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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우리는 국가대표입니다
입력 2014.09.20 (00:05) 수정 2014.09.20 (00:25)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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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똑같은 태극 마크를 가슴에 품고, 또 하나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곱절의 땀을 흘리며, 스스로와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임세흠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로서는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죠. 사실 그게 국가에 이바지 하는 길이기도 하고."

<녹취> "코리아 팀 파이팅!"

앞을 보진 못해도 들을 수 있기에 뛸 수 있는 경기 '골볼'입니다.

한 팀, 세 명의 선수가 모두 골키퍼, 공에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향해 하루에도 수백 번, 바닥에 몸을 내던집니다.

<인터뷰> 이연승(골볼 국가대표) : "발소리나 이런 걸로 상대편이 어디서 굴리는지 공 위치 확인하고, 그 위치로 들어가서 공이 구르면 그 방향으로 슬라이딩해서 잡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서로 부딪혀 가며 온몸으로 공을 막다 보니, 골볼 선수들은 유난히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골병이 들어, 골볼"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실전 같은 연습을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인터뷰> 김희진(골볼 국가대표) : "4년 전에도 나갔었는데, 그때랑은 지금 또 마음이 다르거든요."

<인터뷰> 여기(가슴)에서 뭔가 '아 이제는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녹취> "스타트!"

장애인 역도는 누운 채 역기를 들고...

가슴까지 내렸다가 다시 밀어 올립니다.

조금만 흔들려도 실패입니다.

<녹취> 중계멘트 : "이걸 인정하지 않는군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다치고 나이 서른에야 새롭게 역도를 시작한 전근배 선수.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했을 때, 길을 열어준 건 스포츠였습니다.

<인터뷰> 전근배(역도 +107㎏급 국가대표) : "대회를 오랜 기간 준비했고요. 좋은 조건 속에서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1등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녹취> "보치아, 보치아, 파이팅!"

보치아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공을 굴리는 홈통의 높이와 각도를 정확히 조정해내고...

입으로 공을 밀어냅니다.

표적이 되는 하얀 공에 내 공을 더 가까이 붙이는 쪽이 점수를 얻습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겐 모든 근육을 이용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종목입니다.

<인터뷰> 정호원(보치아 국가대표) : "제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들의 국가대표 생활을 위해 어머니는 아예 코치로 나섰습니다.

말이 어려운 아들과의 약속을 담은 숫자판을 만들어 암호를 주고 받듯 작전을 짜고, 경기를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도 이 모자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계 랭킹 2위.

인천에서 대회 2연패에 2관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추자(보치아 코치/김한수의 母) : "얘를 좀 더 세상 밖으로 많이 나와서 좀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한 방편으로 삼다가 보치아를 접했고, + 3-4043 결승까지 올라가서 어쨋든 멋진 경기를 해서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녹취> "으샤 으샤!"

장애인 선수들은 몸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두 배 세 배의 땀을 더 흘려야 합니다.

한 바탕 잔치가 끝난 뒤 찾아오는 손님같은 또 하나의 아시안 게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순간을 장애인 국가대표들은 함께 모여 그 한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곳 훈련원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훈련시설이 넉넉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예산, 돈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관광호텔.

<녹취> "안녕하세요."

침대 2개만로도 방이 꽉 찬 이곳이 시각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숙소입니다.

선수 3명이 한 방을 같이 씁니다.

침대 둘에 나뉘어 쪽잠을 자고, 천장 가득 빨래를 말립니다.

<인터뷰> 하지영(축구 국가대표) : "씻고 또 화장실이 하나, 변기도 하나이지 않습니까? 배가 아프면 두 명은 참거나 다른 방 가야 돼요. 다른 방 가면 또 누가 앉아 있어요. 허허허허"

훈련 받으러 가기 앞서 오늘의 물당번, 황장환 선수는 아침 일찍 얼려 놓은 물을 한 가득 등에 짊어집니다.

<인터뷰> 황장환(축구 국가대표) : "저희 축구(훈련)장 안에는요, 정수기나 이런 시설이 안 돼 있어서요. 숙소에서 물을 이렇게 떠서, 물이 지금 한 7개 정도 되거든요. 이게 상당히 무거운데, 이걸 매일 아침, 오전, 오후 저녁까지 이렇게 이게 상당히 무겁습니다."

하루 네 차례 훈련 때마다 쏟아지는 빨래도 선수들 스스로의 몫입니다.

<인터뷰> 하지영(축구 국가대표) : "여기 호텔에 세탁기가 한 대밖에 없어서요. 빨래를 또 축구장에 가서 돌리거든요. + 빨래 때문에 문제거든요 이 빨래를 몇 명은 축구장에 가서 돌리고, 또 마치고 돌아올 때 가져와서 널고, 나머지는 여기서 돌리는 상황입니다."

12인승 승합차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은 가장 신이 나는 시간입니다.

도착해선 먼저 빨래를 돌리고, 페트병 얼음물을 꺼내고,

<녹취> 스태프 曰 : "열악한 환경..이런거.."

축구화 끈을 동여 매면, 훈련 준비, 끝!

청각에만 의존해 20미터 축구장을 200번 씩 왕복하다보면, 이대로 숨이 멎는 건 아닌지 공포심마저 느낀다고 합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실전같은 연습 경기.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찾아, 서로들 공에 뛰어들다보면, 선수들끼리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치는 일은 예사입니다.

<인터뷰> 하지영 : "열세 바늘 정도 찢어져서 꿰매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땀에 푹 절을 때까지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은 좋습니다.

가족들이 말려도 축구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하지영 : "반대가 너무 심하죠.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하시고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이렇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빛만 겨우 분간할 정도의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을 돕는 인력은 부족합니다.

그나마 시력이 덜 나쁜 선수가 자신보다 시력이 더 안좋은 선수를 도와야 합니다.

<인터뷰> 이대원(축구 국가대표 감독) : "시각 장애인이다 보니까 한 명 당 한 명 씩 안내자가 필요하긴 한데, 그걸 안내하는 안내자가 늘 부족하죠. 스태프들이 부족하고."

<인터뷰> 김경호(장애인축구 국가대표) : "기본적인 의료나 체력관리 이런 전문성을 가지신 트레이너 분들의 지원 시스템 부족, 여러가지가 필요하다고 보죠."

그래도 지난달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한 축구팀은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전라북도 순창의 한 모텔.

추석 뒤에야 모인 핸드사이클 선수들의 합숙소입니다.

장미 꽃무늬 가득한 벽에 태극마크 유니폼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대표) : "이건 다 감수하고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시스템이에요."

핸드사이클은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눕다시피 자전거에 올라, 노를 젓듯 손으로 페달을 굴리는 경기입니다.

<녹취> "멈춰요 멈춰! 차 와!"

시골 길이라 차가 적고, 운전자들이 배려해준다고는 하지만, 아찔한 순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녹취> "내 꺼 브레이크 고장 났어! 브레이크 안 잡혀!"

감독 한 사람이 훈련 지도에 자전거 정비사 역할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녹취> "이거 부러졌는데 한번 봐봐. 소리가 난다니까."

53살의 국가대표 남편을 수발드느라, 아내까지 나섰습니다.

사이클 국가대표는 모두 12명.

하지만 경기를 한 달 앞두고도, 훈련은 딱 5명만 받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훈련을 시키면 하루 5만 원 씩 훈련 수당을 줘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니 급한대로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만 모은 겁니다.

장애인 국가대표는 올해 1년 동안 평균 70일 씩만 훈련을 받을 정도의 예산이 있습니다.

이 돈으론 감독이나 선수나 생계 유지가 어렵습니다.

2달 넘게 훈련을 다녀오라고 사정을 봐줄 직장도 없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 "국가대표 합숙을 들어오면서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이제 아시안 게임이 끝나면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되고, 이런 어려운 점이 있죠."

<녹취> "으랏차!"

금메달을 안겨줄 유망주라고 해도 안정적인 지원을 해줄 실업팀도 부족합니다.

장애인 국가대표 중 실업팀에 속한 선수는 20% 정도 뿐입니다.

<인터뷰> 윤상민(시각장애 유도) : "저도 31살이지만 남들이 보면 대표팀이네 유도 선수네 하지만, 결국은 백수인데, 안 그렇습니까? 맞죠. + 2455 운동이 직업이 되면 아마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발전하겠죠."

차별은 또 있습니다.

비장애인 국가대표는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포인트를 쌓아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명호(이천훈련원장) : "시민의 의식은 도리어 좋아졌어요. 선수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똑같이 해줘야지, 라는 그런 것들은 있는데 + 현실을 정해야하고, 규모를 정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처리하는 부분들도 있죠."

혼자서 대회를 준비하는 국가대표 최병록 선수.

합숙팀에 소속되지 못해 국가의 지원 없이 혼자 훈련하고 있지만 더 이를 악 물고 있습니다.

도전하고, 땀흘릴 수 있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병록(싱글사이클) :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인데 열심히 해봐야지 최선을 다해서 한번 해봐야죠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발이 불편하면 팔이 있고, 팔이 힘들면,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있습니다.

당신은 국가대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 "국가에 저희 장애인들이 헌신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이런 일로나마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다고 하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죠."

<인터뷰> 이민재(유도) : "장애를 넘어서서 이제 운동을 시작해서 메치기로 한판씩 이길 때마다 뭔가 보람도 되고 뜻 깊습니다."

<인터뷰> 김준엽(보치아) : "우리나라.. 저도 빛내고 우리나라도 더더욱 빛내려고요.."

<앵커 멘트>

장애인 국가대표들이 내년엔 평균 100일 정도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예산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마저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장애인들에게 차별을 극복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취재파일 K, 여기 까지입니다.
  • [기자가 간다] 우리는 국가대표입니다
    • 입력 2014-09-19 16:18:10
    • 수정2014-09-20 00:25:50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똑같은 태극 마크를 가슴에 품고, 또 하나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곱절의 땀을 흘리며, 스스로와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임세흠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로서는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죠. 사실 그게 국가에 이바지 하는 길이기도 하고."

<녹취> "코리아 팀 파이팅!"

앞을 보진 못해도 들을 수 있기에 뛸 수 있는 경기 '골볼'입니다.

한 팀, 세 명의 선수가 모두 골키퍼, 공에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향해 하루에도 수백 번, 바닥에 몸을 내던집니다.

<인터뷰> 이연승(골볼 국가대표) : "발소리나 이런 걸로 상대편이 어디서 굴리는지 공 위치 확인하고, 그 위치로 들어가서 공이 구르면 그 방향으로 슬라이딩해서 잡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서로 부딪혀 가며 온몸으로 공을 막다 보니, 골볼 선수들은 유난히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골병이 들어, 골볼"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실전 같은 연습을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인터뷰> 김희진(골볼 국가대표) : "4년 전에도 나갔었는데, 그때랑은 지금 또 마음이 다르거든요."

<인터뷰> 여기(가슴)에서 뭔가 '아 이제는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녹취> "스타트!"

장애인 역도는 누운 채 역기를 들고...

가슴까지 내렸다가 다시 밀어 올립니다.

조금만 흔들려도 실패입니다.

<녹취> 중계멘트 : "이걸 인정하지 않는군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다치고 나이 서른에야 새롭게 역도를 시작한 전근배 선수.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했을 때, 길을 열어준 건 스포츠였습니다.

<인터뷰> 전근배(역도 +107㎏급 국가대표) : "대회를 오랜 기간 준비했고요. 좋은 조건 속에서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1등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녹취> "보치아, 보치아, 파이팅!"

보치아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공을 굴리는 홈통의 높이와 각도를 정확히 조정해내고...

입으로 공을 밀어냅니다.

표적이 되는 하얀 공에 내 공을 더 가까이 붙이는 쪽이 점수를 얻습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겐 모든 근육을 이용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종목입니다.

<인터뷰> 정호원(보치아 국가대표) : "제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들의 국가대표 생활을 위해 어머니는 아예 코치로 나섰습니다.

말이 어려운 아들과의 약속을 담은 숫자판을 만들어 암호를 주고 받듯 작전을 짜고, 경기를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도 이 모자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계 랭킹 2위.

인천에서 대회 2연패에 2관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추자(보치아 코치/김한수의 母) : "얘를 좀 더 세상 밖으로 많이 나와서 좀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한 방편으로 삼다가 보치아를 접했고, + 3-4043 결승까지 올라가서 어쨋든 멋진 경기를 해서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녹취> "으샤 으샤!"

장애인 선수들은 몸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두 배 세 배의 땀을 더 흘려야 합니다.

한 바탕 잔치가 끝난 뒤 찾아오는 손님같은 또 하나의 아시안 게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순간을 장애인 국가대표들은 함께 모여 그 한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곳 훈련원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훈련시설이 넉넉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예산, 돈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관광호텔.

<녹취> "안녕하세요."

침대 2개만로도 방이 꽉 찬 이곳이 시각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숙소입니다.

선수 3명이 한 방을 같이 씁니다.

침대 둘에 나뉘어 쪽잠을 자고, 천장 가득 빨래를 말립니다.

<인터뷰> 하지영(축구 국가대표) : "씻고 또 화장실이 하나, 변기도 하나이지 않습니까? 배가 아프면 두 명은 참거나 다른 방 가야 돼요. 다른 방 가면 또 누가 앉아 있어요. 허허허허"

훈련 받으러 가기 앞서 오늘의 물당번, 황장환 선수는 아침 일찍 얼려 놓은 물을 한 가득 등에 짊어집니다.

<인터뷰> 황장환(축구 국가대표) : "저희 축구(훈련)장 안에는요, 정수기나 이런 시설이 안 돼 있어서요. 숙소에서 물을 이렇게 떠서, 물이 지금 한 7개 정도 되거든요. 이게 상당히 무거운데, 이걸 매일 아침, 오전, 오후 저녁까지 이렇게 이게 상당히 무겁습니다."

하루 네 차례 훈련 때마다 쏟아지는 빨래도 선수들 스스로의 몫입니다.

<인터뷰> 하지영(축구 국가대표) : "여기 호텔에 세탁기가 한 대밖에 없어서요. 빨래를 또 축구장에 가서 돌리거든요. + 빨래 때문에 문제거든요 이 빨래를 몇 명은 축구장에 가서 돌리고, 또 마치고 돌아올 때 가져와서 널고, 나머지는 여기서 돌리는 상황입니다."

12인승 승합차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은 가장 신이 나는 시간입니다.

도착해선 먼저 빨래를 돌리고, 페트병 얼음물을 꺼내고,

<녹취> 스태프 曰 : "열악한 환경..이런거.."

축구화 끈을 동여 매면, 훈련 준비, 끝!

청각에만 의존해 20미터 축구장을 200번 씩 왕복하다보면, 이대로 숨이 멎는 건 아닌지 공포심마저 느낀다고 합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실전같은 연습 경기.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찾아, 서로들 공에 뛰어들다보면, 선수들끼리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치는 일은 예사입니다.

<인터뷰> 하지영 : "열세 바늘 정도 찢어져서 꿰매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땀에 푹 절을 때까지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은 좋습니다.

가족들이 말려도 축구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하지영 : "반대가 너무 심하죠.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하시고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이렇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빛만 겨우 분간할 정도의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을 돕는 인력은 부족합니다.

그나마 시력이 덜 나쁜 선수가 자신보다 시력이 더 안좋은 선수를 도와야 합니다.

<인터뷰> 이대원(축구 국가대표 감독) : "시각 장애인이다 보니까 한 명 당 한 명 씩 안내자가 필요하긴 한데, 그걸 안내하는 안내자가 늘 부족하죠. 스태프들이 부족하고."

<인터뷰> 김경호(장애인축구 국가대표) : "기본적인 의료나 체력관리 이런 전문성을 가지신 트레이너 분들의 지원 시스템 부족, 여러가지가 필요하다고 보죠."

그래도 지난달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한 축구팀은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전라북도 순창의 한 모텔.

추석 뒤에야 모인 핸드사이클 선수들의 합숙소입니다.

장미 꽃무늬 가득한 벽에 태극마크 유니폼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대표) : "이건 다 감수하고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시스템이에요."

핸드사이클은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눕다시피 자전거에 올라, 노를 젓듯 손으로 페달을 굴리는 경기입니다.

<녹취> "멈춰요 멈춰! 차 와!"

시골 길이라 차가 적고, 운전자들이 배려해준다고는 하지만, 아찔한 순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녹취> "내 꺼 브레이크 고장 났어! 브레이크 안 잡혀!"

감독 한 사람이 훈련 지도에 자전거 정비사 역할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녹취> "이거 부러졌는데 한번 봐봐. 소리가 난다니까."

53살의 국가대표 남편을 수발드느라, 아내까지 나섰습니다.

사이클 국가대표는 모두 12명.

하지만 경기를 한 달 앞두고도, 훈련은 딱 5명만 받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훈련을 시키면 하루 5만 원 씩 훈련 수당을 줘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니 급한대로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만 모은 겁니다.

장애인 국가대표는 올해 1년 동안 평균 70일 씩만 훈련을 받을 정도의 예산이 있습니다.

이 돈으론 감독이나 선수나 생계 유지가 어렵습니다.

2달 넘게 훈련을 다녀오라고 사정을 봐줄 직장도 없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 "국가대표 합숙을 들어오면서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이제 아시안 게임이 끝나면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되고, 이런 어려운 점이 있죠."

<녹취> "으랏차!"

금메달을 안겨줄 유망주라고 해도 안정적인 지원을 해줄 실업팀도 부족합니다.

장애인 국가대표 중 실업팀에 속한 선수는 20% 정도 뿐입니다.

<인터뷰> 윤상민(시각장애 유도) : "저도 31살이지만 남들이 보면 대표팀이네 유도 선수네 하지만, 결국은 백수인데, 안 그렇습니까? 맞죠. + 2455 운동이 직업이 되면 아마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발전하겠죠."

차별은 또 있습니다.

비장애인 국가대표는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포인트를 쌓아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명호(이천훈련원장) : "시민의 의식은 도리어 좋아졌어요. 선수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똑같이 해줘야지, 라는 그런 것들은 있는데 + 현실을 정해야하고, 규모를 정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처리하는 부분들도 있죠."

혼자서 대회를 준비하는 국가대표 최병록 선수.

합숙팀에 소속되지 못해 국가의 지원 없이 혼자 훈련하고 있지만 더 이를 악 물고 있습니다.

도전하고, 땀흘릴 수 있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병록(싱글사이클) :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인데 열심히 해봐야지 최선을 다해서 한번 해봐야죠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발이 불편하면 팔이 있고, 팔이 힘들면,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있습니다.

당신은 국가대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핸드사이클) : "국가에 저희 장애인들이 헌신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이런 일로나마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다고 하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죠."

<인터뷰> 이민재(유도) : "장애를 넘어서서 이제 운동을 시작해서 메치기로 한판씩 이길 때마다 뭔가 보람도 되고 뜻 깊습니다."

<인터뷰> 김준엽(보치아) : "우리나라.. 저도 빛내고 우리나라도 더더욱 빛내려고요.."

<앵커 멘트>

장애인 국가대표들이 내년엔 평균 100일 정도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예산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마저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장애인들에게 차별을 극복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취재파일 K, 여기 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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