 경징계 56명.

중징계인 감봉 이상은 단 1명뿐입니다.

<녹취> 조연행(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금피아들이 금융사 여기저기에 있기 때문에 서로 봐주기식 경징계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되구요. 이런 중복민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해서 일벌백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사들이 잦은 전직도 보험민원이 많은 이유인 만큼 자주 보험사를 옮기는 설계사의 이력을 공개해야 합니다.

또,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판매수수료를 몇해에 걸쳐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꿔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정책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황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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