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과 접대, 향응

입력 2015.03.08 (23:27) 수정 2015.03.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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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선포합니다."

<녹취> 이성보(권익위원장) :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원적으로 제거함을 물론, 나아가 국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터뷰> "한국사회에서는 정이라는 게 있는데 너무 야박하지 않나..."

<인터뷰>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잖아요. 특히 고위층, 엘리트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영란 법이)돼야 돼요."

<기자 멘트>

2년 반을 끌어 온 이른바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요.

말 그대로 부당하게 청탁하지 말고 돈 주고 받지 말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 논란이 많은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청탁과 접대 문화가 뿌리깊다는 방증일 겁니다.

앞으로는 떡값, 촌지, 향응 같은 말들이 뉴스에서 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김영란 법과 한국 사회의 접대 문화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건설업체 대표 정 모 씨가 검사들에게 접대했던 내용을 밝힌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입니다.

정 씨의 이 폭로가 김영란 법을 탄생시킨 씨앗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정 씨의 접대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특검까지 도입됐지만 관련 검사들에게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검사가 정씨로부터 향응과 현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직무와 관련됐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 모씨(스폰서 검사 제보자) : "너무 충격적이고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자괴감이 들고 씁쓸하고..."

뒤이어 터진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

최 모 변호사가 이 모 당시 검사를 통해 자기가 맡은 고소사건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담당 검사에게 청탁을 했습니다.

이 검사는 최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 등 수 천만 원어치의 금품을 받았습니다.

이 검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충근(변호사/전직 검사) : "뇌물죄에 있어서는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됩니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촌지라든지 전별금이라든지 속칭 스폰서, 업무와 관련없는 반대 급부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했던거죠."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아 적발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녹취> 심평원(대전지원관계자/2012.5.16) : "원칙적으로 보면 안 해야 맞지만 동료고 다 후배들이라..."

<녹취> 서울시 관계자(2011.8.14 ) : "저희가 조사를 오랫동안 받았습니다. 대가성이나 금품은 받은 적이 없고요."

<녹취> 00저축은행 부장( 2011.5.10 ) : "한번씩 점심도 먹고 해서 (업무) 진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지 다른 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비판 의식이 높아지던 지난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너무 광범위하다'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던 이 법안은 세월호 사고 직후 큰 이슈로 떠 올랐습니다.

공직 비리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재시동을 걸었고 정부도 법안 처리에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결국 법안이 제출된 지 2년 반만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녹취> "국회 본회의 통과 법안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법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비교해 그 내용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핵심 중 하나였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관련 내용이 빠졌고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서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까지 확대됐습니다.

<녹취> 이성보(권익위원장) : "사립학교들을 보면 많은 학교들이 보조금이라든지 학교 운영비라든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는 것들이 있고 교사로서 역할이나 책임이나 이런 것은 국공립학교 교사나 사립학교 교사가 전혀 다르지 않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집니다.

부정청탁의 경우 인허가, 계약, 입학성적, 수사재판 등 15가지 항목에 해당하면 위법입니다.

금품 수수의 경우 한사람으로부터 백만 원 또는 1년 합산 3백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았을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처벌됩니다.

백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의 세부 내용은 다소 복잡하고 일부는 아직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1) 공직자의 배우자가 120만 원짜리 가방을 선물로 받았을 경우, 그 사실을 알고도 공직자가 기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2) 대학 교수가 자녀 결혼선물로 친구에게 TV를 선물받았는데, 이 경우에는 TV 가격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됩니다.

결혼 축의금이나 상조 부의금 등은 앞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3) 기자가 기업체 직원으로부터 10만 원짜리 식사를 6번 대접받았고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과태로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를 위해서 일정 금액 이하의 식사를 했다면 괜찮습니다.

4) 사업가가 인허가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청탁할 경우 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요청했다면 위법이지만, 법 위반이 아닌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인허가 등을 법대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청탁했다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3백여 만명은 공식적인 업무 외에도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까지 법에 의해 통제받게 된 것입니다.

법이 통과된 다음날, 공무원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시내의 식당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식당 주인 : "거의 점심에는 진짜 자리가 없어서 못 오시거든요.그런데 오늘은 두세명 밖에 안 오고...단체도 오시고 그랬었는데..."

<인터뷰> 식당 주인 : "모든 것이 안그래도 오르기만 하는데 식대는 안 그래도 무서워서 올리지를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김영란법 3만원...저도 여기서 내가 접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영란 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정란(서울 용두동) : "사립 교원이라든지 아니면 지금 언론인들까지 다 포함해야된다고 하시면 그런 민간인들까지 검찰이 아니면 경찰이 기획 수사할 수 있는 부분도 크지 않나요. 그런 것 때문에 저는 반대해요."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준수(공무원) : "공무원으로서의 입장도 마찬가지이고 공무원 개인의 어떤 이익 불리를 떠나서 우리 후손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터뷰> 김승호(서울 불광동) :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려고 하면 그런 부패척결이라든지 접대문화도 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뇌물과 선물,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하는 접대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지방의 한 건설업체의 장붑니다.

관할 공무원 20여 명에게 정기적으로 골프와 식사를 접대하고 명절에는 상품권을 선물했습니다.

<녹취> 업계 관계자 : "자잘한 현장이 아니라 큰 공사현장은 암암리에 다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유흥주점에서 성매수를 한 뒤 그 비용을 대학원생들에게 내게 한 혐의로 고소된 사립대학 교수도 있습니다.

<녹취> 피해 대학원생 : "술을 과하게 마시는데 술값을 내본 적이 없는 분이예요. 학생들은 할 수 없이 술값에 성매수 비용까지 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기업들의 접대비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 2013년 9조 원을 넘었습니다.

룸살롱 등 호화 유흥업소에서의 사용액은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 유한범(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 "접대 문화의 가장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 막아서 결국은 모두가 힘들어지고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그러니까 감시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 법은 국회에서 졸속 처리되는 바람에 불완전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 법률가 집단인 대한변협은 김영란법에 대해서 즉각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시민단체, 금융회사 등은 빠지고 언론, 학교 만 포함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입니다.

정책 결정 과정 등에서 교사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시민단체 간부가 공공성이 없다고 분류된 것입니다.

여야 정당들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부정 청탁의 개념이 애매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겁니다.

특히 이 법은 수사기관의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등 권력기관이 비판적인 언론인들 겨냥해서 김영란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들을 포함시켰습니다.

입법부 스스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이효은(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언론인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유예 기간이 1년반이나 남았지만 (언론자유의)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위헌의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끼워넣은 국회의원들은 원안에는 없는 부정청탁 예외조항을 만들어서 자신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가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상민(법사위원장) : "국회의원들이 우리가 민원 들어주고 주민들로부터 민원처리를 해야되는데 그러면 우리도 똑같이 부정청탁 받았다고 해서 처벌받아야 되냐. 과태료 부과해야 되냐 등등의 아우성이 있으니까 아마도 국회의원들한테는 조금 완화시켰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다듬되 실효성을 유지하는 것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추가 입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을 남겨둔 김영란 법안의 숙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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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법’과 접대, 향응
    • 입력 2015-03-08 23:03:48
    • 수정2015-03-09 0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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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선포합니다."

<녹취> 이성보(권익위원장) :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원적으로 제거함을 물론, 나아가 국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터뷰> "한국사회에서는 정이라는 게 있는데 너무 야박하지 않나..."

<인터뷰>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잖아요. 특히 고위층, 엘리트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영란 법이)돼야 돼요."

<기자 멘트>

2년 반을 끌어 온 이른바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요.

말 그대로 부당하게 청탁하지 말고 돈 주고 받지 말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 논란이 많은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청탁과 접대 문화가 뿌리깊다는 방증일 겁니다.

앞으로는 떡값, 촌지, 향응 같은 말들이 뉴스에서 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김영란 법과 한국 사회의 접대 문화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건설업체 대표 정 모 씨가 검사들에게 접대했던 내용을 밝힌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입니다.

정 씨의 이 폭로가 김영란 법을 탄생시킨 씨앗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정 씨의 접대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특검까지 도입됐지만 관련 검사들에게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검사가 정씨로부터 향응과 현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직무와 관련됐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 모씨(스폰서 검사 제보자) : "너무 충격적이고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자괴감이 들고 씁쓸하고..."

뒤이어 터진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

최 모 변호사가 이 모 당시 검사를 통해 자기가 맡은 고소사건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담당 검사에게 청탁을 했습니다.

이 검사는 최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 등 수 천만 원어치의 금품을 받았습니다.

이 검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충근(변호사/전직 검사) : "뇌물죄에 있어서는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됩니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촌지라든지 전별금이라든지 속칭 스폰서, 업무와 관련없는 반대 급부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했던거죠."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아 적발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녹취> 심평원(대전지원관계자/2012.5.16) : "원칙적으로 보면 안 해야 맞지만 동료고 다 후배들이라..."

<녹취> 서울시 관계자(2011.8.14 ) : "저희가 조사를 오랫동안 받았습니다. 대가성이나 금품은 받은 적이 없고요."

<녹취> 00저축은행 부장( 2011.5.10 ) : "한번씩 점심도 먹고 해서 (업무) 진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지 다른 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비판 의식이 높아지던 지난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을 제출했습니다.

이후 '너무 광범위하다'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던 이 법안은 세월호 사고 직후 큰 이슈로 떠 올랐습니다.

공직 비리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재시동을 걸었고 정부도 법안 처리에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결국 법안이 제출된 지 2년 반만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녹취> "국회 본회의 통과 법안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법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비교해 그 내용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핵심 중 하나였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관련 내용이 빠졌고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서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까지 확대됐습니다.

<녹취> 이성보(권익위원장) : "사립학교들을 보면 많은 학교들이 보조금이라든지 학교 운영비라든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는 것들이 있고 교사로서 역할이나 책임이나 이런 것은 국공립학교 교사나 사립학교 교사가 전혀 다르지 않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집니다.

부정청탁의 경우 인허가, 계약, 입학성적, 수사재판 등 15가지 항목에 해당하면 위법입니다.

금품 수수의 경우 한사람으로부터 백만 원 또는 1년 합산 3백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았을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처벌됩니다.

백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의 세부 내용은 다소 복잡하고 일부는 아직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1) 공직자의 배우자가 120만 원짜리 가방을 선물로 받았을 경우, 그 사실을 알고도 공직자가 기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2) 대학 교수가 자녀 결혼선물로 친구에게 TV를 선물받았는데, 이 경우에는 TV 가격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됩니다.

결혼 축의금이나 상조 부의금 등은 앞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3) 기자가 기업체 직원으로부터 10만 원짜리 식사를 6번 대접받았고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과태로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를 위해서 일정 금액 이하의 식사를 했다면 괜찮습니다.

4) 사업가가 인허가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청탁할 경우 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요청했다면 위법이지만, 법 위반이 아닌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인허가 등을 법대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청탁했다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3백여 만명은 공식적인 업무 외에도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까지 법에 의해 통제받게 된 것입니다.

법이 통과된 다음날, 공무원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시내의 식당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식당 주인 : "거의 점심에는 진짜 자리가 없어서 못 오시거든요.그런데 오늘은 두세명 밖에 안 오고...단체도 오시고 그랬었는데..."

<인터뷰> 식당 주인 : "모든 것이 안그래도 오르기만 하는데 식대는 안 그래도 무서워서 올리지를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김영란법 3만원...저도 여기서 내가 접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영란 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정란(서울 용두동) : "사립 교원이라든지 아니면 지금 언론인들까지 다 포함해야된다고 하시면 그런 민간인들까지 검찰이 아니면 경찰이 기획 수사할 수 있는 부분도 크지 않나요. 그런 것 때문에 저는 반대해요."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준수(공무원) : "공무원으로서의 입장도 마찬가지이고 공무원 개인의 어떤 이익 불리를 떠나서 우리 후손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터뷰> 김승호(서울 불광동) :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려고 하면 그런 부패척결이라든지 접대문화도 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뇌물과 선물,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하는 접대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지방의 한 건설업체의 장붑니다.

관할 공무원 20여 명에게 정기적으로 골프와 식사를 접대하고 명절에는 상품권을 선물했습니다.

<녹취> 업계 관계자 : "자잘한 현장이 아니라 큰 공사현장은 암암리에 다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유흥주점에서 성매수를 한 뒤 그 비용을 대학원생들에게 내게 한 혐의로 고소된 사립대학 교수도 있습니다.

<녹취> 피해 대학원생 : "술을 과하게 마시는데 술값을 내본 적이 없는 분이예요. 학생들은 할 수 없이 술값에 성매수 비용까지 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기업들의 접대비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 2013년 9조 원을 넘었습니다.

룸살롱 등 호화 유흥업소에서의 사용액은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 유한범(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 "접대 문화의 가장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 막아서 결국은 모두가 힘들어지고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그러니까 감시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 법은 국회에서 졸속 처리되는 바람에 불완전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 법률가 집단인 대한변협은 김영란법에 대해서 즉각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시민단체, 금융회사 등은 빠지고 언론, 학교 만 포함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입니다.

정책 결정 과정 등에서 교사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시민단체 간부가 공공성이 없다고 분류된 것입니다.

여야 정당들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부정 청탁의 개념이 애매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겁니다.

특히 이 법은 수사기관의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등 권력기관이 비판적인 언론인들 겨냥해서 김영란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들을 포함시켰습니다.

입법부 스스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이효은(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 "언론인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유예 기간이 1년반이나 남았지만 (언론자유의)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위헌의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끼워넣은 국회의원들은 원안에는 없는 부정청탁 예외조항을 만들어서 자신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가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이상민(법사위원장) : "국회의원들이 우리가 민원 들어주고 주민들로부터 민원처리를 해야되는데 그러면 우리도 똑같이 부정청탁 받았다고 해서 처벌받아야 되냐. 과태료 부과해야 되냐 등등의 아우성이 있으니까 아마도 국회의원들한테는 조금 완화시켰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다듬되 실효성을 유지하는 것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추가 입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을 남겨둔 김영란 법안의 숙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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