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일본은 중국과 진짜 전쟁을 할까? 방위백서의 속내

입력 2015.07.2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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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015년판 방위백서를 발표했습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은 11년째 담았습니다. 이번 방위백서의 핵심은 그러나 중국 견제였습니다. 방위백서는 당초 이달 초순에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집권 자민당이 중국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아 부득이 별지로 중국 견제 내용을 보충해 보름 뒤에 발표한 것입니다.

◆ 일본이 중국한테 위협받고 있다고? 진짜 속내는…

센카쿠 열도센카쿠 열도

▲ 센카쿠 열도 관련


일본이 이렇게 중국을 신경쓰며 위협받고 있다고 한 중국의 해양 진출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 중국 이름으로는 '댜오위다오'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을 꼽았습니다. 또 남중국해 남사군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립작업을 겨냥했습니다. 중국이 일본은 물론, 동남아 필리핀, 베트남과 분쟁을 겪으면서도 해양 팽창정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견제를 담은 것입니다.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해양 팽창정책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이에 위기감을 느껴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팽창정책에 반발했지만, 아베 정부로서는 '불감청고소원'으로도 작용했습니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뛰어넘어 자위대가 방어가 아닌 공격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안보관련 법안 제정의 호기로 이용한 것입니다.

중국과의 긴장 국면, 대치 국면을 조장해 전쟁에 대한 공포로 반대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태평양 전쟁 등 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 국민들은 자식들이 군대에 나가 수십만 명이 숨져 전쟁 공포가 극심합니다.

◆ 일본 국민 여론은 “반대”…아베 지지율 최저치 급락

전쟁법안 반대 집회전쟁법안 반대 집회

▲ 14일 일본 의회 청사 앞에서 '전쟁 법안'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 2만5천명이 참가했다.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과 전쟁을 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무고한 시민들이 숨진 아픈 역사를 일본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의 우려로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12월 2차 집권한 이래 지지율이 최저치인 30% 후반대로 떨어져, 찬성과 반대가 역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중국과의 갈등.대치 국면을 조성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 군사대국화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은 유럽 인접국가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강력한 협력 관계였지만, 충돌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중국도 밀접한 교역국가지만 우발적인 충돌, 그러니까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매우 호전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 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 나온 발언입니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아베 총리의 충격적인 전쟁 가능성 발언에 긴급 뉴스로 전 세계에 뉴스를 타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정부가 동북아 패권을 계속 쥐려고 하지만, 재정난으로 중국 견제가 어려워 아베 총리에게 SOS를 치며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 ‘전쟁 가능국’ 일본, 중국과 전쟁하면 누가 이길까?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존립에 위협을 느끼면 공격할 수 있는 안보관련 11개 법안은 이미 중의원(하원)을 통과했고, 9월에 참의원(상원)을 통과하면 확정됩니다. 중국의 팽창전략을 빌미삼아 일본 국내에 긴장감을 조성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라는 일본 우익 원로들의 염원을 아베 총리가 확실하게 성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중-일 간 충돌은 언제 어디서나 우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무척 높은데요. 아베 총리는 지난해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국이 힘으로 동북아시아의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짱을 놓았습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64조 9천억 원 규모, 일본은 46조 2천억 원 규모입니다. 중국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이고, 일본은 7위 수준입니다.

군 병력은 중국이 230만 명, 일본은 22만 6천 명입니다. 경제 면에서는 국내 총생산 GDP에서 중국은 이미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제면에서, 그리고 군사력 면에서 중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지스함 등 최첨단 무기를 중심으로 해군.공군력에서 중국에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 영토 갈등 등으로 중-일 간 공중과 해상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 중국의 뤄위안 육군 소장은 전쟁이 나면 미사일 수천 기가 일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기자가 만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일 전쟁이 나면 단기전일 경우 일본이 승리할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대외 팽창 정책을 빌미삼아 군사 대국화를 꿈꾸며 또 다시 동북아 패권을 노리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그리고 미국까지 포함한 열강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외교전략으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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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일본 방위백서, 중국 위협 부각…군사 대국화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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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일본은 중국과 진짜 전쟁을 할까? 방위백서의 속내
    • 입력 2015-07-23 06:07:45
    취재후·사건후
일본 정부가 2015년판 방위백서를 발표했습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은 11년째 담았습니다. 이번 방위백서의 핵심은 그러나 중국 견제였습니다. 방위백서는 당초 이달 초순에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집권 자민당이 중국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아 부득이 별지로 중국 견제 내용을 보충해 보름 뒤에 발표한 것입니다. ◆ 일본이 중국한테 위협받고 있다고? 진짜 속내는…
센카쿠 열도 ▲ 센카쿠 열도 관련
일본이 이렇게 중국을 신경쓰며 위협받고 있다고 한 중국의 해양 진출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 중국 이름으로는 '댜오위다오'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을 꼽았습니다. 또 남중국해 남사군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립작업을 겨냥했습니다. 중국이 일본은 물론, 동남아 필리핀, 베트남과 분쟁을 겪으면서도 해양 팽창정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견제를 담은 것입니다.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해양 팽창정책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이에 위기감을 느껴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팽창정책에 반발했지만, 아베 정부로서는 '불감청고소원'으로도 작용했습니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뛰어넘어 자위대가 방어가 아닌 공격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안보관련 법안 제정의 호기로 이용한 것입니다. 중국과의 긴장 국면, 대치 국면을 조장해 전쟁에 대한 공포로 반대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태평양 전쟁 등 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 국민들은 자식들이 군대에 나가 수십만 명이 숨져 전쟁 공포가 극심합니다. ◆ 일본 국민 여론은 “반대”…아베 지지율 최저치 급락
전쟁법안 반대 집회 ▲ 14일 일본 의회 청사 앞에서 '전쟁 법안'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 2만5천명이 참가했다.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과 전쟁을 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무고한 시민들이 숨진 아픈 역사를 일본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의 우려로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12월 2차 집권한 이래 지지율이 최저치인 30% 후반대로 떨어져, 찬성과 반대가 역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중국과의 갈등.대치 국면을 조성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 군사대국화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은 유럽 인접국가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강력한 협력 관계였지만, 충돌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중국도 밀접한 교역국가지만 우발적인 충돌, 그러니까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매우 호전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 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 나온 발언입니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아베 총리의 충격적인 전쟁 가능성 발언에 긴급 뉴스로 전 세계에 뉴스를 타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정부가 동북아 패권을 계속 쥐려고 하지만, 재정난으로 중국 견제가 어려워 아베 총리에게 SOS를 치며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 ‘전쟁 가능국’ 일본, 중국과 전쟁하면 누가 이길까?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존립에 위협을 느끼면 공격할 수 있는 안보관련 11개 법안은 이미 중의원(하원)을 통과했고, 9월에 참의원(상원)을 통과하면 확정됩니다. 중국의 팽창전략을 빌미삼아 일본 국내에 긴장감을 조성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라는 일본 우익 원로들의 염원을 아베 총리가 확실하게 성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중-일 간 충돌은 언제 어디서나 우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무척 높은데요. 아베 총리는 지난해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국이 힘으로 동북아시아의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짱을 놓았습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64조 9천억 원 규모, 일본은 46조 2천억 원 규모입니다. 중국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이고, 일본은 7위 수준입니다. 군 병력은 중국이 230만 명, 일본은 22만 6천 명입니다. 경제 면에서는 국내 총생산 GDP에서 중국은 이미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경제면에서, 그리고 군사력 면에서 중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지스함 등 최첨단 무기를 중심으로 해군.공군력에서 중국에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 영토 갈등 등으로 중-일 간 공중과 해상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 중국의 뤄위안 육군 소장은 전쟁이 나면 미사일 수천 기가 일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기자가 만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일 전쟁이 나면 단기전일 경우 일본이 승리할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대외 팽창 정책을 빌미삼아 군사 대국화를 꿈꾸며 또 다시 동북아 패권을 노리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그리고 미국까지 포함한 열강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외교전략으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연관 기사] ☞ [뉴스9] 일본 방위백서, 중국 위협 부각…군사 대국화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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