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배 낚시성 기사’ 근본 원인은?

입력 2014.10.12 (17:24) 수정 2014.10.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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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낚시성’ 기사의 문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여성 유명인들이 주변인들이 벌인 사건에 휘말려 애꿎게 인터넷 기사면을 도배하다시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런 ‘낚시성 기사’를 쓰는 수법이 왜 갈수록 더 교묘해지는 걸까요?

그 실태와 원인과 해법을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유명 기업인 정 모 씨가 비공개로 상견례를 치른 사실이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정 씨는 자신의 상견례 현장을 몰래 촬영해 보도한 인터넷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 냈습니다.

법원은 정 씨가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상견례 사실 자체를 기사화한 것은 언론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요? ‘사생활 침해’였습니다.

<녹취> 판결문 : “신부의 표정, 옷차림 등 당시 현장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일부 사람의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라도,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8월, 김연아는 남자친구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기사면을 말 그대로 도배했습니다.

한 인터넷 신문은 ‘김연아 남자친구’로 검색되는 기사를 3일간 32개나 썼습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제목만 조금씩 바뀌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와 있고 한두 시간 단위로 전송된 것도 있었습니다.

지난 9월엔 소녀시대 효연이 전 남자친구의 폭행 사건 때문에 사람들의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 인터넷 신문은 당시 사건 하나로, 4일 동안 별다른 내용 변화 없이 53개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싸운 이유 조사 중”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왜 폭행했나?”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클럽부터 자택 파티까지 몸싸움”

두 사람 모두, 본인과 관련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 기사에 실명이 거론되고, 또 사진이 실렸습니다.

<인터뷰> 양재규(언론중재위원회 변호사) : “자기 일이 아닌데 단지 유명인이란 이유로 자꾸 보도에 나온다고 하면 분명히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고요. 남녀 관계는 보호되는 사생활 영역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김연아가 중대 입장 발표라도 한 것 같지만 소속사의 의례적인 입장일 뿐입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소재나 자극적인 표현의 제목을 단 기사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소위 ‘낚시성’ 제목을 다는 것은 자체윤리강령에서도 분명히 금하고 있지만 일일이 문제 삼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들이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관련 없는 유명인을 끌어들이고, 흥미 위주의 제목을 붙이는 걸까?

<인터뷰> 이승선(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예전에 가판신문, 스포츠나 연예 신문의 경우에 길 가다가 흘끗 보고 구매결정을 하도록 색상도 화려하고 글자도 크고 제목도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런 거죠. 인터넷의 그 많은 사용자, 그 많은 기사들 중에 딱 눈이 가도록 하려면 자극적이게 할 수밖에 없는...“

특히 검색 기능의 포털사이트가 기사 유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 이런 특징이 가속화된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 신문 9곳의 이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이용자의 70% 이상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기사를 클릭해, 열어보는 방식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유입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광고 매출이 늘기 때문에, 상당수 인터넷 신문들은 포털에서 자사의 기사가 많이 노출되도록 물량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현재 모 인터넷 신문 기자 : “포털 검색어에 맞춰서 기사를 쓰는데, 우린 이걸 ‘검색어 기사’라고 불러요. 만약에 실시간 검색어로 ‘이병헌’이 떴다! 그러면 무조건 그 이름 넣은 기사를 계속 써 보내는 거예요. 이것만 따로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다니까요. 당연히 깊이 있는 기사는 못 쓰고, 여기 저기서 그냥 긁어다 쓰는 거죠. 서로 다 그러니까...”

그러다보니 기사 수는 넘쳐나지만 내용은 대부분 비슷해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제목에서 관심을 끌려는 시도들이 치열해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기사 유통의 중심인 포털사이트들이 일정 부분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포털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 측은, 관련 키워드별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방식 등 뉴스 검색 전반에 관해 다양한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파악되는 인터넷 신문의 수는 약 5천 개.. 하지만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제대로 된 규제가 어렵고, 자체협회와 심의기구도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아직까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과거 언론 정책을 돌아볼 때, 규제보다는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엔 지원을 늘려 육성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승선(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런 인터넷 문화를 고양시키는 사회 전반의 이러한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인터넷 매체 중에서도 좋은 인터넷 매체가 육성 지원돼서 오히려 그렇지 못한 매체들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지원, 육성해 나가는 그런 접근이 바람직하다라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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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도배 낚시성 기사’ 근본 원인은?
    • 입력 2014-10-12 17:25:44
    • 수정2014-10-12 19: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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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낚시성’ 기사의 문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여성 유명인들이 주변인들이 벌인 사건에 휘말려 애꿎게 인터넷 기사면을 도배하다시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런 ‘낚시성 기사’를 쓰는 수법이 왜 갈수록 더 교묘해지는 걸까요?

그 실태와 원인과 해법을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유명 기업인 정 모 씨가 비공개로 상견례를 치른 사실이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정 씨는 자신의 상견례 현장을 몰래 촬영해 보도한 인터넷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 냈습니다.

법원은 정 씨가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상견례 사실 자체를 기사화한 것은 언론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요? ‘사생활 침해’였습니다.

<녹취> 판결문 : “신부의 표정, 옷차림 등 당시 현장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일부 사람의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라도,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8월, 김연아는 남자친구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기사면을 말 그대로 도배했습니다.

한 인터넷 신문은 ‘김연아 남자친구’로 검색되는 기사를 3일간 32개나 썼습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제목만 조금씩 바뀌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와 있고 한두 시간 단위로 전송된 것도 있었습니다.

지난 9월엔 소녀시대 효연이 전 남자친구의 폭행 사건 때문에 사람들의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 인터넷 신문은 당시 사건 하나로, 4일 동안 별다른 내용 변화 없이 53개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싸운 이유 조사 중”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왜 폭행했나?”

<녹취> “효연 전 남친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클럽부터 자택 파티까지 몸싸움”

두 사람 모두, 본인과 관련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 기사에 실명이 거론되고, 또 사진이 실렸습니다.

<인터뷰> 양재규(언론중재위원회 변호사) : “자기 일이 아닌데 단지 유명인이란 이유로 자꾸 보도에 나온다고 하면 분명히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고요. 남녀 관계는 보호되는 사생활 영역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김연아가 중대 입장 발표라도 한 것 같지만 소속사의 의례적인 입장일 뿐입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소재나 자극적인 표현의 제목을 단 기사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소위 ‘낚시성’ 제목을 다는 것은 자체윤리강령에서도 분명히 금하고 있지만 일일이 문제 삼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들이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관련 없는 유명인을 끌어들이고, 흥미 위주의 제목을 붙이는 걸까?

<인터뷰> 이승선(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예전에 가판신문, 스포츠나 연예 신문의 경우에 길 가다가 흘끗 보고 구매결정을 하도록 색상도 화려하고 글자도 크고 제목도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런 거죠. 인터넷의 그 많은 사용자, 그 많은 기사들 중에 딱 눈이 가도록 하려면 자극적이게 할 수밖에 없는...“

특히 검색 기능의 포털사이트가 기사 유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 이런 특징이 가속화된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 신문 9곳의 이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이용자의 70% 이상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기사를 클릭해, 열어보는 방식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유입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광고 매출이 늘기 때문에, 상당수 인터넷 신문들은 포털에서 자사의 기사가 많이 노출되도록 물량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현재 모 인터넷 신문 기자 : “포털 검색어에 맞춰서 기사를 쓰는데, 우린 이걸 ‘검색어 기사’라고 불러요. 만약에 실시간 검색어로 ‘이병헌’이 떴다! 그러면 무조건 그 이름 넣은 기사를 계속 써 보내는 거예요. 이것만 따로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다니까요. 당연히 깊이 있는 기사는 못 쓰고, 여기 저기서 그냥 긁어다 쓰는 거죠. 서로 다 그러니까...”

그러다보니 기사 수는 넘쳐나지만 내용은 대부분 비슷해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제목에서 관심을 끌려는 시도들이 치열해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기사 유통의 중심인 포털사이트들이 일정 부분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포털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 측은, 관련 키워드별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방식 등 뉴스 검색 전반에 관해 다양한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파악되는 인터넷 신문의 수는 약 5천 개.. 하지만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제대로 된 규제가 어렵고, 자체협회와 심의기구도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아직까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과거 언론 정책을 돌아볼 때, 규제보다는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엔 지원을 늘려 육성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승선(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런 인터넷 문화를 고양시키는 사회 전반의 이러한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인터넷 매체 중에서도 좋은 인터넷 매체가 육성 지원돼서 오히려 그렇지 못한 매체들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지원, 육성해 나가는 그런 접근이 바람직하다라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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