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짜 중국 여행?…감금 여고생 구출

입력 2015.01.08 (08:10) 수정 2015.01.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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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여고생이 인터넷을 통해, 공짜 해외 여행을 떠났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상대 남성은 여고생을 인질로 잡고,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행히 이 여고생 현지에서 기지를 발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중국에서 벌어진 여고생 감금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겨울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김모 양.

김 양은 열흘 전,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중국 여행을 갈 기회를 얻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무료 관광을 시켜 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클릭을 해서 장난삼아 본인(김 양:가명)은 응모를 했다고 그래요. 클릭했더니 응모를 하라고 해서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기입한 것 같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공짜 해외 여행의 행운을 얻게 된 김 양.

여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던 김 양은 부모님에게는 자원봉사를 가게 됐다고 둘러대 허락을 받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부모님한테 자기가 00에서 뽑혀서 중국에 봉사 활동 간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의심도 안 하고 그냥 보냈다는 거예요."

그렇게 김 양은 지난달 29일, 홀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중국 선양에 도착하자, 공항으로 김 양을 마중 나온 중년의 남성.

김 양은 이 남성의 안내에 따라 숙소인 한 아파트로 이동해 짐을 풀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남성이) 아파트에 데리고 가서 거기서 먹고 자고 한 것이죠. 하루 이틀 선양 시내를 구경했다니까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 좀 시켜줬겠죠. 바람 쐬러 나가서 중국 선양이 이런 곳이다 이렇게 좀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기대와는 달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김 양이 중국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상황이 좀 바뀌게 됩니다.

여행은커녕, 숙소인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던 것.

무려 나흘 동안이나, 숙소 안에 갇혀 있어야 했던 김 양.

기대했던 해외 여행이 왜 이렇게 돼버린걸까?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양이 떠난 지 엿새 뒤인 지난 4일 오후, 김 양의 어머니에게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이 딸을 데리고 있다는 의문의 남성.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이를 내가 데리고 있다 (했는데) 처음에는 (한 양) 어머니한테 전화했을 때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은 거예요."

그리고 얼마 뒤 딸의 번호로 충격적인 문자가 전송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감금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1월 4일 (남성이 어머니와) 통화한 것을 듣고 나서 그때 확실하게 감금됐다는 것을 (김 양이) 인식한 것 같아요. 어머니한테 카카오톡 온 것이 엄마 죄송하다고, 내가 거짓말하고 (중국에) 왔는데 내가 지금 감금돼 있는 것 같다."

얼마 뒤에는 남성이 보낸 협박 문자까지 날아옵니다.

돈을 넘기지 않으면 딸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피해자 휴대전화 카카오톡으로 6백만 원 보내라, 아니면 아이를 인신매매단이나 이런 데에 넘기겠다, 그러면 아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카카오톡으로 보냈어요."

협박 메시지가 발송된 건, 김 양의 휴대전화였습니다.

김 양의 전화기가 이미 이 남성의 손에 넘어간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딸이 괴한에게 붙들려 감금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

김 양의 부모는 즉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신고를 받고) 강력팀으로 바로 인계를 했죠. (피해자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실종 팀에서 출국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넓은 중국 땅에서 사라진 여고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협박 문자를 받은 것을 끝으로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는 김양.

속절없이 애만 태우던 그때.

뜻밖에도 어머니의 모바일 메신저로, 김 양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김 양이 어떻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던 걸까?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노트북으로 온 것 같아요. 실시간으로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됐어요. 어머니가 여기 형사계 사무실에 왔었거든요. 위치 파악이 급선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지금 몇 층 인지 기억하느냐 했더니 18층은 기억해요."

경찰이 파악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거실 안에 갇혀 있던 김 양.

남성의 눈을 피해 자신의 가방에서 몰래 노트북을 꺼내 켠 김 양은 천만 다행으로 희미하게 연결되는 무선 인터넷 신호를 잡습니다.

김 양은 즉시, 휴대전화와 연동되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노트북에서 실행시킨 다음, 어머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김 양이 감금된 아파트에서 바깥 풍경을 찍어 보낸 사진인데요.

<인터뷰> 유병렬(경장/이천경찰서 수사지원팀) : "당시 납치된 감금 피해 여고생이 당시 현장 밖에 어디에 있다 (하는)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노트북으로 밖 현장을 찍은 사진이에요. 우리 쪽으로 이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보내게 된 것이죠."

김 양은 침착하게 사진과 약도 등을 활용해, 자신이 감금된 아파트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인터뷰> 유병렬(경장/이천경찰서 수사지원팀) : "사진하고 약도 덕분에 당시 영사관 직원이랑 중국 공안들이 신속하게 현장을 갈 수 있었고, 구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이죠."

한국 경찰의 연락을 받은 중국 공안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는데요, 마지막 구출 순간까지도, 김 양의 노트북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18층 올라가서 제일 끝 집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판단을 해야 하는 거였어요. (김 양에게) 노크를 할 테니까 노크를 하면 네가 카톡으로 'o'표시를 해라 그렇게 했거든요. 그래서 바로 문 뜯고 들어가라..."

결국, 출동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된 피의자.

피의자는 40대인 한국인 남성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정관(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 "공짜 여행을 미끼로 한 범죄는 해외 여행과 관련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들 중에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모르는 사람의 이유 없는 호의는 가급적 거절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짜 여행을 떠났다 봉변을 당할 뻔한 여고생.

다행히 위기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중국 공안의 1차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피의자를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수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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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공짜 중국 여행?…감금 여고생 구출
    • 입력 2015-01-08 08:15:04
    • 수정2015-01-08 09: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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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여고생이 인터넷을 통해, 공짜 해외 여행을 떠났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상대 남성은 여고생을 인질로 잡고,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행히 이 여고생 현지에서 기지를 발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중국에서 벌어진 여고생 감금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겨울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김모 양.

김 양은 열흘 전,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중국 여행을 갈 기회를 얻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무료 관광을 시켜 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클릭을 해서 장난삼아 본인(김 양:가명)은 응모를 했다고 그래요. 클릭했더니 응모를 하라고 해서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기입한 것 같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공짜 해외 여행의 행운을 얻게 된 김 양.

여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던 김 양은 부모님에게는 자원봉사를 가게 됐다고 둘러대 허락을 받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부모님한테 자기가 00에서 뽑혀서 중국에 봉사 활동 간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의심도 안 하고 그냥 보냈다는 거예요."

그렇게 김 양은 지난달 29일, 홀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중국 선양에 도착하자, 공항으로 김 양을 마중 나온 중년의 남성.

김 양은 이 남성의 안내에 따라 숙소인 한 아파트로 이동해 짐을 풀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남성이) 아파트에 데리고 가서 거기서 먹고 자고 한 것이죠. 하루 이틀 선양 시내를 구경했다니까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 좀 시켜줬겠죠. 바람 쐬러 나가서 중국 선양이 이런 곳이다 이렇게 좀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기대와는 달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김 양이 중국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상황이 좀 바뀌게 됩니다.

여행은커녕, 숙소인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던 것.

무려 나흘 동안이나, 숙소 안에 갇혀 있어야 했던 김 양.

기대했던 해외 여행이 왜 이렇게 돼버린걸까?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양이 떠난 지 엿새 뒤인 지난 4일 오후, 김 양의 어머니에게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이 딸을 데리고 있다는 의문의 남성.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이를 내가 데리고 있다 (했는데) 처음에는 (한 양) 어머니한테 전화했을 때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은 거예요."

그리고 얼마 뒤 딸의 번호로 충격적인 문자가 전송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감금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1월 4일 (남성이 어머니와) 통화한 것을 듣고 나서 그때 확실하게 감금됐다는 것을 (김 양이) 인식한 것 같아요. 어머니한테 카카오톡 온 것이 엄마 죄송하다고, 내가 거짓말하고 (중국에) 왔는데 내가 지금 감금돼 있는 것 같다."

얼마 뒤에는 남성이 보낸 협박 문자까지 날아옵니다.

돈을 넘기지 않으면 딸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피해자 휴대전화 카카오톡으로 6백만 원 보내라, 아니면 아이를 인신매매단이나 이런 데에 넘기겠다, 그러면 아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카카오톡으로 보냈어요."

협박 메시지가 발송된 건, 김 양의 휴대전화였습니다.

김 양의 전화기가 이미 이 남성의 손에 넘어간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딸이 괴한에게 붙들려 감금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

김 양의 부모는 즉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신고를 받고) 강력팀으로 바로 인계를 했죠. (피해자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실종 팀에서 출국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넓은 중국 땅에서 사라진 여고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협박 문자를 받은 것을 끝으로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는 김양.

속절없이 애만 태우던 그때.

뜻밖에도 어머니의 모바일 메신저로, 김 양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김 양이 어떻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던 걸까?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노트북으로 온 것 같아요. 실시간으로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됐어요. 어머니가 여기 형사계 사무실에 왔었거든요. 위치 파악이 급선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지금 몇 층 인지 기억하느냐 했더니 18층은 기억해요."

경찰이 파악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거실 안에 갇혀 있던 김 양.

남성의 눈을 피해 자신의 가방에서 몰래 노트북을 꺼내 켠 김 양은 천만 다행으로 희미하게 연결되는 무선 인터넷 신호를 잡습니다.

김 양은 즉시, 휴대전화와 연동되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노트북에서 실행시킨 다음, 어머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김 양이 감금된 아파트에서 바깥 풍경을 찍어 보낸 사진인데요.

<인터뷰> 유병렬(경장/이천경찰서 수사지원팀) : "당시 납치된 감금 피해 여고생이 당시 현장 밖에 어디에 있다 (하는)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노트북으로 밖 현장을 찍은 사진이에요. 우리 쪽으로 이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보내게 된 것이죠."

김 양은 침착하게 사진과 약도 등을 활용해, 자신이 감금된 아파트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인터뷰> 유병렬(경장/이천경찰서 수사지원팀) : "사진하고 약도 덕분에 당시 영사관 직원이랑 중국 공안들이 신속하게 현장을 갈 수 있었고, 구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이죠."

한국 경찰의 연락을 받은 중국 공안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는데요, 마지막 구출 순간까지도, 김 양의 노트북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동호(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18층 올라가서 제일 끝 집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판단을 해야 하는 거였어요. (김 양에게) 노크를 할 테니까 노크를 하면 네가 카톡으로 'o'표시를 해라 그렇게 했거든요. 그래서 바로 문 뜯고 들어가라..."

결국, 출동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된 피의자.

피의자는 40대인 한국인 남성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정관(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 "공짜 여행을 미끼로 한 범죄는 해외 여행과 관련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들 중에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모르는 사람의 이유 없는 호의는 가급적 거절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짜 여행을 떠났다 봉변을 당할 뻔한 여고생.

다행히 위기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중국 공안의 1차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피의자를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수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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