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폐교인가?

입력 2014.10.10 (23:51) 수정 2014.10.1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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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든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면 어떨까요?!

학교 통폐합이 느는 가운데 폐교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급기야는 이웃 마을 주민들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통폐합을 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떠안아야 하는 지..

임세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학교 안덕학교가 통폐합이 웬말입니까, 여러분!"

경상북도 청송군.

읍에서도 차로 40분을 더 가야 하는 마을.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북적입니다.

마을의 하나뿐인 중고등학교, 안덕중고 총동창회의 체육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1년에 한 번 반가운 선후배들을 만나는 잔칫날이지만, 올해 만큼은 다들 결의에 찬 분위기입니다.

오늘이 모교에서 치르는 마지막 체육대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주장한다 주장한다!"

<녹취> 김완식(결의대회 사회자) : "66년을 지켜온 이 학교가 통폐합되고 없어진다는 그 슬픔을 우리 안덕면민이 경북도민이 우리 나라 국민이 마시는 물을 담고 있는 성덕댐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건 다른 농촌 학교들처럼 학생 수가 부족해서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안덕고로 진학하는 안덕중학교의 3학년 교실.

3학년, 1반 뿐이고, 학생은 8명이 전부입니다.

이 8명이 모두 다 안덕고에 입학한다고 해도, 안덕고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경상북도의 경우 고등학교는 적어도 신입생이 14명은 돼야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규정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교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인터뷰> 김범윤(안덕고3) : "올라올 때 또 타지로 나가고, 그러나 보니까 학생 수가 줄고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 올라갈 때 또 학생수가 많이 주니까 점점점 줄죠."

상황은 안덕면에서 8km 떨어진 이웃 현서면의 현서중고등학교도 비슷합니다.

현서고에 입학할 학생이라곤 현서중의 12명 뿐.

이대로라면 이곳 역시 14명 기준에 걸려 문을 닫아야 합니다.

올해 초에도 신입생이 부족해 폐교 위기에 처하자 4, 50대 마을 주민 9명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바로 그 학교입니다.

그래서 두 마을은 양쪽의 두 학교를 합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학교로 통합할것인가?

그건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선거인단은 각 면에서 100명 씩!

초중고 학부모와 면장이 추천한 주민들이 투표했습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도 감독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재석(안덕중 교사) : "여기 안덕 사람들은 대부분 안덕이 될 줄 알고 통합을 시도했죠."

<인터뷰> 김용수(현서면민) : "우리는 투표할 때 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서가.+ 그런데 결과가 표는 까봐야 된다고...."

결과는 101대 99!

단 2표 차이로 현서중고쪽의 승리였습니다.

학교 역사도 오래됐고 면의 인구도 더 많아서 이길 것으로 기대했던 안덕면민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통합추진위원회가 반대추진위원회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점포가 문을 닫고, 학교 수업도 거부하고. 주민들이 모여, 투표 무효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윤영윤(어머니회장) : "다 잃어버린 느낌이죠. 자연스럽게 있던 우리 학교인데 어느날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우리 엄마들 다 그 생각이에요. 난리가 났습니다."

투표 절차와 모든 과정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에 소송도 냈습니다.

<인터뷰> 김명섭(안덕중고 동창회측 변호사) : "한 쪽이 한 사람 매수하면 이기는 거예요. 이게 선거냐?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주민을 대표하는 선거냐? 그건 아니다. 이렇게 될 순 없다. 기본적으로..."

통페합이 그대로 진행되면, 아예 마을을 떠나겠다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연실(고1,2 학부모) : "바깥으로 나가는 거예요. 결국은 귀농귀촌 말씀하시지만 결국은 촌에 있는 젊은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밖에 안됩니다."

안덕에서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통합 현서고는 신입생이 부족해집니다.

이곳 역시 문을 닫아야 합니다.

현서중 3학년 백장미 양은 학교가 통합 되면, 집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대에 대구의 과학고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아주 고약하게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백장미(현서중3) : "저는 과학고도 포기하고 여기 오려고 했는데, 안덕에서 통폐합 안해준다고 하니까, 고등학교 어디 가야 할지 몰라서 좀 난감해요."

현서면민들은 학교 통폐합 때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교육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복주(현서중1 학부모) : "시설을 더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 좋은 교육을 더 받을 수 있겠죠. 그리고 지금 못하는 교육 있죠? 특성화된 교육 그런걸 더 받게 하고 싶어요."

그 동안은 자제해 왔지만 이웃 마을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순(현서중3 학부모) : "지금 어른들의 자꾸 그런 욕심 때문에 아이들에게 손해가 가는 거, 저는 이거는 진짜 민주주의 사회에 이건 이렇게 하면 안돼요."

청송의 사례는 앞으로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윤진연(청송교육지원청 과장) :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저희들이 이걸 중단하게 된다면 현서면에서는 투표 결과에 승리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하는 건 꼭 농촌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1894년 문을 연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서울 교동초등학입니다.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줄면서 신입생이 많질 않습니다.

전교생은 100명 안팎입니다.

그래서 잊을만 하면, 통폐합 얘기가 나옵니다.

개교 120주년 기념식도 그런 걱정으로 시작됩니다.

<녹취> 곽윤칠(동창회장) : "우리 학교가 통폐합이 거론되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다같이 힘을 모아 반드시 모교의 통폐합을 저지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동문들까지 나서 시민들을 상대로 학교를 홍보하고, 인터넷에선 통폐합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도영(교동초 학부모) : "작은 학교가 줄 수 있는 행복감이 크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학교를 위해서 이렇게 통폐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학년에 한 학급 뿐인 작은 학교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선 오히려 더 좋다며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문소희(교동초 학부모) : "아이들이 적다 보니까, 아이들의 장점을 잘 파악해주시고,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파악해주시는 것같아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참 좋아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정부는 읍면 지역은 전교생 60명, 도시는 200명을 폐교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이 아래면 학교를 통폐합하도록 지역 교육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혜택을 제공합니다.

폐교될 경우 초등학교는 30억,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100억 원이 통합 학교와 전학생을 위해 지원됩니다.

<인터뷰> 최민호(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서기관) : "통폐합하고 나서 적정 규모 학교가 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요."

더 양질의 교육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데는 경제 논리도 포함됩니다.

학교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민호 :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비교해보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학생에게 수십 억 원이 들 수도 있고, 과밀학급이 있는 지역에서는 학생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차이가 나는 효과도 있거든요."

1982년 이후 학교 3,600곳 가까이가 폐교됐고, 2012년에 62곳 지난해에 50곳, 올해도 39개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폐교는 또다른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대전의 한 폐교 터입니다.

마지막 졸업생을 낸 지 채 10년도 안돼 학교는 지역의 흉물로 변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담력을 시험하겠다는 이들이 찾아오는 엉뚱한 곳이 됐습니다.

<인터뷰>김00(해당학교 졸업생) : "지나가다 가끔 보기는 했거든요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유리창도 다 깨지고.. 그냥 저는 서운하죠.. 학교가 그렇게 됐으니까, 일단 없어지고 이래서, 건물이 폐허가 됐으니 가슴으로 안 좋죠."

<인터뷰> 목길순(대전시 유성구) : "한 20, 30명이 떼지어 나와. 그래가지고 담배, 계집애 머슴애 물고서 거기서 나오는 거야... 무섭지 요새 애들 생각없이 거시기 하는데 무섭지~"

꾕과리과 북 소리가 떠들썩한 이곳.

경기도 이천의 대월초등학교입니다.

거북아, 이 대침을 맞고 신나게 춤이나 한바탕 추고 가자!

마을 전통 '거북놀이'를 학생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민(대월초 6학년) : "거북이가 제 생각으로는 복을 갖다주는 동물이에요. 그래서 집집마다 찾아가서 마당 굿을 하고 들어가서 부엌 굿이나 이런걸 하면서 그 집에 복을 갖다 주는 거 같아요."

<녹취>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다양한 체험 교육을 도입하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울에서도 전학오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경(초1 학부모) : "고민을 제가 많이 했는데, 정말 1학기에 학교 들어갔을 때랑 지금 2학기가 시작됐을 때 아이가 아주 달라졌어요."

<녹취> "수아야 그 꽃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거야? 교장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거야?"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혁(대월초 교장) :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그럼 그 마을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닌가.학교가 결국 그 지역의 미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 여건, 한정된 예산, 출생률 감소로 학교 통폐합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일 겁니다.

그럼에도 그 과제에 앞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학교가 진정 학생을 위한,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학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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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를 위한 폐교인가?
    • 입력 2014-10-10 23:05:59
    • 수정2014-10-11 02:09:08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정든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면 어떨까요?!

학교 통폐합이 느는 가운데 폐교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급기야는 이웃 마을 주민들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통폐합을 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떠안아야 하는 지..

임세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학교 안덕학교가 통폐합이 웬말입니까, 여러분!"

경상북도 청송군.

읍에서도 차로 40분을 더 가야 하는 마을.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북적입니다.

마을의 하나뿐인 중고등학교, 안덕중고 총동창회의 체육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1년에 한 번 반가운 선후배들을 만나는 잔칫날이지만, 올해 만큼은 다들 결의에 찬 분위기입니다.

오늘이 모교에서 치르는 마지막 체육대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주장한다 주장한다!"

<녹취> 김완식(결의대회 사회자) : "66년을 지켜온 이 학교가 통폐합되고 없어진다는 그 슬픔을 우리 안덕면민이 경북도민이 우리 나라 국민이 마시는 물을 담고 있는 성덕댐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건 다른 농촌 학교들처럼 학생 수가 부족해서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안덕고로 진학하는 안덕중학교의 3학년 교실.

3학년, 1반 뿐이고, 학생은 8명이 전부입니다.

이 8명이 모두 다 안덕고에 입학한다고 해도, 안덕고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경상북도의 경우 고등학교는 적어도 신입생이 14명은 돼야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규정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교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인터뷰> 김범윤(안덕고3) : "올라올 때 또 타지로 나가고, 그러나 보니까 학생 수가 줄고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 올라갈 때 또 학생수가 많이 주니까 점점점 줄죠."

상황은 안덕면에서 8km 떨어진 이웃 현서면의 현서중고등학교도 비슷합니다.

현서고에 입학할 학생이라곤 현서중의 12명 뿐.

이대로라면 이곳 역시 14명 기준에 걸려 문을 닫아야 합니다.

올해 초에도 신입생이 부족해 폐교 위기에 처하자 4, 50대 마을 주민 9명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바로 그 학교입니다.

그래서 두 마을은 양쪽의 두 학교를 합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학교로 통합할것인가?

그건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선거인단은 각 면에서 100명 씩!

초중고 학부모와 면장이 추천한 주민들이 투표했습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도 감독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재석(안덕중 교사) : "여기 안덕 사람들은 대부분 안덕이 될 줄 알고 통합을 시도했죠."

<인터뷰> 김용수(현서면민) : "우리는 투표할 때 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서가.+ 그런데 결과가 표는 까봐야 된다고...."

결과는 101대 99!

단 2표 차이로 현서중고쪽의 승리였습니다.

학교 역사도 오래됐고 면의 인구도 더 많아서 이길 것으로 기대했던 안덕면민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통합추진위원회가 반대추진위원회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점포가 문을 닫고, 학교 수업도 거부하고. 주민들이 모여, 투표 무효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윤영윤(어머니회장) : "다 잃어버린 느낌이죠. 자연스럽게 있던 우리 학교인데 어느날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우리 엄마들 다 그 생각이에요. 난리가 났습니다."

투표 절차와 모든 과정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에 소송도 냈습니다.

<인터뷰> 김명섭(안덕중고 동창회측 변호사) : "한 쪽이 한 사람 매수하면 이기는 거예요. 이게 선거냐?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주민을 대표하는 선거냐? 그건 아니다. 이렇게 될 순 없다. 기본적으로..."

통페합이 그대로 진행되면, 아예 마을을 떠나겠다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연실(고1,2 학부모) : "바깥으로 나가는 거예요. 결국은 귀농귀촌 말씀하시지만 결국은 촌에 있는 젊은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밖에 안됩니다."

안덕에서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통합 현서고는 신입생이 부족해집니다.

이곳 역시 문을 닫아야 합니다.

현서중 3학년 백장미 양은 학교가 통합 되면, 집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대에 대구의 과학고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아주 고약하게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백장미(현서중3) : "저는 과학고도 포기하고 여기 오려고 했는데, 안덕에서 통폐합 안해준다고 하니까, 고등학교 어디 가야 할지 몰라서 좀 난감해요."

현서면민들은 학교 통폐합 때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교육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복주(현서중1 학부모) : "시설을 더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과 좋은 교육을 더 받을 수 있겠죠. 그리고 지금 못하는 교육 있죠? 특성화된 교육 그런걸 더 받게 하고 싶어요."

그 동안은 자제해 왔지만 이웃 마을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순(현서중3 학부모) : "지금 어른들의 자꾸 그런 욕심 때문에 아이들에게 손해가 가는 거, 저는 이거는 진짜 민주주의 사회에 이건 이렇게 하면 안돼요."

청송의 사례는 앞으로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윤진연(청송교육지원청 과장) :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저희들이 이걸 중단하게 된다면 현서면에서는 투표 결과에 승리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하는 건 꼭 농촌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1894년 문을 연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서울 교동초등학입니다.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줄면서 신입생이 많질 않습니다.

전교생은 100명 안팎입니다.

그래서 잊을만 하면, 통폐합 얘기가 나옵니다.

개교 120주년 기념식도 그런 걱정으로 시작됩니다.

<녹취> 곽윤칠(동창회장) : "우리 학교가 통폐합이 거론되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다같이 힘을 모아 반드시 모교의 통폐합을 저지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동문들까지 나서 시민들을 상대로 학교를 홍보하고, 인터넷에선 통폐합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도영(교동초 학부모) : "작은 학교가 줄 수 있는 행복감이 크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학교를 위해서 이렇게 통폐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학년에 한 학급 뿐인 작은 학교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선 오히려 더 좋다며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문소희(교동초 학부모) : "아이들이 적다 보니까, 아이들의 장점을 잘 파악해주시고,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파악해주시는 것같아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참 좋아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정부는 읍면 지역은 전교생 60명, 도시는 200명을 폐교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이 아래면 학교를 통폐합하도록 지역 교육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혜택을 제공합니다.

폐교될 경우 초등학교는 30억,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100억 원이 통합 학교와 전학생을 위해 지원됩니다.

<인터뷰> 최민호(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서기관) : "통폐합하고 나서 적정 규모 학교가 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요."

더 양질의 교육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데는 경제 논리도 포함됩니다.

학교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민호 :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비교해보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학생에게 수십 억 원이 들 수도 있고, 과밀학급이 있는 지역에서는 학생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차이가 나는 효과도 있거든요."

1982년 이후 학교 3,600곳 가까이가 폐교됐고, 2012년에 62곳 지난해에 50곳, 올해도 39개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폐교는 또다른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대전의 한 폐교 터입니다.

마지막 졸업생을 낸 지 채 10년도 안돼 학교는 지역의 흉물로 변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담력을 시험하겠다는 이들이 찾아오는 엉뚱한 곳이 됐습니다.

<인터뷰>김00(해당학교 졸업생) : "지나가다 가끔 보기는 했거든요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유리창도 다 깨지고.. 그냥 저는 서운하죠.. 학교가 그렇게 됐으니까, 일단 없어지고 이래서, 건물이 폐허가 됐으니 가슴으로 안 좋죠."

<인터뷰> 목길순(대전시 유성구) : "한 20, 30명이 떼지어 나와. 그래가지고 담배, 계집애 머슴애 물고서 거기서 나오는 거야... 무섭지 요새 애들 생각없이 거시기 하는데 무섭지~"

꾕과리과 북 소리가 떠들썩한 이곳.

경기도 이천의 대월초등학교입니다.

거북아, 이 대침을 맞고 신나게 춤이나 한바탕 추고 가자!

마을 전통 '거북놀이'를 학생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민(대월초 6학년) : "거북이가 제 생각으로는 복을 갖다주는 동물이에요. 그래서 집집마다 찾아가서 마당 굿을 하고 들어가서 부엌 굿이나 이런걸 하면서 그 집에 복을 갖다 주는 거 같아요."

<녹취>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다양한 체험 교육을 도입하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울에서도 전학오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경(초1 학부모) : "고민을 제가 많이 했는데, 정말 1학기에 학교 들어갔을 때랑 지금 2학기가 시작됐을 때 아이가 아주 달라졌어요."

<녹취> "수아야 그 꽃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거야? 교장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거야?"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혁(대월초 교장) :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그럼 그 마을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닌가.학교가 결국 그 지역의 미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 여건, 한정된 예산, 출생률 감소로 학교 통폐합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일 겁니다.

그럼에도 그 과제에 앞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학교가 진정 학생을 위한,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학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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