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온난화 때문에 땅이 솟는다고?

입력 2015.07.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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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 측정 장비는 아이슬란드 전역에 대략 100여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땅이 솟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은 대부분 중앙 고원지대입니다. 얼음이 두텁게 뒤덮혀 있는 곳입니다.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의 나라로도 통합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시뻘건 용암이 흘러나오는 한편에서는 하얗다 못해 시퍼런 빙하가 태고의 신비를 감추고 있는 곳이죠. 그런데 이런 아이슬란드의 땅이 솟아오르기까지 한다니... 게다가 그 원인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니 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땅이 솟아오르고 있는 현장에 가기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땅이 솟아오르는 것을 측정하는 위성항법장치 GPS 측정 장비가 설치된 곳을 찾아가기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인공위성과의 연계를 통해 위도 경도는 물론 지표의 움직임을 1년에 1mm까지 잡아낼 수 있는 GPS 장비 백여 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와 아이슬란드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설치한 장비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빙하와 화산이 자리 잡고 있는 고원지대에 설치돼 있습니다. 여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눈으로 덮이는 만큼 취재는 여름에만 허용됐습니다. 게다가 이정표가 없으니 설치한 당사자가 아닌 이상 GPS를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겠죠.

아무튼 저의 취재를 돕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아이슬란드로 날아온 시그런 박사 덕분에 3시간 동안의 운전과 1시간 동안의 등산에도 불구하고 GPS 측정 장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표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직접 맨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기자가 간 지역은 1년에 3.5cm씩 땅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GPS 설치 장소GPS 설치 장소

▲ 취재를 돕기 위해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시그런 박사와 함께 GPS 설치 장소를 가 봤습니다. GPS는 땅 속의 민감한 움직임까지 측정해야 하는 만큼 땅속까지 깊숙히 박힌 거대한 바위를 찾아내 그 위에 설치합니다. 또 풍력 발전기와 태양력 발전기를 통해 자체 생산한 전기를 통해 위성과 연결하고 연구실에다 지표와 화산의 움직임 정보를 계속 보내줍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처럼 눈과 얼음이 두꺼운 지역은 땅이 솟아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지각은 용수철처럼 탄성이 있어서 눈이 쌓이거나 얼게 되면
그 무게만큼 땅이 내려갔다가 계절이 바뀌어 눈과 얼음이 녹으면 그만큼 다시 땅이 올라가는 거죠. 그런데 온난화가 발생하면서 얼음이 어는 양보다 녹는 양이 많아지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균형이 깨져 버린 거죠.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땅은 계속 솟아오르게 된 겁니다.

연구팀이 지난 2006년부터 GPS로 측정해 본 결과 1년에 평균 3~3.5cm씩 땅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눈과 얼음이 높이 많이 쌓인 지역일수록 솟아오른 정도가 심해 최고 1년에 4.5cm 솟아오르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의 토마스 박사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는 과거 백 년 동안 1도씩 기온이 올랐다면 앞으로 백 년 동안에는 기온이 2~3도씩 오를 거라고 합니다. 온난화의 속도가 2~3배 빨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니 얼음이 녹는 속도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둘러본 아이슬란드 중부의 레이크홀트 지역은 푸릇한 기운이 완연했습니다. 7월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60년 전부터 이곳에 사는 70대 시구론 할아버지가 보여준 빛바랜 사진을 보면 이곳은 완전한 만년설 지역이었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초원지대로 변한 레이크홀트온난화로 인해 초원지대로 변한 레이크홀트

▲ 아이슬란드 중부 지역 레이크홀트 지역. 60년 전에는 1년 내내 하얀 얼음으로 뒤덮혀 있던 지역인데 지금은 푸른 초원으로 변했습니다. 이 곳에서 한평생 살아온 시구론 할아버지는 초원 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사라지는 현상은 아이슬란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마다 95억 톤, 쌓여 있던 얼음이 해마다 1m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얼음산의 최고봉인 바트난요클과 호프스요클이 앞으로 2백 년 안에 절반으로 줄어들고 일부 산 위의 얼음은 아예 흔적도 없어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 현상의 가속화는 곧바로 지표 상승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연구팀 조사결과 90년대와 2천년대 그리고 2014년 지표 상승 정도를 비교해 보니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커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20% 이상 땅이 솟구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땅이 이 같은 속도로 솟아오를 경우 화산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표가 솟아오르면 지각이 틀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지각 밑 마그마에 전해지던 압력이 낮아져 결국, 화산 폭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제 만 2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아이슬란드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렸던 적이 있는데 이때 화산 활동이 서른 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땅 속 마그마로 솟아 오르는 수증기땅 속 마그마로 솟아 오르는 수증기

▲ 아이슬란드 곳곳에는 이처럼 수증기가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땅 속 활발한 마그마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아이슬란드에는 35개의 활화산이 있고 땅속에는 거대한 마그마가 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슬란드 중앙에 위치한 활화산 위에는 거대한 빙하가 뒤덮고 있습니다.

천 년 전 활동했던 화산천 년 전 활동했던 화산

▲ 천년 전 활발히 활동했던 화산입니다. 지금은 얼음으로 뒤덮힌 채 태고의 신비를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산 위 얼음이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또 지표가 상승한다면 땅 속 깊숙히 있는 마그마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빙하가 지속적인 온난화로 녹아내리고 화산의 지표가 솟아오른다면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화산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한 지표 상승은 화산 활동의 빈도는 물론 규모까지도 최대 50% 이상 크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은 아이슬란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유럽 전역을 오가는 항공기 10만여 편이 결항해 천만 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재앙은 기후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화산 활동이 활발한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서는 화산 폭발을 촉진하고, 나아가 규모까지 확대해 대재앙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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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온난화 때문에 땅이 솟는다고?
    • 입력 2015-07-19 08:59:01
    취재후·사건후
▲ GPS 측정 장비는 아이슬란드 전역에 대략 100여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땅이 솟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은 대부분 중앙 고원지대입니다. 얼음이 두텁게 뒤덮혀 있는 곳입니다.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의 나라로도 통합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시뻘건 용암이 흘러나오는 한편에서는 하얗다 못해 시퍼런 빙하가 태고의 신비를 감추고 있는 곳이죠. 그런데 이런 아이슬란드의 땅이 솟아오르기까지 한다니... 게다가 그 원인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니 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땅이 솟아오르고 있는 현장에 가기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땅이 솟아오르는 것을 측정하는 위성항법장치 GPS 측정 장비가 설치된 곳을 찾아가기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인공위성과의 연계를 통해 위도 경도는 물론 지표의 움직임을 1년에 1mm까지 잡아낼 수 있는 GPS 장비 백여 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와 아이슬란드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설치한 장비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빙하와 화산이 자리 잡고 있는 고원지대에 설치돼 있습니다. 여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눈으로 덮이는 만큼 취재는 여름에만 허용됐습니다. 게다가 이정표가 없으니 설치한 당사자가 아닌 이상 GPS를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겠죠. 아무튼 저의 취재를 돕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아이슬란드로 날아온 시그런 박사 덕분에 3시간 동안의 운전과 1시간 동안의 등산에도 불구하고 GPS 측정 장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표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직접 맨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기자가 간 지역은 1년에 3.5cm씩 땅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GPS 설치 장소
▲ 취재를 돕기 위해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시그런 박사와 함께 GPS 설치 장소를 가 봤습니다. GPS는 땅 속의 민감한 움직임까지 측정해야 하는 만큼 땅속까지 깊숙히 박힌 거대한 바위를 찾아내 그 위에 설치합니다. 또 풍력 발전기와 태양력 발전기를 통해 자체 생산한 전기를 통해 위성과 연결하고 연구실에다 지표와 화산의 움직임 정보를 계속 보내줍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처럼 눈과 얼음이 두꺼운 지역은 땅이 솟아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지각은 용수철처럼 탄성이 있어서 눈이 쌓이거나 얼게 되면 그 무게만큼 땅이 내려갔다가 계절이 바뀌어 눈과 얼음이 녹으면 그만큼 다시 땅이 올라가는 거죠. 그런데 온난화가 발생하면서 얼음이 어는 양보다 녹는 양이 많아지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균형이 깨져 버린 거죠.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땅은 계속 솟아오르게 된 겁니다. 연구팀이 지난 2006년부터 GPS로 측정해 본 결과 1년에 평균 3~3.5cm씩 땅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눈과 얼음이 높이 많이 쌓인 지역일수록 솟아오른 정도가 심해 최고 1년에 4.5cm 솟아오르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의 토마스 박사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는 과거 백 년 동안 1도씩 기온이 올랐다면 앞으로 백 년 동안에는 기온이 2~3도씩 오를 거라고 합니다. 온난화의 속도가 2~3배 빨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니 얼음이 녹는 속도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둘러본 아이슬란드 중부의 레이크홀트 지역은 푸릇한 기운이 완연했습니다. 7월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60년 전부터 이곳에 사는 70대 시구론 할아버지가 보여준 빛바랜 사진을 보면 이곳은 완전한 만년설 지역이었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초원지대로 변한 레이크홀트
▲ 아이슬란드 중부 지역 레이크홀트 지역. 60년 전에는 1년 내내 하얀 얼음으로 뒤덮혀 있던 지역인데 지금은 푸른 초원으로 변했습니다. 이 곳에서 한평생 살아온 시구론 할아버지는 초원 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사라지는 현상은 아이슬란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마다 95억 톤, 쌓여 있던 얼음이 해마다 1m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얼음산의 최고봉인 바트난요클과 호프스요클이 앞으로 2백 년 안에 절반으로 줄어들고 일부 산 위의 얼음은 아예 흔적도 없어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 현상의 가속화는 곧바로 지표 상승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연구팀 조사결과 90년대와 2천년대 그리고 2014년 지표 상승 정도를 비교해 보니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커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20% 이상 땅이 솟구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땅이 이 같은 속도로 솟아오를 경우 화산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표가 솟아오르면 지각이 틀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지각 밑 마그마에 전해지던 압력이 낮아져 결국, 화산 폭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제 만 2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아이슬란드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렸던 적이 있는데 이때 화산 활동이 서른 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땅 속 마그마로 솟아 오르는 수증기
▲ 아이슬란드 곳곳에는 이처럼 수증기가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땅 속 활발한 마그마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아이슬란드에는 35개의 활화산이 있고 땅속에는 거대한 마그마가 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슬란드 중앙에 위치한 활화산 위에는 거대한 빙하가 뒤덮고 있습니다.
천 년 전 활동했던 화산
▲ 천년 전 활발히 활동했던 화산입니다. 지금은 얼음으로 뒤덮힌 채 태고의 신비를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산 위 얼음이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또 지표가 상승한다면 땅 속 깊숙히 있는 마그마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빙하가 지속적인 온난화로 녹아내리고 화산의 지표가 솟아오른다면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화산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한 지표 상승은 화산 활동의 빈도는 물론 규모까지도 최대 50% 이상 크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은 아이슬란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유럽 전역을 오가는 항공기 10만여 편이 결항해 천만 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재앙은 기후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화산 활동이 활발한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서는 화산 폭발을 촉진하고, 나아가 규모까지 확대해 대재앙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관기사] [특파원 현장보고] 표면 상승, 불안한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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