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악마는 지금도 프라다를 입을까?

입력 2014.12.23 (18:06) 수정 2014.12.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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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시죠?

2006년 개봉작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인데요.

미국 뉴욕 패션계의 속얘기를 생생하게 다뤘죠.

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 속 이른바 '명품'들 감상하면서 즐거워했는데 제목에 나온 '프라다'를 비롯해, 명품의 대명사로 불리던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요즘 전에 없는 고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 만은 아니라는데 국제부 서재희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서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영화에 나온‘프라다’ 정말 그렇게 실적이 부진한가요?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인기를 끈 브랜드죠?

<답변>
그렇습니다.

명품의 굴욕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가방, 익숙하시죠?

<앵커 멘트>

네, 프라다 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방 같은데요.

<기자 멘트>

그렇죠. 2000년대 초반쯤 유행했죠.

명품치곤 특이하게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져서 비싸도 가볍고 실용적이란 이유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였죠.

이후 프라다는 명품 대명사로 승승장구 했습니다만.

요즘엔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프라다의 실적 변화를 한번 보실까요?

<리포트>

올해 3분기 것인데요.

순이익이 7450만 유로, 우리 돈 약 10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4%나 떨어진 것입니다.

이익률이 높은 가죽 제품의 판매가 줄어든 게 초라한 성적표로 이어졌습니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되어서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프라다는 내년까지 50개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었지만 개장 취소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녹취> 잭슨 왕(유나이티드 심슨 증권 팀장) : "상황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예전엔 프라다 제품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프라다 주식을 살 건가요?) 지금은 아니죠."

<질문>
그런데 서 기자, 고전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프라다뿐만이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다른 유럽 명품 브랜드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예 CEO와 디자이너를 바꿔서 불황을 벗어나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CEO 교체를 발표한 곳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입니다.

2009년부터 CEO 자리에 있었던 파트리지오 디 마르코가 내년 초 자리에서 물러나는데요,

대표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도 구찌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캐롤라인 하이드(유럽 경제 전문 기자) : "(CEO 교체가) 놀랍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구찌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기준치(지난해 동기) 보다 2% 하락했어요.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죠."

영국의 멀버리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떨어졌고요.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도 부진했습니다.

지난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느는데 머물러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뭔가요? 역시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인가요?

<답변>
물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까지 이어진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주머니가 얇아진 것이죠.

한가지 주목해야 할 건,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 또 다른 이유란 겁니다.

이런 분석은 프라다 그룹이 내놓은 재정 결과 보고서에서 나왔는데요.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프라다가 상장해 있는 홍콩에서의 민주화 시위와, 중국의 부패척결 조치를 꼽았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공무원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중국 내 명품 매출을 급격히 줄였는데요.

올 들어 현재까지 프라다의 중국 본토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시 티안(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 : "중국 전체에 퍼진 반부패 운동 때문에 공무원들이 (지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녹취> 하이얀 왕(중국인도연구소 매니징 파트너) : "명품 브랜드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생산 제품의 가격을 상당히 크게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실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네요?

<답변>
우리나라는 한때 고가 명품계에서 '떠오르는 시장'이었는데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들에 밀리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디올,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 같은 고가 브랜드들, 최근 국내 실적이 아주 초라합니다.

디올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64억 원에 달했고요.

페라가모는 영업이익이 3년 만에 반토막 났습니다.

구찌코리아, 버버리 코리아도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급감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고가 명품들이 가격대가 조금 낮은 이른바 '컨템포러리 브랜드' 제품들에 밀리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죠.

<질문>
말씀대로면, 일부 브랜드는 불황속에서도 고가 브랜드를 위협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건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겁니까?

<답변>
예전엔 명품을 사면 남들과 달라보인다는 어떤 자부심 같은걸 갖게 됐는데,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진겁니다.

지금 보시는 이 가방, 아시죠?

별명이 '3초 백'입니다.

거리에서 3초에 한번 씩 눈에 띌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가방을 샀는데 남들도 많이 들고 있다면 특별함을 느끼기 힘들겠죠.

여전히 명품을 사는 주된 이유는 자신만이 느끼는 '특별함'입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로 ‘자기 만족’을 꼽은 사람이 34.2%나 됐는데요.

명품의 생명은 무엇보다 ‘희소성'이라는 거죠.

이 희소성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도 하지 않게 됐고, 차라리 가격이 덜 비싸고 개성있는 브랜드를 찾게된 겁니다.

여기에 해외 직구 같이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진 것도 명품들이 '이름'만 내세워서 살아남기 어려워진 이유죠.

<기자 멘트>

명품 시장 인기를 반영하는게 이른바 '짝퉁'이라고 불리는 모조품 시장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모조품이 가장 많은 루이비통의 경우 적발액이 5년 만에 5분의 1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앵커 멘트>

모조품이 줄어든건 분명 좋은일일텐데 이것도 불황의 한 상징이군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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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악마는 지금도 프라다를 입을까?
    • 입력 2014-12-23 17:26:27
    • 수정2014-12-23 22:02:25
    글로벌24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시죠?

2006년 개봉작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인데요.

미국 뉴욕 패션계의 속얘기를 생생하게 다뤘죠.

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 속 이른바 '명품'들 감상하면서 즐거워했는데 제목에 나온 '프라다'를 비롯해, 명품의 대명사로 불리던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요즘 전에 없는 고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 만은 아니라는데 국제부 서재희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서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영화에 나온‘프라다’ 정말 그렇게 실적이 부진한가요?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인기를 끈 브랜드죠?

<답변>
그렇습니다.

명품의 굴욕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가방, 익숙하시죠?

<앵커 멘트>

네, 프라다 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방 같은데요.

<기자 멘트>

그렇죠. 2000년대 초반쯤 유행했죠.

명품치곤 특이하게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져서 비싸도 가볍고 실용적이란 이유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였죠.

이후 프라다는 명품 대명사로 승승장구 했습니다만.

요즘엔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프라다의 실적 변화를 한번 보실까요?

<리포트>

올해 3분기 것인데요.

순이익이 7450만 유로, 우리 돈 약 10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4%나 떨어진 것입니다.

이익률이 높은 가죽 제품의 판매가 줄어든 게 초라한 성적표로 이어졌습니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되어서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프라다는 내년까지 50개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었지만 개장 취소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녹취> 잭슨 왕(유나이티드 심슨 증권 팀장) : "상황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예전엔 프라다 제품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프라다 주식을 살 건가요?) 지금은 아니죠."

<질문>
그런데 서 기자, 고전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프라다뿐만이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다른 유럽 명품 브랜드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예 CEO와 디자이너를 바꿔서 불황을 벗어나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CEO 교체를 발표한 곳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입니다.

2009년부터 CEO 자리에 있었던 파트리지오 디 마르코가 내년 초 자리에서 물러나는데요,

대표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도 구찌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캐롤라인 하이드(유럽 경제 전문 기자) : "(CEO 교체가) 놀랍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구찌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기준치(지난해 동기) 보다 2% 하락했어요.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죠."

영국의 멀버리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떨어졌고요.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도 부진했습니다.

지난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느는데 머물러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뭔가요? 역시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인가요?

<답변>
물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까지 이어진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주머니가 얇아진 것이죠.

한가지 주목해야 할 건,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 또 다른 이유란 겁니다.

이런 분석은 프라다 그룹이 내놓은 재정 결과 보고서에서 나왔는데요.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프라다가 상장해 있는 홍콩에서의 민주화 시위와, 중국의 부패척결 조치를 꼽았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공무원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중국 내 명품 매출을 급격히 줄였는데요.

올 들어 현재까지 프라다의 중국 본토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시 티안(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 : "중국 전체에 퍼진 반부패 운동 때문에 공무원들이 (지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녹취> 하이얀 왕(중국인도연구소 매니징 파트너) : "명품 브랜드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생산 제품의 가격을 상당히 크게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실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네요?

<답변>
우리나라는 한때 고가 명품계에서 '떠오르는 시장'이었는데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들에 밀리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디올, 버버리, 구찌, 페라가모 같은 고가 브랜드들, 최근 국내 실적이 아주 초라합니다.

디올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64억 원에 달했고요.

페라가모는 영업이익이 3년 만에 반토막 났습니다.

구찌코리아, 버버리 코리아도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급감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고가 명품들이 가격대가 조금 낮은 이른바 '컨템포러리 브랜드' 제품들에 밀리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죠.

<질문>
말씀대로면, 일부 브랜드는 불황속에서도 고가 브랜드를 위협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건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겁니까?

<답변>
예전엔 명품을 사면 남들과 달라보인다는 어떤 자부심 같은걸 갖게 됐는데,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진겁니다.

지금 보시는 이 가방, 아시죠?

별명이 '3초 백'입니다.

거리에서 3초에 한번 씩 눈에 띌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가방을 샀는데 남들도 많이 들고 있다면 특별함을 느끼기 힘들겠죠.

여전히 명품을 사는 주된 이유는 자신만이 느끼는 '특별함'입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로 ‘자기 만족’을 꼽은 사람이 34.2%나 됐는데요.

명품의 생명은 무엇보다 ‘희소성'이라는 거죠.

이 희소성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도 하지 않게 됐고, 차라리 가격이 덜 비싸고 개성있는 브랜드를 찾게된 겁니다.

여기에 해외 직구 같이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진 것도 명품들이 '이름'만 내세워서 살아남기 어려워진 이유죠.

<기자 멘트>

명품 시장 인기를 반영하는게 이른바 '짝퉁'이라고 불리는 모조품 시장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모조품이 가장 많은 루이비통의 경우 적발액이 5년 만에 5분의 1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앵커 멘트>

모조품이 줄어든건 분명 좋은일일텐데 이것도 불황의 한 상징이군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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