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집중호우 부산·경남 현장을 가다

입력 2014.08.29 (08:39) 수정 2014.08.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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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년 만의 최대 강우량이었다고 하는데요.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부산 경남지역은 아직까지 수해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수해 현장의 모습을 취재했는데요.

이승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이틀 동안 수해지역을 돌아봤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멘트>

네,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와 현장 복구 상황 등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워낙에 피해 지역에 넓고 피해 정도도 심각하다보니, 언제쯤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상처의 현장.

부산.경남 수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거세게 쏟아져 내리는 흙탕물.

도로는 거대한 하천으로 변했고 미처 이동하지 못한 차량들은 지붕만 내민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환(동장/부산광역시 북구 덕천1동) : "완전히 다 잠겼습니다. 그야말로 진짜 살다 살다 이런 건 제가 처음 봤기 때문에. 너무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집안으로 차 들어온 빗물은 가구며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휩쓸어 가버렸습니다.

<인터뷰> 강연하(피해주민) : "(물이) 차니까 그냥 냉장고도 다 쓰러지고, 김치냉장고도 쓰러지고, 세탁기도 전부 쓰러지니까 사람 죽겠다 싶어서 지금 살림이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밖으로.."

급속도로 불어나는 빗물에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채, 서둘러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비가 그친 뒤 되돌아간 집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재열(피해주민) : "잠이 옵니까 어디 가 자도. 와서 설거지, 이 그릇 닦는다고 혼자서 12시까지 하고, 또 자고 아침에 6시 되가지고 나와 가지고 지금까지 하고.."

아직 빠지지 않은 흙탕물에 집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악취까지 진동을 합니다.

가전제품이며 가구를 꺼내 말려도 보고 살림살이를 챙겨 보지만 어디 하나 멀쩡한 게 없습니다.

<인터뷰> 장순금(피해주민) : "엉망진창이 되어서 지금 뒤에 장독이고 뭐고 다 떠내려가 버리고 간장이고 된장이고 전부 하나도 못 먹고 다 버리고.."

농가의 생계를 책임지던 농기계들도 상당수가 고철덩이가 되어버렸고,

<인터뷰> 박종금(피해 농민) : "우선은 여기 수리를 해야 하니까. 지금 기계가 말라야 합니다. 말려서 수리해야 하고.."

벽에 구멍이 뚫린 흙집은 복구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할 수준입니다.

<인터뷰> 정만수(피해주민) : "복구할 엄두가 안 나 포기해야 한다고. 이런 상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야지."

상점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0년 단골손님들이 맡겨놓은 옷가지는 어떻게 보상을 해줘야 하나 세탁소 주인은 며칠째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차상(세탁소 주인) : "(손님 옷) 많죠. 수도 없이 많죠. 그걸 어떻게 할지 지금 대책도 없습니다. 어떻게 할지 아직은 그것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흙탕물에 잠겨 못쓰게 돼 버린 미용 장비들.

진열장을 가득 채웠던 약들은 대부분이 물에 쓸려갔습니다.

그나마 남은 것도 상품 가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약국 주인 약이라는 게 한 알에 천원, 이천 원짜리도 있으니까. 막 부풀어 올라서 아예 못 쓰게 되는 그런 거죠.

아파트 지하에도 물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수압을 못이기고 휘어진 철문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인터뷰> 배용환(피해주민) : "엘리베이터 문짝 보세요 문짝도 다 날아갔다니까. 여기까지 찼다니까. 물에 압력에 의해서 철판도 날아가고 엘리베이터도 날아가고.."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던 날.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주민은 그날의 기억에 몸서리가 처집니다.

<인터뷰> 도성대(당시 구조된 할아버지) : "죽을 줄 알았지. 처음에 정신이 없었어. 여기 물에 바로 휩쓸려서 들어갔거든. 119 아저씨 고맙다고, 여기 다 전 직원들이 다 고맙더라고."

취재팀이 도착했을때, 부산에서는 군인, 공무원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을 돕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전북 무주군청 관계자 : "기장군과 우리 무주군은 20년째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형제자매 도시입니다. 아픔을 같이, 함께 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외딴 지역은 아직까지도 일손이 부족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천여 마리를 오리를 키우던 이 농장도 이번 집중호우로 오리 절반 가량을 잃었는데요,

<녹취> 오리농장 관계자 (음성변조) : "이만큼 물이 찼었거든. 오리가 떠다니는 거야. 그러다가 오리가 저기로 다 따라 나간 거야."

축사 곳곳에는 떼죽음을 당한 오리와 떠밀려온 자갈이며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농민 혼자서 복구 작업은 어려운 상황.

나오는건 한숨 뿐입니다.

<녹취> 오리농장 관계자 (음성변조) : "오리하고 닭을 한 40년 했거든. 평생 직업이 이거야. 이번에는 잘 키웠는데 빗물로 인해서 너무 심란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자갈이 가득 쌓인 계곡은 원래는 옥수수 밭이었던 곳.

공사장에서 돌덩이들이 쓸려 내려와 밭을 덮어 버린겁니다.

하루 빨리 복구가 필요하지만, 다리가 끊기고, 농로가 유실돼 장비도 사람도, 들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백해우(피해농민) : "이게 지금, 이거 실어 나를 차도 길도 없지. 이거 어디로 실어내겠습니까. 뭐 자리도 없고."

곧 있으면 추석인데, 애지중지 키웠던 농작물을 송두리째 빼앗긴 농민들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인호(피해농민) : "한꺼번에 이렇게 다 쓸려가니까 곧 수확 철인데 저희로서는 복구할 엄두도 나지 않고 지금 뭐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인터뷰> 백해우(피해농민) : "말도 마세요. 심정은 말도 마세요. 이래서는 밤에 잠이 안 옵니다."

비가 그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열일 제쳐놓고 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피해 주민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희망을 찾습니다.

<인터뷰> 박일숙(피해주민) : "어떻게 해야 할 상황도 모르겠고 어떻게 손을 써야 될지. 그나마 그래도 많이 도와주신 분도 있고.."

<인터뷰> 김홍곤(피해주민) : "복구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겁니다. 많이 협조해서 빨리 복구가 될 수 있도록만 부탁합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규모의 수해를 입은 부산. 경남 지역.

정부는 피해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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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집중호우 부산·경남 현장을 가다
    • 입력 2014-08-29 08:40:51
    • 수정2014-08-29 10:49:3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200년 만의 최대 강우량이었다고 하는데요.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부산 경남지역은 아직까지 수해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수해 현장의 모습을 취재했는데요.

이승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이틀 동안 수해지역을 돌아봤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멘트>

네,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와 현장 복구 상황 등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워낙에 피해 지역에 넓고 피해 정도도 심각하다보니, 언제쯤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상처의 현장.

부산.경남 수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거세게 쏟아져 내리는 흙탕물.

도로는 거대한 하천으로 변했고 미처 이동하지 못한 차량들은 지붕만 내민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병환(동장/부산광역시 북구 덕천1동) : "완전히 다 잠겼습니다. 그야말로 진짜 살다 살다 이런 건 제가 처음 봤기 때문에. 너무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집안으로 차 들어온 빗물은 가구며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휩쓸어 가버렸습니다.

<인터뷰> 강연하(피해주민) : "(물이) 차니까 그냥 냉장고도 다 쓰러지고, 김치냉장고도 쓰러지고, 세탁기도 전부 쓰러지니까 사람 죽겠다 싶어서 지금 살림이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밖으로.."

급속도로 불어나는 빗물에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채, 서둘러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비가 그친 뒤 되돌아간 집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재열(피해주민) : "잠이 옵니까 어디 가 자도. 와서 설거지, 이 그릇 닦는다고 혼자서 12시까지 하고, 또 자고 아침에 6시 되가지고 나와 가지고 지금까지 하고.."

아직 빠지지 않은 흙탕물에 집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악취까지 진동을 합니다.

가전제품이며 가구를 꺼내 말려도 보고 살림살이를 챙겨 보지만 어디 하나 멀쩡한 게 없습니다.

<인터뷰> 장순금(피해주민) : "엉망진창이 되어서 지금 뒤에 장독이고 뭐고 다 떠내려가 버리고 간장이고 된장이고 전부 하나도 못 먹고 다 버리고.."

농가의 생계를 책임지던 농기계들도 상당수가 고철덩이가 되어버렸고,

<인터뷰> 박종금(피해 농민) : "우선은 여기 수리를 해야 하니까. 지금 기계가 말라야 합니다. 말려서 수리해야 하고.."

벽에 구멍이 뚫린 흙집은 복구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할 수준입니다.

<인터뷰> 정만수(피해주민) : "복구할 엄두가 안 나 포기해야 한다고. 이런 상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야지."

상점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0년 단골손님들이 맡겨놓은 옷가지는 어떻게 보상을 해줘야 하나 세탁소 주인은 며칠째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차상(세탁소 주인) : "(손님 옷) 많죠. 수도 없이 많죠. 그걸 어떻게 할지 지금 대책도 없습니다. 어떻게 할지 아직은 그것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흙탕물에 잠겨 못쓰게 돼 버린 미용 장비들.

진열장을 가득 채웠던 약들은 대부분이 물에 쓸려갔습니다.

그나마 남은 것도 상품 가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약국 주인 약이라는 게 한 알에 천원, 이천 원짜리도 있으니까. 막 부풀어 올라서 아예 못 쓰게 되는 그런 거죠.

아파트 지하에도 물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수압을 못이기고 휘어진 철문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인터뷰> 배용환(피해주민) : "엘리베이터 문짝 보세요 문짝도 다 날아갔다니까. 여기까지 찼다니까. 물에 압력에 의해서 철판도 날아가고 엘리베이터도 날아가고.."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던 날.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주민은 그날의 기억에 몸서리가 처집니다.

<인터뷰> 도성대(당시 구조된 할아버지) : "죽을 줄 알았지. 처음에 정신이 없었어. 여기 물에 바로 휩쓸려서 들어갔거든. 119 아저씨 고맙다고, 여기 다 전 직원들이 다 고맙더라고."

취재팀이 도착했을때, 부산에서는 군인, 공무원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을 돕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전북 무주군청 관계자 : "기장군과 우리 무주군은 20년째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형제자매 도시입니다. 아픔을 같이, 함께 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외딴 지역은 아직까지도 일손이 부족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천여 마리를 오리를 키우던 이 농장도 이번 집중호우로 오리 절반 가량을 잃었는데요,

<녹취> 오리농장 관계자 (음성변조) : "이만큼 물이 찼었거든. 오리가 떠다니는 거야. 그러다가 오리가 저기로 다 따라 나간 거야."

축사 곳곳에는 떼죽음을 당한 오리와 떠밀려온 자갈이며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농민 혼자서 복구 작업은 어려운 상황.

나오는건 한숨 뿐입니다.

<녹취> 오리농장 관계자 (음성변조) : "오리하고 닭을 한 40년 했거든. 평생 직업이 이거야. 이번에는 잘 키웠는데 빗물로 인해서 너무 심란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자갈이 가득 쌓인 계곡은 원래는 옥수수 밭이었던 곳.

공사장에서 돌덩이들이 쓸려 내려와 밭을 덮어 버린겁니다.

하루 빨리 복구가 필요하지만, 다리가 끊기고, 농로가 유실돼 장비도 사람도, 들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백해우(피해농민) : "이게 지금, 이거 실어 나를 차도 길도 없지. 이거 어디로 실어내겠습니까. 뭐 자리도 없고."

곧 있으면 추석인데, 애지중지 키웠던 농작물을 송두리째 빼앗긴 농민들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인호(피해농민) : "한꺼번에 이렇게 다 쓸려가니까 곧 수확 철인데 저희로서는 복구할 엄두도 나지 않고 지금 뭐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인터뷰> 백해우(피해농민) : "말도 마세요. 심정은 말도 마세요. 이래서는 밤에 잠이 안 옵니다."

비가 그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열일 제쳐놓고 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피해 주민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희망을 찾습니다.

<인터뷰> 박일숙(피해주민) : "어떻게 해야 할 상황도 모르겠고 어떻게 손을 써야 될지. 그나마 그래도 많이 도와주신 분도 있고.."

<인터뷰> 김홍곤(피해주민) : "복구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겁니다. 많이 협조해서 빨리 복구가 될 수 있도록만 부탁합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규모의 수해를 입은 부산. 경남 지역.

정부는 피해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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