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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러시아 연해주, 한인들 통일 노래
입력 2015.01.10 (08:19) 수정 2015.01.10 (09:08)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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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 극동의 연해주는 일제하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였습니다.

고려인으로 불리는 한인들이 모여 살았는데, 1930년대 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흩어졌던 고려인의 후손들이 다시 연해주로 돌아와 한인 특유의 도전 정신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룸으로써 이 지역 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해주에는 이들 고려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 조선족과 북한 출신에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통일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남북한을 연결해 시베리아산 석탄을 들여오는 이른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 사업에 성공함으로써 연해주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요.

연해주 한인들의 활약상을 오중호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2시간.

다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의 우수리스크.

전통 음악이 연주되자 무희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웁니다.

한 고려인 기업가의 예순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쉰 명 넘는 한상이 모였습니다.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업적 유대를 다지는 자립니다.

1930년대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 아시아로 떠났던 고려인들이 1990년대부터 되돌아오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엄유리(고려인 3세/건설 업체 대표) : "고려인은 주로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밀집해 있습니다. 우리를 연해주로 이끌게 한 것은 아마도 조상들이 여기 출신이기 때문일 겁니다."

고국에 갖는 호감도 각별합니다.

<인터뷰> 김 레기나(고려인 3세/스포츠용품 프랜차이즈 대표) : "한국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연해주 일대 고려인은 모두 9만여 명,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 블라디미르(우수리스크 시의원) : "러시아 고려인은 다양한 분야와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치계에도 있고 중앙정부 내무부와 지방정부에서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현지에서 한상들이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는 건, 강인한 도전 정신과 성실.근면같은 고유의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에도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형렬(현대상선 현지법인장) :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의 관습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조언도 받고 일부 고려인 중에 러시아 관료들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어온 채소와 과일을 다시 쌓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루 거래 물량이 5백 톤이 넘는 연해주 최대 도매 시장, 최고 경영자는 한인인 김 니콜라이 씨.

농장과 목장, 자동차 판매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거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통일을 늘 꿈꿉니다.

<인터뷰> 김 니콜라이(고려인 3세/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장) : "우리는 자면서도 꿈을 꿉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 철도가 연결돼 남북한이 이어지는 꿈 말입니다."

지난 2006년, 러시아와 중국이 합작으로 세운 공업단지.

주로 신발과 장갑 등을 만드는데 북한 근로자가 군데군데 눈에 띱니다.

<녹취> 북한 근로자 관리인 : "백 명 조금 넘죠.여자들이 30명 정도 되고 남자는 70명. (생활은 괜찮은 가요?) 아, 좋죠. 여기에서는 좋죠. 다 공장에서 주고 같이 식사하고 잘 먹지요."

이 공장은,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쟝 롱쉬에 씨가 운영합니다.

이국에서 다른 국적의 한민족이 어울려 살다 보니 모국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진합니다.

<인터뷰> 쟝 롱쉬에(조선족/강지국제공단 총경리) : "남북 간에 통일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기차를 통해서 한국 강원도까지 우리 할아버지 고향 강원도까지 기차를 타고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옆에 구경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 재래 시장 안에 식당과 가게 3백여 곳이 즐비합니다.

주인 상당수는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중국과 교역의 물꼬가 트이면서 20만 명 넘게 러시아로 건너왔습니다.

<녹취> 조선족 상인: "사진은 찍지 말아요. 안돼, 안돼, 안돼."

북한 근로자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북한 근로자 : "(사진) 찍지 말라우. 찍으면 쫓아요. 쫓으시오."

<인터뷰> 알렉산드로(러시아 상인) : "북한 사람들은 밀가루와 쌀을 많이 구입하는 편입니다."

이 전통시장에는 러시아 고려인과 중국인 조선족, 그리고 북한 근로자와 한국 교민이 한데 모이는 곳입니다.

이미 연해주 일대에 이른바 미리 보는 통일 사회가 형성돼 있는 겁니다.

꽃집 프랜차이즈 백 50개 곳을 운영하는 최 보리스 씨.

우리나라에서 장미와 백합 등을 수입하기 시작한 건 증조 할아버지 고향인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 보리스(고려인 4세/화훼유통 업체 대표) : "물론 꽃은 쉽게 부패하기 쉬운 상품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본토에서 활약하는 정 알렉세이 씨.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거상입니다.

남과 북을 두루 왕래하다 보니 역시 모국의 분단 현실이 아쉽습니다.

<인터뷰> 정 알렉세이(고려인 3세/레스토랑 프랜차이즈업체 대표) : "고려인끼리 모이면 이제 한반도가 통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한상의 역할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 예브게니 (교수/러시아 연방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 : "남북한 모두 고려인을 향한 인식이 무역 중계인으로 보기보다는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고용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한상들은 광복과 분단 70돌에 발맞춰 통일 기원 자동차 랠리를 준비합니다.

유라시아의 한민족이 고루 참가해 독일과 러시아, 남과 북을 잇는 만 5천 킬로미터를 횡단하려는 겁니다.

<인터뷰> 조 바실리(러시아 고려인협회 의장) : "통일은 결국 당사자인 남북 두 나라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의 모든 고려인들은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만나는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가시화되면서 연해주 경제 개발에 대한 러시아 한상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 알렉세이(고려인 3세/레스토랑 가맹점 대표) : "미래에 희망하는 것이요? 한국에 관한 꿈은 당연히 통일이 되는 겁니다. 한국에서 직접 살지 않는 모든 고려인의 바람입니다."

<인터뷰> 최 보리스(고려인 4세/화훼유통업체 대표) : "이산 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가족과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은 항상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백 50년 전, 연해주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던 고려인.

이제 한민족 통일이라는 웅대한 씨앗을 다시 가슴에 품었습니다.
  • [월드 리포트] 러시아 연해주, 한인들 통일 노래
    • 입력 2015-01-10 08:47:10
    • 수정2015-01-10 09:08:1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러시아 극동의 연해주는 일제하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였습니다.

고려인으로 불리는 한인들이 모여 살았는데, 1930년대 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흩어졌던 고려인의 후손들이 다시 연해주로 돌아와 한인 특유의 도전 정신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룸으로써 이 지역 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해주에는 이들 고려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 조선족과 북한 출신에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통일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남북한을 연결해 시베리아산 석탄을 들여오는 이른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 사업에 성공함으로써 연해주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요.

연해주 한인들의 활약상을 오중호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2시간.

다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의 우수리스크.

전통 음악이 연주되자 무희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웁니다.

한 고려인 기업가의 예순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쉰 명 넘는 한상이 모였습니다.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업적 유대를 다지는 자립니다.

1930년대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 아시아로 떠났던 고려인들이 1990년대부터 되돌아오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엄유리(고려인 3세/건설 업체 대표) : "고려인은 주로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밀집해 있습니다. 우리를 연해주로 이끌게 한 것은 아마도 조상들이 여기 출신이기 때문일 겁니다."

고국에 갖는 호감도 각별합니다.

<인터뷰> 김 레기나(고려인 3세/스포츠용품 프랜차이즈 대표) : "한국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연해주 일대 고려인은 모두 9만여 명,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 블라디미르(우수리스크 시의원) : "러시아 고려인은 다양한 분야와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치계에도 있고 중앙정부 내무부와 지방정부에서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현지에서 한상들이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는 건, 강인한 도전 정신과 성실.근면같은 고유의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에도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형렬(현대상선 현지법인장) :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의 관습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조언도 받고 일부 고려인 중에 러시아 관료들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어온 채소와 과일을 다시 쌓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루 거래 물량이 5백 톤이 넘는 연해주 최대 도매 시장, 최고 경영자는 한인인 김 니콜라이 씨.

농장과 목장, 자동차 판매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거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통일을 늘 꿈꿉니다.

<인터뷰> 김 니콜라이(고려인 3세/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장) : "우리는 자면서도 꿈을 꿉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 철도가 연결돼 남북한이 이어지는 꿈 말입니다."

지난 2006년, 러시아와 중국이 합작으로 세운 공업단지.

주로 신발과 장갑 등을 만드는데 북한 근로자가 군데군데 눈에 띱니다.

<녹취> 북한 근로자 관리인 : "백 명 조금 넘죠.여자들이 30명 정도 되고 남자는 70명. (생활은 괜찮은 가요?) 아, 좋죠. 여기에서는 좋죠. 다 공장에서 주고 같이 식사하고 잘 먹지요."

이 공장은,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쟝 롱쉬에 씨가 운영합니다.

이국에서 다른 국적의 한민족이 어울려 살다 보니 모국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진합니다.

<인터뷰> 쟝 롱쉬에(조선족/강지국제공단 총경리) : "남북 간에 통일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기차를 통해서 한국 강원도까지 우리 할아버지 고향 강원도까지 기차를 타고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옆에 구경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 재래 시장 안에 식당과 가게 3백여 곳이 즐비합니다.

주인 상당수는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중국과 교역의 물꼬가 트이면서 20만 명 넘게 러시아로 건너왔습니다.

<녹취> 조선족 상인: "사진은 찍지 말아요. 안돼, 안돼, 안돼."

북한 근로자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북한 근로자 : "(사진) 찍지 말라우. 찍으면 쫓아요. 쫓으시오."

<인터뷰> 알렉산드로(러시아 상인) : "북한 사람들은 밀가루와 쌀을 많이 구입하는 편입니다."

이 전통시장에는 러시아 고려인과 중국인 조선족, 그리고 북한 근로자와 한국 교민이 한데 모이는 곳입니다.

이미 연해주 일대에 이른바 미리 보는 통일 사회가 형성돼 있는 겁니다.

꽃집 프랜차이즈 백 50개 곳을 운영하는 최 보리스 씨.

우리나라에서 장미와 백합 등을 수입하기 시작한 건 증조 할아버지 고향인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 보리스(고려인 4세/화훼유통 업체 대표) : "물론 꽃은 쉽게 부패하기 쉬운 상품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본토에서 활약하는 정 알렉세이 씨.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거상입니다.

남과 북을 두루 왕래하다 보니 역시 모국의 분단 현실이 아쉽습니다.

<인터뷰> 정 알렉세이(고려인 3세/레스토랑 프랜차이즈업체 대표) : "고려인끼리 모이면 이제 한반도가 통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한상의 역할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 예브게니 (교수/러시아 연방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 : "남북한 모두 고려인을 향한 인식이 무역 중계인으로 보기보다는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고용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한상들은 광복과 분단 70돌에 발맞춰 통일 기원 자동차 랠리를 준비합니다.

유라시아의 한민족이 고루 참가해 독일과 러시아, 남과 북을 잇는 만 5천 킬로미터를 횡단하려는 겁니다.

<인터뷰> 조 바실리(러시아 고려인협회 의장) : "통일은 결국 당사자인 남북 두 나라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의 모든 고려인들은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만나는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가시화되면서 연해주 경제 개발에 대한 러시아 한상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 알렉세이(고려인 3세/레스토랑 가맹점 대표) : "미래에 희망하는 것이요? 한국에 관한 꿈은 당연히 통일이 되는 겁니다. 한국에서 직접 살지 않는 모든 고려인의 바람입니다."

<인터뷰> 최 보리스(고려인 4세/화훼유통업체 대표) : "이산 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가족과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은 항상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백 50년 전, 연해주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던 고려인.

이제 한민족 통일이라는 웅대한 씨앗을 다시 가슴에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