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눈 앞…‘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어쩌나?

입력 2015.07.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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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가시권 내에 들어왔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1일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법무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했지만, 25년인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또 소위는 이날 형법상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되, 강간치사나 폭행치사, 상해치사, 존속살인 등 살인죄의 경우 해당되는 개별법별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했다.

◆ 다음 달 시효 끝나는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2000년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2000년 8월 10일 새벽2시 약촌오거리 버스 정류장 앞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범인으로 체포한 사람은 당시 목격자였던 15세의 다방종업원 최모군.

그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경찰 강압에 못이겨 허위자백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최씨에 대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최씨 인터뷰최씨 인터뷰

▲6월 25일 KBS아침뉴스타임 최씨 인터뷰 캡처


최씨가 복역중이던 2003년 당시 이 사건의 진범으로 의심되는 김모씨가 군산에서 잡혔다. 김씨는 체포 초기 자신이 익산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했고, 그의 친구도 범행에 사용됐던 흉기를 감춰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후 김씨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고, 결국 수사기관은 김 씨를 무혐의처리했다.

이 사건은 이후 TV의 탐사 프로그램에서 몇차례 보도됐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고, 결국 최씨는 2010년 만기 출소하게 된다.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는 지난달 광주고법이 최씨가 낸 재심청구에 대해 '이유있다'며 이를 받아들이면서부터다. 재심청구는 검찰의 항고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경찰 내부에서도 최씨가 진범이 아니라고 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익산경찰서 전 형사반장 황상만씨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진범으로 지목된 김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봐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몇 차례 기각됐다”며 “이미 최씨가 복역중인 상황에서 사법의 신뢰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검찰의) 우려가 작용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다음달 10일 만료된다는 점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 사건은 2000년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15년이다. 형법은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다음달 10일까지 국회가 공소시효 폐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이 사건의 재수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사연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은 아고라 청원을 통해 재수사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으로서는 대법원이 최씨가 청구한 재심결정을 받아들이고,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수사가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해결되지 못한 3대 미제 사건은?

개구리 소년개구리 소년


공소시효 폐지법이 빨리 통과해야되는 이유는 익산 살인사건 말고도 많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그런 경우다. 이 사건은 2003년 11월 경기도 포천에서 귀가중이던 여중생 엄모(당시 15세)양이 실종 96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 시간에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이 사건의 범인은 2018년 11월 이후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소시효 폐지가 확정되더라도 더 이상 처벌이 불가능한 사건들도 적지 않다. 영구미제 사건들이다.

이른바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1986~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1991년),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1991년)은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돼 설사 범인이 지금 잡혀도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사건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피해자인 김태완군(사망 당시 6세)의 부모가 이웃주민 A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재정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이미 법률 선진국들은 살인죄나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를 없애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상 법정형인 사형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앴다. 우리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도 2010년에 살인죄, 강도살인죄 등 최대 형량이 사형인 12개 범죄에 대해 25년이던 공소시효를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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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눈 앞…‘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어쩌나?
    • 입력 2015-07-22 17:07:49
    사회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가시권 내에 들어왔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1일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법무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했지만, 25년인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또 소위는 이날 형법상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되, 강간치사나 폭행치사, 상해치사, 존속살인 등 살인죄의 경우 해당되는 개별법별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했다. ◆ 다음 달 시효 끝나는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2000년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2000년 8월 10일 새벽2시 약촌오거리 버스 정류장 앞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범인으로 체포한 사람은 당시 목격자였던 15세의 다방종업원 최모군. 그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경찰 강압에 못이겨 허위자백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최씨에 대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최씨 인터뷰 ▲6월 25일 KBS아침뉴스타임 최씨 인터뷰 캡처
최씨가 복역중이던 2003년 당시 이 사건의 진범으로 의심되는 김모씨가 군산에서 잡혔다. 김씨는 체포 초기 자신이 익산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했고, 그의 친구도 범행에 사용됐던 흉기를 감춰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후 김씨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고, 결국 수사기관은 김 씨를 무혐의처리했다. 이 사건은 이후 TV의 탐사 프로그램에서 몇차례 보도됐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고, 결국 최씨는 2010년 만기 출소하게 된다.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는 지난달 광주고법이 최씨가 낸 재심청구에 대해 '이유있다'며 이를 받아들이면서부터다. 재심청구는 검찰의 항고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시 경찰 내부에서도 최씨가 진범이 아니라고 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익산경찰서 전 형사반장 황상만씨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진범으로 지목된 김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봐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몇 차례 기각됐다”며 “이미 최씨가 복역중인 상황에서 사법의 신뢰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검찰의) 우려가 작용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다음달 10일 만료된다는 점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 사건은 2000년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15년이다. 형법은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다음달 10일까지 국회가 공소시효 폐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이 사건의 재수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사연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은 아고라 청원을 통해 재수사와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으로서는 대법원이 최씨가 청구한 재심결정을 받아들이고, 이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수사가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해결되지 못한 3대 미제 사건은?
개구리 소년
공소시효 폐지법이 빨리 통과해야되는 이유는 익산 살인사건 말고도 많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그런 경우다. 이 사건은 2003년 11월 경기도 포천에서 귀가중이던 여중생 엄모(당시 15세)양이 실종 96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 시간에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이 사건의 범인은 2018년 11월 이후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소시효 폐지가 확정되더라도 더 이상 처벌이 불가능한 사건들도 적지 않다. 영구미제 사건들이다. 이른바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1986~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1991년),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1991년)은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돼 설사 범인이 지금 잡혀도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사건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피해자인 김태완군(사망 당시 6세)의 부모가 이웃주민 A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재정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이미 법률 선진국들은 살인죄나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를 없애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상 법정형인 사형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앴다. 우리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도 2010년에 살인죄, 강도살인죄 등 최대 형량이 사형인 12개 범죄에 대해 25년이던 공소시효를 없앴다. [연관 기사] ☞ [뉴스 따라잡기] “나는 사람을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의 허망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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