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저유가 충격, ‘셰일 혁명’ 발목 잡다

입력 2015.02.14 (08:23) 수정 2015.02.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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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추락하기만 했던 국제 유가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최저 수준은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고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 저유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초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 셰일가스 업계입니다.

풍부한 물량 공세로 저유가를 이끌어냈던 셰일가스가 역으로 부메랑을 맞은 겁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시추를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셰일가스 혁명은 끝났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면에 일시적 현상일 뿐 셰일가스를 발판으로 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더 굳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유가 전망도 추가 하락, 상승 전환으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저유가의 충격으로 석유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미국 석유산업의 메카인 텍사스 현지를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의 대표적 석유산지 텍사스주 미들랜드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메뚜기 모양의 채굴 펌프가 쉬임없이 원유를 뽑아올립니다.

서부 개척시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석유역사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인터뷰> 번스(미들랜드 석유협회장) : "다단계 수압 파쇄 방식으로 채굴하는 유정인데요. 하나에서 하루에 천 배럴이 생산되기도 합니다."

인근 오뎃사 지역으로 가면 미국을 석유강국의 반열에 재등극시킨 주역이 나타납니다.

혁명으로까지 일컫는 셰일가스, 그 채굴 현장입니다

지난해까지 어딜 가든 채굴용 파이프 가동소음이 요란했던 이곳, 올들어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철제구조물이 리그라고 불리는 셰일가스 채굴 설비입니다.

최근 들어 이곳 텍사스는 물론 미 전역에서 셰일가스 시추 설비의 가동 중단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반토막난 유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게 올 초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여전히 50달러 선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유가탓에 설비를 돌리면 돌릴수록 업체들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녹취> 헬름즈(노스다코다주 자원국장) : "저유가의 충격이 가시화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추공 숫자가 25%나 줄었습니다."

북미 지역 기준 지난해 1800개였던 셰일 시추 설비는 올들어 1200개로 급감했습니다.

3년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석유메이저들은 관련 투자도 대폭축소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셰브론이 올해 투자액을 15%,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털도 투자규모를 대폭 삭감했습니다.

<녹취> 바마데반(석유개발업체 대표) : "기름값이 떨어지면 석유 회사들은 비용을 줄이는 것 말고 달리 선택할 길이 없습니다."

해고 사태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서비스기업 슐럼버거는 지난달 직원 9천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내 에너지 1,2위 업체 헬리버튼과 베이커휴즈도 올들어 직원 10% 이상 감축을 각각 선언했습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실직자 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석유업체에서 해고된 사람들의 구직신청이 올초부터 쇄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직장을 잃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석유 채굴 파이프를 다뤘습니다."

<인터뷰> 카스티오(석유 업체 실직자) : "요즘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까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석유 메이저들의 투자축소는 유전지대 실물경기도 잔뜩 움츠러들게 하고 있습니다.

채굴 업체들이 몸을 사리면서 유전지대 부동산 거래는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인터뷰> 킴벌리(스미스유전지대 부동산중개인) : "저유가가 본격화되기 전인 12월까지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지금은 유전 지대 땅 주인들이 많이 당황해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저유가, 이제는 장기화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됩니다.

석유 산지를 끼고 있는 자치단체는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모랄레스(미들랜드 시장) : "기름값이 곤두박질 쳤던 2009년과 1984년의 학습 효과 입니다. '긴축만이 살 길이다' 요즘 이런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번스(미들랜드 석유협회장) : "전에도 봤잖아요? 올랐다가 내리고 내렸다가 오르는 게 기름값 입니다."

반면에 이번 저유가 추세가 석유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거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부담이 큰 셰일 업계가 그렇습니다.

개발 초기에 진출한 업체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후발 업체들은 연쇄 도산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조삼제(한미에너지석유기술협회 회장) : "투자자들이 망하는 회사를 사기 위해 혈안 입니다. 배럴당 백달러 할 때는 살 수 없는 회사들이었는데 지금은 40달러, 50달러 상황이니까..."

<인터뷰> 맥마혼(석유투자사 대표) : "과거 50~60% 이익을 봤던 사람들이기름값이 낮은데 생산할 이유가 없죠.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회사들은 가동을 중단하고 유가가 반등하길 기다립니다."

이번 저유가는 산유국 역학 구도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세기 내내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석유수출국기구, 오펙의 영향력이 유지될지 관심입니다.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키려던 오펙의 전략이 먹히지않을 경우 위상약화가 불가피합니다.

저유가 전략 고수를 둘러싼 오펙 회원국간 갈등도 봉합이 쉽지않습니다.

<인터뷰> 크레인(라이스대학교 교수) :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는 괜찮죠.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은 어렵습니다. 오펙 회원국 사이에 갈등 가능성이 크죠."

이번 저유가 전쟁이 마무리된 뒤 미국의 석유패권 향배도 주목됩니다.

미국을 세계 최대산유국으로 만든 셰일 혁명의 위력은 오펙의 견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습니다.

현재 기술로도 백년 쓰고 남는다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역량이 더 커질 거란 관측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맥마혼(에너지투자사 대표) : "2016년, 2017년, 2018년까지도 셰일 산업은 전망이 좋습니다. 비용은 줄고 효율은 높아지는 일만 남았죠. 기술 발전이 효과를 볼 겁니다."

이런 사이 유가 전망은 극단을 오가고 있습니다.

40달러 대 초반에서 이미 바닥을 확인했다는 낙관론에, 일시적 반등일 뿐 20달러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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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저유가 충격, ‘셰일 혁명’ 발목 잡다
    • 입력 2015-02-14 09:03:32
    • 수정2015-02-14 14:33:3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추락하기만 했던 국제 유가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최저 수준은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고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 저유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초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 셰일가스 업계입니다.

풍부한 물량 공세로 저유가를 이끌어냈던 셰일가스가 역으로 부메랑을 맞은 겁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시추를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셰일가스 혁명은 끝났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면에 일시적 현상일 뿐 셰일가스를 발판으로 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더 굳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유가 전망도 추가 하락, 상승 전환으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저유가의 충격으로 석유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미국 석유산업의 메카인 텍사스 현지를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의 대표적 석유산지 텍사스주 미들랜드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메뚜기 모양의 채굴 펌프가 쉬임없이 원유를 뽑아올립니다.

서부 개척시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석유역사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인터뷰> 번스(미들랜드 석유협회장) : "다단계 수압 파쇄 방식으로 채굴하는 유정인데요. 하나에서 하루에 천 배럴이 생산되기도 합니다."

인근 오뎃사 지역으로 가면 미국을 석유강국의 반열에 재등극시킨 주역이 나타납니다.

혁명으로까지 일컫는 셰일가스, 그 채굴 현장입니다

지난해까지 어딜 가든 채굴용 파이프 가동소음이 요란했던 이곳, 올들어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철제구조물이 리그라고 불리는 셰일가스 채굴 설비입니다.

최근 들어 이곳 텍사스는 물론 미 전역에서 셰일가스 시추 설비의 가동 중단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반토막난 유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게 올 초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여전히 50달러 선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유가탓에 설비를 돌리면 돌릴수록 업체들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녹취> 헬름즈(노스다코다주 자원국장) : "저유가의 충격이 가시화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추공 숫자가 25%나 줄었습니다."

북미 지역 기준 지난해 1800개였던 셰일 시추 설비는 올들어 1200개로 급감했습니다.

3년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석유메이저들은 관련 투자도 대폭축소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셰브론이 올해 투자액을 15%,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털도 투자규모를 대폭 삭감했습니다.

<녹취> 바마데반(석유개발업체 대표) : "기름값이 떨어지면 석유 회사들은 비용을 줄이는 것 말고 달리 선택할 길이 없습니다."

해고 사태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서비스기업 슐럼버거는 지난달 직원 9천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내 에너지 1,2위 업체 헬리버튼과 베이커휴즈도 올들어 직원 10% 이상 감축을 각각 선언했습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실직자 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석유업체에서 해고된 사람들의 구직신청이 올초부터 쇄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직장을 잃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석유 채굴 파이프를 다뤘습니다."

<인터뷰> 카스티오(석유 업체 실직자) : "요즘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까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석유 메이저들의 투자축소는 유전지대 실물경기도 잔뜩 움츠러들게 하고 있습니다.

채굴 업체들이 몸을 사리면서 유전지대 부동산 거래는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인터뷰> 킴벌리(스미스유전지대 부동산중개인) : "저유가가 본격화되기 전인 12월까지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지금은 유전 지대 땅 주인들이 많이 당황해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저유가, 이제는 장기화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됩니다.

석유 산지를 끼고 있는 자치단체는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모랄레스(미들랜드 시장) : "기름값이 곤두박질 쳤던 2009년과 1984년의 학습 효과 입니다. '긴축만이 살 길이다' 요즘 이런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번스(미들랜드 석유협회장) : "전에도 봤잖아요? 올랐다가 내리고 내렸다가 오르는 게 기름값 입니다."

반면에 이번 저유가 추세가 석유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거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부담이 큰 셰일 업계가 그렇습니다.

개발 초기에 진출한 업체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후발 업체들은 연쇄 도산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조삼제(한미에너지석유기술협회 회장) : "투자자들이 망하는 회사를 사기 위해 혈안 입니다. 배럴당 백달러 할 때는 살 수 없는 회사들이었는데 지금은 40달러, 50달러 상황이니까..."

<인터뷰> 맥마혼(석유투자사 대표) : "과거 50~60% 이익을 봤던 사람들이기름값이 낮은데 생산할 이유가 없죠.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회사들은 가동을 중단하고 유가가 반등하길 기다립니다."

이번 저유가는 산유국 역학 구도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세기 내내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석유수출국기구, 오펙의 영향력이 유지될지 관심입니다.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키려던 오펙의 전략이 먹히지않을 경우 위상약화가 불가피합니다.

저유가 전략 고수를 둘러싼 오펙 회원국간 갈등도 봉합이 쉽지않습니다.

<인터뷰> 크레인(라이스대학교 교수) :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는 괜찮죠.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은 어렵습니다. 오펙 회원국 사이에 갈등 가능성이 크죠."

이번 저유가 전쟁이 마무리된 뒤 미국의 석유패권 향배도 주목됩니다.

미국을 세계 최대산유국으로 만든 셰일 혁명의 위력은 오펙의 견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습니다.

현재 기술로도 백년 쓰고 남는다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역량이 더 커질 거란 관측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맥마혼(에너지투자사 대표) : "2016년, 2017년, 2018년까지도 셰일 산업은 전망이 좋습니다. 비용은 줄고 효율은 높아지는 일만 남았죠. 기술 발전이 효과를 볼 겁니다."

이런 사이 유가 전망은 극단을 오가고 있습니다.

40달러 대 초반에서 이미 바닥을 확인했다는 낙관론에, 일시적 반등일 뿐 20달러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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