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라오스 성매매

입력 2014.10.17 (23:51) 수정 2014.10.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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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동남아시아의 라오스...

이른바 '힐링 관광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죠.

소박한 국민들과 평화로운 자연 환경이 소개되면서 한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라오스에서 마저 한국인들의 원정 성매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양성모 기자가 현지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인도차이나 반도의 유일한 내륙국가 라오스.

불교국가로 수도 비엔티안에서도 오래된 사원과, 탁발승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탁발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자리.

낯선 외국인의 방문에도 친절하게 음식을 건넵니다.

<인터뷰> 완(비엔티안 주민) : "카오팟이라는 음식입니다. 바나나와 코코넛을 넣어서 만드는데 탁발하는 승려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낙천적이고 친절한 라오스 사람들의 국민성과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최근 이른바 '힐링 관광지'로 주목 받으면서 이곳 라오스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의 그림 같은 풍경이 알려지면서 라오스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만 명을 넘었습니다.

우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벌어지는 축제인 '옥 판사'.

라오스 사람들은 연꽃 모양 배에 촛불을 꽃아 메콩강에 흘려보냅니다.

<인터뷰> 다원(비엔티안 주민) : "'옥 판사' 축제 기간에 맞춰 액운이나 불운을 이 배에 띄워서 함께 떠나보낸다는 의미입니다."

저마다의 안녕을 빌며 기도하는 밤.

같은 시각, 축제가 한창인 메콩강변에서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동남아 특유의 교통수단 뚝뚝.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던 이 오토바이 기사는 취재진에게 다가와서 은밀한 정보를 건넵니다.

<녹취> "뷰티풀 레이디! 예쁜 여자들 있는 곳으로 가실래요?"

그가 데려간 곳은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한 사창가.

포주가 나서서 여성을 소개하며 가격 흥정을 벌입니다.

<녹취> "15살부터 19살까지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여성들이 성매매 남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 "저 여자는 16살이예요. 2000바트(6만5천 원)이면 내일 아침까지 가능합니다."

여성들이 모여있는 방 옆엔 성매매가 이뤄지는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여성을 따로 불러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석달이 지났다는 올해 16살, 고등학생 께오.

관광지로 유명한 방비엥이 고향이고 1년 전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수도인 비엔티안에 왔습니다.

<인터뷰> 께오(가명/라오스 성매매 여성) : "학교 다니면서 일하고 있어서 출근을 하는 날도 있고 안 하는 날도 있어요. 다른 친구들도 이 일을 많이 해요."

이곳에서 번 돈으로 학비와 주거비를 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께오(가명/라오스 성매매 여성) : "학비 내고, 방세 내는데 여기서 번 돈이 큰 도움이 되죠"

업소 관계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업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하루 최대 50여 명.

이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수인데 이들은 유독 어린 여성들을 찾는 것으로 악명 높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매매 업소 관계자 : "일하는 여성이 20~30명 정도 됩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원하는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성이 이곳에 많이 있습니다. 10대 여성들도 있고요. 특히 어릴수록 인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은 현지 안내인들을 통해 소개되곤 하지만 일부는 직접 인터넷으로 성매매 정보를 파악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인터뷰> 현지 가이드 : "젊은 사람들 배낭여행은 (성매매) 목적으로 안 왔어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죠. 현지 문화체험도 하고 그러면서 저녁에 호객행위나 아니면 인터넷으로 미리 봐둔 데를 찾아가거나 그렇게 해서 간단히 끝내죠.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보니까..."

실제로 인터넷서 라오스 현지 룸살롱 등 성매매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성매매 사범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보니 젊은이들까지도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인터뷰> 박선영(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에는 해외 성매매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되는 태국에 자국 경찰들을 상주시켜서 특히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인 경우를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고 적발해서 국내로 송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찰력이 한계가 있고…"

비엔티안 외곽의 한 숙박업소.

같은 모양의 2층 건물이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채 형식의 리조트입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룸살롱과 같은 술집입니다.

종업원은 한국 업체가 만든 노래방 기기를 즉석에서 설치해줍니다.

<인터뷰> 업소 종업원 : "한국인들이 매우 많이 옵니다. 올 때마다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서 한국 노래방 기기를 준비해놨습니다."

이른바 '리조트'로 불리는 술집입니다.

내부는 이렇게 노래방 기기와 탁자가 있는 주점이지만 방과 연결된 문을 열면 성매매가 이뤄지는 침실이 나옵니다.

잠시 뒤, 오토바이를 탄 접대 여성들이 도착합니다.

<녹취> "싸랑해요~"

이 여성은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술을 마신 뒤 성매매도 함께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라오스 성매매 여성 : "술만 먹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술먹고 함께 옆방으로 갑니다."

종업원은 최근 2년 사이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업소 종업원 : "한국인들이 주기적으로 자주 찾아옵니다. 많을 때는 이쪽 전체가 전부 한국인으로 찰 때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봐도 한국인이 제일 많습니다."

주로 골프 여행을 온 중년 남성들이 이런 형태의 업소를 선호한다는 게 현지 여행 가이드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여행사 가이드 : "보통 9홀 돌고 점심 먹고, 마시지 받고, 일찍 가면 3시. 조금 늦게 간다 싶으면 5시, 6시에 가서 리조트 내에 독채를 하나 빌리죠. 그리고 아가씨 골라서…"

이런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식 룸살롱도 곳곳에서 성업중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룸살롱.

여기저기서 한국 노래가 들리고, 저녁 식사를 막 마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접대 여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뒤 , 짧은 치마를 입은 접대 여성들이 줄지어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성매매 이른바 '2차'가 가능한 접대부들입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성을 한 명씩 골라 함께 술을 마십니다.

<녹취> "오빠 건배! 원샷~"

취재진은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과 따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24살 히앙.

한국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성매매를 원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히앙(가명) : "반 이상의 손님들이 술을 드시고 '2차'를 나가세요."

2년 동안 만난 한국인 남성들을 히앙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인터뷰> 히앙(가명) : "80퍼센트 정도는 손버릇이 안 좋습니다. 보자마자 더듬는다든지, 키스를 한다든지... 아무튼 매너가 좋지 않아요."

또 다른 룸살롱.

역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룸살롱입니다.

술을 주문하자, 잠시 뒤 접대 여성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함께 자리에 앉은 2명은 각각 17살과 18살.

모두 10대 소녀들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했는지 익숙한 듯 한국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다수의 접대 여성을 불러들인 뒤 남성이 성매매 대상을 선택하는 룸살롱은 비엔티안에만 10여 곳.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2곳입니다.

라오스 교민들은 이런 변화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교민 : "원래는 아가씨를 초이스하는 문화 자체가 없었어요. 한 5년 전, 6년 전에는. 그런데 어느날부터 룸에 아가씨가 쭉 들어와서 손님 선택을 받고 같이 앉아서 노는 그런게 생겼거든요."

원정 성매매로 인해 라오스 사회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교민 :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갈립니다. 맨날 오면 항상 관광도 관광이지만 밤에는 항상 술을 먹고 여자를 찾는다, 이런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어요."

<녹취> 위재천 (2004. 9. 22. 성매매 특별 단속…무엇이 달라지나?) : "오늘 밤 자정부터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됨에 따라 성매매 알선자와 강요자, 그리고 매매 당사자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10년.

그동안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내에서의 단속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원정 성매매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하다 우리 경찰에 적발된 남성은 해마다 50~60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는 한국을 아동 성매매 관광객을 보내는 27개 송출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이런 행태가 개발도상국의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선영(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성산업이 커지게 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객인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린 여성들을 그 업소에 배치를 하다보니까 어린 여성들에 대한 유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돼서, 결국 교육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취재진이 라오스를 떠나던 날.

룸살롱에서 일하던 17살 노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고향은 비엔티안에서 버스로 이틀이나 걸리는 작은 농촌 쿰쌀리.

그녀는 5살 때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도시로 왔지만 가난 때문에 학교를 계속 다니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노이(가명) "학비가 없어서 2년 전에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 소개로 3달 전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긴 한데, 학교에서 저를 받아줄 것 같지는 않네요."

술을 억지로 받아 마셔야 하고 어린 나이에 자신의 몸을 팔아야하는 현실이 슬프고 힘들다는 그녀.

악착같이 버텨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기만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당한 직업이 없어서 이젠 더 이상 생각도 하지 않아요."

라오스의 10대 소녀들을 성적 환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뒤틀린 욕망이 어린 소녀들의 가냘픈 삶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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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라오스 성매매
    • 입력 2014-10-17 22:00:31
    • 수정2014-10-18 16:00:16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동남아시아의 라오스...

이른바 '힐링 관광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죠.

소박한 국민들과 평화로운 자연 환경이 소개되면서 한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라오스에서 마저 한국인들의 원정 성매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양성모 기자가 현지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인도차이나 반도의 유일한 내륙국가 라오스.

불교국가로 수도 비엔티안에서도 오래된 사원과, 탁발승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탁발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자리.

낯선 외국인의 방문에도 친절하게 음식을 건넵니다.

<인터뷰> 완(비엔티안 주민) : "카오팟이라는 음식입니다. 바나나와 코코넛을 넣어서 만드는데 탁발하는 승려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낙천적이고 친절한 라오스 사람들의 국민성과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최근 이른바 '힐링 관광지'로 주목 받으면서 이곳 라오스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의 그림 같은 풍경이 알려지면서 라오스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만 명을 넘었습니다.

우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벌어지는 축제인 '옥 판사'.

라오스 사람들은 연꽃 모양 배에 촛불을 꽃아 메콩강에 흘려보냅니다.

<인터뷰> 다원(비엔티안 주민) : "'옥 판사' 축제 기간에 맞춰 액운이나 불운을 이 배에 띄워서 함께 떠나보낸다는 의미입니다."

저마다의 안녕을 빌며 기도하는 밤.

같은 시각, 축제가 한창인 메콩강변에서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동남아 특유의 교통수단 뚝뚝.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던 이 오토바이 기사는 취재진에게 다가와서 은밀한 정보를 건넵니다.

<녹취> "뷰티풀 레이디! 예쁜 여자들 있는 곳으로 가실래요?"

그가 데려간 곳은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한 사창가.

포주가 나서서 여성을 소개하며 가격 흥정을 벌입니다.

<녹취> "15살부터 19살까지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여성들이 성매매 남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 "저 여자는 16살이예요. 2000바트(6만5천 원)이면 내일 아침까지 가능합니다."

여성들이 모여있는 방 옆엔 성매매가 이뤄지는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여성을 따로 불러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석달이 지났다는 올해 16살, 고등학생 께오.

관광지로 유명한 방비엥이 고향이고 1년 전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수도인 비엔티안에 왔습니다.

<인터뷰> 께오(가명/라오스 성매매 여성) : "학교 다니면서 일하고 있어서 출근을 하는 날도 있고 안 하는 날도 있어요. 다른 친구들도 이 일을 많이 해요."

이곳에서 번 돈으로 학비와 주거비를 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께오(가명/라오스 성매매 여성) : "학비 내고, 방세 내는데 여기서 번 돈이 큰 도움이 되죠"

업소 관계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업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하루 최대 50여 명.

이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수인데 이들은 유독 어린 여성들을 찾는 것으로 악명 높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매매 업소 관계자 : "일하는 여성이 20~30명 정도 됩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원하는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성이 이곳에 많이 있습니다. 10대 여성들도 있고요. 특히 어릴수록 인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은 현지 안내인들을 통해 소개되곤 하지만 일부는 직접 인터넷으로 성매매 정보를 파악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인터뷰> 현지 가이드 : "젊은 사람들 배낭여행은 (성매매) 목적으로 안 왔어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죠. 현지 문화체험도 하고 그러면서 저녁에 호객행위나 아니면 인터넷으로 미리 봐둔 데를 찾아가거나 그렇게 해서 간단히 끝내죠.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보니까..."

실제로 인터넷서 라오스 현지 룸살롱 등 성매매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성매매 사범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보니 젊은이들까지도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인터뷰> 박선영(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에는 해외 성매매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되는 태국에 자국 경찰들을 상주시켜서 특히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인 경우를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고 적발해서 국내로 송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찰력이 한계가 있고…"

비엔티안 외곽의 한 숙박업소.

같은 모양의 2층 건물이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채 형식의 리조트입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룸살롱과 같은 술집입니다.

종업원은 한국 업체가 만든 노래방 기기를 즉석에서 설치해줍니다.

<인터뷰> 업소 종업원 : "한국인들이 매우 많이 옵니다. 올 때마다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서 한국 노래방 기기를 준비해놨습니다."

이른바 '리조트'로 불리는 술집입니다.

내부는 이렇게 노래방 기기와 탁자가 있는 주점이지만 방과 연결된 문을 열면 성매매가 이뤄지는 침실이 나옵니다.

잠시 뒤, 오토바이를 탄 접대 여성들이 도착합니다.

<녹취> "싸랑해요~"

이 여성은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술을 마신 뒤 성매매도 함께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라오스 성매매 여성 : "술만 먹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술먹고 함께 옆방으로 갑니다."

종업원은 최근 2년 사이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업소 종업원 : "한국인들이 주기적으로 자주 찾아옵니다. 많을 때는 이쪽 전체가 전부 한국인으로 찰 때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봐도 한국인이 제일 많습니다."

주로 골프 여행을 온 중년 남성들이 이런 형태의 업소를 선호한다는 게 현지 여행 가이드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여행사 가이드 : "보통 9홀 돌고 점심 먹고, 마시지 받고, 일찍 가면 3시. 조금 늦게 간다 싶으면 5시, 6시에 가서 리조트 내에 독채를 하나 빌리죠. 그리고 아가씨 골라서…"

이런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식 룸살롱도 곳곳에서 성업중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룸살롱.

여기저기서 한국 노래가 들리고, 저녁 식사를 막 마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접대 여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뒤 , 짧은 치마를 입은 접대 여성들이 줄지어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성매매 이른바 '2차'가 가능한 접대부들입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성을 한 명씩 골라 함께 술을 마십니다.

<녹취> "오빠 건배! 원샷~"

취재진은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과 따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24살 히앙.

한국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성매매를 원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히앙(가명) : "반 이상의 손님들이 술을 드시고 '2차'를 나가세요."

2년 동안 만난 한국인 남성들을 히앙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인터뷰> 히앙(가명) : "80퍼센트 정도는 손버릇이 안 좋습니다. 보자마자 더듬는다든지, 키스를 한다든지... 아무튼 매너가 좋지 않아요."

또 다른 룸살롱.

역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룸살롱입니다.

술을 주문하자, 잠시 뒤 접대 여성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함께 자리에 앉은 2명은 각각 17살과 18살.

모두 10대 소녀들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했는지 익숙한 듯 한국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다수의 접대 여성을 불러들인 뒤 남성이 성매매 대상을 선택하는 룸살롱은 비엔티안에만 10여 곳.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2곳입니다.

라오스 교민들은 이런 변화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교민 : "원래는 아가씨를 초이스하는 문화 자체가 없었어요. 한 5년 전, 6년 전에는. 그런데 어느날부터 룸에 아가씨가 쭉 들어와서 손님 선택을 받고 같이 앉아서 노는 그런게 생겼거든요."

원정 성매매로 인해 라오스 사회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교민 :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갈립니다. 맨날 오면 항상 관광도 관광이지만 밤에는 항상 술을 먹고 여자를 찾는다, 이런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어요."

<녹취> 위재천 (2004. 9. 22. 성매매 특별 단속…무엇이 달라지나?) : "오늘 밤 자정부터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됨에 따라 성매매 알선자와 강요자, 그리고 매매 당사자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10년.

그동안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내에서의 단속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원정 성매매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하다 우리 경찰에 적발된 남성은 해마다 50~60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는 한국을 아동 성매매 관광객을 보내는 27개 송출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이런 행태가 개발도상국의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선영(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성산업이 커지게 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객인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린 여성들을 그 업소에 배치를 하다보니까 어린 여성들에 대한 유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돼서, 결국 교육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취재진이 라오스를 떠나던 날.

룸살롱에서 일하던 17살 노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고향은 비엔티안에서 버스로 이틀이나 걸리는 작은 농촌 쿰쌀리.

그녀는 5살 때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도시로 왔지만 가난 때문에 학교를 계속 다니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노이(가명) "학비가 없어서 2년 전에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 소개로 3달 전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긴 한데, 학교에서 저를 받아줄 것 같지는 않네요."

술을 억지로 받아 마셔야 하고 어린 나이에 자신의 몸을 팔아야하는 현실이 슬프고 힘들다는 그녀.

악착같이 버텨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기만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당한 직업이 없어서 이젠 더 이상 생각도 하지 않아요."

라오스의 10대 소녀들을 성적 환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뒤틀린 욕망이 어린 소녀들의 가냘픈 삶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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