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잊힐 권리 요구 1년…‘지워질 것과 안 되는 것’

입력 2015.06.16 (18:07) 수정 2015.06.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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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에 떠도는 내 개인정보를 말끔히 지워달라는 게 '잊힐 권리'인데요.

오랜 논쟁 끝에 EU 최고 재판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해 이 잊힐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유럽인들의 '삭제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든 이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그 기준은 무엇이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강나루 기자와 알아봅니다.

강 기자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질문>
사법재판소 판결의 대상이 된 게 구글이었죠?

1년동안 이용자들의 삭제 요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나요?

<답변>
지난해 5월. 구글은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삭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럽 30여국에서 25만 건의 요청이 들어왔는데, 자체 심사를 통과한 건 40%에 그쳤습니다.

10건 중 6건은 요청을 거절당했습니다.

여기 구글에 삭제요청을 한 두 이용자가 있습니다.

이 벨기에 남성은 중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통해 무죄가 되었고, 구글은 관련 기사에 대한 링크를 삭제해주었습니다.

반면, 헝가리의 고위 공무원은 수십 년 지난 범죄 연루 기사를 지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벨기에 남성의 경우, 결국 무죄로 밝혀졌다는 점이.. 헝가리 공무원의 경우, '공인'이라는 점이 감안된건데요.

잊힐 권리가 전부 다 인정되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구글이 어떤 걸 지우고, 어떤 걸 남기는지 정확한 기준이 궁금한데요.

<답변>
네, 구글은 1년동안 접수한 삭제 요청 25만 건을 바탕으로 인정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는데요.

다만, 1) 특정인에 관련된 정보가 부정확한지와

2) 그 정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3) 범죄의 경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아니면 무죄로 판명 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글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는데, 사실상 구글이 정보 삭제 결정의 주체가 된 것이고, 이 세가지 정도가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기준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현재로선 이게 다인건데, 지금 구글의 결정이 앞으로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잊힐 권리가 부분적이나마 이렇게 인정받기 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텐데 잊힐 권리 논란을 촉발시킨 계기가 뭐였습니까?

<답변>
시작은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구글을 상대로 건 소송입니다.

지난 2009년 변호사 마리오 곤잘레스는 구글에서 10년 전 자신이 빚 때문에 집을 내놨다는 부동산 경매 공고를 봅니다.

곤잘레스는 이걸 없애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유럽사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Jose Luis da Cruz Vilaca(유럽사법재판소 판사/2014년 5월) : "그 정보가 개인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 개인 정보 처리 활동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검색 엔진 운영자는 이러한 처리에 대한 책임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말이 길지만 구글이 타당한 요청은 받아들여라 삭제해 줘라 이런 취집니다.

<질문>
잊힐 권리가 새롭게 부각됐지만 반대하는 시각은 여전하지요?

<답변>
'잊힐' 권리도 있지만 알권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창에 나타나는 WWW를 만든 팀 버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팀 버너스(웹 창시자) : "현 시점에서 보면 잊힐 권리는 위험해 보입니다. 역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기 때문이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역사의 기록인데 이걸 없애서 되겠냐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 부분에서 잊힐 권리에 반대하는 사례 하나 보시죠.

화면에 보이는 사람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데얀 라지치'입니다.

2010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그의 무대가 불꽃은 튀었지만 불길은 타오르지 않았다'라는 감상평을 씁니다.

라지치는 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들어 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반박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지치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수시로 기사 삭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 기능의 본질이 우선이라는 주장입니다.

<질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잊힐 권리는 여러 나라에서 인정하는 추세지요?

<답변>
일단 유럽은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가는 추셉니다.

프랑스는 '잊힐 권리'를 유럽 도메인뿐 아니라 전세계 구글 도메인에 적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올 1월부터 '온라인 지우개법'이 시행됐습니다.

청소년들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이 이후 직장 생활 등에 문제가 되면 해당 업체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난해 한 일본 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 결과를 삭제해 달라고 구글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남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여기에 야후 재팬이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삭제 기준을 공표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잊힐 권리 대응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잊힐 권리는 당연히 인정돼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같은 것이겠죠.

그렇다고 잊힐 권리를 모두 인정해 인터넷의 기록의 기능, 언론의 기능까지 침해한다면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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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잊힐 권리 요구 1년…‘지워질 것과 안 되는 것’
    • 입력 2015-06-16 18:50:16
    • 수정2015-06-16 19:14:15
    글로벌24
<앵커 멘트>

인터넷에 떠도는 내 개인정보를 말끔히 지워달라는 게 '잊힐 권리'인데요.

오랜 논쟁 끝에 EU 최고 재판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해 이 잊힐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유럽인들의 '삭제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든 이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그 기준은 무엇이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강나루 기자와 알아봅니다.

강 기자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질문>
사법재판소 판결의 대상이 된 게 구글이었죠?

1년동안 이용자들의 삭제 요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나요?

<답변>
지난해 5월. 구글은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삭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럽 30여국에서 25만 건의 요청이 들어왔는데, 자체 심사를 통과한 건 40%에 그쳤습니다.

10건 중 6건은 요청을 거절당했습니다.

여기 구글에 삭제요청을 한 두 이용자가 있습니다.

이 벨기에 남성은 중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통해 무죄가 되었고, 구글은 관련 기사에 대한 링크를 삭제해주었습니다.

반면, 헝가리의 고위 공무원은 수십 년 지난 범죄 연루 기사를 지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벨기에 남성의 경우, 결국 무죄로 밝혀졌다는 점이.. 헝가리 공무원의 경우, '공인'이라는 점이 감안된건데요.

잊힐 권리가 전부 다 인정되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구글이 어떤 걸 지우고, 어떤 걸 남기는지 정확한 기준이 궁금한데요.

<답변>
네, 구글은 1년동안 접수한 삭제 요청 25만 건을 바탕으로 인정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는데요.

다만, 1) 특정인에 관련된 정보가 부정확한지와

2) 그 정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3) 범죄의 경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아니면 무죄로 판명 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글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는데, 사실상 구글이 정보 삭제 결정의 주체가 된 것이고, 이 세가지 정도가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기준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현재로선 이게 다인건데, 지금 구글의 결정이 앞으로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잊힐 권리가 부분적이나마 이렇게 인정받기 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텐데 잊힐 권리 논란을 촉발시킨 계기가 뭐였습니까?

<답변>
시작은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구글을 상대로 건 소송입니다.

지난 2009년 변호사 마리오 곤잘레스는 구글에서 10년 전 자신이 빚 때문에 집을 내놨다는 부동산 경매 공고를 봅니다.

곤잘레스는 이걸 없애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유럽사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Jose Luis da Cruz Vilaca(유럽사법재판소 판사/2014년 5월) : "그 정보가 개인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 개인 정보 처리 활동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검색 엔진 운영자는 이러한 처리에 대한 책임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말이 길지만 구글이 타당한 요청은 받아들여라 삭제해 줘라 이런 취집니다.

<질문>
잊힐 권리가 새롭게 부각됐지만 반대하는 시각은 여전하지요?

<답변>
'잊힐' 권리도 있지만 알권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창에 나타나는 WWW를 만든 팀 버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팀 버너스(웹 창시자) : "현 시점에서 보면 잊힐 권리는 위험해 보입니다. 역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기 때문이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역사의 기록인데 이걸 없애서 되겠냐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 부분에서 잊힐 권리에 반대하는 사례 하나 보시죠.

화면에 보이는 사람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데얀 라지치'입니다.

2010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그의 무대가 불꽃은 튀었지만 불길은 타오르지 않았다'라는 감상평을 씁니다.

라지치는 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들어 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반박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지치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수시로 기사 삭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 기능의 본질이 우선이라는 주장입니다.

<질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잊힐 권리는 여러 나라에서 인정하는 추세지요?

<답변>
일단 유럽은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가는 추셉니다.

프랑스는 '잊힐 권리'를 유럽 도메인뿐 아니라 전세계 구글 도메인에 적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올 1월부터 '온라인 지우개법'이 시행됐습니다.

청소년들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이 이후 직장 생활 등에 문제가 되면 해당 업체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난해 한 일본 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 결과를 삭제해 달라고 구글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남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여기에 야후 재팬이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삭제 기준을 공표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잊힐 권리 대응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잊힐 권리는 당연히 인정돼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같은 것이겠죠.

그렇다고 잊힐 권리를 모두 인정해 인터넷의 기록의 기능, 언론의 기능까지 침해한다면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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