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아기 급증…대체 왜?

입력 2014.12.31 (12:39) 수정 2014.12.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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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기들의 생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베이비박스' 라는게 있습니다.

최근들어 이 베이비박스에 놓져지는 아기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적 드문 밤.

아기를 품에 안은 여성이 교회 앞으로 다가 오더니, 벽쪽에 만들어진 상자 안에 아기를 넣어 두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지난 2009년 12월, 서울의 한 교회에 처음 설치된 베이비박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위험한 곳에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에 두고 가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베이비 박스 안에 남겨진 메모에는 혼자서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는 10대 미혼모부터, 아픈 아기를 보살필 여건이 안 된다며 용서를 구한다는 엄마의 이야기까지,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여기까지 (아기를) 데려온 부모들은 그나마 아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편지를 봐도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언젠가 찾고 싶습니다.' 이런 편지 내용도 있고 그래요."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이곳에 맡겨진 아이가 벌써 620여 명.

그런데, 최근 교회에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습니다.

2년 전부터 베이비 박스에 놓여지는 아기들이 너무 많아진겁니다.

지난 2012년 연간 70여 명 정도였던 게, 지난해와 올해는 모두 250명을 넘길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계속적으로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이 있잖아요. 하루도 없는 날이 없습니다. 더 사람을 써야 하는데 밤새 잠을 못 자고 아이들 우유를 먹이고 해야 되는데 인력이 부족하고요."

그렇다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기는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교회 측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입양 조건에 ‘친부모의 출생신고 의무화’ 조항이 신설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져,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입양 대신 유기를 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베이비박스 들어오는 아이들 (부모는) 10대가 50 퍼센트예요. 아무도 모르게 아기가 태어났는데 출생신고를 할 수가 있을까요?"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입양 특례법 개정 전, 2천5백 명에 육박하던 국내·외 입양이 2013년에는 9백 명 남짓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베이비 박스의 역기능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노혜련(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거기다 아이를 데리고 가면 잘 돌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부에서) 우선적으로는 원 가정을 지원하는 모든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죠."

이런 논란 속에, 지난 5월에는 경기도 군포에 국내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설치됐습니다.

차가운 상자 속에 홀로 놓여지는 아기들.

무엇보다 이 아기들의 숫자를 줄이려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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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박스’ 아기 급증…대체 왜?
    • 입력 2014-12-31 12:40:57
    • 수정2014-12-31 13:21:43
    뉴스 12
<앵커 멘트>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기들의 생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베이비박스' 라는게 있습니다.

최근들어 이 베이비박스에 놓져지는 아기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이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적 드문 밤.

아기를 품에 안은 여성이 교회 앞으로 다가 오더니, 벽쪽에 만들어진 상자 안에 아기를 넣어 두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지난 2009년 12월, 서울의 한 교회에 처음 설치된 베이비박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위험한 곳에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에 두고 가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베이비 박스 안에 남겨진 메모에는 혼자서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는 10대 미혼모부터, 아픈 아기를 보살필 여건이 안 된다며 용서를 구한다는 엄마의 이야기까지,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여기까지 (아기를) 데려온 부모들은 그나마 아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편지를 봐도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언젠가 찾고 싶습니다.' 이런 편지 내용도 있고 그래요."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이곳에 맡겨진 아이가 벌써 620여 명.

그런데, 최근 교회에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습니다.

2년 전부터 베이비 박스에 놓여지는 아기들이 너무 많아진겁니다.

지난 2012년 연간 70여 명 정도였던 게, 지난해와 올해는 모두 250명을 넘길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계속적으로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이 있잖아요. 하루도 없는 날이 없습니다. 더 사람을 써야 하는데 밤새 잠을 못 자고 아이들 우유를 먹이고 해야 되는데 인력이 부족하고요."

그렇다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기는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교회 측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입양 조건에 ‘친부모의 출생신고 의무화’ 조항이 신설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져,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입양 대신 유기를 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베이비박스 들어오는 아이들 (부모는) 10대가 50 퍼센트예요. 아무도 모르게 아기가 태어났는데 출생신고를 할 수가 있을까요?"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입양 특례법 개정 전, 2천5백 명에 육박하던 국내·외 입양이 2013년에는 9백 명 남짓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베이비 박스의 역기능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노혜련(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거기다 아이를 데리고 가면 잘 돌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부에서) 우선적으로는 원 가정을 지원하는 모든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죠."

이런 논란 속에, 지난 5월에는 경기도 군포에 국내 두 번째 베이비박스가 설치됐습니다.

차가운 상자 속에 홀로 놓여지는 아기들.

무엇보다 이 아기들의 숫자를 줄이려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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