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오르면 뭐하나요, 제발 받게만 해주세요”

입력 2015.07.22 (09:01) 수정 2015.07.22 (14: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용실 직원 인터뷰 사진

미용실 직원 인터뷰 사진

지난 7월 9일 최저임금 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6030원,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면 월급 126만 27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15년 현재 최저임금 시급 5580원보다 8.1%, 450원 오른 금액이다. 이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그 논쟁의 뒤안길에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 속에 실제로 소규모 업체 등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어떤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지 실태를 취재했다.

미용실직원미용실직원


- 서울 강남 미용실 직원

“최저임금 안 지켜져…시급 올라도 관심 없어”


대학에서 정식으로 헤어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용사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한 20대 청년 정모 씨는 현재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미용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80만원, 조정수당 30만원, 장려수당 7만원이 기재돼 있다. 월급으로 117만원을 받기로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조정수당 30만원은 이 금액만큼 그대로 교육비 명목으로 공제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교육비라는 것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은 샴푸를 알려주겠다, 샴푸 교육을 할테니 교육비 30만원을 내라는 식으로 월급에서 이 금액을 공제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씨가 한 달 일해서 손에 쥐는 월급은 80여 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 “신고하면 미용계에서 왕따”…고발 주저하는 정씨

정씨가 일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대형 미용실의 이같은 행태는 현행 법 위반임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서울 강남지청의 근로감독관에게 이 사안에 대해 물어보니 이는 근로기준법 43조의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용실 직원 정씨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신고를 했다가는 자신의 익명이 보장되지 않고, 미용실을 그만두게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라도 미용계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 있다"며 노동 당국에 고발하는 것을 주저했다.

- 고용노동부 “특별 근로감독 실시”…형사처벌은?

고용노동부간판고용노동부간판


서울 강남 미용실의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미 2년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고, 2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용주가 나중에라도 최저임금 미달 금액을 보상하면 사법처리 대신 시정조치 완료로 종결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시 즉각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공인들의 사업하기 힘들다는 목소리에 묻혀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곧바로 과태료를 물린다든가 2번 3번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명확하게 형사처벌은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 서울 강남 미용실 직원 정씨

“머리 파마 기본 30-40만원…자신들 일당은 3만원”


정씨는 자신처럼 대학에서 정식으로 헤어디자인을 전공하고 자격증까지 있어도 월급으로 최저임금(올해의 경우 116만 여원)에도 못 미치는 80여 만원을 받고 있다며, 미용업계의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은 앞으로 아무리 일해도 차도 못사고, 결혼도 못하고, 집도 못사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정씨처럼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의 근로자들은 232만 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속에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도 일자리를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관 기사]

☞ [시사기획창] ‘최저임금’ 현장은 지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오르면 뭐하나요, 제발 받게만 해주세요”
    • 입력 2015-07-22 09:01:44
    • 수정2015-07-22 14:04:53
    취재후·사건후
지난 7월 9일 최저임금 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6030원,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면 월급 126만 27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15년 현재 최저임금 시급 5580원보다 8.1%, 450원 오른 금액이다. 이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그 논쟁의 뒤안길에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 속에 실제로 소규모 업체 등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어떤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지 실태를 취재했다.

미용실직원


- 서울 강남 미용실 직원

“최저임금 안 지켜져…시급 올라도 관심 없어”


대학에서 정식으로 헤어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용사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한 20대 청년 정모 씨는 현재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미용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80만원, 조정수당 30만원, 장려수당 7만원이 기재돼 있다. 월급으로 117만원을 받기로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조정수당 30만원은 이 금액만큼 그대로 교육비 명목으로 공제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하에 교육비라는 것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은 샴푸를 알려주겠다, 샴푸 교육을 할테니 교육비 30만원을 내라는 식으로 월급에서 이 금액을 공제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씨가 한 달 일해서 손에 쥐는 월급은 80여 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 “신고하면 미용계에서 왕따”…고발 주저하는 정씨

정씨가 일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대형 미용실의 이같은 행태는 현행 법 위반임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서울 강남지청의 근로감독관에게 이 사안에 대해 물어보니 이는 근로기준법 43조의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용실 직원 정씨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신고를 했다가는 자신의 익명이 보장되지 않고, 미용실을 그만두게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라도 미용계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 있다"며 노동 당국에 고발하는 것을 주저했다.

- 고용노동부 “특별 근로감독 실시”…형사처벌은?

고용노동부간판


서울 강남 미용실의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미 2년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고, 2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용주가 나중에라도 최저임금 미달 금액을 보상하면 사법처리 대신 시정조치 완료로 종결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시 즉각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공인들의 사업하기 힘들다는 목소리에 묻혀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곧바로 과태료를 물린다든가 2번 3번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명확하게 형사처벌은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 서울 강남 미용실 직원 정씨

“머리 파마 기본 30-40만원…자신들 일당은 3만원”


정씨는 자신처럼 대학에서 정식으로 헤어디자인을 전공하고 자격증까지 있어도 월급으로 최저임금(올해의 경우 116만 여원)에도 못 미치는 80여 만원을 받고 있다며, 미용업계의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은 앞으로 아무리 일해도 차도 못사고, 결혼도 못하고, 집도 못사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정씨처럼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의 근로자들은 232만 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속에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도 일자리를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관 기사]

☞ [시사기획창] ‘최저임금’ 현장은 지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