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 포털시리즈] ⑦ 사이비 언론 기생하는 포털…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입력 2015.07.15 (10:02) 수정 2015.07.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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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고을에서 제법 학식과 덕이 있어 '향원'이라 칭송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를 싫어했습니다. 훗날 맹자의 제자들이 맹자에게 그 이유를 묻습니다. 맹자가 답합니다. 공자는 향원이 겉은 비슷하지만 본질이 다른 사람 즉, 사이비(似而非)라 덕을 해치기 때문에 그를 미워했다고 말합니다. 사이비란 말은 이렇게 유래됐답니다.

■ “500만 원 안주니 기사 낸다”

사실 사이비 언론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영세하다고 사이비가 아니며 이른바 메이저라 해서 떳떳하지도 않을 겁니다. 어떤 기사가 정당한 비판 기사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사이비 기사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사의 품질이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양심과 관련있기때문입니다. 또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와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재원들에게 사이비의 횡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는 하루 종일 광고비를 올려 달라는 전화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들어간 CEO 사진에 곤욕을 치렀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대놓고 제보하거나 신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보복 기사가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어렵사리 구한 어느 매체 기자와 기업과의 통화 내용은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사이비언론 활개사이비언론 활개


■ 사이비가 기생하는 포털

뉴스의 생산과 소비 구조가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변하면서 사이비가 출현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언론의 힘은 결국 독자나 시청자의 수에서 나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를 읽을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사가 전달될 것인가죠. 언론이 오랜 시간 독자, 시청자와 소통하며 쌓아올렸어야 할 이런 수고를 포털이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올 4월까지 인터넷 매체는 등록된 것만 6000곳을 넘었습니다. 한해 1000개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루에 3곳 새로운 매체가 생깁니다. 문제는 양적 증가가 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언론진흥재단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인터넷 신문에서 일하는 기자는 8001명입니다. 매체는 4900여 개나 되니 한 매체 당 기자가 평균 1.6명꼴입니다. 구독료나 회비 등을 수익으로 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온라인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취재 인력과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독자를 끌어올 차별화된 기사를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과 제휴만 맺으면 천만 명이 넘는 예상 소비자들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포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휴를 받아줍니다. 그 후 사이비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쫓지 않고 포털의 검색 알고리즘과 뉴스 노출 과정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당장 돈을 쫓게 됩니다. "돈의 맛을 아는 몸"이 돼버립니다. 이런 피해는 비단 기업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개인 병원과 지방자치단체, 소규모 영세업자들 심지어 농민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에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한 조정 신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정 신청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라 해도 구조적인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신문 조정 신청 현황인터넷 신문 조정 신청 현황


■ 사이비와 기레기 그리고 포털…

모든 인터넷 매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전문적이면서 거대 언론사들이 취재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매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일부 사이비 언론의 횡포와 피해는 언론계 전체에 퍼지고 있습니다. 취재를 마치면서 언론의 책임을 자문합니다.
그리고 포털에도 더 이상 그 책임을 미루지 말라는 사회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모든 자유에는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법 아닙니까. 포털의 대표인 네이버는 본인의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네이버가 사이트에 고지한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네이버㈜ 는 링크, 다운로드, 광고 등을 포함하여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거나, 본 웹 사이트를 통해 배포, 전송되거나,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로부터 접근되는 정보(이하 "자료")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 귀하는, 자료에 대한 신뢰 여부가 전적으로 귀하의 책임임을 인정합니다.... 네이버㈜는 자료와 서비스를 "있는 그대로" 제공하며...본 웹사이트 또는 자료에 열거되어 있는 사이트상의 자료의 정확성, 저작권 준수, 적법성 또는 도덕성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연관기사]

☞ [뉴스9] 사이비 언론사 ‘활개’…포털사이트가 ‘숙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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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15 10:02:18
    • 수정2015-07-15 10:09:51
    취재후·사건후
옛날 고을에서 제법 학식과 덕이 있어 '향원'이라 칭송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를 싫어했습니다. 훗날 맹자의 제자들이 맹자에게 그 이유를 묻습니다. 맹자가 답합니다. 공자는 향원이 겉은 비슷하지만 본질이 다른 사람 즉, 사이비(似而非)라 덕을 해치기 때문에 그를 미워했다고 말합니다. 사이비란 말은 이렇게 유래됐답니다.

■ “500만 원 안주니 기사 낸다”

사실 사이비 언론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영세하다고 사이비가 아니며 이른바 메이저라 해서 떳떳하지도 않을 겁니다. 어떤 기사가 정당한 비판 기사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사이비 기사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사의 품질이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양심과 관련있기때문입니다. 또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와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재원들에게 사이비의 횡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는 하루 종일 광고비를 올려 달라는 전화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들어간 CEO 사진에 곤욕을 치렀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대놓고 제보하거나 신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보복 기사가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어렵사리 구한 어느 매체 기자와 기업과의 통화 내용은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사이비언론 활개


■ 사이비가 기생하는 포털

뉴스의 생산과 소비 구조가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변하면서 사이비가 출현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언론의 힘은 결국 독자나 시청자의 수에서 나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를 읽을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사가 전달될 것인가죠. 언론이 오랜 시간 독자, 시청자와 소통하며 쌓아올렸어야 할 이런 수고를 포털이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올 4월까지 인터넷 매체는 등록된 것만 6000곳을 넘었습니다. 한해 1000개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루에 3곳 새로운 매체가 생깁니다. 문제는 양적 증가가 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언론진흥재단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인터넷 신문에서 일하는 기자는 8001명입니다. 매체는 4900여 개나 되니 한 매체 당 기자가 평균 1.6명꼴입니다. 구독료나 회비 등을 수익으로 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온라인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취재 인력과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독자를 끌어올 차별화된 기사를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과 제휴만 맺으면 천만 명이 넘는 예상 소비자들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포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휴를 받아줍니다. 그 후 사이비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쫓지 않고 포털의 검색 알고리즘과 뉴스 노출 과정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당장 돈을 쫓게 됩니다. "돈의 맛을 아는 몸"이 돼버립니다. 이런 피해는 비단 기업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개인 병원과 지방자치단체, 소규모 영세업자들 심지어 농민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에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한 조정 신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정 신청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라 해도 구조적인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신문 조정 신청 현황


■ 사이비와 기레기 그리고 포털…

모든 인터넷 매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전문적이면서 거대 언론사들이 취재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매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일부 사이비 언론의 횡포와 피해는 언론계 전체에 퍼지고 있습니다. 취재를 마치면서 언론의 책임을 자문합니다.
그리고 포털에도 더 이상 그 책임을 미루지 말라는 사회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모든 자유에는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법 아닙니까. 포털의 대표인 네이버는 본인의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네이버가 사이트에 고지한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네이버㈜ 는 링크, 다운로드, 광고 등을 포함하여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거나, 본 웹 사이트를 통해 배포, 전송되거나,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로부터 접근되는 정보(이하 "자료")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 귀하는, 자료에 대한 신뢰 여부가 전적으로 귀하의 책임임을 인정합니다.... 네이버㈜는 자료와 서비스를 "있는 그대로" 제공하며...본 웹사이트 또는 자료에 열거되어 있는 사이트상의 자료의 정확성, 저작권 준수, 적법성 또는 도덕성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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