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호주 30년 만의 최악 산불

입력 2015.01.06 (18:10) 수정 2015.01.06 (19: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요즘 호주 남부는30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그야말로 비상사태입니다.

어제를 기점으로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부상자가 스무 명이 넘었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호주 산불의 1차 원인으로는 최근 2~3년째 계속되고 있는 폭염이 꼽히고 있는데요.

과거 대형 산불들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또 산불이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의 변화도 함께 살펴봅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산불이 발생한 호주 남부지역 상황부터 좀 살펴보죠.

<질문>
다행히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호주는 우리와 반대로 지금 여름인데요,

지난 주말 발생한 산불이 폭염을 타고 여전히 번지고 있지만, 기세는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호주 남부 마운트 로프티 산맥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발생 당시 섭씨 40도를 웃돌았던 남호주 주의 주요 지역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떨어져 진화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소방당국은 폭염이 내일쯤 다시 시작된다는 예보에 큰 불길을 잡기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녹취> 제이 웨서릴(남호주 주총리) : "날씨가 더워지면 불길이 더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폭염이 다시 밀려오기 전까지 산불을 진화하려고 합니다."

남호주의 산불은 섭씨 40도가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돼, 만 천 헥타르, 여의도의 15배가 넘는 땅을 불태웠구요, 수천 명의 이재민도 냈습니다.

<녹취> 피해 지역 주민 : "모든 걸 잃었습니다. 재산과 서류들, 애완동물과 자동차, 수집품 같은 것들 모두요."

<녹취> 피해 지역 주민 : "끔찍해요. 악몽이에요."

<녹취> 마림 와츠(남호주 소방당국 소방관) : "(이런 산불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아직까지 이렇게 크고 격렬한 불을 경험한 적이 없어요."

주 정부는 산불 확산 추세가 누그러들긴 했지만, 대피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직 위험하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정 기자, 최근 몇년 새 호주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답변>
네, 북반구가 영하의 추위에 시달리는 게 무색할 만큼, 남반구에선 12~2월 사이 여름 더위가 찾아오는데요.

과거 호주에서도 간간이 대형 산불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재의 수요일'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호주에선 유명한 말인데요.

지난 1983년 발생했던 화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호주 주와 빅토리아 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70명 이상이 숨지고 건물 수천 채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죠.

지난 2009년엔 빅토리아 주에서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해 173명이 숨지고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검은 토요일'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피게레스(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 "절대적으로 분명하게 과학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와 유럽의 폭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폭염 정도가 심해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죠."

산불의 원인으로 번개나 방화, 어린이들의 불장난이 꼽힙니다만 최근 산불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몇년 새 심해진 폭염 속에 발생 주기가 극도로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배경이죠.

<질문>
폭염 속에 벼락이 내리치면 쉽게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이게 거대한 뜨거운 공기층 아래서는 순식간에 초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산불의 경우,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분석하는 경향이 있죠?

<답변>
네, 산불하면 재앙이다 이런 인식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구요,

발생 주기도 3~20년에 한 번 정도씩 찾아오는 경우입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미국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인데요,

과거 옐로스톤 공원은 화재가 났을 때 바로 바로 불을 끄곤 했는데요.

1988년에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산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산불이 난뒤 벌레가 생기고 이걸 잡아먹는 새가 몰려들고, 또 토양의 영양분이 많아져 새로운 싹이 돋아나 목초지가 형성되고 나아가 숲을 더 울창하게만들게 되더라는 겁니다.

<녹취> 미 산림청 관계자 : "숲의 생태계는 정말 복잡합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자연은 새로운 걸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이해하기 위해 더 열심히 배워야 하죠."

실제로 2007년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이나 지난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화재 같은 대형 산불의 경우, 장기적으로 이런 순기능이 작용했고, 지금까지도 자연적인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질문>
그렇군요. 하지만 호주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정부 차원에서 폭염과 화재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구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구가 온난화 영향으로 '무더위'보다는 '폭염'을 겪고 있거든요,

호주의 경우 국토의 6% 정도가 삼림으로 이뤄져 있고, 내륙지역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이라 더욱 날씨와 기온에 예민한데요.

호주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재정적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적응 대책을 생활 속에서 실행하고 있는데요.

지금 보시는 멜버른의 고층 빌딩.... 건물들이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습니다.

새로 짓는 건물에는 빗물을 저장해 재사용 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져 있는데요.

이 모든 것이 폭염과 물 부족에 적응하기 위한 거라고 합니다.

<질문>
앞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 전해주셨는데 호주 지역 경제에는 타격이 없는 겁니까?

<답변>
네, 아무래도 주택과 농장 등의 손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애들레이드 힐스는 호주에서도 품질이 뛰어난 포도를 빚어내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호주 전체 와인의 60%가 남부 호주에서 생산될 정돕니다.

애들레이드 힐스와 이웃해있는 '한도르프'라는 도시는 1839년 독일인 이민자들이 세운 유서 깊은 도시로 매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이번 산불로 인해 애써 길러온 포도밭을 잃은 건 물론이고 관광 효과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녹취> 그랜트 렌(피해지역 주민) : "이렇게 가만히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언제라도 집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말이죠."

미국의 국립공원을 가보면 우리나라처럼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산불도 자연현상의 하나로 보는 거죠.

하지만 산림청이 관장하는 국유림에선 산림자원 보전 차원에서 불이 나면 즉시 끄고, 경제성이 있는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결국 자연의 복원력을 최상의 가치로 두되 최소한의 개입은 필요하다는 거겠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호주 30년 만의 최악 산불
    • 입력 2015-01-06 19:23:10
    • 수정2015-01-06 19:59:40
    글로벌24
<앵커 멘트>

요즘 호주 남부는30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그야말로 비상사태입니다.

어제를 기점으로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부상자가 스무 명이 넘었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호주 산불의 1차 원인으로는 최근 2~3년째 계속되고 있는 폭염이 꼽히고 있는데요.

과거 대형 산불들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또 산불이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의 변화도 함께 살펴봅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산불이 발생한 호주 남부지역 상황부터 좀 살펴보죠.

<질문>
다행히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호주는 우리와 반대로 지금 여름인데요,

지난 주말 발생한 산불이 폭염을 타고 여전히 번지고 있지만, 기세는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호주 남부 마운트 로프티 산맥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발생 당시 섭씨 40도를 웃돌았던 남호주 주의 주요 지역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떨어져 진화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소방당국은 폭염이 내일쯤 다시 시작된다는 예보에 큰 불길을 잡기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녹취> 제이 웨서릴(남호주 주총리) : "날씨가 더워지면 불길이 더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폭염이 다시 밀려오기 전까지 산불을 진화하려고 합니다."

남호주의 산불은 섭씨 40도가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돼, 만 천 헥타르, 여의도의 15배가 넘는 땅을 불태웠구요, 수천 명의 이재민도 냈습니다.

<녹취> 피해 지역 주민 : "모든 걸 잃었습니다. 재산과 서류들, 애완동물과 자동차, 수집품 같은 것들 모두요."

<녹취> 피해 지역 주민 : "끔찍해요. 악몽이에요."

<녹취> 마림 와츠(남호주 소방당국 소방관) : "(이런 산불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아직까지 이렇게 크고 격렬한 불을 경험한 적이 없어요."

주 정부는 산불 확산 추세가 누그러들긴 했지만, 대피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직 위험하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정 기자, 최근 몇년 새 호주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답변>
네, 북반구가 영하의 추위에 시달리는 게 무색할 만큼, 남반구에선 12~2월 사이 여름 더위가 찾아오는데요.

과거 호주에서도 간간이 대형 산불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재의 수요일'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호주에선 유명한 말인데요.

지난 1983년 발생했던 화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호주 주와 빅토리아 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70명 이상이 숨지고 건물 수천 채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죠.

지난 2009년엔 빅토리아 주에서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해 173명이 숨지고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검은 토요일'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피게레스(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 "절대적으로 분명하게 과학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와 유럽의 폭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폭염 정도가 심해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죠."

산불의 원인으로 번개나 방화, 어린이들의 불장난이 꼽힙니다만 최근 산불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몇년 새 심해진 폭염 속에 발생 주기가 극도로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배경이죠.

<질문>
폭염 속에 벼락이 내리치면 쉽게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이게 거대한 뜨거운 공기층 아래서는 순식간에 초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산불의 경우,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분석하는 경향이 있죠?

<답변>
네, 산불하면 재앙이다 이런 인식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구요,

발생 주기도 3~20년에 한 번 정도씩 찾아오는 경우입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미국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인데요,

과거 옐로스톤 공원은 화재가 났을 때 바로 바로 불을 끄곤 했는데요.

1988년에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산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산불이 난뒤 벌레가 생기고 이걸 잡아먹는 새가 몰려들고, 또 토양의 영양분이 많아져 새로운 싹이 돋아나 목초지가 형성되고 나아가 숲을 더 울창하게만들게 되더라는 겁니다.

<녹취> 미 산림청 관계자 : "숲의 생태계는 정말 복잡합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자연은 새로운 걸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이해하기 위해 더 열심히 배워야 하죠."

실제로 2007년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이나 지난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화재 같은 대형 산불의 경우, 장기적으로 이런 순기능이 작용했고, 지금까지도 자연적인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질문>
그렇군요. 하지만 호주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정부 차원에서 폭염과 화재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구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구가 온난화 영향으로 '무더위'보다는 '폭염'을 겪고 있거든요,

호주의 경우 국토의 6% 정도가 삼림으로 이뤄져 있고, 내륙지역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이라 더욱 날씨와 기온에 예민한데요.

호주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재정적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적응 대책을 생활 속에서 실행하고 있는데요.

지금 보시는 멜버른의 고층 빌딩.... 건물들이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습니다.

새로 짓는 건물에는 빗물을 저장해 재사용 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져 있는데요.

이 모든 것이 폭염과 물 부족에 적응하기 위한 거라고 합니다.

<질문>
앞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 전해주셨는데 호주 지역 경제에는 타격이 없는 겁니까?

<답변>
네, 아무래도 주택과 농장 등의 손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애들레이드 힐스는 호주에서도 품질이 뛰어난 포도를 빚어내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호주 전체 와인의 60%가 남부 호주에서 생산될 정돕니다.

애들레이드 힐스와 이웃해있는 '한도르프'라는 도시는 1839년 독일인 이민자들이 세운 유서 깊은 도시로 매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이번 산불로 인해 애써 길러온 포도밭을 잃은 건 물론이고 관광 효과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녹취> 그랜트 렌(피해지역 주민) : "이렇게 가만히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언제라도 집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말이죠."

미국의 국립공원을 가보면 우리나라처럼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산불도 자연현상의 하나로 보는 거죠.

하지만 산림청이 관장하는 국유림에선 산림자원 보전 차원에서 불이 나면 즉시 끄고, 경제성이 있는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결국 자연의 복원력을 최상의 가치로 두되 최소한의 개입은 필요하다는 거겠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