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북·중·러 ‘3국 접경’ 훈춘을 가다

입력 2014.09.13 (08:21) 수정 2014.09.13 (09: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중국과 북한, 러시아 3국의 국경을 접한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두만강 유역의 중국 도시 훈춘인데요.

중국 정부는 이같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훈춘을 동북 아시아의 물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이른 바 '차항 출해' 타국의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전략인데요.

과거 변방의 작은 도시였던 훈춘이 이제는 동북아의 홍콩을 꿈구고 있습니다.

천지 개벽이 진행중인 훈춘 일대를 박정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백두산에서 발원한 두만강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만들며 유유히 동해로 흐릅니다.

중국 쪽 강변엔 탈북자를 막기 위한 듯 촘촘한 철조망이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두만강 하구로 달리면 동해와 가장 가까운 중국땅, 훈춘시 팡촨이 나옵니다.

높이 62미터의 전망대 용호각에선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3국의 땅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팡촨을 가운데 두고 강의 오른쪽은 북한 두만강역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교는 지난 해 9월 개통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동해를 코앞에 두고도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동해 진출길을 잃었습니다.

북러 철교가 버티고 있는 데다 강의 수심이 얕아 준설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게 이른 바 '차항 출해'.

다른 나라의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가오위룽(훈춘시 당위원회 서기)

지형의 특수성으로 훈춘은 3국을 연결하고 5개국과 통합니다.

어떻게 5개국과 통하느냐 러시아와 북한의 10개 항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훈춘시 차항 출해 전략의 핵심 기지입니다.

북.중.러 3국의 접경 도시 답게 훈춘 시내 어디서나 러시아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가들이 간판에 3개 국 언어를 표기할 정도로 러시아인들은 훈춘시의 주요 고객입니다.

<인터뷰> 야라(러시아인 관광객) : "훈춘은 벌써 3번째인데요. 휴가도 보내고 쇼핑을 합니다."

<인터뷰> 바웨이얼(러시아인 관광객) : "열정적인 한족과 조선족이 있어서 휴가를 보내기에 좋습니다."

훈춘 도심 한복판엔 러시아 화물 열차를 위한 전용 세관까지 건설됐습니다.

철도를 이용한 중국 훈춘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 무역도 활발합니다.

이렇게 석탄을 실은 러시아 화물 열차가 하루 두차례씩 중국 훈춘에 들어옵니다.

중국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훈춘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른 바 창지투 개발 사업.

오는 2020년까지 지린성 성도 창춘과 지린, 그리고 두만강 유역을 연계 개발해 낙후된 동북 3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겁니다.

특히 훈춘은 대외 개방 창구이자 물류 거점 도시로 발돋움할 예정입니다.

교통 인프라도 훈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린성 성도 창춘과 훈춘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고속철도 건설도 올해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입니다.

중국 지린성 성도 창춘과 훈춘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 현장입니다.

이 고속철이 완공되면 훈춘을 중심으로 한 두만강 유역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훈춘과 창춘은 기차로 8시간이 걸리지만 고속철로는 2시간대에 주파가 가능해집니다.

<인터뷰> 주청민(훈춘시 철도 담당) : "헤이룽장 지린 장춘 북방 일대에서 훈춘까지 거리가 단축되기 때문에 훈춘이 동북아와 창지투의 창구 도시가 되는 데 한발 더 나아가게 될 겁니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갖춰지면서 훈춘 국제 협력 시범구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면적은 90제곱킬로미터로 시범구 곳곳에선 건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중국의 500대 기업으로 귀금속을 가공하는 즈진 광업.

이 곳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돈 7천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훈춘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금과 철광석 등 제품 원료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인터뷰> 류싱천(즈진광업 훈춘사업 담당) : "헤이룽장성이나 지린성에서 철 원료를 도입할 때 매우 편리합니다 머지 않아 나진항을 통해 북한 원료 도입도 검토중인데 회사에 유리합니다."

물류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습니다.

훈춘의 포스코 현대 물류 법인은 축구장 200개 크기의 부지를 확보해 물류 센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물류 중심 도시로서 훈춘이 갖고 있는 폭발력입니다.

훈춘이 북한 나진항이나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을 이용할 경우 동북 3성은 동해로의 출구를 확보하게 됩니다.

중국 남부는 물론 한국과 일본, 미국 서해안까지도 최단 거리로 연결돼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연제성(훈춘 포스코현대물류법인장) : "하얼빈에서 대련으로 해서 상해로 가는 비용과 하얼빈에서 훈춘-나진을 통해 상해로 물류량이 갔을 때 비용을 보면 이동일수 운송일수는 절반 운송비용은 30% 정도 절감이 됩니다."

특히 나진항은 러시아 항구들에 비해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들의 접안이 가능한 데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이이서 더욱 전략적 가치가 높습니다.

<인터뷰> 연제성(훈춘 포스코현대물류법인장) : "길림성과 흑룡강성이 바다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이 두 지역을 개발하려고 하면 결국은 나진항이라는 천혜의 항만를 빌려서 동해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훈춘 취안허 세관.

북한으로 가는 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보안 검사를 기다립니다.

맞은 편은 북한 원정리로 취안허 대교가 유일한 연결로입니다.

이 곳을 통하면 북한 나진항에는 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리는 1930년대 건설돼 낡은 데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해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이 나진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칭 신두만강 대교 건설이 시급한 상황.

중국은 훈춘과 북한을 연결하는 신두만강 대교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두만강 대교는 왕복 4차선에 길이는 920미터 가량으로 건설 비용은 중국측이 모두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훈춘시 당위원회는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가오위룽(훈춘시 당위원회 서기) : "현재 관련 부서에 신고 절차를 진행중인데요 빠른 시간 안에 건설을 시작할 겁니다. (올해 안에요?) 네 올해 안입니다."

창지투 개발 사업으로 중국의 동해 진출 교두보로 부상한 훈춘.

북한 나진항의 개방 속도에 따라서는 동북아의 홍콩 구상이 앞당겨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훈춘의 이같은 변화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동북아 시대 북방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리포트] 북·중·러 ‘3국 접경’ 훈춘을 가다
    • 입력 2014-09-13 08:45:40
    • 수정2014-09-13 09:47:4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국과 북한, 러시아 3국의 국경을 접한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두만강 유역의 중국 도시 훈춘인데요.

중국 정부는 이같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훈춘을 동북 아시아의 물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이른 바 '차항 출해' 타국의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전략인데요.

과거 변방의 작은 도시였던 훈춘이 이제는 동북아의 홍콩을 꿈구고 있습니다.

천지 개벽이 진행중인 훈춘 일대를 박정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백두산에서 발원한 두만강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만들며 유유히 동해로 흐릅니다.

중국 쪽 강변엔 탈북자를 막기 위한 듯 촘촘한 철조망이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두만강 하구로 달리면 동해와 가장 가까운 중국땅, 훈춘시 팡촨이 나옵니다.

높이 62미터의 전망대 용호각에선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3국의 땅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팡촨을 가운데 두고 강의 오른쪽은 북한 두만강역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교는 지난 해 9월 개통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동해를 코앞에 두고도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동해 진출길을 잃었습니다.

북러 철교가 버티고 있는 데다 강의 수심이 얕아 준설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게 이른 바 '차항 출해'.

다른 나라의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가오위룽(훈춘시 당위원회 서기)

지형의 특수성으로 훈춘은 3국을 연결하고 5개국과 통합니다.

어떻게 5개국과 통하느냐 러시아와 북한의 10개 항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훈춘시 차항 출해 전략의 핵심 기지입니다.

북.중.러 3국의 접경 도시 답게 훈춘 시내 어디서나 러시아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가들이 간판에 3개 국 언어를 표기할 정도로 러시아인들은 훈춘시의 주요 고객입니다.

<인터뷰> 야라(러시아인 관광객) : "훈춘은 벌써 3번째인데요. 휴가도 보내고 쇼핑을 합니다."

<인터뷰> 바웨이얼(러시아인 관광객) : "열정적인 한족과 조선족이 있어서 휴가를 보내기에 좋습니다."

훈춘 도심 한복판엔 러시아 화물 열차를 위한 전용 세관까지 건설됐습니다.

철도를 이용한 중국 훈춘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 무역도 활발합니다.

이렇게 석탄을 실은 러시아 화물 열차가 하루 두차례씩 중국 훈춘에 들어옵니다.

중국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훈춘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른 바 창지투 개발 사업.

오는 2020년까지 지린성 성도 창춘과 지린, 그리고 두만강 유역을 연계 개발해 낙후된 동북 3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겁니다.

특히 훈춘은 대외 개방 창구이자 물류 거점 도시로 발돋움할 예정입니다.

교통 인프라도 훈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린성 성도 창춘과 훈춘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고속철도 건설도 올해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입니다.

중국 지린성 성도 창춘과 훈춘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 현장입니다.

이 고속철이 완공되면 훈춘을 중심으로 한 두만강 유역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훈춘과 창춘은 기차로 8시간이 걸리지만 고속철로는 2시간대에 주파가 가능해집니다.

<인터뷰> 주청민(훈춘시 철도 담당) : "헤이룽장 지린 장춘 북방 일대에서 훈춘까지 거리가 단축되기 때문에 훈춘이 동북아와 창지투의 창구 도시가 되는 데 한발 더 나아가게 될 겁니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갖춰지면서 훈춘 국제 협력 시범구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면적은 90제곱킬로미터로 시범구 곳곳에선 건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중국의 500대 기업으로 귀금속을 가공하는 즈진 광업.

이 곳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돈 7천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훈춘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금과 철광석 등 제품 원료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인터뷰> 류싱천(즈진광업 훈춘사업 담당) : "헤이룽장성이나 지린성에서 철 원료를 도입할 때 매우 편리합니다 머지 않아 나진항을 통해 북한 원료 도입도 검토중인데 회사에 유리합니다."

물류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습니다.

훈춘의 포스코 현대 물류 법인은 축구장 200개 크기의 부지를 확보해 물류 센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물류 중심 도시로서 훈춘이 갖고 있는 폭발력입니다.

훈춘이 북한 나진항이나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을 이용할 경우 동북 3성은 동해로의 출구를 확보하게 됩니다.

중국 남부는 물론 한국과 일본, 미국 서해안까지도 최단 거리로 연결돼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연제성(훈춘 포스코현대물류법인장) : "하얼빈에서 대련으로 해서 상해로 가는 비용과 하얼빈에서 훈춘-나진을 통해 상해로 물류량이 갔을 때 비용을 보면 이동일수 운송일수는 절반 운송비용은 30% 정도 절감이 됩니다."

특히 나진항은 러시아 항구들에 비해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들의 접안이 가능한 데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이이서 더욱 전략적 가치가 높습니다.

<인터뷰> 연제성(훈춘 포스코현대물류법인장) : "길림성과 흑룡강성이 바다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이 두 지역을 개발하려고 하면 결국은 나진항이라는 천혜의 항만를 빌려서 동해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훈춘 취안허 세관.

북한으로 가는 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보안 검사를 기다립니다.

맞은 편은 북한 원정리로 취안허 대교가 유일한 연결로입니다.

이 곳을 통하면 북한 나진항에는 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리는 1930년대 건설돼 낡은 데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해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이 나진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칭 신두만강 대교 건설이 시급한 상황.

중국은 훈춘과 북한을 연결하는 신두만강 대교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두만강 대교는 왕복 4차선에 길이는 920미터 가량으로 건설 비용은 중국측이 모두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훈춘시 당위원회는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인터뷰> 가오위룽(훈춘시 당위원회 서기) : "현재 관련 부서에 신고 절차를 진행중인데요 빠른 시간 안에 건설을 시작할 겁니다. (올해 안에요?) 네 올해 안입니다."

창지투 개발 사업으로 중국의 동해 진출 교두보로 부상한 훈춘.

북한 나진항의 개방 속도에 따라서는 동북아의 홍콩 구상이 앞당겨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훈춘의 이같은 변화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동북아 시대 북방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