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달라진 보름달’

입력 2014.09.05 (23:40) 수정 2014.09.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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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 연휴가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이미 고향에 도착하신 분들.

아직 도로에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오늘 취재파일 K 이슈에서는 해가 바뀔수록 양극화되는 추석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누구에겐 보름달만큼 밝은 한가위가, 누구에겐 그 그늘만큼 힘들 수도 있을 텐데요.

먼저 김원장기자가 추석 준비로 들뜬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매를 마친 생삼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녹취> 전정숙(한국인삼공사 팀장) : "오늘 4만8천kg 들어왔어요. (많이 할때는 얼마나 하세요?) 야근하면요 12만 kg..."

생삼은 여러번 세척과정을 거친 뒤 크기에 따라 나눠집니다.

그리고 증삼...

증삼을 마친 생삼은 건조과정을 거쳐 홍삼으로 변신합니다

이어지는 수많은 공정을 거쳐 홍삼정이나 파우치에 든 홍삼액 선물세트가 만들어집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이미 15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1년 매출의 20%가 이맘때 팔리는겁니다.

추석을 닷새 앞둔 백화점 상품코너 ....

단연 한우매장이 인깁니다.

10여개의 결제 창구가 임시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려면 줄을 서야합니다.

120만 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누가 살까?

<인터뷰> 백화점 판매직원 : "하루 기본판매가 50개에서 100개정도.. 충분히 나가요 주문예약이 되게많아요 법인 손님이 제일 많이 찾아요 단가가 세기때문에..."

<인터뷰> 백화점 판매 직원(남) : "(한우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얼마나 나옵니까?) 한 3억원이상 나옵니다.."

보리굴비라 불리는 법성포 굴비특선.

10마리에 100만 원입니다...

추석, 유통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백화점 선물 매출은 유일하게 올랐습니다.

특히 값비산 고가 선물들이 잘나갑니다.

주로 기업들이 대량으로 사가는 매출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선화(대리 롯데백화점 홍보실) :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요. 특히 법인 매출이 30%가량 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하구 있구요.."

백화점 매출 실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권 매장..

추석을 맞아 10여 명의 아르바이트 포장직원들을 고용했습니다.

거액의 상품권을 구입하는 손님을 위해 보너스 상품권도 준비했습니다.

천만 원 어치면 25만 원을.. 하지만 2900명 한정입니다.

3천만 원 어치면 90만 원 상품권을 보너스로 주는데, 역시 470명 한정입니다.

실제 이렇게 거액으로 구입하는 손님이 많을까.

한 중년남성이 수백 장의 상품권을 사서 떠나고...

또 다른 중년 여성이 상품권을 또 무더기로 구입합니다.

<인터뷰>"(오늘 얼마어치 사시는 거예요?) 저는 몰라요. 심부름하는 거예요."

손에 쥔 상품권만 5만 원 권 200장.

족히 수천 장의 상품권 한 뭉치를 또 사서 넣어갑니다.

<인터뷰> 상품권 판매 직원 : "(그분 얼마어치 사가셨어요?) 지금 한번에 4억 8천만 원 사셨어요. 근데 아침에도 왔다 가시고..."

백화점 상품권 매출은 한해 평균 4조 2천억 원, 이번 추석 연휴동안 대형 백화점 3곳에서 팔리는 상품권만 8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대기업들도 비교적 넉넉한 한가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추석 상여금과 별도로 귀향여비에 상품권까지 지급합니다.

삼성그룹은 이미 300억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지급했고, 현대 기아차는 통상임금의 절반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합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처음 시행되는 대체 휴일을 쉬고 일부 대기업들은 오늘과 대체휴일 다음날인 오는 11일까지 권장휴일로 지정해, 최장 8일간의 연휴도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산(LG 전자 대리) : "저는 하루를 더 추가해 모두 7일 쉬는데요 마지막날에는 가족들끼리 수원 검단산에 오를려고 계획하고 있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전국 우체국에서 발송된 선물 소포들이 모아지고 다시 분류됩니다.

늦어도 오늘 안에는 기다리는 가족과 친지들을 찾아가야합니다.

<녹취> 김종석(동서울우편물류센터 발착팀장) : "24시간 교대근무예요 제일 바쁜 시간은 20시에서 22시 00시에서 06시까지요.."

우체국 물류센터는 추석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차오른 보름달처럼 누군가에겐 풍성하고 또 어떤 이에겐 차고 넘치는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질문>
이 자리에 안다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번에 수억원씩 상품권을 사는 사람도 있군요.

이렇게 풍성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곳도 있지만 추석이 오히려 우울한 이들도 우리 주변에 적지않죠?

<답변>
추석 대목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돈도 풀리고, 값비싼 선물도 많이들 주고 받는다는데, 그게 남들 얘기일 뿐이고, 정작 내 손에 쥐는게 없으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더 크겠죠.

결실 맺는 추석은 추석이되, 추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을 임세흠 기자가 만났습니다.

<녹취> 이철호(임금 체불 노동자) : "(고향) 대구 가면 형수 있지, 형 있지, 누나 있지, 조카들 수두룩해, 돈 한 푼이라도 줘야되잖아?"

<녹취> "가면 돈을 내줘야해, 돈은 없는데 뭘로 줄거야?"

추석이면 돈이 돈다고들 합니다.

한국은행에선 보란듯이, 뭉텅이 돈을 시장에 풀어줍니다.

하지만 15조 원이나 풀렸다는 이 추석 자금은 이들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녹취> 임금체불 노동자들 3人 : "600만 원 꼴입니다.1인당 한 600만 원. 저도 600만 원 입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다투는 사이, 틈바구니에 껴 돈을 받지 못했고, 추석을 앞두곤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끊겼습니다.

<인터뷰> 이철호(임금체불 노동자) : "봐요, 한번 보세요. 다 돈 없어. 두 달 돈 일해 돈 못받았는데, 돈이 어딨어?"

<인터뷰> 임점태(체불 & 中 지린성 출신) : "추석 올데 갈데 없어요. 지하철역 박스 갖다 놓고 자든지.. 진짜 숙소도, 숙소도 없어요. 회사 끝났는데 어디 갈데 없죠. 뭐."

급한 마음에 정부기관을 찾아 하소연해보지만, "당장 돈을 받게 해주겠다" 이런 시원한 대답은 메아리치지 않습니다.

누구나 돈이 간절한 명절은 덕분에 임금 체불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 지역 사무실은 몰려드는 상담에 비상근무를 편성합니다.

<인터뷰> 김진환(천안고용노동지청 팀장) : "근로자 입장에서 금품이 필요할테고 (사업주 입장에선) 또 자금 수요가 많으니까, 체불 임금이, 집단 체불이 발생될 수 있을테고, 많이 있습니다."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느니 차라리 내 사업을 하면 좀 나을까?

<인터뷰> 심상학(햄버거 가게 폐업) : "자영업자가 느끼는 이런 모든 것에 대한 것은 굉장히 진짜 말 그대로 경착륙 수준이 아니라 추락 수준입니다."

폐업한 햄버거 가게에서 철거가 한창입니다.

고기 굽던 불판이 해체되고, 용품들이 들려 나갑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연 햄버거 가게..

맛 좋다, 는 입소문도 나고, 장사도 꾸준히 잘 됐지만, 정작 손에 돈을 쥐기는 어려운 이상한 구조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심상학(햄버거 가게 폐업) : "인건비 오르고, 재료값 오르고, 월세 당연히 오르죠."

<녹취> "그러면 판매가도 올라야되는데, 판매가를 올리면 절대 매매가 안된단 말예요."

<녹취> "너무나 과다 경쟁이기 때문에 판매가를 올리면 절대로 손님을 끌 수가 없어요."

돈이 풀린다는 추석 대목까진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적은 권리금이라도 얼른 챙겨 명절을 보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폐업한 햄버거 가게의 용품들이 실려간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최신 냉장고며 그릇, 의자 새것같은 식당의 장식품까지, 추석을 앞두고 문닫은 업체들의 물품이 몰려드는 통에 창고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제원(폐업 정리업체 대표) : "경기도 안 좋고, 뭐 추석까지 견뎌봤자 경기가 안 좋은데 장사가 되겠어요? 안되니까 내버리는 거지 머."

<녹취> "올해는 내일 모레, 추석이 코 앞 왔는데도, 접고 다들 내버리는 그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요."

<녹취> "추석 맞이하면, 아..죽었구나. 사과라든가 배, 과일도 있고, 굴비 부피들이 크니까, 아무래도 좀 다른 때보다 좀 많이 좀 힘들죠. 추석 때가."

새벽 5시 출근, 종일 계단을 뛰어다니고, 수백 번, 차에 오르내립니다.

곡예하듯 길을 헤집고 택배를 나릅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추석이면 하루 택배 2백 개는 기본.

우체국과 위탁 계약을 맺은 택백 기사들은 선물 한 상자에 평균 천 35원을 받습니다.

하루 종일 땀흘리며 뛰어다녀서 20만 원 남짓 손에 쥘 수 있지만, 선물 한 개당 수수료 100원 가까이는 위탁업체 차지입니다.

<인터뷰> 최준식(우체국 택배기사) : "중간에 업체가 있음으로써 저희가 힘들게 배달하는게, 업체가 수수료를 떼어가는거, 그런게 좀 많이 힘들고 억울하죠."

추석 대목에 일이 많을수록 덩달아 늘어나는 기름값이며, 고객과의 수백 통 전화요금도 택배 기사들의 몫입니다.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추석도 풍성하게 맞을 수 있게 된 세태,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보니 이번 추석 연휴엔 아쉽지만 고향엘 갈 수 없습니다.

<인터뷰> 설현수(공무원 시험 수험생) : "(27살로 맞이하는 추석은?) 지옥같죠.. 솔직히 지금 취업 때문에 다들 제 친구들 같은 경우는 거의 다 취업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취업도 못했고..."

추석이면 쉴세라 학원들의 연휴 특강이 마련되고, 수험생들은 노량진 단칸 자취방 탈출을 꿈꾸며, 추석인듯 추석같지 않은 우울한 추석은 딱 올해까지만일거라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설현수(공무원 시험 수험생) : "내년 추석에는 꼭 붙어서, 멋있게 가족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앵커 멘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만큼 추석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었는데요.

추석에도 서러운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 또한 옛말이 됐어요?

<기자 멘트>

요즘은 먹을 건 넘쳐나는데 취업난에, 또 불안한 노후 고민으로 오히려 삶은 더 힘들어졌다고 하죠.

또 바쁜 일상에 쫓겨 추석을 즐길 여유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러다보니 추석이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시간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멘트>

이런 갈등을 피하고, 또 서로간에 부담을 줄이려다보니 추석을 맞는 모습도 변하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추석 풍속도와 사라져가는 추석의 의미를 되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대한뉴스 : "조상들에 대한 제사와 성묘를 하는 명절이요, 또한 우리들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차례상에 올릴 햇과일과 햅쌀을 흥정하는 사람들.

한복을 입고, 널뛰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보름달 아래 한바탕 펼쳐진 강강술래는 명절의 흥을 띄웁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과거 우리에게 추석은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였습니다.

<인터뷰> 이윤재(초등학생) : "사촌을 만나고 친척 어른들이 돈을 주시고...추석이 좋아요."

<인터뷰> 신윤식(대학생) : "취업이나 미래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시는데 그것도 나름..."

<인터뷰> 하현수(서울 서대문구) : "저한테 추석이라는 개념이 재충전이거든요. 저만의 시간을 가져야되기 때문에..."

<인터뷰> 김민경(경기도 과천시) : "제가 며칠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희생은 항상 필요한거니까요"

<인터뷰> 심윤주(서울 종로구) : "연휴 마지막쯤 가면 여자들 편하게 해주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눈치 보고."

<인터뷰> 송영숙(인천시 남구) : "다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니까 옛날처럼 가족애라는 게 많이 없는 거 같아요."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닷새나 되는 이번 추석 연휴.

이 기간을 전후해 44만 명이 해외로 떠납니다.

<인터뷰> 김세은(서울 마포구) : "파리에 갑니다. 일주일 다녀올 예정이구요."

이번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여행객 수만 역대 최다 기록이 예상됩니다.

<인터뷰> 임현태(서울 성동구) : "제사는 단촐하게 지내고 남은 시간은 개인적인 가족들과 동반으로 여행이나 여가 시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태전을 부치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수십 년간 차례상을 차려온 70대 할머니의 실력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차례상 대행업체들은 추석 대목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홍정례(차례상 대행업체) : "(젊은 세대가) 시간이 없고, 또 할줄도 모르고 뭐부터 시작할지를 모르잖아요 차례 지내는 걸..."

맞벌이 부부가 늘고, 세대가 변하면서 이제 차례 음식 준비도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습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있을 만큼 여성들에게 명절은 여전히 큰 짐입니다.

부부 사이, 또는 고부간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인철(변호사) : "제사음식 준비하는 것이 다 며느리 몫이다, 남편은 도와주지도 않는다고 하면 그 자체가 힘들 수 있지만 또 마음이 힘들고 외롭다는 거죠. 나는 왜 이 집안에 틀어박혀서 제사준비만 하고 있는냐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되는냐 스스로 한이 돼서..."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가고, 차례를 간소화하는 등 새로운 변화들이 감지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달라지는 추석 풍경들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뭘까?

오래된 옛 가게와 서구식 카페, 음식점이 공존하는 북촌 한옥마을.

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방앗간이 추석을 앞두고 쉴새없이 돌아갑니다.

<인터뷰> 서정식(방앗간 주인) : "추석 안에는 명절 때니까 고추들 빻아가고, 기름 짜가고, 쌀방아 빻아가고..."

방앗간은 추석 본래의 의미, 바로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공간입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 : "가을에 김장도 하고 총각김치도 담고 뭐..."

떡집은 쌀을 씻고 불리며 막바지 재료 준비로 바쁜 나날입니다.

예전만큼 주문이 많지는 않지만 떡은 예나 지금이나 나눔을 뜻하는 상징적인 음식.

<인터뷰> 최병용(떡집 주인) : "옛날 분들이 많이 계셔가지고. 추석이니까 조금씩은 뭐야, 안 먹으면 섭섭하고 그러니까 조금씩 사다 잡수는 거죠."

옛 그릇 가게에는 추석 선물을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한 어머니는 딸에게 줄 전통 화문석 바느질함을 골랐습니다.

곱게 보자기로 싼 선물에 우리 전통을 물려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 담았습니다.

<인터뷰> 김영희(경기도 하남시) : "결혼 앞둔 딸에게 선물하려고. 너무 예뻐서, 고전적이고 한국적이고 해서 너무 마음에 드네요."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 목욕탕.

65년이란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묵은 때를 벗고, 명절 맞이 몸 단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최재규(서울 종로구) : "차례를 모시니까 몸은 단정하게 해야되고, 깨끗하게 해야죠. 그래서 추석 대목에 5일이나 6일에 한번 더 해야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을 기다리는 설렘입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와 정을 쌓고 떡 한쪽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또 희미해져가는 전통을 되새기길 기대하는 겁니다.

<인터뷰> 마튜 델세리예(프랑스인 관광객) : "(한국의 추석은)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하고 화합하는 시간이라고 들었어요.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그 날과 비슷한 날이라고 생각해요."

모두의 설렘이 실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축제의 장이었던 과거 추석의 모습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서울벤처대학교 교수) : "명절이 힘들어진 이유는 딱 하나예요. 의례는 남아있고 문화는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다시금 옛날의 원래 가졌던 좋았던 취지를 회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다시 그 문화를 살리는 거겠죠. 단, 옛날의 동일한 문화가 아니라 보다 현대적이고, 21세기 인간에게 맞는 문화들을..."

문화를 만들어가는 건 결국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해 보입니다.

<인터뷰> 이지인(대학생) : "음식만 하고 제사만 지내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 세대와 저희 세대가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구세대와 신세대가 같이 (어울리는) 그런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어렵게 다시 모인 가족들이 단순히 함께 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야할 것 같은데요, 그 첫 번째 조건이 뭘까요?

<답변>
서양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걱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함께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우리 추석도 이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고 즐거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할 시점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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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달라진 보름달’
    • 입력 2014-09-05 16:28:26
    • 수정2014-09-06 00:11:20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 연휴가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이미 고향에 도착하신 분들.

아직 도로에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오늘 취재파일 K 이슈에서는 해가 바뀔수록 양극화되는 추석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누구에겐 보름달만큼 밝은 한가위가, 누구에겐 그 그늘만큼 힘들 수도 있을 텐데요.

먼저 김원장기자가 추석 준비로 들뜬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매를 마친 생삼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녹취> 전정숙(한국인삼공사 팀장) : "오늘 4만8천kg 들어왔어요. (많이 할때는 얼마나 하세요?) 야근하면요 12만 kg..."

생삼은 여러번 세척과정을 거친 뒤 크기에 따라 나눠집니다.

그리고 증삼...

증삼을 마친 생삼은 건조과정을 거쳐 홍삼으로 변신합니다

이어지는 수많은 공정을 거쳐 홍삼정이나 파우치에 든 홍삼액 선물세트가 만들어집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이미 15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1년 매출의 20%가 이맘때 팔리는겁니다.

추석을 닷새 앞둔 백화점 상품코너 ....

단연 한우매장이 인깁니다.

10여개의 결제 창구가 임시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려면 줄을 서야합니다.

120만 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누가 살까?

<인터뷰> 백화점 판매직원 : "하루 기본판매가 50개에서 100개정도.. 충분히 나가요 주문예약이 되게많아요 법인 손님이 제일 많이 찾아요 단가가 세기때문에..."

<인터뷰> 백화점 판매 직원(남) : "(한우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얼마나 나옵니까?) 한 3억원이상 나옵니다.."

보리굴비라 불리는 법성포 굴비특선.

10마리에 100만 원입니다...

추석, 유통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백화점 선물 매출은 유일하게 올랐습니다.

특히 값비산 고가 선물들이 잘나갑니다.

주로 기업들이 대량으로 사가는 매출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선화(대리 롯데백화점 홍보실) :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요. 특히 법인 매출이 30%가량 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하구 있구요.."

백화점 매출 실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권 매장..

추석을 맞아 10여 명의 아르바이트 포장직원들을 고용했습니다.

거액의 상품권을 구입하는 손님을 위해 보너스 상품권도 준비했습니다.

천만 원 어치면 25만 원을.. 하지만 2900명 한정입니다.

3천만 원 어치면 90만 원 상품권을 보너스로 주는데, 역시 470명 한정입니다.

실제 이렇게 거액으로 구입하는 손님이 많을까.

한 중년남성이 수백 장의 상품권을 사서 떠나고...

또 다른 중년 여성이 상품권을 또 무더기로 구입합니다.

<인터뷰>"(오늘 얼마어치 사시는 거예요?) 저는 몰라요. 심부름하는 거예요."

손에 쥔 상품권만 5만 원 권 200장.

족히 수천 장의 상품권 한 뭉치를 또 사서 넣어갑니다.

<인터뷰> 상품권 판매 직원 : "(그분 얼마어치 사가셨어요?) 지금 한번에 4억 8천만 원 사셨어요. 근데 아침에도 왔다 가시고..."

백화점 상품권 매출은 한해 평균 4조 2천억 원, 이번 추석 연휴동안 대형 백화점 3곳에서 팔리는 상품권만 8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대기업들도 비교적 넉넉한 한가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추석 상여금과 별도로 귀향여비에 상품권까지 지급합니다.

삼성그룹은 이미 300억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지급했고, 현대 기아차는 통상임금의 절반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합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처음 시행되는 대체 휴일을 쉬고 일부 대기업들은 오늘과 대체휴일 다음날인 오는 11일까지 권장휴일로 지정해, 최장 8일간의 연휴도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산(LG 전자 대리) : "저는 하루를 더 추가해 모두 7일 쉬는데요 마지막날에는 가족들끼리 수원 검단산에 오를려고 계획하고 있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전국 우체국에서 발송된 선물 소포들이 모아지고 다시 분류됩니다.

늦어도 오늘 안에는 기다리는 가족과 친지들을 찾아가야합니다.

<녹취> 김종석(동서울우편물류센터 발착팀장) : "24시간 교대근무예요 제일 바쁜 시간은 20시에서 22시 00시에서 06시까지요.."

우체국 물류센터는 추석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차오른 보름달처럼 누군가에겐 풍성하고 또 어떤 이에겐 차고 넘치는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질문>
이 자리에 안다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번에 수억원씩 상품권을 사는 사람도 있군요.

이렇게 풍성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곳도 있지만 추석이 오히려 우울한 이들도 우리 주변에 적지않죠?

<답변>
추석 대목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돈도 풀리고, 값비싼 선물도 많이들 주고 받는다는데, 그게 남들 얘기일 뿐이고, 정작 내 손에 쥐는게 없으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더 크겠죠.

결실 맺는 추석은 추석이되, 추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을 임세흠 기자가 만났습니다.

<녹취> 이철호(임금 체불 노동자) : "(고향) 대구 가면 형수 있지, 형 있지, 누나 있지, 조카들 수두룩해, 돈 한 푼이라도 줘야되잖아?"

<녹취> "가면 돈을 내줘야해, 돈은 없는데 뭘로 줄거야?"

추석이면 돈이 돈다고들 합니다.

한국은행에선 보란듯이, 뭉텅이 돈을 시장에 풀어줍니다.

하지만 15조 원이나 풀렸다는 이 추석 자금은 이들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녹취> 임금체불 노동자들 3人 : "600만 원 꼴입니다.1인당 한 600만 원. 저도 600만 원 입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다투는 사이, 틈바구니에 껴 돈을 받지 못했고, 추석을 앞두곤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끊겼습니다.

<인터뷰> 이철호(임금체불 노동자) : "봐요, 한번 보세요. 다 돈 없어. 두 달 돈 일해 돈 못받았는데, 돈이 어딨어?"

<인터뷰> 임점태(체불 & 中 지린성 출신) : "추석 올데 갈데 없어요. 지하철역 박스 갖다 놓고 자든지.. 진짜 숙소도, 숙소도 없어요. 회사 끝났는데 어디 갈데 없죠. 뭐."

급한 마음에 정부기관을 찾아 하소연해보지만, "당장 돈을 받게 해주겠다" 이런 시원한 대답은 메아리치지 않습니다.

누구나 돈이 간절한 명절은 덕분에 임금 체불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 지역 사무실은 몰려드는 상담에 비상근무를 편성합니다.

<인터뷰> 김진환(천안고용노동지청 팀장) : "근로자 입장에서 금품이 필요할테고 (사업주 입장에선) 또 자금 수요가 많으니까, 체불 임금이, 집단 체불이 발생될 수 있을테고, 많이 있습니다."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느니 차라리 내 사업을 하면 좀 나을까?

<인터뷰> 심상학(햄버거 가게 폐업) : "자영업자가 느끼는 이런 모든 것에 대한 것은 굉장히 진짜 말 그대로 경착륙 수준이 아니라 추락 수준입니다."

폐업한 햄버거 가게에서 철거가 한창입니다.

고기 굽던 불판이 해체되고, 용품들이 들려 나갑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연 햄버거 가게..

맛 좋다, 는 입소문도 나고, 장사도 꾸준히 잘 됐지만, 정작 손에 돈을 쥐기는 어려운 이상한 구조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심상학(햄버거 가게 폐업) : "인건비 오르고, 재료값 오르고, 월세 당연히 오르죠."

<녹취> "그러면 판매가도 올라야되는데, 판매가를 올리면 절대 매매가 안된단 말예요."

<녹취> "너무나 과다 경쟁이기 때문에 판매가를 올리면 절대로 손님을 끌 수가 없어요."

돈이 풀린다는 추석 대목까진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적은 권리금이라도 얼른 챙겨 명절을 보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폐업한 햄버거 가게의 용품들이 실려간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최신 냉장고며 그릇, 의자 새것같은 식당의 장식품까지, 추석을 앞두고 문닫은 업체들의 물품이 몰려드는 통에 창고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박제원(폐업 정리업체 대표) : "경기도 안 좋고, 뭐 추석까지 견뎌봤자 경기가 안 좋은데 장사가 되겠어요? 안되니까 내버리는 거지 머."

<녹취> "올해는 내일 모레, 추석이 코 앞 왔는데도, 접고 다들 내버리는 그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요."

<녹취> "추석 맞이하면, 아..죽었구나. 사과라든가 배, 과일도 있고, 굴비 부피들이 크니까, 아무래도 좀 다른 때보다 좀 많이 좀 힘들죠. 추석 때가."

새벽 5시 출근, 종일 계단을 뛰어다니고, 수백 번, 차에 오르내립니다.

곡예하듯 길을 헤집고 택배를 나릅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추석이면 하루 택배 2백 개는 기본.

우체국과 위탁 계약을 맺은 택백 기사들은 선물 한 상자에 평균 천 35원을 받습니다.

하루 종일 땀흘리며 뛰어다녀서 20만 원 남짓 손에 쥘 수 있지만, 선물 한 개당 수수료 100원 가까이는 위탁업체 차지입니다.

<인터뷰> 최준식(우체국 택배기사) : "중간에 업체가 있음으로써 저희가 힘들게 배달하는게, 업체가 수수료를 떼어가는거, 그런게 좀 많이 힘들고 억울하죠."

추석 대목에 일이 많을수록 덩달아 늘어나는 기름값이며, 고객과의 수백 통 전화요금도 택배 기사들의 몫입니다.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추석도 풍성하게 맞을 수 있게 된 세태,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보니 이번 추석 연휴엔 아쉽지만 고향엘 갈 수 없습니다.

<인터뷰> 설현수(공무원 시험 수험생) : "(27살로 맞이하는 추석은?) 지옥같죠.. 솔직히 지금 취업 때문에 다들 제 친구들 같은 경우는 거의 다 취업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취업도 못했고..."

추석이면 쉴세라 학원들의 연휴 특강이 마련되고, 수험생들은 노량진 단칸 자취방 탈출을 꿈꾸며, 추석인듯 추석같지 않은 우울한 추석은 딱 올해까지만일거라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설현수(공무원 시험 수험생) : "내년 추석에는 꼭 붙어서, 멋있게 가족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앵커 멘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만큼 추석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었는데요.

추석에도 서러운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 또한 옛말이 됐어요?

<기자 멘트>

요즘은 먹을 건 넘쳐나는데 취업난에, 또 불안한 노후 고민으로 오히려 삶은 더 힘들어졌다고 하죠.

또 바쁜 일상에 쫓겨 추석을 즐길 여유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러다보니 추석이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시간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멘트>

이런 갈등을 피하고, 또 서로간에 부담을 줄이려다보니 추석을 맞는 모습도 변하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추석 풍속도와 사라져가는 추석의 의미를 되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대한뉴스 : "조상들에 대한 제사와 성묘를 하는 명절이요, 또한 우리들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차례상에 올릴 햇과일과 햅쌀을 흥정하는 사람들.

한복을 입고, 널뛰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보름달 아래 한바탕 펼쳐진 강강술래는 명절의 흥을 띄웁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과거 우리에게 추석은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였습니다.

<인터뷰> 이윤재(초등학생) : "사촌을 만나고 친척 어른들이 돈을 주시고...추석이 좋아요."

<인터뷰> 신윤식(대학생) : "취업이나 미래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시는데 그것도 나름..."

<인터뷰> 하현수(서울 서대문구) : "저한테 추석이라는 개념이 재충전이거든요. 저만의 시간을 가져야되기 때문에..."

<인터뷰> 김민경(경기도 과천시) : "제가 며칠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희생은 항상 필요한거니까요"

<인터뷰> 심윤주(서울 종로구) : "연휴 마지막쯤 가면 여자들 편하게 해주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눈치 보고."

<인터뷰> 송영숙(인천시 남구) : "다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니까 옛날처럼 가족애라는 게 많이 없는 거 같아요."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닷새나 되는 이번 추석 연휴.

이 기간을 전후해 44만 명이 해외로 떠납니다.

<인터뷰> 김세은(서울 마포구) : "파리에 갑니다. 일주일 다녀올 예정이구요."

이번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여행객 수만 역대 최다 기록이 예상됩니다.

<인터뷰> 임현태(서울 성동구) : "제사는 단촐하게 지내고 남은 시간은 개인적인 가족들과 동반으로 여행이나 여가 시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태전을 부치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수십 년간 차례상을 차려온 70대 할머니의 실력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차례상 대행업체들은 추석 대목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홍정례(차례상 대행업체) : "(젊은 세대가) 시간이 없고, 또 할줄도 모르고 뭐부터 시작할지를 모르잖아요 차례 지내는 걸..."

맞벌이 부부가 늘고, 세대가 변하면서 이제 차례 음식 준비도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습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있을 만큼 여성들에게 명절은 여전히 큰 짐입니다.

부부 사이, 또는 고부간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인철(변호사) : "제사음식 준비하는 것이 다 며느리 몫이다, 남편은 도와주지도 않는다고 하면 그 자체가 힘들 수 있지만 또 마음이 힘들고 외롭다는 거죠. 나는 왜 이 집안에 틀어박혀서 제사준비만 하고 있는냐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되는냐 스스로 한이 돼서..."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가고, 차례를 간소화하는 등 새로운 변화들이 감지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달라지는 추석 풍경들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뭘까?

오래된 옛 가게와 서구식 카페, 음식점이 공존하는 북촌 한옥마을.

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방앗간이 추석을 앞두고 쉴새없이 돌아갑니다.

<인터뷰> 서정식(방앗간 주인) : "추석 안에는 명절 때니까 고추들 빻아가고, 기름 짜가고, 쌀방아 빻아가고..."

방앗간은 추석 본래의 의미, 바로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공간입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 : "가을에 김장도 하고 총각김치도 담고 뭐..."

떡집은 쌀을 씻고 불리며 막바지 재료 준비로 바쁜 나날입니다.

예전만큼 주문이 많지는 않지만 떡은 예나 지금이나 나눔을 뜻하는 상징적인 음식.

<인터뷰> 최병용(떡집 주인) : "옛날 분들이 많이 계셔가지고. 추석이니까 조금씩은 뭐야, 안 먹으면 섭섭하고 그러니까 조금씩 사다 잡수는 거죠."

옛 그릇 가게에는 추석 선물을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한 어머니는 딸에게 줄 전통 화문석 바느질함을 골랐습니다.

곱게 보자기로 싼 선물에 우리 전통을 물려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 담았습니다.

<인터뷰> 김영희(경기도 하남시) : "결혼 앞둔 딸에게 선물하려고. 너무 예뻐서, 고전적이고 한국적이고 해서 너무 마음에 드네요."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 목욕탕.

65년이란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묵은 때를 벗고, 명절 맞이 몸 단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최재규(서울 종로구) : "차례를 모시니까 몸은 단정하게 해야되고, 깨끗하게 해야죠. 그래서 추석 대목에 5일이나 6일에 한번 더 해야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을 기다리는 설렘입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와 정을 쌓고 떡 한쪽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또 희미해져가는 전통을 되새기길 기대하는 겁니다.

<인터뷰> 마튜 델세리예(프랑스인 관광객) : "(한국의 추석은)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하고 화합하는 시간이라고 들었어요.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그 날과 비슷한 날이라고 생각해요."

모두의 설렘이 실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축제의 장이었던 과거 추석의 모습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선(서울벤처대학교 교수) : "명절이 힘들어진 이유는 딱 하나예요. 의례는 남아있고 문화는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다시금 옛날의 원래 가졌던 좋았던 취지를 회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다시 그 문화를 살리는 거겠죠. 단, 옛날의 동일한 문화가 아니라 보다 현대적이고, 21세기 인간에게 맞는 문화들을..."

문화를 만들어가는 건 결국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해 보입니다.

<인터뷰> 이지인(대학생) : "음식만 하고 제사만 지내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 세대와 저희 세대가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구세대와 신세대가 같이 (어울리는) 그런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어렵게 다시 모인 가족들이 단순히 함께 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야할 것 같은데요, 그 첫 번째 조건이 뭘까요?

<답변>
서양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걱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함께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우리 추석도 이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고 즐거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할 시점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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