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오빠 돈 좀”…농촌마을 ‘쑥대밭’ 만든 다방 여주인

입력 2015.05.28 (08:33) 수정 2015.05.2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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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화롭던 농촌마을에 한 중년 여성이 이사를 오면서, 마을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이 여성은 노인들을 상대로 돈이나 농산물을 빌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가 9명, 피해액은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 여성. 어떤 방법으로 노인들을 등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충북 보은군의 한 마을.

걱정거리 하나 없이 평화롭기만 하던 이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 여성이 이 지역에 이사를 오고 나서부텁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의자는 3년 전에 보은 지역으로 이사를 와서, 아무런 직장이 없이 왔다가 우연히 다방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이사를 온 건 50대 여성 한모 씨.

한 씨는 얼마 뒤 읍내에서 다방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성격은 좋아 보여요, 성격은. 인사도 잘하고……."

예의 바르고 밝은 성격의 한 씨.

이 덕분에 다방을 찾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노인들한테 잘한다고 사람들 많이 다니고 이랬었나 봐. 다방에 손님 많고……."

남자 손님, 특히 고령의 노인들에게 무척이나 살갑게 대했다고 하는데요,

호칭만 봐도 이렇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오빠지, 다 오빠지 뭐. 아무나 보면 오빠라고 하고 반말하고 서로 존중하고 ‘오빠, 오빠’ 자기가 그렇게 부르는 거지. 못하게 못 하잖아요."

고령의 손님들은 다방 여주인 한 씨의 상냥한 말씨와 친절함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손님들과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해 가던 한 씨.

하지만, 단골손님은 늘었지만 다방의 벌이는 썩 좋지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다방 운영하는 데 돈도 필요했고 가정 생활하는 데 돈도 필요하고"

한 씨의 행동이 수상해진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단골손님으로 오신 노인분들이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접근해서 그 돈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그동안 친분을 쌓은 노인 손님들에게 돈을 빌려달라 말하기 시작한 한 씨.

그 액수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 OOO이 신랑 후배라고 하면서 칠순 잔치한다고 칠순 잔치하면 돈 다 받아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처음에는 2천만 원 줬지."

단골손님들은 친절한 한 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쌈지돈을 아낌없이 내어줬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가고 때로는 손도 잡고 이런 스킨십도 하고 그러니까 그 말을 완전히 믿었던 거로 확인됩니다."

그렇게 한 씨에게 돈을 준 사람은 모두 9명.

경찰이 확인한 금액만 무려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물론 한 씨는 이렇게 빌려 간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돈 한 푼도 이자 한 푼도 안 주고 10원 하나도 여태 안 준 사람이 돈도 안 주고 걱정 말라고 7월에 곗돈 탄다. 8월에 곗돈 탄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하고 하여간 거짓말하는데 도가 텄어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노인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은 한 씨에게 돈을 떼인 사람들의 얘기가 하나둘 퍼져 나가면서,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런저런 피해 사례가 들려오는 상황.

돈뿐만 아니라, 애써 기른 농작물을 가로채 갔다는 피해자들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시골에서 농사짓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내가 농산물을 팔아줄 테니 갖다 달라.’ 이런 방법을 써서 쌀이랑 고추까지 넘겨받아서 판매하는 그런 사기 행각도 일삼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이웃 동네 사는 사람이 고추농사 110근을 줬다는데 통장을 찍어보니까 5만 원 부쳤다고 하더라고요. 100근이면 고추가 얼만지 모르겠네, 몇십만 원 되죠."

노인들의 쌈짓돈에, 농작물까지 가로채 간 다방 여주인.

이런 한 씨의 행각은 무려 1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2013년도 5월경부터 시작해서 2014년도 10월 중순까지 약 한 1년 동안 범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씨는 어떻게 아무런 탈 없이 이런 행동을 1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건 피해자들이 대부분 신고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다른 데도 아니고 다방에서 피해를 봤다는 자체가 쑥스럽고 또 일부 확인된 내용이지만 스킨십이라던가 이런 관계도 없잖아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게 두렵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소문이 잘못될까, 돈을 떼이고도, 속앓이만 했던 피해자들.

사실 경찰은 9명의 피해자 외에도, 추가 피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해 사실이 더 있는 거로 저희에게 지금 제보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얼마만큼 우리 지역에 피해자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한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남성들의 돈을 가로챈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의자는 똑같은 방법으로 인해서 처분을 2번씩 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사기로?) 네. 그렇습니다. 수법 거의 다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을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든 친절한 다방 여주인.

경찰은 피의자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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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오빠 돈 좀”…농촌마을 ‘쑥대밭’ 만든 다방 여주인
    • 입력 2015-05-28 08:35:41
    • 수정2015-05-29 07: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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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평화롭던 농촌마을에 한 중년 여성이 이사를 오면서, 마을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이 여성은 노인들을 상대로 돈이나 농산물을 빌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가 9명, 피해액은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농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 여성. 어떤 방법으로 노인들을 등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충북 보은군의 한 마을.

걱정거리 하나 없이 평화롭기만 하던 이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 여성이 이 지역에 이사를 오고 나서부텁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의자는 3년 전에 보은 지역으로 이사를 와서, 아무런 직장이 없이 왔다가 우연히 다방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이사를 온 건 50대 여성 한모 씨.

한 씨는 얼마 뒤 읍내에서 다방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성격은 좋아 보여요, 성격은. 인사도 잘하고……."

예의 바르고 밝은 성격의 한 씨.

이 덕분에 다방을 찾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노인들한테 잘한다고 사람들 많이 다니고 이랬었나 봐. 다방에 손님 많고……."

남자 손님, 특히 고령의 노인들에게 무척이나 살갑게 대했다고 하는데요,

호칭만 봐도 이렇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오빠지, 다 오빠지 뭐. 아무나 보면 오빠라고 하고 반말하고 서로 존중하고 ‘오빠, 오빠’ 자기가 그렇게 부르는 거지. 못하게 못 하잖아요."

고령의 손님들은 다방 여주인 한 씨의 상냥한 말씨와 친절함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손님들과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해 가던 한 씨.

하지만, 단골손님은 늘었지만 다방의 벌이는 썩 좋지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다방 운영하는 데 돈도 필요했고 가정 생활하는 데 돈도 필요하고"

한 씨의 행동이 수상해진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단골손님으로 오신 노인분들이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접근해서 그 돈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그동안 친분을 쌓은 노인 손님들에게 돈을 빌려달라 말하기 시작한 한 씨.

그 액수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 OOO이 신랑 후배라고 하면서 칠순 잔치한다고 칠순 잔치하면 돈 다 받아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처음에는 2천만 원 줬지."

단골손님들은 친절한 한 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쌈지돈을 아낌없이 내어줬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가고 때로는 손도 잡고 이런 스킨십도 하고 그러니까 그 말을 완전히 믿었던 거로 확인됩니다."

그렇게 한 씨에게 돈을 준 사람은 모두 9명.

경찰이 확인한 금액만 무려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물론 한 씨는 이렇게 빌려 간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돈 한 푼도 이자 한 푼도 안 주고 10원 하나도 여태 안 준 사람이 돈도 안 주고 걱정 말라고 7월에 곗돈 탄다. 8월에 곗돈 탄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하고 하여간 거짓말하는데 도가 텄어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노인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은 한 씨에게 돈을 떼인 사람들의 얘기가 하나둘 퍼져 나가면서,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런저런 피해 사례가 들려오는 상황.

돈뿐만 아니라, 애써 기른 농작물을 가로채 갔다는 피해자들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시골에서 농사짓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내가 농산물을 팔아줄 테니 갖다 달라.’ 이런 방법을 써서 쌀이랑 고추까지 넘겨받아서 판매하는 그런 사기 행각도 일삼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이웃 동네 사는 사람이 고추농사 110근을 줬다는데 통장을 찍어보니까 5만 원 부쳤다고 하더라고요. 100근이면 고추가 얼만지 모르겠네, 몇십만 원 되죠."

노인들의 쌈짓돈에, 농작물까지 가로채 간 다방 여주인.

이런 한 씨의 행각은 무려 1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2013년도 5월경부터 시작해서 2014년도 10월 중순까지 약 한 1년 동안 범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씨는 어떻게 아무런 탈 없이 이런 행동을 1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건 피해자들이 대부분 신고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다른 데도 아니고 다방에서 피해를 봤다는 자체가 쑥스럽고 또 일부 확인된 내용이지만 스킨십이라던가 이런 관계도 없잖아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게 두렵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소문이 잘못될까, 돈을 떼이고도, 속앓이만 했던 피해자들.

사실 경찰은 9명의 피해자 외에도, 추가 피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해 사실이 더 있는 거로 저희에게 지금 제보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얼마만큼 우리 지역에 피해자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한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남성들의 돈을 가로챈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오경수(강력팀장/충북 보은경찰서 수사과) : "피의자는 똑같은 방법으로 인해서 처분을 2번씩 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사기로?) 네. 그렇습니다. 수법 거의 다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을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든 친절한 다방 여주인.

경찰은 피의자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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