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참사 부른 ‘죽음의 환풍구’…안전 점검 시급

입력 2014.10.18 (02:29) 수정 2014.10.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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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판교의 야외광장에서 걸그룹 공연 도중에 일어난 지하 주차장 환풍구 붕괴로 큰 인명피해가 나자 환풍구 시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이날 지하 주차장 환풍구 위에 올라가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시민 27명은 환풍구 철제 덮개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속수무책으로 죽거나 다치는 큰 변을 당했다.

지하의 오염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시설인 환풍구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등 도심 도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시설 안전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안전 불감 지대였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환풍구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등 안전 점검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현행법에 환풍구 시설 안전을 담보할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환풍구의 철제 덮개를 이르는 '스틸 그레이팅'(steel grating)은 맨홀을 덮는 뚜껑처럼 여닫는 용도라서 용접 등으로 고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틸 그레이팅이 지지해야 할 하중을 정하는 법규 역시 없다.

김남준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대책본부' 대변인은 사고 당일 브리핑에서 환풍구 관리와 하중 기준 등을 언급하며 "따로 기준이 있지 않다"며 "환풍구 덮개 위에 사람이 올라가거나 물건을 두기 위한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환풍구가 사람이 올라가기 쉽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안이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높이가 약 1.5m 정도에 불과해 사람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펜스와 같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통제 시설은 없었다.

이날 사고도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환풍구 위로 올라가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덮개가 무너져 내려 일어났다.

하지만 1.2m 이하 높이의 환풍구에만 안전펜스 설치가 의무화 돼있어 참사가 발생한 사고 환풍구는 규정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지하철 역이나 대형 빌딩 인근에서는 사고 환풍구처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낮은' 높이의 환풍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사고가 난 환풍구는 건물 주차장 시설이기 때문에 지하철 환풍구와 달리 설계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며 "환풍구 주변은 공기 질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깊은 깊이 탓에 이번 사고처럼 환풍구 덮개가 떨어질 경우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장규 건축사는 "환풍구 깊이가 지하 4층 높이나 되기 때문에 환풍구 입구에 골조나 H빔 등을 설치한 뒤 그 위에 철제 덮개를 설치했다면 이런 참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행 건축법상 환풍구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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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괴 참사 부른 ‘죽음의 환풍구’…안전 점검 시급
    • 입력 2014-10-18 02:29:00
    • 수정2014-10-18 10:38:46
    연합뉴스
17일 경기도 판교의 야외광장에서 걸그룹 공연 도중에 일어난 지하 주차장 환풍구 붕괴로 큰 인명피해가 나자 환풍구 시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이날 지하 주차장 환풍구 위에 올라가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시민 27명은 환풍구 철제 덮개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속수무책으로 죽거나 다치는 큰 변을 당했다.

지하의 오염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시설인 환풍구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등 도심 도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시설 안전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안전 불감 지대였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환풍구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등 안전 점검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현행법에 환풍구 시설 안전을 담보할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환풍구의 철제 덮개를 이르는 '스틸 그레이팅'(steel grating)은 맨홀을 덮는 뚜껑처럼 여닫는 용도라서 용접 등으로 고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틸 그레이팅이 지지해야 할 하중을 정하는 법규 역시 없다.

김남준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대책본부' 대변인은 사고 당일 브리핑에서 환풍구 관리와 하중 기준 등을 언급하며 "따로 기준이 있지 않다"며 "환풍구 덮개 위에 사람이 올라가거나 물건을 두기 위한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환풍구가 사람이 올라가기 쉽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안이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높이가 약 1.5m 정도에 불과해 사람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펜스와 같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통제 시설은 없었다.

이날 사고도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환풍구 위로 올라가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덮개가 무너져 내려 일어났다.

하지만 1.2m 이하 높이의 환풍구에만 안전펜스 설치가 의무화 돼있어 참사가 발생한 사고 환풍구는 규정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지하철 역이나 대형 빌딩 인근에서는 사고 환풍구처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낮은' 높이의 환풍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사고가 난 환풍구는 건물 주차장 시설이기 때문에 지하철 환풍구와 달리 설계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며 "환풍구 주변은 공기 질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깊은 깊이 탓에 이번 사고처럼 환풍구 덮개가 떨어질 경우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장규 건축사는 "환풍구 깊이가 지하 4층 높이나 되기 때문에 환풍구 입구에 골조나 H빔 등을 설치한 뒤 그 위에 철제 덮개를 설치했다면 이런 참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행 건축법상 환풍구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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