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AG 개막식은 ‘선수가 주인공’

입력 2014.10.18 (21:07) 수정 2014.10.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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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회식의 슬로건은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였다.

사고, 질병, 재난, 전쟁 등으로 인해 생기는 신체의 한계와 불가능을 인간의 열정, 창의성, 도전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로, 장애인 체육대회의 주제로는 제격인 셈이다.

이 슬로건은 1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본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 준비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회식의 예산은 넉넉한 편이 되지 못했다.

대회 총 예산 799억원 가운데 개·폐회식 합쳐서 60억원가량을 투입했으니 개회식 예산은 60억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인류의 존재, 불가능의 발생, 창의성의 발현, 불가능을 넘어선 축제와 같은 인생을 그려낸 이번 대회 개회식은 저예산이라는 한계도 함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달 19일 열렸던 비장애인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약 150억원을 투입했으나 연예인을 과도하게 동원하고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시아와 스포츠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무대가 소위 '한류 콘서트'로 변질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시선은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를 맡은 이가 1세대 한류 연예인 이영애씨로 밝혀지면서 더욱 싸늘해졌다.

체육인이 아닌 인물이 아시안게임 성화대에 불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달랐다.

성화 점화의 영광은 2009년 런던 세계 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던 수영 신동 김세진(17)군이 맡았다.

김세진과 그를 생후 5개월 때 입양해 세계 정상의 선수로 키운 최고의 조력자인 어머니 양정숙씨가 함께 손을 잡고 성화대로 향하는 모습은 장애인 체육대회의 본질에 충실한 장면이었다.

예산의 벽을 넘기 위해 출연진도 소박하되 전문성과 재능을 지닌 이들로 꾸려졌다.

총 564명, 연인원 1천400여명의 출연진은 대부분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학생, 육군 61사단 장병, 인천재능대 항공운항서비스과 학생,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시민, 각종 동호회 회원 등으로 채워졌다.

유일하게 등장한 연예인은 아이돌 그룹 G.O.D. 출신 가수 김태우씨였다.

유준규 총연출감독은 "'촛불 하나'라는 노래의 메시지가 대회 주제와 맞아떨어져 공연에 쓰기로 했고, 이 곡을 부른 김태우씨를 섭외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개회식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아닌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회의 상징인 주경기장을 포기하고, 선수촌에서 비교적 가까운 문학경기장을 택함으로써 이동이 불편한 선수들을 먼저 챙기는 조치였다.

또 선수들이 한참 대기하고 있다가 개회식 말미에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경기장에 입장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고 관중으로부터 환호를 받은 데서도 이번 대회의 지향점이 잘 드러났다.

박칼린 총감독은 "내가 선수라면 개회식을 보고 싶어할 것 같았다"며 "그들을 위한 장을 펼쳐서 '같이 한판 놀자'는 개념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첫 관문인 개회식에서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선수 본위의 개념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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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장애인AG 개막식은 ‘선수가 주인공’
    • 입력 2014-10-18 21:07:18
    • 수정2014-10-18 22:21:01
    연합뉴스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회식의 슬로건은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였다.

사고, 질병, 재난, 전쟁 등으로 인해 생기는 신체의 한계와 불가능을 인간의 열정, 창의성, 도전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로, 장애인 체육대회의 주제로는 제격인 셈이다.

이 슬로건은 1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본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 준비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회식의 예산은 넉넉한 편이 되지 못했다.

대회 총 예산 799억원 가운데 개·폐회식 합쳐서 60억원가량을 투입했으니 개회식 예산은 60억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인류의 존재, 불가능의 발생, 창의성의 발현, 불가능을 넘어선 축제와 같은 인생을 그려낸 이번 대회 개회식은 저예산이라는 한계도 함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달 19일 열렸던 비장애인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약 150억원을 투입했으나 연예인을 과도하게 동원하고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시아와 스포츠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무대가 소위 '한류 콘서트'로 변질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시선은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를 맡은 이가 1세대 한류 연예인 이영애씨로 밝혀지면서 더욱 싸늘해졌다.

체육인이 아닌 인물이 아시안게임 성화대에 불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달랐다.

성화 점화의 영광은 2009년 런던 세계 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던 수영 신동 김세진(17)군이 맡았다.

김세진과 그를 생후 5개월 때 입양해 세계 정상의 선수로 키운 최고의 조력자인 어머니 양정숙씨가 함께 손을 잡고 성화대로 향하는 모습은 장애인 체육대회의 본질에 충실한 장면이었다.

예산의 벽을 넘기 위해 출연진도 소박하되 전문성과 재능을 지닌 이들로 꾸려졌다.

총 564명, 연인원 1천400여명의 출연진은 대부분 한양대 생활무용예술학과 학생, 육군 61사단 장병, 인천재능대 항공운항서비스과 학생,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시민, 각종 동호회 회원 등으로 채워졌다.

유일하게 등장한 연예인은 아이돌 그룹 G.O.D. 출신 가수 김태우씨였다.

유준규 총연출감독은 "'촛불 하나'라는 노래의 메시지가 대회 주제와 맞아떨어져 공연에 쓰기로 했고, 이 곡을 부른 김태우씨를 섭외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개회식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아닌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회의 상징인 주경기장을 포기하고, 선수촌에서 비교적 가까운 문학경기장을 택함으로써 이동이 불편한 선수들을 먼저 챙기는 조치였다.

또 선수들이 한참 대기하고 있다가 개회식 말미에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경기장에 입장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고 관중으로부터 환호를 받은 데서도 이번 대회의 지향점이 잘 드러났다.

박칼린 총감독은 "내가 선수라면 개회식을 보고 싶어할 것 같았다"며 "그들을 위한 장을 펼쳐서 '같이 한판 놀자'는 개념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첫 관문인 개회식에서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선수 본위의 개념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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