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쓰레기 더미서 갓난아기가…누가? 왜?

입력 2014.09.05 (08:38) 수정 2014.09.05 (09: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부산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긴 갓난 아기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아기를 유기하거나 숨지게 하는 범죄, 왜 이렇게 끊이질 않는 걸까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요?

<기자 멘트>

네, 아기를 버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만, 쓰레기 매립장에는 매일 수 천톤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고요.

또, 갓난아기의 경우 신원 확인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에 내몰리는 갓난아기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쓰레기 매립장.

부산시내 8개 구에서 발생되는 하루 천 톤 가량의 생활 쓰레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수거된 쓰레기들은 이곳에서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됩니다.

<녹취> 쓰레기 매립장 관계자 (음성변조) : "쓰레기를 가져오면 한쪽에다 쌓아 놓고 크레인으로 여기다 투입을 해요. 가연물하고 불연물하고 미처 자동으로 안 빠진 것들을 아주머니들이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거죠."

지난주 금요일 낮시간.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수작업으로 쓰레기를 걸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쓰레기 매립장 관계자 (음성변조) : "오후에 식사하고 1시 30분 좀 넘었나요. 이쪽에 동물 사체나 그런 게 많이 올라와요. (처음엔)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냥 알몸인 채......"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건 끔찍하게도 갓난아기의 시신이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쓰레기 처리 단계상 마지막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곳.

<인터뷰> 쓰레기 매립지 관계자 (음성변조) : "거긴 불연물이니까 통에 받아서 위에 매립장에다 매립시켜요. (못 보고 지나쳤다면 그냥 매립장으로?) 그러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힌 직원들은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녹취> 녹산 파출소 관계자 : "(8월) 29일 13시 48분, ‘연료화 시설에서 생활 폐기물 처리 중 아기 시체 발견’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네요."

발견된 아기는 태어난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신생아였습니다.

<인터뷰> 정일관(경위/부산 녹산파출소) : "현장에 갔을 때는 영아 시체, 남아로 추정되는 조그마한 갓 탯줄까지 있는 그런 시체가 발견됐던 겁니다."

누군가 갓난아이를 낳자마자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버린 건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를 담잖아요. 종량제 봉투에다......"

버려진 아기는 이내 차가운 쓰레기 더미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습니다.

누가 왜 갓난아기를 이런 방법으로 유기한 걸까?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쓰레기가 모여드는데다, 사망한 아기의 신원 확인도 되지 않는 만큼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경찰은 지난달 말을 즈음해 아기를 출산한 산모를 찾는 한편, 관련 CCTV와 목격자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태어나자 마자 그것도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진 갓난아기.

이처럼 영아를 유기해 숨지게 하거나, 심지어 살해를 하는 끔찍한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부모에 의한 범행인데, 대책은 없는 걸까요?

<리포트>

지난달 광주의 한 모텔에서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손님이 나간 뒤 청소를 하던 모텔 직원은 쓰레기통에서 무언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모텔 청소를 하는데 쓰레기통에 무슨 아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뭐 이상한 물건이 있다. 아기 같다. 그런 식으로 신고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건 갓난아기의 시신이었습니다.

아기를 쓰레기통에 버린건 이 모텔에 묵었던 20대의 미혼모.

그런데 아기를 버린 이 여성.

모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PC방에서 태연히 게임을 하다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3월인가, 아무튼 가출을 했어요. 가출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한 거죠."

가출을 한 뒤 PC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한 이 여성은 산통이 느껴지자, 모텔에 투숙해 아기를 낳은 뒤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유기) 의도가 없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혼자 낳지도 않았을 것이고 부모, 가족이나 친척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든지, 아니면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든지 했을 거 아닙니까."

유기를 넘어, 살해를 당하고 있는 아기들도 많습니다.

지난 2월 전북 군산에서는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 된 영아를 살해한 뒤 도로변에 내다버린 비정한 부부가 검거됐고,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도로변) 갈대밭 사이에 있는 맨홀 같은 거 있죠. 물 배수구 비슷하니 그 안에다 (시신을) 넣어놨던 거예요."

지난 1월 부산에서는 모텔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곧바로 창밖으로 내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한 1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침에 바로 발견했어요. 저녁에 던진 걸 아침에, 건너편에 모텔 공사가 있었어요. 모텔 공사 인부가 ‘차단막 위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인 것 같다’라는.."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국내 영아 유기 사건은 지난 2010년 69건에서, 지난해 225건으로 3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또, 영아를 직접 살해하는 사건도 매년 십여 건 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대부분은 미성년자들에 의한 출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임신 사실을 어디에도 알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출산을 한 이후에 아이들을, 영아들을 유기하거나 살해하거나.."

생명 경시 풍조를 해소하려는 노력과 청소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성교육.

그리고, 미혼모 지원제도와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결과론적인 대책 중의 하나는 이제 미혼모 시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출산을 했을 때 어디엔가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면 부모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사실 제3의 기관에서 도움을 좀 받도록"

따뜻한 사랑의 손길 한번 받아보지 못한채 길거리 풀숲으로, 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있는 새 생명.

점점 더 심각해지는 영아 유기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쓰레기 더미서 갓난아기가…누가? 왜?
    • 입력 2014-09-05 08:27:17
    • 수정2014-09-05 09:49:54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부산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긴 갓난 아기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아기를 유기하거나 숨지게 하는 범죄, 왜 이렇게 끊이질 않는 걸까요?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요?

<기자 멘트>

네, 아기를 버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만, 쓰레기 매립장에는 매일 수 천톤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고요.

또, 갓난아기의 경우 신원 확인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에 내몰리는 갓난아기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쓰레기 매립장.

부산시내 8개 구에서 발생되는 하루 천 톤 가량의 생활 쓰레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수거된 쓰레기들은 이곳에서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됩니다.

<녹취> 쓰레기 매립장 관계자 (음성변조) : "쓰레기를 가져오면 한쪽에다 쌓아 놓고 크레인으로 여기다 투입을 해요. 가연물하고 불연물하고 미처 자동으로 안 빠진 것들을 아주머니들이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거죠."

지난주 금요일 낮시간.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수작업으로 쓰레기를 걸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쓰레기 매립장 관계자 (음성변조) : "오후에 식사하고 1시 30분 좀 넘었나요. 이쪽에 동물 사체나 그런 게 많이 올라와요. (처음엔)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냥 알몸인 채......"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건 끔찍하게도 갓난아기의 시신이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쓰레기 처리 단계상 마지막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곳.

<인터뷰> 쓰레기 매립지 관계자 (음성변조) : "거긴 불연물이니까 통에 받아서 위에 매립장에다 매립시켜요. (못 보고 지나쳤다면 그냥 매립장으로?) 그러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힌 직원들은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녹취> 녹산 파출소 관계자 : "(8월) 29일 13시 48분, ‘연료화 시설에서 생활 폐기물 처리 중 아기 시체 발견’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네요."

발견된 아기는 태어난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신생아였습니다.

<인터뷰> 정일관(경위/부산 녹산파출소) : "현장에 갔을 때는 영아 시체, 남아로 추정되는 조그마한 갓 탯줄까지 있는 그런 시체가 발견됐던 겁니다."

누군가 갓난아이를 낳자마자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버린 건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를 담잖아요. 종량제 봉투에다......"

버려진 아기는 이내 차가운 쓰레기 더미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습니다.

누가 왜 갓난아기를 이런 방법으로 유기한 걸까?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쓰레기가 모여드는데다, 사망한 아기의 신원 확인도 되지 않는 만큼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경찰은 지난달 말을 즈음해 아기를 출산한 산모를 찾는 한편, 관련 CCTV와 목격자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태어나자 마자 그것도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진 갓난아기.

이처럼 영아를 유기해 숨지게 하거나, 심지어 살해를 하는 끔찍한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부모에 의한 범행인데, 대책은 없는 걸까요?

<리포트>

지난달 광주의 한 모텔에서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손님이 나간 뒤 청소를 하던 모텔 직원은 쓰레기통에서 무언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모텔 청소를 하는데 쓰레기통에 무슨 아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뭐 이상한 물건이 있다. 아기 같다. 그런 식으로 신고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건 갓난아기의 시신이었습니다.

아기를 쓰레기통에 버린건 이 모텔에 묵었던 20대의 미혼모.

그런데 아기를 버린 이 여성.

모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PC방에서 태연히 게임을 하다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3월인가, 아무튼 가출을 했어요. 가출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한 거죠."

가출을 한 뒤 PC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한 이 여성은 산통이 느껴지자, 모텔에 투숙해 아기를 낳은 뒤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유기) 의도가 없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혼자 낳지도 않았을 것이고 부모, 가족이나 친척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든지, 아니면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든지 했을 거 아닙니까."

유기를 넘어, 살해를 당하고 있는 아기들도 많습니다.

지난 2월 전북 군산에서는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 된 영아를 살해한 뒤 도로변에 내다버린 비정한 부부가 검거됐고,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도로변) 갈대밭 사이에 있는 맨홀 같은 거 있죠. 물 배수구 비슷하니 그 안에다 (시신을) 넣어놨던 거예요."

지난 1월 부산에서는 모텔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곧바로 창밖으로 내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한 1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침에 바로 발견했어요. 저녁에 던진 걸 아침에, 건너편에 모텔 공사가 있었어요. 모텔 공사 인부가 ‘차단막 위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인 것 같다’라는.."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국내 영아 유기 사건은 지난 2010년 69건에서, 지난해 225건으로 3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또, 영아를 직접 살해하는 사건도 매년 십여 건 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대부분은 미성년자들에 의한 출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임신 사실을 어디에도 알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출산을 한 이후에 아이들을, 영아들을 유기하거나 살해하거나.."

생명 경시 풍조를 해소하려는 노력과 청소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성교육.

그리고, 미혼모 지원제도와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결과론적인 대책 중의 하나는 이제 미혼모 시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출산을 했을 때 어디엔가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면 부모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사실 제3의 기관에서 도움을 좀 받도록"

따뜻한 사랑의 손길 한번 받아보지 못한채 길거리 풀숲으로, 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있는 새 생명.

점점 더 심각해지는 영아 유기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