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 여성 2명, 시민들 도움으로 극적 구조돼

입력 2014.10.18 (14:12) 수정 2014.10.18 (14: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구조된 여성 2명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큰 화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동창들과 만났다가 사고를 당한 한모(31·여)씨는 18일 오전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나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전했다.

17일 오후 걸그룹의 공연이 시작될 무렵 한씨는 친구인 이모(30·여)씨 등 2명과 함께 환풍구 위로 올랐다. 한씨와 이씨는 환풍구 좌측 앞쪽에 서 있었고 또 다른 일행 이모(33)씨는 환풍구 우측 무너지지 않은 덮개 쪽에 자리했다.

한씨 일행이 철제 덮개 위로 발을 내딛자 덮개가 '울렁' 거리면서 흔들렸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직감이 왔다고 한씨는 말했다.

이후 공연이 이어지며 환풍구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철판의 울렁거림이 심해졌다.

'이 노래만 듣고 내려가야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제가 서 있었는데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게 됐어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는데 온통 깜깜했어요. 제가 고개를 앞쪽으로 들고 일어났다면 바로 지하 4층 아래로 떨어졌을 거예요"

덮개가 환풍구 중심쪽으로 기울었고, 난간쪽에 서 있던 한씨가 오른쪽으로 쓰러지면서 환풍구 안쪽으로 기운 철판 끝쪽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한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끌어올려 달라"며 주변인들에 구조 요청을 했다.

"위에서 '빨리 올라오세요'라는 말이 들렸어요. 친구 손을 잡고 올라오려고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일어서지 못했어요. 그랬더니 한 시민이 제가 있는 쪽으로 와서 다리를 들어올려줬어요"

환풍구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힘을 모아 한씨를 힘껏 끌어당겼고 가까스로 구조할 수 있었다.

당시 긴박했던 구조상황을 보여주듯 한씨의 오른쪽 팔꿈치에는 군데군데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덮개 2m가량 아래 시멘트 난간 쪽으로 떨어진 한씨의 친구 이씨도 주변에 있던 시민이 재빠르게 환풍구 밖에서 끌어올려줘 화를 면했다.

위험도 불사하고 구조활동에 적극 나서준 시민 덕분에 한씨 일행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고지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씨는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구조된 직후 친구한테 '누군가 나를 구해줬어'라고 말했더니 한 남성분이 '제가 그랬어요'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대책본부가 파악한 부상자 11명 중 2명으로 현재 성남 정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씨는 무릎 부상이 심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공연장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시멘트 난간 위로 떨어졌다 구조된 이씨는 "위험할 것 같아 금방 내려오려고 했다"며 "근데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 사회자가 '위험하다'는 말은 한번 했는데 당장 내려오라는 어감은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부상자 일행인 또 따른 이씨는 "다른 곳을 가 봐도 환풍구에 울타리 쳐놓은 건 없다. 만약 공연장 환풍구 주변에서 요원이 제지했으면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고교 동창 여성 2명, 시민들 도움으로 극적 구조돼
    • 입력 2014-10-18 14:12:20
    • 수정2014-10-18 14:13:50
    연합뉴스
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구조된 여성 2명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큰 화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동창들과 만났다가 사고를 당한 한모(31·여)씨는 18일 오전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나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전했다. 17일 오후 걸그룹의 공연이 시작될 무렵 한씨는 친구인 이모(30·여)씨 등 2명과 함께 환풍구 위로 올랐다. 한씨와 이씨는 환풍구 좌측 앞쪽에 서 있었고 또 다른 일행 이모(33)씨는 환풍구 우측 무너지지 않은 덮개 쪽에 자리했다. 한씨 일행이 철제 덮개 위로 발을 내딛자 덮개가 '울렁' 거리면서 흔들렸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직감이 왔다고 한씨는 말했다. 이후 공연이 이어지며 환풍구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철판의 울렁거림이 심해졌다. '이 노래만 듣고 내려가야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제가 서 있었는데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게 됐어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는데 온통 깜깜했어요. 제가 고개를 앞쪽으로 들고 일어났다면 바로 지하 4층 아래로 떨어졌을 거예요" 덮개가 환풍구 중심쪽으로 기울었고, 난간쪽에 서 있던 한씨가 오른쪽으로 쓰러지면서 환풍구 안쪽으로 기운 철판 끝쪽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한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끌어올려 달라"며 주변인들에 구조 요청을 했다. "위에서 '빨리 올라오세요'라는 말이 들렸어요. 친구 손을 잡고 올라오려고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일어서지 못했어요. 그랬더니 한 시민이 제가 있는 쪽으로 와서 다리를 들어올려줬어요" 환풍구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힘을 모아 한씨를 힘껏 끌어당겼고 가까스로 구조할 수 있었다. 당시 긴박했던 구조상황을 보여주듯 한씨의 오른쪽 팔꿈치에는 군데군데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덮개 2m가량 아래 시멘트 난간 쪽으로 떨어진 한씨의 친구 이씨도 주변에 있던 시민이 재빠르게 환풍구 밖에서 끌어올려줘 화를 면했다. 위험도 불사하고 구조활동에 적극 나서준 시민 덕분에 한씨 일행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고지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씨는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구조된 직후 친구한테 '누군가 나를 구해줬어'라고 말했더니 한 남성분이 '제가 그랬어요'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대책본부가 파악한 부상자 11명 중 2명으로 현재 성남 정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씨는 무릎 부상이 심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은 공연장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시멘트 난간 위로 떨어졌다 구조된 이씨는 "위험할 것 같아 금방 내려오려고 했다"며 "근데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 사회자가 '위험하다'는 말은 한번 했는데 당장 내려오라는 어감은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부상자 일행인 또 따른 이씨는 "다른 곳을 가 봐도 환풍구에 울타리 쳐놓은 건 없다. 만약 공연장 환풍구 주변에서 요원이 제지했으면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