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백인 우월주의’ 총기난사…규제 강화되나?
입력 2015.06.22 (18:07)
수정 2015.06.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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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전모가 차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범인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고, 수 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범행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면서요?
<답변>
네, 용의자인 딜런 루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인종 분리를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이 문서에는 니그로, 즉 흑인은 아이큐가 낮고 충동 억제를 못한다.
범행이 일어난 찰스턴은 한 때 흑인이 가장 많이 살던 역사적 도시여서 범행장소로 선택했다는 등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서는 루프가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모습,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 등도 올라와 있습니다.
<질문>
주변 인물들도 범인이 평소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죠?
<답변>
네, 루프는 평소 흑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실비아 존슨(희생자 가족) : "'당신들은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흑인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야 한다'면서 자기는 총을 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이 미크(범인의 지인) : "계획된 일입니다. 루프는 6개월동안 준비했다고 말했어요. 물론 인종과 관련된 것이죠. 왜냐하면 루프는 흑인들이 이 나라를 차지했다며 분리되기를 원했거든요."
루프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인데요. 검은 점퍼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가슴에는 남아공과 현 짐바브웨 국기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 제도를 운용하면서 소수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지배했던 나라를 동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앞에 보니까 남부 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이 깃발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지금 보시는 깃발인데요.
성조기처럼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으로 돼 있지만 별이 13개 뿐이죠?
이 별들은 노예제를 찬성했던 미국 남부 지역의 13개 주들을 상징합니다.
남부 연합기는 남북 전쟁이 끝난 뒤에 인종 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금지됐는데요.
루프가 이 깃발을 들고다닌 걸 보면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사우스 캐롤라 주의 의사당에도 이 깃발이 걸려 있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구 10만 명 가운데 백인과 흑인 비율이 6:3 정도인데요.
백인 우월주의자들인 KKK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스프링클(리치몬드 주민) : "분명히 변화가 필요합니다. 총기 관련법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도부에선 논쟁이 한창입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라, 이건 인종 증오의 상징이다"라고 밝힌 반면 내년 대선 후보중 한 명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주 정부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희생당한 흑인 가족들은 오히려 루프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서 화제가 됐죠?
<답변>
네, 루프는 범행 하루 만에 붙잡혀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요.
보석 재판에 참석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메시지가 화젭니다.
<녹취> 네이딘 콜리어(희생자 유족) : "당신은 큰 상처를 줬어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거예요. 저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녹취> 팰리시아 샌더스(희생자 유족) :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고통스럽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신이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루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선 다시 휴일 예배가 열렸습니다.
교회 바깥엔 미 전역에서 보내온 추모 편지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질문>
'증오를 감싼 용서' 참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죠?
<답변>
네, 사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총을 소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이런 집단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총기협회의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강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곧바로 총기 규제가 시급하다는 연설을 했지만 공화당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 대선 쟁점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기가 자기 방어보다는 살인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됐다는 조사도 나왔죠?
<답변>
네, 그동안 미국 보수파는 총기가 자기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총기 사용 현황을 조사했는데요.
정당 방위는 1100건에 그친 반면, 살인범죄는 4만 2천 건이었습니다.
총기가 자기방어보다는 범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찰스턴 사건 이후에도 총격 사건이 두 차례나 더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전모가 차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범인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고, 수 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범행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면서요?
<답변>
네, 용의자인 딜런 루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인종 분리를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이 문서에는 니그로, 즉 흑인은 아이큐가 낮고 충동 억제를 못한다.
범행이 일어난 찰스턴은 한 때 흑인이 가장 많이 살던 역사적 도시여서 범행장소로 선택했다는 등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서는 루프가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모습,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 등도 올라와 있습니다.
<질문>
주변 인물들도 범인이 평소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죠?
<답변>
네, 루프는 평소 흑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실비아 존슨(희생자 가족) : "'당신들은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흑인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야 한다'면서 자기는 총을 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이 미크(범인의 지인) : "계획된 일입니다. 루프는 6개월동안 준비했다고 말했어요. 물론 인종과 관련된 것이죠. 왜냐하면 루프는 흑인들이 이 나라를 차지했다며 분리되기를 원했거든요."
루프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인데요. 검은 점퍼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가슴에는 남아공과 현 짐바브웨 국기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 제도를 운용하면서 소수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지배했던 나라를 동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앞에 보니까 남부 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이 깃발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지금 보시는 깃발인데요.
성조기처럼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으로 돼 있지만 별이 13개 뿐이죠?
이 별들은 노예제를 찬성했던 미국 남부 지역의 13개 주들을 상징합니다.
남부 연합기는 남북 전쟁이 끝난 뒤에 인종 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금지됐는데요.
루프가 이 깃발을 들고다닌 걸 보면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사우스 캐롤라 주의 의사당에도 이 깃발이 걸려 있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구 10만 명 가운데 백인과 흑인 비율이 6:3 정도인데요.
백인 우월주의자들인 KKK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스프링클(리치몬드 주민) : "분명히 변화가 필요합니다. 총기 관련법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도부에선 논쟁이 한창입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라, 이건 인종 증오의 상징이다"라고 밝힌 반면 내년 대선 후보중 한 명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주 정부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희생당한 흑인 가족들은 오히려 루프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서 화제가 됐죠?
<답변>
네, 루프는 범행 하루 만에 붙잡혀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요.
보석 재판에 참석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메시지가 화젭니다.
<녹취> 네이딘 콜리어(희생자 유족) : "당신은 큰 상처를 줬어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거예요. 저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녹취> 팰리시아 샌더스(희생자 유족) :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고통스럽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신이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루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선 다시 휴일 예배가 열렸습니다.
교회 바깥엔 미 전역에서 보내온 추모 편지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질문>
'증오를 감싼 용서' 참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죠?
<답변>
네, 사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총을 소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이런 집단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총기협회의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강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곧바로 총기 규제가 시급하다는 연설을 했지만 공화당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 대선 쟁점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기가 자기 방어보다는 살인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됐다는 조사도 나왔죠?
<답변>
네, 그동안 미국 보수파는 총기가 자기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총기 사용 현황을 조사했는데요.
정당 방위는 1100건에 그친 반면, 살인범죄는 4만 2천 건이었습니다.
총기가 자기방어보다는 범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찰스턴 사건 이후에도 총격 사건이 두 차례나 더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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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2 18:58:40
- 수정2015-06-22 19:29:49

<앵커 멘트>
미국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전모가 차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범인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고, 수 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범행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면서요?
<답변>
네, 용의자인 딜런 루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인종 분리를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이 문서에는 니그로, 즉 흑인은 아이큐가 낮고 충동 억제를 못한다.
범행이 일어난 찰스턴은 한 때 흑인이 가장 많이 살던 역사적 도시여서 범행장소로 선택했다는 등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서는 루프가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모습,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 등도 올라와 있습니다.
<질문>
주변 인물들도 범인이 평소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죠?
<답변>
네, 루프는 평소 흑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실비아 존슨(희생자 가족) : "'당신들은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흑인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야 한다'면서 자기는 총을 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이 미크(범인의 지인) : "계획된 일입니다. 루프는 6개월동안 준비했다고 말했어요. 물론 인종과 관련된 것이죠. 왜냐하면 루프는 흑인들이 이 나라를 차지했다며 분리되기를 원했거든요."
루프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인데요. 검은 점퍼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가슴에는 남아공과 현 짐바브웨 국기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 제도를 운용하면서 소수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지배했던 나라를 동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앞에 보니까 남부 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이 깃발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지금 보시는 깃발인데요.
성조기처럼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으로 돼 있지만 별이 13개 뿐이죠?
이 별들은 노예제를 찬성했던 미국 남부 지역의 13개 주들을 상징합니다.
남부 연합기는 남북 전쟁이 끝난 뒤에 인종 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금지됐는데요.
루프가 이 깃발을 들고다닌 걸 보면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사우스 캐롤라 주의 의사당에도 이 깃발이 걸려 있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구 10만 명 가운데 백인과 흑인 비율이 6:3 정도인데요.
백인 우월주의자들인 KKK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스프링클(리치몬드 주민) : "분명히 변화가 필요합니다. 총기 관련법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도부에선 논쟁이 한창입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라, 이건 인종 증오의 상징이다"라고 밝힌 반면 내년 대선 후보중 한 명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주 정부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희생당한 흑인 가족들은 오히려 루프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서 화제가 됐죠?
<답변>
네, 루프는 범행 하루 만에 붙잡혀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요.
보석 재판에 참석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메시지가 화젭니다.
<녹취> 네이딘 콜리어(희생자 유족) : "당신은 큰 상처를 줬어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거예요. 저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녹취> 팰리시아 샌더스(희생자 유족) :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고통스럽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신이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루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선 다시 휴일 예배가 열렸습니다.
교회 바깥엔 미 전역에서 보내온 추모 편지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질문>
'증오를 감싼 용서' 참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죠?
<답변>
네, 사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총을 소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이런 집단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총기협회의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강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곧바로 총기 규제가 시급하다는 연설을 했지만 공화당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 대선 쟁점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기가 자기 방어보다는 살인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됐다는 조사도 나왔죠?
<답변>
네, 그동안 미국 보수파는 총기가 자기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총기 사용 현황을 조사했는데요.
정당 방위는 1100건에 그친 반면, 살인범죄는 4만 2천 건이었습니다.
총기가 자기방어보다는 범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찰스턴 사건 이후에도 총격 사건이 두 차례나 더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전모가 차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범인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고, 수 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범행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됐다면서요?
<답변>
네, 용의자인 딜런 루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인종 분리를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이 문서에는 니그로, 즉 흑인은 아이큐가 낮고 충동 억제를 못한다.
범행이 일어난 찰스턴은 한 때 흑인이 가장 많이 살던 역사적 도시여서 범행장소로 선택했다는 등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서는 루프가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모습,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 등도 올라와 있습니다.
<질문>
주변 인물들도 범인이 평소에 이 사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죠?
<답변>
네, 루프는 평소 흑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실비아 존슨(희생자 가족) : "'당신들은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흑인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야 한다'면서 자기는 총을 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조이 미크(범인의 지인) : "계획된 일입니다. 루프는 6개월동안 준비했다고 말했어요. 물론 인종과 관련된 것이죠. 왜냐하면 루프는 흑인들이 이 나라를 차지했다며 분리되기를 원했거든요."
루프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인데요. 검은 점퍼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가슴에는 남아공과 현 짐바브웨 국기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 제도를 운용하면서 소수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지배했던 나라를 동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앞에 보니까 남부 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이 깃발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지금 보시는 깃발인데요.
성조기처럼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으로 돼 있지만 별이 13개 뿐이죠?
이 별들은 노예제를 찬성했던 미국 남부 지역의 13개 주들을 상징합니다.
남부 연합기는 남북 전쟁이 끝난 뒤에 인종 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금지됐는데요.
루프가 이 깃발을 들고다닌 걸 보면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사우스 캐롤라 주의 의사당에도 이 깃발이 걸려 있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구 10만 명 가운데 백인과 흑인 비율이 6:3 정도인데요.
백인 우월주의자들인 KKK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스프링클(리치몬드 주민) : "분명히 변화가 필요합니다. 총기 관련법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도부에선 논쟁이 한창입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라, 이건 인종 증오의 상징이다"라고 밝힌 반면 내년 대선 후보중 한 명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주 정부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희생당한 흑인 가족들은 오히려 루프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서 화제가 됐죠?
<답변>
네, 루프는 범행 하루 만에 붙잡혀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요.
보석 재판에 참석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메시지가 화젭니다.
<녹취> 네이딘 콜리어(희생자 유족) : "당신은 큰 상처를 줬어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할 거예요. 저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녹취> 팰리시아 샌더스(희생자 유족) :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고통스럽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신이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루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용서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선 다시 휴일 예배가 열렸습니다.
교회 바깥엔 미 전역에서 보내온 추모 편지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질문>
'증오를 감싼 용서' 참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죠?
<답변>
네, 사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총을 소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이런 집단 살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총기협회의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강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곧바로 총기 규제가 시급하다는 연설을 했지만 공화당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 대선 쟁점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기가 자기 방어보다는 살인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됐다는 조사도 나왔죠?
<답변>
네, 그동안 미국 보수파는 총기가 자기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총기 사용 현황을 조사했는데요.
정당 방위는 1100건에 그친 반면, 살인범죄는 4만 2천 건이었습니다.
총기가 자기방어보다는 범죄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찰스턴 사건 이후에도 총격 사건이 두 차례나 더 발생해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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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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