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인도 성폭행 다큐 파장…여성 인권 유린 실태

입력 2015.03.11 (18:06) 수정 2015.03.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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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12년 인도에서 여대생이 남성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 기억하십니까?

전세계를 경악케한 이 사건을 영국 BBC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다큐에 나온 여대생 살해범이 피해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터뷰 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인도의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해 국제부 이호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먼저, 논란을 촉발시킨 BBC 다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답변>
BBC가 제작한 '인도의 딸'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인도 뉴델리의 버스에서 일어난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뤘는데요.

23살의 평범한 여대생 요티 싱은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탔다가 버스기사를 포함한 남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함께 탔던 남자친구도 심하게 구타를 당했고요.

범인 6명은 버스에서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길거리에 내던졌고, 피해자는 사건 2주 뒤 결국 숨졌습니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버스 성폭행 사건을 BBC가 다시 심층 취재해 지난 4일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했습니다.

이 다큐에 나온 범인 6명 가운데 1명이 문제의 발언을 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무케시 싱(범인) : "성폭행 당할 때 저항하지 말았어야지요. 그냥 조용하게 받아들였어야지요. 그랬으면 여자는 버스에서 내려주고 남자친구도 그냥 때리기만 했을 겁니다."

<질문>
한마디로 말해서 여성이 그냥 성폭행을 당했어야 했다는 얘기인데...

가해자가 뻔뻔스럽게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이 어느 정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건, 범인 한 사람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사회 남성들이 대체로 그런 여성관을 가졌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다큐를 만든 감독도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레슬리 우드윈(다큐멘터리 감독)

<질문>
그런데 인도 정부가 이 다큐 방송에 발끈하고 나섰다고요?

<답변>
애초 이 다큐는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인도 등 7개 나라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당국은 이 다큐의 방영을 금지했습니다.

인도 당국은 방영 금지 이유로 문제의 다큐가 여성 모욕 발언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인도 사회의 전근대적인 인식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걸 당국이 두려워한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인도의 일부 정치인들은 "인도 사회를 헐뜯기 위한 국제적인 음모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인도 정부는 제작진의 위법 여부를 수사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녹취> 라지나트 싱(인도 내무장관) : "그들이 어떻게 교도소에 있는 가해자를 인터뷰 할 수 있었는지 조사할 겁니다. 필요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인도 사회 내부에서도 BBC 다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지요?

<답변>
인도 사회에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인권 유린의 관행을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도의 한 영어뉴스 채널은 정부의 다큐 방영 금지에 항의하는 뜻에서, 검은 화면에 불 켜진 촛불과 '인도의 딸'이라는 다큐 제목만 한 시간 동안 방송했습니다.

인도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제는 그만 멈추라!", "여성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라고 요구하면서 대규모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누샤(시위 참가자) : "내 나라가 여성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무엇이 여성을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갖길 바랍니다."

<질문>
인도 정부가 만연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그동안 뭘 했냐는, 국제적인 비난은 피하기 어렵겠어요?

<답변>
인도 정부가 수세에 몰린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인도 당국의 의도와 달리, 이 다큐가 전세계에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BBC는 인터넷에 다큐를 공개해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했고요.

미국에서도 상영에 들어갔습니다.

그제 뉴욕에서 열린 시사회장에선 메릴 스트립과 다코타 패닝 등 유명 배우들이 인도의 열악한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질문>
이 다큐를 통해 여성들을 바라보는 인도 사회의 왜곡된 인식,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는데, 실태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인도에선 21분마다 한명 꼴로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일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범죄기록국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2012년에 2만 4천여 건이었던 성폭행 건수가 2013년에는 3만 3천여 건으로, 줄어들기는 커녕 말그대로 '폭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92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성범죄가 일부 남성들만의 일탈이 아니란 겁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은 사회 지도층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샤르마(변호사) : "여성은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보다 귀한 존재입니다. 다이아몬드를 길에 버려두면 지나가던 개가 물어가는 게 당연하죠."

<녹취> 란자나 쿠마리 : "인도 사회연구센터 소장 남성들은 습관적으로 폭행과 강간을 합니다. 인도에서의 남성 권력은 무차별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죠."

<질문>
인도 정부가 다큐 방송 금지로 치부를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모디 총리가 지난 8일 성범죄를 막겠다며 몇가지 대책을 내놨는데요.

피해 여성들에게 심리상담과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센터를 설치하기로 했고요.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구하는 긴급전화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성범죄가 일어난 다음 사후적인 미봉책일 뿐입니다.

결국, 가부장적,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을 폄하하는 남성들의 성의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봐야겠지요.

<앵커 멘트>

인도 정부가 과연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지켜봐야 겠군요.

이호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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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인도 성폭행 다큐 파장…여성 인권 유린 실태
    • 입력 2015-03-11 19:10:21
    • 수정2015-03-11 19:38:23
    글로벌24
<앵커 멘트>

지난 2012년 인도에서 여대생이 남성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 기억하십니까?

전세계를 경악케한 이 사건을 영국 BBC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다큐에 나온 여대생 살해범이 피해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터뷰 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인도의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해 국제부 이호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먼저, 논란을 촉발시킨 BBC 다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답변>
BBC가 제작한 '인도의 딸'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인도 뉴델리의 버스에서 일어난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뤘는데요.

23살의 평범한 여대생 요티 싱은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탔다가 버스기사를 포함한 남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함께 탔던 남자친구도 심하게 구타를 당했고요.

범인 6명은 버스에서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길거리에 내던졌고, 피해자는 사건 2주 뒤 결국 숨졌습니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버스 성폭행 사건을 BBC가 다시 심층 취재해 지난 4일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했습니다.

이 다큐에 나온 범인 6명 가운데 1명이 문제의 발언을 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무케시 싱(범인) : "성폭행 당할 때 저항하지 말았어야지요. 그냥 조용하게 받아들였어야지요. 그랬으면 여자는 버스에서 내려주고 남자친구도 그냥 때리기만 했을 겁니다."

<질문>
한마디로 말해서 여성이 그냥 성폭행을 당했어야 했다는 얘기인데...

가해자가 뻔뻔스럽게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이 어느 정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건, 범인 한 사람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사회 남성들이 대체로 그런 여성관을 가졌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다큐를 만든 감독도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레슬리 우드윈(다큐멘터리 감독)

<질문>
그런데 인도 정부가 이 다큐 방송에 발끈하고 나섰다고요?

<답변>
애초 이 다큐는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인도 등 7개 나라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당국은 이 다큐의 방영을 금지했습니다.

인도 당국은 방영 금지 이유로 문제의 다큐가 여성 모욕 발언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인도 사회의 전근대적인 인식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걸 당국이 두려워한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인도의 일부 정치인들은 "인도 사회를 헐뜯기 위한 국제적인 음모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인도 정부는 제작진의 위법 여부를 수사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녹취> 라지나트 싱(인도 내무장관) : "그들이 어떻게 교도소에 있는 가해자를 인터뷰 할 수 있었는지 조사할 겁니다. 필요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인도 사회 내부에서도 BBC 다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지요?

<답변>
인도 사회에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인권 유린의 관행을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도의 한 영어뉴스 채널은 정부의 다큐 방영 금지에 항의하는 뜻에서, 검은 화면에 불 켜진 촛불과 '인도의 딸'이라는 다큐 제목만 한 시간 동안 방송했습니다.

인도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제는 그만 멈추라!", "여성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라고 요구하면서 대규모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누샤(시위 참가자) : "내 나라가 여성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무엇이 여성을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갖길 바랍니다."

<질문>
인도 정부가 만연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그동안 뭘 했냐는, 국제적인 비난은 피하기 어렵겠어요?

<답변>
인도 정부가 수세에 몰린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인도 당국의 의도와 달리, 이 다큐가 전세계에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BBC는 인터넷에 다큐를 공개해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했고요.

미국에서도 상영에 들어갔습니다.

그제 뉴욕에서 열린 시사회장에선 메릴 스트립과 다코타 패닝 등 유명 배우들이 인도의 열악한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질문>
이 다큐를 통해 여성들을 바라보는 인도 사회의 왜곡된 인식,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는데, 실태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인도에선 21분마다 한명 꼴로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일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범죄기록국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2012년에 2만 4천여 건이었던 성폭행 건수가 2013년에는 3만 3천여 건으로, 줄어들기는 커녕 말그대로 '폭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92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성범죄가 일부 남성들만의 일탈이 아니란 겁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은 사회 지도층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샤르마(변호사) : "여성은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보다 귀한 존재입니다. 다이아몬드를 길에 버려두면 지나가던 개가 물어가는 게 당연하죠."

<녹취> 란자나 쿠마리 : "인도 사회연구센터 소장 남성들은 습관적으로 폭행과 강간을 합니다. 인도에서의 남성 권력은 무차별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죠."

<질문>
인도 정부가 다큐 방송 금지로 치부를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모디 총리가 지난 8일 성범죄를 막겠다며 몇가지 대책을 내놨는데요.

피해 여성들에게 심리상담과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센터를 설치하기로 했고요.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구하는 긴급전화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성범죄가 일어난 다음 사후적인 미봉책일 뿐입니다.

결국, 가부장적, 남성-중심적이고 여성을 폄하하는 남성들의 성의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봐야겠지요.

<앵커 멘트>

인도 정부가 과연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지켜봐야 겠군요.

이호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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